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4.09 11:07




드라마를 보면서 작가의 시선이 몇 살의 누구에게 있는지 궁금할 때가 많습니다. 극중 캐릭터의 나이, 상황들과는 멀어보이는 지나치게 극화된 캐릭터들이 드라마에 동화되지 못하게 하기 때문이에요. 캐릭터들의 완성도와 현실성이 부족하다 보니, 과한 설정들만이 눈에 띄어 눈살을 찌푸리게 합니다.
오죽했으면 최고만(신현준)과 김집사(조덕현)가 나오는 장면만을 목빠지게 기다리고 있을 정도입니다. 드라마속 캐릭터들이 워낙 짜증을 유발하는 막장급들이라, 보고 나면 속이 뒤집어져서 이런 인간같지도 않은 사람들을 왜 보고 있나 싶다가도, 신현준과 김집사가 그나마 숨통을 틔워주며 기분을 업시키네요. 이 분들의 감칠맛나는 연기를 보는 것이 이 드라마의 가장 큰 재미가 되고 있으니 말입니다. 징글징글한 가뭄날의 단비처럼, 오랜 장맛비 속의 한줌 햇살처럼, 주인공보다 이 분들을 더 보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김집사와 김선영을 폭풍질투하는 최고만의 모습도 나와 유쾌한 삼각관계를 보이기도 했지요. 김집사가 준 파란 두건을 김선영이 쓰고 있자, 파란색은 식욕을 감퇴시키는 색이라며 화를 내고는 들어와, 몰래 준비해 둔 머리띠를 슬프게 내려다 보는 최고만때문에 뭉클했다가, 웃다가 했네요. 바늘로 찔러도 피 한방울 안나올 것같은 최고만에게 그런 섬세한 순정이 있다는 것이 귀엽더라고요. 머리띠를 바닥에 던져버리고는 젖먹던 힘을 써가며 점프해서 밟는 장면은 그 질투의 강도를 엿보게 했다지요. 다른 캐릭터들 못지않게 안하무인 캐릭터인데도, 최고만 신현준의 연기를 보는 재미가 드라마를 보는 이유 절반은 넘는 것 같습니다. 신현준 너무 재미있어요.

쓰러진 김영주, 딸 닻별이를 통해 엄마 선영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김영주는 이혼소송을 준비하는 박정도에게 닻별이에게만은 상처주지 말라며, 원하는 것을 다 해주겠다고 하지요. 협의이혼을 반대할 의사도 없고, 숙려기간이 끝나면 즉시 구청에 가서 이혼신고하겠다는 각서를 쓰는 도중, 회사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고 나가버린 김영주였죠. 두 사람이 이혼가지고 밀고당기기를 하는 것 정말이지 징글징글하네요. 김영주가 쓰러져 병원에 실려갔으니, 여전히 끝나지 않은 이혼공방을 언제까지 봐야 하는지 싶군요.
오채린의 입을 통해 선영과 영주의 관계를 아는 것이 늦춰지기는 했지만, 닻별이는 엄마랑 행복한 데이트를 즐기지요. 김영주가 김선영을 어떻게 생각해 왔었는지, 닻별이와의 대화를 통해 보여주었지요. 영주는 열살때 엄마를 가지고 싶었다며, "내 친구들한테 우리 엄마다 라고 자랑하고 싶었어. 이쁘지도 똑똑하지도 않지만, 세상에 단 한명밖에 없는 우리 엄마니까"라며, 김선영에 대한 그녀의 속마음을 전합니다.
그런 엄마가 죽어도 자기는 김영주의 언니 김선영이라며, 엄마이기를 포기(거부)하면서, 어린 영주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고, 김영주가 선영을 언니로 강요하는 이유에 대한 설명이 되기도 했지요. 곱단엄마, 대영, 그리고 엄마대신 언니를 택한 김선영이 열 살의 영주에게 준 상처였습니다. 못난 바보라도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엄마를 영주에게서 빼앗아 간 것은 그들이었다고 말이지요.
엄마를 언니로 불러야 했고, 할머니를 엄마로 불러야 했던 영주는 그 때는 몰랐겠지요. 그것이 선영과 영주를 위해서 선택해야 했던 최선이었음을 말이지요. 누구의 자식인지도 모르는 지적장애 미혼모의 딸이라는 손가락질 속에서 자라야 하는 손녀딸, 애딸린 미혼모를 만들고 싶지 않았던 곱단엄마의 모정을 이해하기에 영주는 어렸으니까요. 그저 엄마를 엄마라 부르지 못하게 한 가족들이 죽고 싶을 만큼 싫었던 영주였어요.
