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5.02 09:17




싸인의 장민석 변호사, 구미호 여우 누이뎐의 민영익, 얼마전 종영한 샐러리맨 초한지의 최항량 등등 인상깊은 연기를 남긴 배우 장현성이 승승장구를 찾았는데요, 대학동기이자 절친인 장항준 감독이 몰래 온 손님으로 나와, 스튜디오를 초토화시키고 갔습니다. 방송을 보면서 장항준 감독의 거침없는 독설과 짓궂은 입담에도 미소를 짓는 장현성을 보니, 실제로도 드라마에서 보여지는 준수한 이미지의 점잖고 진중한 사람이라는 것이 느껴지더군요. 무명과 가난한 시절을 함께 보내 온 동지같은 두 사람의 모습이 보기 좋더군요.
얼굴은 기억하는데 이름이 기억 안나는 배우라며, 대학로 간판배우, 저예산 설경구 장현성이라고 본인소개를 했지요. 장현성은 양택조의 사위이기도 한데, 부모님 전상서에서 사려깊고 말 수 적은 큰아들로 나왔을 때도, 이 배우 느낌좋다는 생각은 했었는데, 이름을 기억하지는 못했어요. 어디선가 본듯한 배우, 한석규, 김상중, 이성재의 분위기가 믹스된 듯한 장현성은 굵직한 주연배우로서 이름을 날리지는 않았지만 꽤 많은 작품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였던 배우입니다. 하얀거탑, 한성별곡, 뉴하트, 제중원 등등 기억남는 드라마들이 많네요.
극단 학전의 연극배우 츨신, 기본기를 튼튼하게 다진 덕에 장현성은 어떤 배역을 맡아도 캐릭터를 무게감있게 살리는 탁월한 능력이 있는 배우지요. 따뜻한 의사에서 뒷통수를 치는 반전의 배신자까지 그는 깊이와 의중을 쉽게 짐작하지 못하게 하는 눈매를 가진 배우입니다. 선량한 눈빛이 각도를 한 번 틀기만 해도 음모와 야망, 배신과 복수로 꿈틀거리는 눈매로 바뀌는 배우지요. 조연이나 단역이라 할지라도 그는 존재감을 살리는 배우입니다.
시위현장에서 서로를 보고 급속도로 가까워진 인연으로 20년지기로 지내 온 장항준 감독의 럭비공같은 발언은 지나칠 정도로 솔직해서 자칫 무안하지 않을까 싶었는데도, 워낙 장항준 감독이 유머와 위트감각이 센 분이라, 분위기를 업시키는데 일조를 했지요.
처음 몰래온 손님 우정출연 제의를 받고 흔쾌히 수락을 했으면서도, (장현성이) 나올 급이 안될텐데, 승승장구 망했다, 시청률은 포기해라며 독설을 서슴지 않았고, 장현성은 연기는 정말 잘하는데 출연료를 많이 주기니 아까운 배우라는 폭탄을 투하하기도 했지요. 대중적인 인지도나 티켓파워가 약하기 때문이라는 설명과 함께 말이죠. 몸값이 오르면 당장은 좋은데, 배우에게 주춤하는 시기가 오면 몸값이 발목을 잡아 오히려 캐스팅에서 누락되기 쉽다며, 한마디로 가늘고 길게 가자는 부연설명을 하기도 했지요.
장항준 감독의 거침없는 폭로는 장현성의 와이프에 대한 일화였지요. 아파트를 지키는 정의의 아줌마(사도)로 칭하며, 쓰레기 분리수거부터 제대로 안되어 있는 것을 못본다는 성격이라네요. 특히 아파트 복도에서 담배를 피우는 아저씨를 잡으러 달려나갔다는 말에 녹화장이 초토화되기도 했습니다. 깨알언급이기는 했지만, 장현성이 욕 꽤나 얻어들었던 아내의 자격을 집에서는 시청을 할 수가 없었다는 말도 잠깐 언급을 했지요. 출연과는 별개로 장현성 집 TV채널이 4개밖에 안된다는 말이 예사로 들리지 않더군요ㅎ.
그가 맡은 배역들이 변호사, 의사, 형사 등등 '사'자 붙은 전문엘리트 역할이다 보니 엘리트 전문배우라는 닉네임이 어색하지 않습니다. 천일의 약속에서도 의사로 출연했었죠. 캐스팅 이유가 평범한 외모와 부담없는 개런티(?)때문일 거라는 말로 좌중을 웃긴 장현성은 이미지와는 다르게 가히 평탄한 삶을 살아온 것만은 아니더군요. 아버지의 사업실패로 16억이라는 빚더미에 앉게 된 장현성, 부모님과 가족은 야반도주를 해야 했고, 사업실패로 인한 충격을 극복하지 못한 그의 아버지는 약물중독으로 고생하다 세상을 떴다고 합니다.
