2009.09.07 13:32




일요일의 즐거움 1박2일을 시청하면서 아이들에게 엄청 구박을 받았습니다. 예능프로를 보면서 웃고 떠드는 게 정상인데 아이들은 "엄마 조용히 좀 해주세요"라며 볼륨을 계속 올리더군요. 이번주 1박2일을 보면서 제가 너무 떠들었거든요. 아이들은 잘 모르는 시절 이야기가 나오니 저도 모르게 아는 척을 하고 싶었나봐요. 구형 카메라찍기에서 시작된 저의 잘난척(?)은 참기름 장면에 이르러서는 아이들을 왕짜증나게 해버렸으니, 1박2일을 보는 내내 눈치를 보면서 시청을 해야했답니다.
지난주에 이어 외국인 친구들과 함께하는 글로벌 특집은 우정은 국경을 초월한다는 것을 보여준 최고의 감동을 주었지요. 그리고 이어진 1박2일 7080여행은 향수에 나이많은 분들에게는 향수를, 젊은 세대에게는 부모님 세대의 생활을 보여줌으로써 부모세대들의 생활 모습은 단편적이나마 엿볼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이번주 여행지는 경북 예천의 회룡포 마을이었는데요, 이곳은 신이 주신 아름다운 자연이 보존되고 있는 여행작가들이 추천하는 가장 아름다운 여행지라고 해요. 시간이 멈춘 도시라는 멘트에서도 보여주듯이 예전 7,80년대의 시골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더군요. 멤버들은 최종 베이스 캠프를 가기 위한 게임을 하게 되는데요, OB팀과 YB팀(섭섭당)으로 나뉘어 미션을 수행해야 했지요. 구형 카메라로 사진찍기에 성공한 섭섭당이 먼저 참기름을 짜오라는 제 2의 미션을 수행하러 나섰지만, OB팀은 한참이나 시간이 걸려서야 참기름을 짜러 재래시장으로 향했지요. 가는 도중 섭섭당은 길을 해매느라 두 팀은 거의 비슷한 시간에 참기름을 짜러 제유소로 들어갑니다.
외국인 친구들과의 장면에서는 그저 웃느라 말은 많이 하지않았는데 문제는 구형 카메라 찍는 장면부터 시작되었어요. 저도 예전에 구형카메라를 다뤄본 적이 있어서 애들에게 카메라 다루는 법부터 필름넣는 방법, 찍는 방법등에 대한 강의에 들어갔지요. 애들도 여기까지는 참고 듣고 있더라구요. 문제는 참기름짜는 곳에 이르러 강호동 이수근보다 제 말이 많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생각나는 추억거리들이 너무 많았거든요. 예전 어렸을 때 어머니랑 같이 간 시장은 예천의 재래시장과 별반 다르지 않았어요. '어름팝니다' 혹은 '얼음팝니다'라는 지금으로치면 광고 간판도 흔히 볼 수 있었고 '지름짭니다' 혹은 '기름짭니다'라는 것도 시장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던 수제 간판이었지요.
아이들은 참기름을 짜는 과정을 보며 많이 신기해 하는 듯 보였습니다. 하긴 늘 완제품으로 나오는 참기름 병만 보고 자라 왔던 아이들이 직접 기름을 짜는 모습을 보니 흥미로웠나 봅니다. 그때부터 또 저는 어렸을 적 친정어머니랑 다녔던 시장모습이며, 1박2일에서도 잠깐 언급했던 나무틀에 찍어서 짜던 참기름 제조과정에 대해 제가 기억하는대로 설명을 하느라 열을 내고 있었지요. 그런데 아이들은 제 설명도 들어줘야 하지, 1박2일 멤버들 재미있는 입담도 놓치지 말아야 하지 나름대로는 정신 집중을 못했나봐요. 점점 볼륨을 높이더니 나중에는 "엄마, 조용히 좀 해주세요"라며 눈총을 주더라구요.
살짝 미안했는지 '끝나면 다시 이야기 들려달라'는 말에 속으로 섭섭했던 것이 풀어지려는 찰나 강호동 팀이 양조장으로 들어간 장면이 이어졌습니다. 양조장이 나오니 우리 아이들 자연스레 엄마 얼굴을 쳐다봅니다. 말은 안하고 있지만 "엄마, 또 어릴 적 얘기 해주시려고 하죠? 그런데 이것 끝나고 해주세요"라는 무언의 눈총이었지요. 다행스럽게 양조장에서 막걸리 한잔 하라는 주인 아저씨의 말과 함께 다음주로 예고로 넘어가면서 1박2일은 끝나버렸지요. 이제부터 저희집은 양조장에 얽힌 빛바랜 추억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저희집만큼은 1박2일 프로그램이 한동안 연장되었습니다.
아이들에게 들려 준 양조장 추억 한토막 들려드릴게요.