그런 영주에게 대영이 모진말로 가슴을 헤집어 놓습니다. "곱단엄마는 요양원에 쳐박아 두고, 니를 낳아준 선영엄마는 서울에 불러다 남의 집 찬모살이시키면서, 니만 잘먹고 잘살면 돼? 니를 낳아준 선영엄마, 니를 키워 준 곱단엄마, 니 뒷바라지 해 준 오래비도 잊느냐"면서 말이지요. 이 말을 닻별이가 듣게 되어 영주가 그리도 막고 싶었던 비밀을 알아버렸지요.
"엄마가 선영이 이모를 엄마가 아니라 언니라고 불렀을때 지금 엄마처럼 마음이 아팠겠지. 이제 나도 엄마 딸 안할거거든. 나도 이제 김영주씨라고 부를테니까, 엄마도 이제 나를 박정도씨 딸 박닻별이라고 불러줄래?", 닻별이가 엄마 영주보다는 이모 선영이 받았을 상처를 먼저 헤아리는 것에 마음이 찡해 오더군요. 엄마도 선영이모처럼 같은 상처를 받아보라며, 자기도 엄마딸 안하겠다는 폭탄선언을 한 닻별이었지요.
닻별이에게 엄마는 자랑하고 싶은 엄마였습니다. 회사에서 기자언니 오빠들이 엄마를 존경하고, 신뢰하는 모습을 본 닻별은 그런 엄마가 자랑스러웠어요. 레스토랑에 가서도 엄마의 잡지를 알아주고, 음식도 서비스로 받고 쿠폰까지 얻었던 닻별, 엄마가 그동안 열심히 일해 만든 잡지는 김영주 편집장이라는 엄마의 얼굴이었어요. 엄마를 이해하고 존경하고 싶었던 닻별은 선영이모가 엄마의 엄마라는 사실을 알고, 엄마에게 확인을 하고 싶었지요. 닻별이가 알고 있는 엄마가, 바보라고 자신의 친엄마를 언니라고 부른 그 김영주가 맞는지 말이지요. 마지막까지 진실을 말해주지 않은 엄마, 엄마는 나쁜 사람이었어요. 어떻게 자기를 낳아준 엄마를 바보라고 언니라고 부르며, 끝까지 엄마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있는지, 어린 닻별의 눈에 엄마 김영주는 잔인한 사람이었어요. 영주가 열살때 "나는 김영주 언니다"라던 김선영이처럼 말이지요.
되물림처럼 반복되는 엄마와 딸의 마음이었습니다. 영주는 쓰러져가면서 그때서야 김선영이 "나는 네 언니다"라고 말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알게 되지요. 지금의 자신처럼 선영도 딸 영주를 위해서 였어요. 너를 낳은 엄마가 이런 사람이다, 이렇게 못난 바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지 않은 마음, 딸아이의 앞날에 해가 될까봐 엄마라고 말하지 못했다는 것을 말이지요.
영주도 그랬어요. 엄마를 언니라 부른 못난 엄마라는 것을 닻별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았어요. 딸 닻별이의 피에 그 잔인한 상처가 흐르고 있다는 것을 알게 하고 싶지 않았어요. 엄마를 언니라고 부른 못난 엄마가 사랑하는 딸 닻별이의 엄마라는 것을 감추고 싶었어요.
아무리 부정을 해도 영주는 선영의 딸이었어요. 자식을 위해 바보같은 거짓말을 할 수 밖에 없었던.... 다른 사람에게는 다 손가락질을 받아도 자식에게만은 치부를 드러내고 싶지않은 것이 세상 모든 엄마들이니까요. 자식을 위해서라면 목숨 그 이상의 것과 바꾼다고 할지라도 말입니다. 

막장캐릭터들의 총집합소, 시청자가 더 숨이 막힐 지경
그런데 드라마를 보면서 왜 이렇게 짜증이 나는지 모르겠습니다. 김영주의 상황을 극단으로만 몰고 가려다 보니, 김영주를 둘러싼 캐릭터들은 하나같이 막장급들 성격이상자들만 나오고 있어서, 보는 이가 다 숨이 막힐 지경입니다.