집이 망해 극단 동료가 준 분유로 끼니를 때우기도 했고, 극단연습실에서 더부살이를 했다는 장현성, 오갈 곳이 없어 가져가기 힘들었던 LP판과 화분을 윤도현과 설경구에게 각각 주면서, 서로가 주고 받았던 짠함은 어떤 느낌이었을지 충분히 알겠더군요. 
권위적이고 완벽주의 성격이었던 장현성의 아버지는 사업실패로 현실을 잊고 싶어 수면제를 복용하기 시작했고, 약에 대한 의존증은 심해지고 결국 약물중독까지 이르게 되었다고 하지요. 영등포에 있는 약물중독 치료모임에 아버지를 모시고 다니기도 했지만, 3~4년에 걸친 약물중독 후유증으로 뇌신경 손상으로 치매가 왔고, 식물인간처럼 병원에 누워 말년을 보내셨다고 하더군요. 
사업이 실패하자 아무도 아버지를 찾아보는 사람은 없었고, 친구도 과거 일을 했던 동료도 아무도 남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홀로 세상에 버려진 듯한 아버지를 보았다는 장현성, 그가 아버지에게서 본 것은 지독한 쓸쓸함, 외로움이었어요. 침대에 누워 어린 시절 친구들의 이름을 부르더라며, 장현성이 목이 매여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하더군요. 아버지는 어린 시절 친구들과 수영하고, 산에서 들에서 놀던 기억 속에서 살고 있었던 게지요. 그런 아버지를 위해 친구분들을 찾아보려 했지만, 찾기 힘들어 장현성은 자기 친구들에게 도움을 청했다고 하지요. 아버지 친구가 되어 대신 와 준 장현성의 친구들, 아들의 친구들을 자신의 친구로 부르며 천사의 표정으로 웃더라는 말에 함께 울컥해졌습니다.
약물중독의 후유증과 치매로 홀로 병상에서 앙상하게 말라가던 아버지를 위한 아들 장현성의 아버지를 위한 마지막 선물이 잔잔한 감동을 주더군요. 친구가 있어 좋았던 시간, 세상 걱정없었던 친구들은 지금은 고인이 되었지만 장현성의 아버지가 가장 걱정없이 행복했던 시간이었었나 봅니다. 친구들인 줄 알고 천사같은 미소를 짓는 아버지의 표정을 보고서 그때서야 아버지의 외로움을 알았다고, 끝내 눈물을 보이고 만 장현성과 함께 눈물을 쏟아내고 말았습니다. 아버지에게 무엇보다 좋은 선물이 되었을 듯합니다.
아버지때문에 힘든 시기를 보냈음에도, 아버지에 대한 원망이 있었을 법도 하건만, 장현성이 겪었던 고충을 남일처럼 격한 감정의 동요도 없이 이야기하는 것을 보니, 그를 송선미와 장항준 감독이 왜 나무에 비유하고, 그늘에 비유하는지를 알겠더군요. 아버지의 외로움과 고통을 먼저 이해하려고 하는 장현성은 고요한 물과 같은 사람이더군요.  배우 장현성, 자연인 장현성으로 열심히 살아가자고 스스로에게 다짐하는 장현성, 자연인이라는 말에서 그가 지향하는 가치관이나 인생관 등을 엿볼 수도 있었습니다.
장현성에 대한 평은 잠재력이 큰 배우라는 말을 많이 합니다. 그 잠재력을 순간에 폭발시키는 배우도 있지만, 가랑비에 옷젖듯 천천히 보여주는 배우도 있지요. 장현성은 후자쪽인 듯합니다. 그럼에도 굵직하고 강한 아우라를 보여주는 배우입니다. 때문에 아주 짧은 분량에 출연해도 그 인물에 대한 궁금중이나 의문을 갖게 합니다. 그만큼 존재감을 살리는 능력이 탁월하지요. 그 저력은 쉼없이 다져오고 있는 연기내공때문일 겁니다. 연기파 배우보다는 그냥 배우라는 말을 듣고 싶다는 장현성, 지금까지 묵묵히 자신의 자리에서 빛나왔듯이, 순간 반짝였다 소멸되는 별이 아니라, 오래도록 머무는 별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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