요즘은 슈퍼에서 18세 이상만이 술을 살 수 있다지만 저 어렸을 때는 술을 다섯살배기 꼬마도 살 수 있었어요. 남녀 구분도 없었고요. 저희집에 술을 좋아하는 분이 친정어머니와 외할머니셨는데 어느날 외할머니께서 집에 오셨어요. 다른때 같으면 오빠들이 술을 사오는 심부름을 했는데 그날따라 집에 저와 밑에 남동생만 있었던 차에 술심부름을 가게 되었습니다. 세살터울 남동생은 학교에 들어가지 않았던 걸로 기억되니 그때가 아마 제가 초등학교 2학년쯤 되지 않았나 싶어요. 
제가 어렸을때 살았던 동네는 비교적 작은 소도시였고, 그때는 양조장을 도가라는 말로 불렀던 것 같아요. "도가에 가서 술 한주전자만 받아오라"는 어머니 심부름에 동생과 저는 집을 나섰고 돈이 땀에 다 젖을 정도로 꼭 쥐고 갔었지요. 그런데 도가에 가보니 주인아저씨가 계시지 않았어요. 쪼그리고 앚아서 기다리고 있는데 술찌꺼기(막걸리를 빚을때 나오는 쌀같은 것)가 한가득 대야에 담겨 있는게 보였어요. 동생과 저는 보니 떡 비슷해 보이기도 하고 식혜같기도 해서 한줌 한줌 집어 먹었어요. 약간 시큼하기도 했는데 또 시원한 맛도 있더라구요. 그리 많이 먹었다는 생각은 안들어요. 시큼해서 썩 맛이 좋지는 않았거든요.
그런데 주인 아저씨가 들어 오셔서 우리는 도둑질 한것처럼 놀래서 서있다가 주전자만 내밀고는 입도 뻥긋 못하고 있었지요. 그리고는 도망치듯 나와 집으로 오는데 자꾸 어질어질 하는 겁니다. 저만 그런가 보다 생각했는데 조금 앞서 가던 동생이 옆으로 픽하고 쓰러져 버렸어요. 얼마나 놀랬는지 술수전자 엎어지는 줄도 모르고 동생 이름을 부르며 울고 불고 난리를 피웠지요. 그때만해도 어려서 쓰러지면 죽는 것인줄 알았거든요. 어른들이 몇분 달려 오셨고 우리를 알아본 아주머니와 아저씨 한분이 동생을 업고 병원으로 데리고 갔고, 집에 연락을 해서 어머니랑 외할머니가 달려 오셨지요. 의사선생님이 동생이 뭘 먹었는지 물으셨지만 저는 술찌꺼기를 훔쳐먹었다는 말을 하면 혼날 것 같아 무조건 모른다고만 하고 울었어요.
동생 입주위에 조금 남아 있던 증거품때문에 결국은 들통이 나버렸지만 어른들은 말을 안해도 금방 아시더라구요. 동생이 술에 취했다는 것을요. 아무일 없이 어머니 손에 끌려서 집에 돌아와 다들 한바탕 웃고 말았지만 지금도 잊지못할 유년 시절의 추억이랍니다. 그 충격이 컸는지 지금도 저는 술을 잘 못하지만 동생은 남동생은 그 때 제대로 술맛을 알았는지 술은 곧잘 하더라구요.
이번주 1박2일은 그런 유년 시절을 떠올리게 한 방송이었습니다. 아이들과 제 어린시절 이야기를 들려주며 오랜만에 많이 웃기도 했습니다. 엄마의 어린시절 이야기를 들으며 웃은 아이들은 이내 엄마는 몰랐던 지네들 과거 이야기 한토막씩도 꺼내더라구요. 딸아이 5살때 7살이던 아들이 철쭉 꽃을 따서 먹어보라고 했다는 이야기부터, 친구들과 아이들이라면 한번즘은 해봤을 법한 엄마 몰래 집에서 설탕뽑기까지 한 이야기까지..우리 애들이 집에서 달고나를 만들었을 거라고는 생각을 못했었는데 이실직고를 하더라구요. 국자에 설탕을 녹여서 달고나를 만들었는데 까맣게 타버리더래요. 소다를 넣을 생각은 못하고 그냥 설탕만으로 만드는 줄 알아서... 새까맣게 타버린 국자는 당연히 완전범죄를 위해 쓰레기장까지 친히 가서 버렸다는 후일담까지..
모처럼 아이들과 제 어린 시절 이야기도 하고 제가 몰랐던 아이들의 과거 소행(?)들을 들으며 가족들간의 대화와 소통이 얼마나 소중한 지를 새삼 또 깨닫습니다. 이번 1박2일의 7080 타임머신 놀이는 우리 아이들에게 구박받으면서 봤지만 부모 세대의 추억 한자락을 들려줄 수 있었던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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