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4/15 10:33




넝쿨째 굴러온 당신을 보다보면, 남의 집 일 같지가 않아 부글부글 끓기도 하고 속이 후련해 지기도 합니다. 여성시청자는 드라마를 보면서 며느리 차윤희가 되기도 했다가, 시어머니 엄청애가 되기도 하면서 동병상련의 입장을 경험하지요. 악의성은 없지만 상대방의 생각이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과한 친절(?)과 거리감은 일순간 나쁜 며느리가 되기도, 막무가내 시어머니가 되기도 합니다.
넝쿨째 굴러온 당신은 어느 집에나 있을 수 있는 고부간 혹은, 올캐와 시누이의 갈등을 현실적으로 묘사해 드라마가 아니라 실제같아서, 괜스레 가슴이 덜컹할 때가 많아요. 저도 그런 며느리이기도 하고, 또 그런 시어미니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서 말이지요.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더니, 윤희(김남주)에게 말숙(오연서)가 딱 그렇더군요. 팔짱끼고 눈 치켜뜨면서 새언니에게 바락바락 대들고 훈계질을 하는 것을 보고, 어찌나 얄밉던지 한 대 쥐어박아 주고 싶더라니까요. 오연서가 드라마 동이에서 인원왕후 역을 했을 때는 연기가 좋다는 생각을 못했는데, 현대극에서 얄미운 시누이면서 어장관리 내숭 된장녀역을 잘 소화하더군요.
테리강일 때는 넝쿨째 굴러온 복덩어리더니 방귀남이라는 이름을 찾고는 차윤희에게 시댁은 넝쿨째 굴러온 스트레스가 되고 있지요. 그나마 방귀남(유준상)이 한국문화를 잘 모르는 합리적(?)인 사고방식의 소유자라 윤희에게는 천만다행일 듯합니다.
귀남이가 물김치를 잘먹더라며 물김치 가져다 놓겠다고 현관 비밀번호를 알려달라는 시어머니 엄청애때문에 당혹스러운 차윤희였지요. 사생활이 침해되는 것은 싫다고 난색을 표하는 차윤희에게 섭섭한 엄청애입니다. 두 사람의 입장이 다 이해는 가지만, 이 부분에서는 차윤희 편을 들고 싶네요. 물론 엄청애가 경우가 아주 없는 시어머니도 아니고, 30년만에 만난 아들이다 보니 귀남이에게 그동안 못해준 것들을 하나라도 더 해주고 싶어하는 마음을 모르지는 않아요. 비밀번호를 안다고 시도때도 없이 아들집에 드나들 것도 아니라는 것도 알고요. 
그러나 시어머니 엄청애가 착각하고 있는 것은 202호가 아들 방귀남의 집만은 아니라는 것이에요. 차윤희의 집이기도 하지요. 며느리 입장에서는 시어머니가 불쑥 집에 들이닥치는 것을 좋아할 리가 없죠. 집안이 어지럽혀졌거나 설거지를 안해서 지저분한 모습을 보이고 싶은 것과는 별개로, 누군가가 내 집을 들여다 본다는 것이 좋지는 않지요. 

엄청애는 엄청애대로 사정이 있기는 했죠. 밤늦게 들어오는 며느리에게 집에 들렀다가 가라고 하기가 미안해서 일거리를 줄여주고 싶었는데, 호의를 거절당한 것같아 서운했던 것이고요. 다음날 전해줘도 될 일이고, 다음날 아침 물김치를 먹지 않아도 큰일나는 것도 아니지만, 아들이 좋아하는 것을 한끼라도 더 먹이고 싶었던 엄청애는 윤희의 퇴근시간을 재차 문자로 확인하니, 윤희는 마음이 급합니다. 다음날 줘도 된다는데 안자고 기다리겠다고 부득불 고집인 엄청애, 시어머니의 과잉친절도 심하면 고집스런 모습으로 비춰질 수도 있을 것같더군요. 며느리가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아들이 좋아하는 물김치때문이었으니 썩 달갑지도 않을 듯 싶더라고요.
결국 그놈의 물김치때문에 사단이 나고 말았지요. 김치통 비워달라며, 귀남이 들어오는 것 보겠다고 집에 들어가 기다리겠다는 엄청애의 막무가내 고집은 일방적이었지요. 후다닥 집을 치운다고 치웠는데 김치통을 비우고 있는 사이 엄청애가 바닥에 떨어져 있는 로션병을 밟고 넘어지는 바람에 시댁 식구들이 총출동한 소동을 겪게 되지요.
허리를 다친 엄청애를 응급처치한 방귀남, 다친 상태로 하루를 자는 것이 좋다고 해서 세사람이 거실에서 함께 자게 되지요. 팔베개를 해주는 아들을 보고 피 안통하겠다고 한마디를 하는 시어머니, 가시방석이 따로없는 차윤희였지요. 방귀남의 눈치없는(?) 한 마디에 빵터졌네요. "괜찮아, 자긴 머리가 가벼워서 피 잘통해", 못마땅하지만 엄청애도 더 이상 아무 말을 못하더군요. 
