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4.11 14:16




장근석을 따라다니는 대표적인 수식어가 허세지요. 그런 장근석과 너무나 어울리는 인물이 서준이라는 포토그래퍼입니다. 2012년 서인하의 아들 서준이라는 캐릭터는 허세작렬 장근석의 매력이 거침없이 나오고 있는데, 옷을 입었다는 티가 너무 납니다. 한 마디로 각을 잡는 것이 보인다는 말이에요.
폼생폼사 제 꼴리는 대로 말하고 행동하고, 세상에 무서울 것이 없는 부잣집 반항아라는 옷을 덕지덕지 입은 느낌입니다. 서준이라는 캐릭터는 모든 행동거지와 말이 연기라는 느낌이 드는 인물입니다. 그리고 이게 서준의 캐릭터입니다.
반면 윤아는 이웃집의 발랄하고 착한 여대생처럼 낯설지 않아 친근함으로 다가옵니다. 과하지 않은 분장, 일상복같은 편안한 의상,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는 자연스러운 행동은 과거 윤아의 어색했던 연기와 비교하면 일취월장한 모습입니다. 그리고 이게 정하나입니다. 윤아의 연기를 보면서 깜짝깜짝 놀라게 되네요. 윤아의 자연스러운 연기가 좋더군요.
일거수 일투족을 각잡은 도도함이 생활이 된 서준이, 촌뜨기같지만 '날 것'이라는 느낌의 정하나에게 빠져드는 모습이 2012년 사랑비가 그리고 싶었던 사랑, '순진'이라는 색깔입니다. 서준과 정하나를 각각 한단어로 정리하면 인공미와 자연미라고 할 수 있을 듯합니다. '나 연기하고 있다 vs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고 싶다'를 체험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랄까요. 이게 2012년에 보여줄 장근석과 윤아, 정확히는 서준과 정하나의 사랑이 시작된 시발점이었습니다.
서준이 하나를 보고 반한 감정의 실체는 '순진함'이었어요. 70년대는 청순가련한 윤희라는 캐릭터와 진지한 미대생 서인하를 통해 순수에 대한 향수를 사랑의 색깔로 그렸다면, 2012년은 순진 발랄한 정하나와 까칠한 나쁜남자 서준이라는 극과 극의 코드를 취했습니다. 왜 하나를 순진한 여대생으로 요즘의 여자들과는 다른 코드로 사랑을 풀어가려고 했을까? 작가의 생각이 궁금해지더군요. 
인스턴트 사랑이 난무하는 요즘, 많은 여자들이 여우같은 여자, 내숭과 허영으로 치장한 여우같은 여자와 구별되는 것이 순진함이 아닐까 싶어요. 포토그래퍼 서준이 담아왔던 모델들이 그런 유형을 의미하지요. 화장을 지우면 알아보기 힘들 정도인 여자들과 핑크조끼 하나 버렸다고 화를 내는 정하나는 그런 의미에서 대조적이었지요. 70년대나 2012년이나 3초의 사랑을 관통하는 코드는 사랑의 때묻지 않은 순수함, 순진무구함입니다. 시대와 세대는 달라도 사랑이라는 본질은 같은 색이듯이 말이죠.
장근석에게서 보여지는 과한 힘의 정체는 내숭여자들을 대하는 처세술이었어요. 그의 렌즈에 들어온 사람들은 하나같이 화려하게 꾸민 가짜 얼굴들이었죠. 진짜가 아닌 가짜들만 만나왔던 서준이었기에, 서준 역시 가짜였던 것이죠. 그가 셔터를 누르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말이지요. 그런 그가 정하나 앞에서는 무방비로 무너집니다. 인공은 자연의 매력을 결코 이길 수가 없거든요. 탁함이 순수를 이기지 못하듯이 말이죠.
서준은 사람냄새가 나지 않는 똘끼충만 자뻑남 캐릭터지요. 부유한 환경, 실력있는 포토그래퍼, 그의 주위에는 화려한 모델들이 줄을 서있었죠. 작업멘트 하나에 옷을 벗겠다고 달려드는 가벼운 여자들도 많았고요.
그런데 처음으로 멍청하리 만큼 사람을 잘 믿는 순진한 하나를 보게 되었지요. 그의 카메라에 담았던 모델들과는 다른 사람이었습니다. 끔찍하리 만큼 둔한 점퍼를 입고도 햇살보다 눈부신 미소를 짓는 여자... 2012년의 사랑은 정하나의 순진으로 색깔이 바뀌었죠. 