엄마가 내 나이때 제일 큰 고민이 뭐였는지 알고 싶었다는 닻별, 이 아이의 감성, 정신나이가 몇살인지 그저 놀라울 뿐입니다. 저 역시 딸아이를 키워봤고, 딸아이도 사고가 조숙한 편이었지만, 열살때 자기랑은 너무 다르다고 한마디를 하더군요. 그러면서 생쥐이야기 동화책을 읽어주는 장면에서는 함께 실소를 터뜨렸습니다. "나 열살 때는 해리포터 시리즈를 읽었는데 생쥐동화라니, 유치원생도 아니고 엄마가 그 나이에 동화책 읽어줘서 재워주나?" 이러면서 말이죠. 열살 초등학생을 유치원생으로 만들었다가, 사춘기 소녀로 만들었다가, 철든 애늙은이로 만들었다가 하는데, 아무리 천재소녀라지만 캐릭터의 비약과 축소가 심하군요.

영주가 열살때 시집간 선영을 찾아가 "김선영는 내게 누꼬?"라고 물은 것이나, 이모 선영이 영주를 낳은 엄마라는 사실을 알고 "엄마의 엄마는 누구야. 내눈을 보고 얘기해"라고 말하는 것을 보니, 슬프기 보다는 어린 영주나 닻별이가 너무 조숙해서, 감성적으로 억지스럽게 여겨지더군요. 훗날 영주가 그 혼란스러웠던 감정이 엄마에 대한 그리움이었다는 것으로 정리를 했었더라면 좋았을텐데 싶어서 말이죠. 영주나 닻별이나 열살 때 이미 사춘기 소녀의 감성도 뛰어넘어 어른같은 정신세계를 가진 것은 모전자전인지...
가까이 다가오면 차들이 달리고 있는 도로로 내려가겠다며 엄마를 협박하는 닻별, "엄마의 엄마가 누구야? 서곱단이야. 김선영이야?". "내 엄마는 서곱단이고 김선영이는 내 언니야", 엄마의 거짓말에 엄마 나쁜 사람이라며 차들 사이로 걸어가는 닻별, 열살 아이에게 죽음도 무섭지 않을 정도로 큰 충격이었는지, 닻별이의 예민한 반응도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차도를 걷는 위험한 연출도 보기 거북스럽더군요.

김영주라는 인물을 벼랑 끝으로 내몰기에만 작정하고 캐릭터들을 막장급으로 그려가다 보니, 김영주가 사는 세상이 지옥이 따로없습니다. 열살 천재소녀 박닻별은 무늬만 어린아이이지, 하는 행동과 말은 징그러울 정도로 애늙은이이고, 아무리 천재라지만 열살 아이가 맞나? 싶습니다. 지적장애를 가진 바보라고는 하나, 정상인보다 똑똑한 행동을 하는 김선영은 지적장애를 가졌다는 생각도 들지 않습니다. 오히려 개차반 김대영과 개막장 남편 박정도, 열살 아이보다 덜떨어져 보이는 오채린이 열살짜리 애들같고 지적장애를 가진 바보들 같습니다.
오직 김영주를 괴롭히기 위해 태어난 사람들처럼 몰고 가는 상황이 너무 심하다보니, 드라마를 보면서 뚜껑이 열릴 정도로 화딱지 나고 짜증이 심하게 올라와서, 정신건강에 적신호를 보내고 있네요. 지나치게 김영주(김현주)를 불쌍하게 만들기 위해 모든 캐릭터들을 극화, 내지는 막장화를 시키고 있기에 급급하다 보니, 드라마에 흘러야 할 촉촉한 감성들마저 잡아먹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김영주를 짝사랑해 온 이제하가 마음을 드러내면서, 김영주를 지옥에서 구원해 줄 수 있을 것 같아, 그나마 한줄기 빛을 보는 듯한 느낌입니다. 마음같아서는 김영주와 박정도의 협의이혼이 조속히 처리되고, 김영주에게도 행복이 허락되었으면 좋겠군요.
막장아빠 막장남편, 막장내연녀도 모자라 막장오빠(삼촌) 김대영이라는 캐릭터까지, 정신이상자들같아 부아가 치밀어 죽을 뻔했네요. 거기에 "엄마의 엄마는 누구냐?"고 묻는, 너무 조숙해서 징그럽기 까지 한 딸 닻별이까지, 김영주를 벼랑끝으로 몰고 숨통을 조여오는 인물들, 아무리 드라마지만 심하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마치 막장종결자들의 집합소 드라마를 보고 있는 느낌입니다. 응급처치를 하는 이제하(김정훈)의 눈물이 그나마 긴 여운을 남기며, 이 드라마에 사람같은 캐릭터 하나가 나왔다 싶어서 안도하기는 했지만 말이죠.
