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5.07 10:30




결혼한 지 20년이 훨씬 넘었지만, 시어머니가 지금까지 한 번도 하시지 않은 일이 있습니다. 저희 시어머니는 지금까지 아들집에 오셔서 단 한 번도 아들 내외의 방에서 주무신 일이 없습니다. 결혼하고 처음으로 저희집에서 주무셔야 했던 날, 당연히 안방에서 어른들이 주무셔야 한다는 생각에 침실을 내어 드렸는데, 잘 데가 없어서 며느리침대에서 자겠냐며, 한사코 작은 방에서 주무시더군요. 지금까지도 시어머니는 저희 부부침대에 걸터앉아 보신 일조차도 없습니다. 
집에서 쫓겨난 방말숙이 오빠 내외가 쓰는 방에 들어가서 화장품을 덕지덕지 바르고 옷장을 열어보는 등, 도가 지나친 행동을 하는 것을 보니, 새삼 시어머니가 너무나 중요한 예를 지키신 거구나 뒤늦게 깨달았네요. 윤희네 침대 위에서 과자를 먹고 밥타령을 하는 방말숙, 미운 짓은 골라가며 하는 것을 보며, 저런 시누이가 하나라서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마저 들더군요.
드라마속 방말숙처럼 정말 재수뿡 밥맛인 시누이가 얼마나 되겠습니까만, 그런 무개념 인물도 현실에 없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방말숙이라는 짜증나는 캐릭터가 중요한 것은 이래서는 안된다는 일종의 표본, 예시가 되기 때문입니다.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고 방말숙을 욕을 하면서도, 내가 방말숙같은 행동이나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지는 않은지 보게 한다는 점이죠.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말이 있지만, 방말숙 같은 여자를 통해 배워야 한다는 거죠. 방말숙에게 욕하는 만큼, 그런 행동을 해서는 안되겠다는.... 방말숙이 나오면 눈살이 찌푸려지는 일이 증가하다보니, 분량을 줄여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마저 드는군요. 짜증을 만들기 위한 설정때문에 드라마에서 유일하게 피로도를 증가시키는 캐릭터가 되고 있어서 말이죠.
윤희의 대립관계가 엄청애에서 방말숙으로 넘어가고 있는 듯한데, 대놓고 눈을 흘기지를 않나 이런 시누이가 실제 있다면 시댁식구고 뭐고 한 판 떠버렸으면 싶더군요. "어디서 눈을 흘기냐, 버릇없이"라고 한 마디 해줬으면 싶더라니까요.
덜된 인간이 나서기를 좋아하는 것이 맞나 봅니다. 어버이날을 맞아 형제들을 불러모아 형제회의를 하는 말숙, 윤희네에게는 맞벌이에다 30년간 못했으니 못했던 효를 한꺼번에 해도 시원찮다고 말하지요. "효도는 셀프다. 우리는 우리대로 계획이 있으니 우리 것은 알아서 하겠다"고 거절의사를 밝히는 방귀남이었지요.
뒤에 이어진 말에 빙고!라며 박수를 쳤답니다. 사심이 듬뿍 들어가는 것은 저도 여자라서 어쩔수 없나 봅니다. 일숙이 아침에 카네이션 달아드리고, 저녁은 집에서 함께 먹자고 하니, 방귀남은 못할 것같다고 하지요. 아침에는 처가에 가야 한다고 말이죠.
일숙은 좀 그렇다고 떨떠름한 감정을 숨기지 못하지요.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라며, 윤희가 한마디를 거들죠. "형님이 부모님 챙겨드리고 싶은 마음과 저도 똑같아요". 같은 여자면서도 올케에게는 딸 노릇하는 것을 탐탁해 하지 않는 것이 시월드의 속성인지, 한방 먹었으면서도 섭섭한 것은 감추지 못하는 큰시누이 일숙이었죠.

말숙의 궁시렁에 오빠가 정답을 말했다며 이숙은 말숙의 입을 막아버렸지요. 방말숙이 나오면 짜증이 확 나다가도 방이숙과 천재용이 나오면, 방실방실 웃게 되네요. 이 커플 진도가 너무 더디게 나가고 있어서 빨리 좀 빼달라는 하소연을 하고 싶더랍니다. 이숙의 첫사랑 규현의 뒤늦은 고백을 거절해 버리고 이숙이 놀이터에서 우는데, 마음이 아프더군요. 결혼 2주 남기고 하는 고백을 이숙이 받아들이기는 힘들었겠죠. 10년이나 혼자 품어 온 사람, 그래서 습관처럼 돼버린 이숙의 짝사랑을 이번에 확실히 끝내버렸으면 싶네요. 천재용- 방이숙 커플을 지지하다 보니, 10년 짝사랑 버려라 버려라 하고 있답니다;;.