아버지와 똑같이 3초만에 두근거림을 경험한 서준, 그러나 그 지속성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다시 만날 수 없을 거라는 현실의 벽이 컸을테니까요. 인하와 윤희는 같은 캠퍼스, 서울이라는 공통분모가 있었기에 그 설레임을 오래 지속해도, 설사 짝사랑으로 남겨진다 해도 설레임이 지속될 이유들이 더 많았지요. 광고촬영이 끝나면 서울로 돌아가야 하는 한시적인 서준에 비하면 말이지요.
물론 대학을 졸업하고 서울로 갈 것이라는 정하나의 말이 있었기는 했지만, 그놈의 자존심과 허세가 정하나를 더 알게 하는 것을 방해하고 말았습니다. 이는 70년대 인하와는 다른 모습이었지요. 인하는 김윤희를 처음 본 순간, 그녀의 일기장을 주워 읽으면서 그녀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어했는데 말이죠.
서준이 살아 온 삶의 방식때문이었을 겁니다. 서로 사랑하지 않는 어머니와 아버지를 보면서 사랑을 불신하고, 사람을 불신하며 제 멋대로 살아온 습성이라는 방식말이지요. 그것이 시크함이었든, 도도함이었든, 포토그래퍼라는 예술가의 자존심이었든, "감히 나 서준을" 폼생폼사 자존심이 되었든...

온천에서 돌아와 세탁소에서 하나의 옷이 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서준은 초조함을 감추지 못합니다. 하나와 함께 호텔방에 있어야 하는 어색함때문만은 아니었어요. 시간.... 하나와 헤어질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굳이 데려다 주겠다고 따라나와서는, 밥이나 먹자고 하나를 끌고 카레를 먹으러 가서도 서준은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합니다. ?(이름이 뭐냐?)", "알아서 뭐하게요. 어차피 다시 볼 사람들도 아닌데"... 끄응! 자존심 구겨지는 서준도 퉁명스럽게 맞받아쳐 버리지요. !"나도 바라는 바거든 룰룰루", 리필을 원하면 말하라는 단어를 하나 이름처럼 비꼬면서 말이지요. 알 수없는 미련이 남지만, 시간차를 두고 돌아보는 서준과 하나였지요.
폼나는 가죽코트를 벗고 끔찍하다 욕을 했던 두툼한 잠바를 사입는 서준, 하나의 조끼를 매장 직원에게 버리라고 했으면서도 자기도 알지 못하는 행동을 하지요. 볼일 없을 거라며 하나의 옷은 버리라고 했으면서도, 하나에게 줄 옷을 사고 있었던 게지요. 하나를 또 만나고 싶다는 마음이었죠. 다시는 볼 일이 없을 거라는 현실적인 판단과 다시 보고 싶다는 감정을 동시에 하고 느끼고 행동했던 것이지요.
조끼를 버리려 했던 것을 하나가 알게 되어 좋지 않은 감정만이 추가된 두 사람이었지요. "그쪽에게는 이 까짓 것인지 모르지만, 나한테는 몇 개 안되는 소중한 옷이에요. 다신 당신같은 재수없는 사람 만나는 일 없었으면 좋겠어요". 
휴대폰 수리점에서 하나의 숙소를 귀를 쫑긋하고 듣던 서준은 하나에게 사과를 하기 위해 결국 하나가 묶고 있는 팬션으로 갔지만, 혼란스러운 마음만 들키고 말았지요. "난 미안하다는 얘기 절대로 안하거든", 미안하다는 말대신에 하나에게 주려고 산 옷을 주는 서준, 고운 말로 건네주면 병이라도 나는지 까칠하기 그지없습니다. "니 옷 봐줄 수가 없어서 하나 샀다"고 말이지요. 안입겠다고 돌아서는 하나를 향해 서준은 혼란스러운 마음을 전합니다.
"널 뭘로 했으면 좋겠냐? 친구하자니 수준이 안맞아 이야기가 안통할 것같고, 그냥 놀자니 따분하고, 데리고 다니자니 어디 내보일 수도 없고... 대체 널 뭘로 했으면 좋겠냐?". 까칠한 독설에는 하나에게 향한 관심이 들어있었지요. 하나가 직설적으로 물어보지요. "혹시 나 좋아한다는 거예요?", 당황하는 서준은 말까지 버벅대고 걸려온 전화한통이 당혹해 하는 서준을 구해주지요. 광고촬영에 문제가 생겼다는 오승윤의 전화를 받고는 쇼핑백을 던지고는 금방 다녀오겠다고, 밑도 끝도 없이 기다리라고 가버리는 서준입니다.