"나 너 이대로 못 보내겠다. 네 심장 좀 뛰라고 해볼래? 김영주, 나 너한테 좋아한다 말도 아직 못했어, 이 자식아...그러니까 제발...". 심폐소생술을 하는 중 이제하의 기억속에 주마등처럼 스치는 영주와의 첫만남과 즐거웠던 시간들, 그리고 영주곁에 다른 사람이 있는 것을 보고 돌아서야 했던 제하의 이야기는 짧은 영상이었지만, 제하의 마음을 농축해서 보여준 장면이었습니다. 짜증나는 인간들보다는 제하와 영주의 이야기를 많이 보여주었으면 싶네요. 아무리 김영주라는 인물에게 현실이 거지같다지만, 거지같은 캐릭터들만 보다보니 질려서 말이죠.
드라마를 보면서 저런 캐릭터들 그만 좀 출연했으면 싶은 드라마는 솔직히 처음입니다. 연기잘하는 김태우도, 박철민도, 철딱서니 없는 건방진 오채린도 워낙 저급스러운 캐릭터들이다 보니, 나오는 순간 눈살이 찌푸려지고 꼴도 보기 싫어지니 말입니다. 너무 리얼하게 연기를 잘해서 그런가!!! 그래도 정말 시르다 시르다.

영주의 등골을 빼먹은 이는 대영이 같더구만, 아무리 가족이라지만 적반하장도 유분수더군요. 최고만이 김대영을 보고는 김선영이 피빨아 먹는 인간빨대라고 하던데, 어쩜 그렇게 콕 집어 맞는 말을 하던지, 돗자리 깔아도 되겠더라고요.  
김대영은 박정도 못지않은 비호감캐릭터인데요, 이 분도 저질 막장캐릭터 중의 한 사람으로 패주고 싶더군요. 어린 닻별이를 데리고 소싸움 도박장엘 끌고 가지 않나, 어린아이에게 술을 사오라고 시키지를 않나, 술을 쳐먹고 난동을 부리다가 급기야 영주에게 전화를 걸어 선영이 생모라는 사실을 닻별이가 듣게 했는데, 아무리 못배우고 무식한 오빠라지만 오빠가 아니라, 웬수가 따로 없더군요.
영주가 호적에 동생으로 올랐기 때문에 대학도 못가고, 농고를 졸업하고 흙만 파먹고 살아야 했다는 원망을 했지만, '그래, 네 인생도 영주때문에 심하게 꼬였구나'라고 안타깝기 보다는, '네가 그따위니 그것밖에 안되는 거다'라는 말이 나오게 합니다. 박철민의 연기도 과한 애드립이 많다보니, 캐릭터의 현실성을 떨어지는 역효과도 보이고 있어서 오히려 눈살이 찌푸려지더군요.
박정도가 유학비를 김대영(박철민)이 아닌 김영주에게 돌려줄 거라는 말에 눈이 뒤집힌 대영, 설사 그 돈을 영주가 준다고 해도 이 놈 손에 들어가면 하루만에 깡통되게 생겼더군요. 도박과 놀음에 빠져 앞뒤 분간 못하는 인간을 가족이라고 둔 영주만 불쌍하고 가엾네요. 실제로 이런 사람을 본적이 없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조카의 출생의 비밀을 가지고 협박하는 삼촌이 인간인가 싶어서, 박정도에 이어 막장의 끝을 보는 것같습니다. 
김영주의 힘든 상황을 극대화시키기 위한 캐릭터들이지만, 드라마를 보고 나면 뒷맛이 씁쓸합니다. 내리사랑 바보같은 엄마의 사랑이라는 순애보 가슴저림을 담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덜떨어진 개차반 캐릭터들의 막장짓이 하도 상식이하이다 보니, 개장수 최고만의 말대로 하자들로만 가득찬 드라마가 되고 있습니다. 
영주를 사랑하는 이제하의 눈물, 영주가 사랑하는 딸 닻별이의 눈물은 영주의 심장을 뛰게 할 기적이 되겠지요. 드라마가 예쁜 것만 나오면 물론 심심하겠지만, 짜증유발 캐릭터들의 진상퍼레이드는 없는 화병도 만들게 생겼습니다. 엄마의 사랑을 말하는 드라마에 막장이라는 것을 붙이는 것은 대개가 꺼리게 됩니다. 세상에 어머니의 사랑만큼 고귀하고 헌신적인 것은 없기 때문이겠지요. 그래서 출생의 비밀과 불륜이라는 소재도 바보엄마의 헌신적인 순애보 사랑앞에 명함도 못내밀었는데, 도를 넘는 막장캐릭터들의 진상짓이 정작 화병나게 하는 막장드라마를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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