방귀남이 준비한 어버이날 선물은 귀남이가 처한 특수한 상황때문에 감동도 컸고, 의미도 깊었습니다. 30년간 어떻게 살아왔는지 가족들은 모르기에 짧은 동영상으로 가족들이 함께 하지 못했던 방귀남의 성장동영상을 보여주었지요. 버려졌다는 생각에 힘들어했고, 처음 미국에 가서도 낯선 사람들을 가족으로 받아들이기 까지 긴시간 힘들었다고 말이지요. 때때로 친부모와 형제들을 생각하기도 했었노라고, 만나게 되면 잘 컸다고 자랑하고 싶었노라고 고백하지요.
"그리고 이렇게 가족을 만났습니다. 제가 없는 긴 세월동안 저는 이집에서 사랑받는 사람이었다는 것이 기쁘고, 슬프고, 고맙습니다"
30년을 귀남이 나무를 바라보며 귀남이를 기다려왔던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에게 한 순간도 버림받지 않았다는 것이 기뻤고, 그렇게 자기를 사랑한 가족들과 함께 살지 못했던 것이 슬펐고, 그리고 자기를 있게 해줘서, 찾아줘서 감사한 귀남이었습니다. 귀남의 성장동영상은 가족들에게 감동의 선물이 되었지요. 귀남이가 돌아온 것이 장수빌라 식구들에게는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선물이었음을 모르지 않은 가족들입니다.
그리고 한쪽에서 의미있는 눈물을 흘리는 인물이 있었지요. 귀남이의 잃어버린 30년 비밀을 알고 있는 둘째며느리 장영실(나영희)입니다. 동영상을 보는 그녀는 씻을 수 없는 죄에 대한 회한의 눈물을 흘리고 있었지요. 귀남의 유기와 관련된 장영실의 비밀이 무엇인지 아직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하루하루를 감옥처럼 살고 있는 장영실입니다. 귀남의 기억이 돌아올까 노심초사하면서 말이지요.
그런데 귀남의 깜짝선물이 장영실을 두 번 울게 하였지요. 방귀남표 쿠폰을 발행해서 제비뽑기를 했는데, 장영실이 뽑은 쿠폰은 공교롭게도 "이 쿠폰을 뽑은 당신은 어떤 잘못이라도 용서받을 수 있습니다"라는 용서쿠폰이었으니 말입니다. 귀남에게 어떤 잘못을 했더라도 한 번은 용서해준다는 말이, 장영실이 심장마비를 일으킬 정도로 뜨끔하게 했을 듯 싶더군요.
장영실의 마음 속에서 수만가지 상상들이 오갔겠지요. 귀남이가 그 때 기억을 한 것일까? 귀남이 다 알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귀남이를 버린 것이 자신이라는 것을 안대도 용서할 수 있을까? 등등....

지난 글에서 장영실에 대한 문제를 한 번 언급한 적이 있었는데요, 지금도 같은 생각입니다. 장영실의 악행을 식구들은 몰랐으면 한다는 의견입니다. 귀남이에게 일임하자는 의견을 냈었는데, 귀남이의 쿠폰이 그 복선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더군요.
방귀남의 표정을 보면 작은 어머니에 대한 기억을 한 것같지는 않은데, 뜬금없이 용서쿠폰을 발행한 것이 의미심장하기도 합니다. 가벼운 잘못에 대한 용서쿠폰일 가능성이 크지만, 하필 그게 작은 어머니 장영실이 뽑았다는 것도 우연같지는 않아보이고 말이지요.
꽝!이라는 웃긴 쿠폰도 있었지만, 방귀남은 집안 어른들을 생각하며 맞춤쿠폰을 발행했습니다. 할머니를 모시고 식사하고 싶었던 것도, 윤희에게 아들을 빼앗겼다고 서운해 하는 엄청애를 위해서는 귀남이 일일 사용권을 주고 싶었을 겁니다. 등산 함께가기도 아버지와 하고 싶은 일이기도 했고요.
우연의 일치인지 귀남이가 어른들과 하고 싶었던 것들을 정확하게 뽑았기는 했지만, 뜬금없는 용서쿠폰은 누구를 위해 쓰고 싶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귀남이 기억을 한 것 같지는 않고, 작은 어머니의 악행을 안 이후의 해피엔딩의 수습책으로 작가가 미리 만들어 둔 장치라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죠.
방귀남이 그렇게 치밀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지만, 용서쿠폰은 뭔가 이상합니다. 어른들이 아랫사람에게 용서를 구할 일은 없잖아요. 더구나 30년만에 만난 가족인데 잘못을 했으면 얼마나 했을 것이며, 더더구나 용서를 받을 정도로 귀남이에게 잘못을 할 어른들이 있다는 것도 이상하죠. 귀남의 용서쿠폰을 작은 어머니까 뽑을 확률은 5분의 1 정도였지만, 귀남이 뭔가를 기억해 낸 것은 아닐까요?(아닌 것 같은데도 수상;;)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용서할 수 있는 것이 어디까지 일까요? 둘째를 가졌다고, 어버이날 시어머니 선물을 사면서 자신을 버린 엄마의 옷까지 산 고옥(심이영)이 17년만에 엄마와 통화를 하면서 보이는 눈물이 짠하더군요. 뭔가를 바라고 전화를 했느냐고 의심부터하는 고옥의 생모, 말못할 사연이야 있겠지만, 그런 사람을 어미라고 찾는 고옥을 보니 가슴 아프더군요.
더 많은 사연이 있겠지만 지금까지 유추할 수 있는 것은 장영실은 유산이후 아이를 낳을 수 없어 조카를 유기한 죄로 마음의 감옥살이를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장양실의 죄가 가족이라는 이유로 용서받을 수 있을지, 가족이기에 더더욱 용서받을 수 없을지 작가의 생각이 궁금했는데, 귀남의 약속 쿠폰이 답을 말한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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