허리를 다친 엄청애, 엎친데 겹친격으로 이틀 뒤가 제사랍니다. 꼼짝없이 누워 안정을 취해야 하는 엄청애때문에 자연히 제사준비는 딸득과 두 작은어머니의 몫이 되었는데요, 일 나간 차윤희를 못잡아 먹어서 안달들인 시댁여자들때문에 같은 여자지만 울화통이 치밀어 오르더군요. 특히 말많은 방말숙과 어른스럽지 못한 두 작은 어머니는 참 답이 없더랍니다. 시장볼 시간이 없는 차윤희가 대신 제사비용을 지불하겠다고 카드를 내밀었는데, 자기집 생필품을 사재기하더군요. 윤희가 똑부러지게 나중에 영수증 대조해서 토해내라고 해버렸으면 좋겠더라고요. 칫솔에 샴푸, 라면까지 도둑심보가 따로 없더랍니다. 아무리 모자라보이는 작은 어머니지만, 그래도 그건 경우가 아니지 싶어서 말이죠.
시댁식구들에 대한 묘사가 살짝 오버스럽기는 하지만, 말숙이 경우는 정말 싸갈통머리 없는 시누이라 시청자도 보면서 뭐 저런 애가 다 있나 싶더랍니다. 말숙이가 빠져있는 차세광이 윤희의 동생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 어떻게 나올지 매우 궁금해지는 관계랍니다. 겹사돈이 나올 지는 모르겠지만, 윤희의 친정집도 만만치 않은 골칫덩어리들만 있는 집이라서 말숙이 견딜 수 있을 지 모르겠군요. 선생 큰며느리와 제아들만 오냐오냐 하는 한만희가 만만치 않게 시집살이를 시킬 듯한데 말이죠.
말숙이 시누이가 무슨 벼슬이라도 된 양 윤희에게 유세떠는 모습이 가관이 아니었지요. 로션병을 밟고 넘어진 것을 시어머니가 미워서 그랬는지 알게 뭐냐고 앞으로 주의하라고 훈계하는 것도 모자라, 비밀번호를 가르쳐 주지 않은 것도 트집을 잡지요. 역지사지 입장바꿔놓고 생각해도 윤희의 입장을 옹호해줄 법도 하건만, 무조건 자기네 입장에서 생각하는 말숙입니다. 거기에 가정교육을 어떻게 받았느냐고, 제 얼굴에 침뱉는 막말까지 하는 말숙이었죠. 나 가정교육 못받았다고 오히려 부모 망신을 시키는 말숙이 같더군요.
시어머니가 허리를 다친 것이 죄송했던 윤희, 다 참고 넘어가려고 했는데 가정교육 운운하는 싸갈통머리 없는 말숙이를 그냥 보내지 않았지요. "그런 아가씨는 가정교육을 어떻게 배웠어요?", "한 살이라도 나보다 나이 많은 어른 말에는 무조건 토달지 말고 따르라고 배웠어요". 윤희의 이어진 말에 어찌나 속이 후련하던지 박장대소로 공감해줬답니다. "열두살 많은 새언니가 말할테니 잘들어요. 들어가서 안녕히 주무세요".
제삿날에 늦은 차윤희를 집앞에서 기다리고는 얄미운 말만 골라하다가 윤희에게 코를 잡히기도 했는데요, 설마 시누이 코를 쥐었을까 싶어서 윤희의 상상같아 보이기는 했지만, 짝퉁가방때문에 모욕당하고 온 차윤희가 말숙이를 어떻게 야코를 죽였을지도 궁금하네요. 기본이 안돼있다고 윤희를 꼭지가 돌게 만들던데, 말숙이 캐릭터 요즘 비호감 급부상중입니다. 물론 캐릭터 상으로 말이죠. 이런 시누이들 실제로도 있을 듯해요. 말숙이와 비슷한 점이 있는지 반성해야 할 듯...
제삿날과 결혼기념일이 겹친 것을 알게 된 윤희, 결코 고운 소리가 나올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방귀남이 결혼기념일을 언급하는 것을 막았는데, 극중 차윤희라는 인물은 뺀질거리는 모습도 있고, 잔머리를 굴리는 모습과 가식적인 모습도 있지만,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입니다. 내숭을 떨기보다는 조심스럽게 라도 의사를 분명히 하려는 모습이 개인적으로 솔직해서 좋더군요. 앞으로 결혼기념일이 제사와 겹칠 것이라고 걱정을 하던데 아마 그럴 일을 별로 없을 듯하니 걱정말아요, 윤희씨. 제사는 음력으로 치니까 겹치는 일이 거의 없을 겁니다^^
미국행을 취소하고 다시 업무에 복귀하는 차윤희, 사고쳤던(?) 것들을 수습하고 다니느라 간도 쓸개도 빼고 비위를 맞추느라 두드러기가 일 정도입니다. 배우 유림이 차윤희가 든 한정판 명품백을 보고 하루만 빌려달라고 해도 OK한 차윤희였지요. 그런데 가방때문에 난리가 나버렸네요. 유림이 든 백이 짝퉁이었다고 네티즌 수사대에 걸려 망신살이 뻗쳤다고 핏대를 세운 것이지요. 진품임을 증명해 보이겠다고 큰소리 뻥뻥 쳤는데, 가짜 짝퉁임이 밝혀졌지요. 페인트가 묻었던 진품백을 카피한 짝퉁을 사다준 말숙이때문에 말이죠. 고개 숙여 사과하고 꼴이 말이 아닌 차윤희, 정말 스트레스 돋는 하루였습니다. 