촬영문제를 해결하고 하나의 숙소로 온 서준, 눈치없이 오승윤이 하나의 옷에서 나왔다는 반지를 돌려주겠다고 따라붙으려고 하지요. 진심어린 충고와 함께 말이죠. "혹시 실장님 작업중이에요? 그 아가씨 순진해 보이던데, 노는 거라면 그만 두세요". 노는 것 아니라는 말에 진심이냐고 묻는 오승윤, 그놈의 허세와 자존심이 또 튀어나와 버립니다. "진심은 무슨 그런 촌뜨기랑... 지금까지 내가 만나왔던 여자들이랑 삐쩍마른 장작개비랑 비교가 되냐? 그냥 잠깐 노는 거지 뭐, 순진해서 쉽잖아. 시키면 시킨대로 다하고, 사람말 다 듣고 착각이나 하고, 농담으로 한 말에 혼자 진짜로 심각해져 가지고, 눈치는 또 얼마나 없는지...".
그런데 어떡하나요? 이 말을 하나가 다 듣고 말았으니 말이죠. "눈치없어서 미안해요. 내가 쉬운 지는 몰라도 노는 건 못해요. 내가 촌스럽고 순진하거든요. 기다리라고 해서 사과라도 할 줄 알았어요. 그래서 잠도 안자고 기다리고 있었던 건데... 착각한 김에 한 마디만 더할게요. 3초면 사람 꼬실 수 있다고 했죠? 아마 난 영원히 못 꼬실 거에요. 왜냐면 난 앞으로 당신 1초도 안볼 거니까".
하나를 뒤따라 들어갔지만, 하나와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는 태성을 보고는 돌아서야 했던 서준입니다. 그렇게 서준의 3초는 끝나고 말았습니다. 미안함만을 남긴 채, 미안하다는 말도 전하지 못한 채, 다이아몬드 스노우 그 아름다운 사랑의 전설만을 간직하게 한 채 말이지요. 
서울로 돌아온 지 3개월, 서준의 다이아몬드 스노우 광고는 대박을 쳤고, 서준은 잠깐씩 일본에서 만난 룰룰루 하나를 떠올려 봅니다. 가슴 한쪽이 찜찜하고 아릿해져 오는 것을 느끼지만, 이내 오래동안 서준과 함께 한 외로움이라고 생각하고 맙니다. 그 두근거림도 시차처럼 일시적인 증상이었다고 말이지요.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사람이기에...

한편 하나도 졸업을 하고 서울로 왔지요. 대학원에 진학해서 방을 구하러 다니던 중 팜플렛에 자기 얼굴을 보고 분노해서 서준을 찾아갔는데요, 사실은 서준의 조수 오승윤이 만든 것같기는 했지만, 어쨌든 팜플렛이 인연이 되어 서준과 재회하게 되지요. 서준을 죽일 기세로 찾아간 하나때문에 여러가지 일들이 벌어졌지요. 김시후(이선호)의 재등장으로 70년대보다는 더 복잡해 진 4각관계를 예측할 수 있었지요.
카페인줄 모르고 서준을 불렀다가 망신을 당하고, 카페 종업원의 친절한(?) 부연설명으로 서준이 어떤 인물이라는 것도 알게 된 하나였지요. 조수 오승윤의 밀대로 음지에서 욕많이 먹고 있나 봅니다. 서준이 싸가지가 좀 과하다 싶게 없기는 해요. 그죠ㅎ. 지하에 세든 주제에 간판은 건물이 통째로 서준 스튜디오인줄 알겠더군요. 카페 종업원도 은근히 웃기는 분이더라고요. 자기도 모르게 사진을 함부로 썼다는 말에 "고소하실래요?"라며 서준에 대한 적개심(?)을 부추기는 모습에 빵터졌다지요.
서준을 기다리다 이곳저곳을 둘러보던 하나, 창고처럼 너저분한 방문을 열고 들어갔다가, 그곳에서 자고 있던 선호때문에 작은 소란이 일어나지요. 비명소리를 따라 문을 연 서준은 보고도 믿기지 않은 하나를 보고 놀랍니다. 거짓말처럼 그녀가 눈 앞에 나타났습니다.
처음으로 가슴을 두근거리게 했던 여자, 다이아몬드 스노우 그녀입니다. 가슴이 뛰기 시작합니다. 이 울렁거림의 정체가 무엇인지, 이제는 그녀와 시작해 보고 싶은 서준입니다. 세상에 사랑이 있는지, 아니 이 두근거림이 사랑이라는 것인지 알고 싶은 서준입니다. 
70년대 서인하와 김윤희를 보면서는 아련하게 남아있는 옛사랑을 추억해 봤다면, 2012년 서준과 하나를 보면서는 나도 저런 예쁜 사랑을 하고 싶다는 충동이 이네요. 20대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도 솟구치고 말이지요. 까칠한 허세남 서준이 촌뜨기 순진한 정하나를 만나, 사랑 그 순수의 빛깔에 당혹해 하고, 가식과 허세의 옷을 벗고 하나의 순진발랄함에 빠져드는 모습이 참 예뻐서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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