윤희가 그런 수모를 겪고 있는 동안 집에서는 귀남이의 돌발행동때문에 눈이 휘둥그레진 사건이 발생하지요. 따지고 보면 사건이랄수도 없는데, 편견과 관습이 낳은 사건이었지요. 제삿날인데도 늦는 윤희 뒷담화에 바쁜 시댁식구들, 급기야 미국행을 취소한 윤희에게 감정이 많은 작은 어머니 나영희가 할머니에게 윤희 흉을 보지요. 집안 가장 큰 어른에게 따끔하게 혼을 내라고 말이죠. 퇴근한 귀남을 붙들고 할머니가 구구절절 할아버지의 마지막 유언이 귀남이를 꼭 찾으라는 것이었다며, 그렇게 귀남이를 아끼고 사랑했던 할아버지의 제사를 소홀히 해서 되겠느냐고, 귀가가 늦은 손주며느리 차윤희를 책망했지요.
그런데 동문서답하는 방귀남때문에 자지러지게 웃었네요. "오늘이 결혼기념일과 겹쳐서 저희에게는 특별한 날이라 안좋은 마음도 있었는데, 할머니 말씀을 듣고 보니 그렇게 생각하면 안될 것같아요. 하겠습니다. 가서 음식준비하겠습니다". 귀한 손주새끼가 음식을 준비하겠다니 할머니 기겁하지요. "네 처가 해야지", 한국에서 자랐다면 할머니의 말이 어떤 의미였는지 당연히 눈치챘을텐데, 귀남의 생뚱스러운 대답에 여자들이라면 후련한 쾌감같은 것도 느꼈을 듯 합니다. "제 와이프는 할아버지 얼굴도 모르는데요, 할아버지 손주인 제가 하는 게 맞아요".
전 부치는 귀남이를 보고 할말을 잃은 시월드 여자들이었죠. 귀한 내새끼가 전을 부친다고 말리라는 할머니, 틀린 말은 아니지만 며느리도 남의 집 귀한 자식인데, 시댁에서는 왜 일꾼을 취급하는지 시원하면서도 씁쓸한 장면이었답니다. 아마 대부분의 여성분들이라면 이해가 될 듯해요. 방귀남같은 남편 가지고 싶다는 생각도 했을 듯하고요.
그런데 드라마를 보다 보니 시월드와의 문제 해결에 의외의 인물에 큰 답이 있더군요. 방귀남을 보니 어쩌면 해답은 아들가진 엄마들이 쥐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남편은 방귀남같은 자상하고 시댁과의 관계에서도 명확하기를 바라면서, 아들을 대할 때는 이기적인 마음으로 바라보는 것이 어머니입니다. 내자식이 힘든 것은 무조건 싫은 것이 부모지요. 특히 무조건 내 아들 내 딸 편이 심한 것이 어머니고요.
요즘은 많은 젊은 부부들이 맞벌이를 하고 있는데, 가사와 양육을 분담하는 추세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여자들의 잔손이 더 많이 가는 것이 가사일 일겁니다. 명절이나 집안 대소사에도 여자들 손이 소소하게 더 많이 필요하고요. 남자들이 부엌에서 일하는 것을 흉잡는 것은 남자들이 아니라 여자들이 만들어왔던 것은 아닌가 싶어요. 특히 엄마들이 아들을 그렇게 키워왔죠. 드라마를 보면서 처음에는 내 남편도 방귀남같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선후가 바뀌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방귀남 같은 남편을 가지고 싶다가 아니라, 아들을 방귀남 같이 키우는 것이 먼저이지 싶어요. 그렇지 않나요?;;
이 드라마는 참으로 유쾌하고 정직합니다. 일부 캐릭터는 오버도 있고 희화시키기도 했지만, 둘째며느리 장양실(나영희)을 제외하고는 가족 중에 한 두 사람을 있을 법한 캐릭터라, 드라마라기 보다는 우리 집 일이나 옆집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입니다. 지지고 싸우고 볶는 과정이 서로를 밀어내기 위함이 아니라, 알고 이해하게 되는 과정이라는 것이라고 접고 들어가기 때문일 겁니다. 그래서인지 갈등을 겪는 에피소드들을 봐도 스트레스가 남지 않아 좋습니다. 차윤희는 갈수록 스트레스가 쌓여가고 있는데, 미안하게도 시청자는 차윤희를 보면서 대리만족 같은 것을 느끼게 되네요. 특히 얄미운 시누이 말숙에게 시원하게 한 방 먹여서 이번회 아주 통쾌하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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