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5.16 09:14




"내가 어떻게 너한테 내 세월을 다시 겪게 할 수 있겠니?", 술에 취해 잠든 아들 서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중얼거리는 인하의 말에 가슴이 먹먹해져 옵니다. 32년 그 긴 세월을 멈춰있는, 사랑함에도 함께 하지 못한 고통을 아들 준에게 겪게 하고 싶어하지 않는 아버지 인하, 자신의 사랑보다 아들의 사랑을 지켜주고 싶은 아버지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달되었던 장면이었지요.
준이 아니었더라면, 준의 사진에 찍혀있는 자신의 사랑과 닮은 사랑이 아니었으면, 절대로 포기하고 싶지 않았던 인하입니다. 미대앞 벤치에서 책을 읽는 윤희를 보고 미친듯이 화폭에 담았던 그 감정이, 준의 사진에도 있었습니다. 하나를 찍으며 가슴 떨려했을 준의 마음을 한 눈에 알아보는 인하였지요. 윤희를 그린 인하의 그림과 하나를 찍은 준의 사진은 그렇게 닮아있었습니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말이지요.
인하의 파혼선언, 너무나 사랑해서 더 슬픈 이별
인하의 파혼선언을 덤덤하게 받아들이는 윤희, 준때문에 힘들어 하는 인하를 이해하는 윤희였지요. 준에게 상처를 주고 싶지 않은 인하, 그의 그런 따스함이 좋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언제나 그는 자기보다는 주변사람을 더 생각하는 따뜻한 사람이었습니다. "그 옛날에도 당신을 사랑했고, 지금도 그런 당신을 사랑해요. 그러니 그만 마음 아파해요", 서로의 손을 잡고 전하는 말들, 중년배우들이 전하는 내공연기는 소름이 끼치게 감정의 절절함을 전달하더군요.
한줄기 눈물만으로도 윤희에 대한 사랑을 포기하고 싶지않은 마음과 아들 준 사이에서 갈등하는 심리를 진하게 전달하는 정진영, 서서히 차오르는 눈물로 인하에 대한 미련과 그를 부담스럽게 하고 싶어하지 않는 윤희의 감정을 전달하는 이미숙이었지요.
좋은 배우들의 연기가 참 아깝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군요. 장근석의 섬세한 감정연기와 날이갈수록 연기의 폭이 늘어나고 있는 윤아의 연기도 빛을 발하지 못해 안타깝고 말이죠. 더 이상의 변주를 보여주지 못하는 스토리의 빈약함, 사건전개의 늘어지는 반복으로 시청률 저조의 늪에 빠진 것이 아쉬운 작품입니다.
32년전 윤희가 돌려주었던 태엽시계를 다시 주는 인하, 함께 건넨 편지가 윤희를 울리지요. "당신을 만나 내 인생은 완전한 것이 되었소. 당신이 내게 준 모든 것에 감사해요. 내 인생에 당신이 있음을 난 항상 기쁘고 고맙게 생각할 거요. 즐거웠고, 그리고.... 당신과 행복했소". 이제는 서로의 행복을 빌지 않아도 됩니다. 살아있음에, 같은 하늘 아래 같은 공기를 마시고 있음에, 함께 행복해 하는 인하와 윤희였지요. 존재하는 것만으로 행복해 하는 사랑, 윤희와 인하의 사랑은 그렇게 그들의 방식으로 멈춤 사인 앞에 서고 말았습니다. 밥을 주지 않은 태엽시계처럼, 그 자리에서 또 그렇게 말이지요.
준과 하나의 관계를 모르는 윤희는 두 사람을 불러 파혼소식을 전하지요. 준은 아버지가 자기때문에 그런 결정을 내렸다는 것을 눈치쳅니다. 아버지와 하나 어머니에게 미안한 마음도 잠시 접어두고 싶은 준입니다. 아버지에게 고맙다는 말도 당장 떠오르지 않습니다. 하나, 하나만 생각하고 싶은 준이었지요. 가족이 될 수는 있어도 남매는 되고 싶지 않았던 준과 하나, 사랑하는 감정을 숨길 수도, 속일 수도 없었음을 확인하는 하나와 준입니다. "같이 있고 싶어요", 하나의 마음을 확인한 준, 그것으로 됐습니다. 닥쳐올 일들은 다음에 생각하기로 한 준입니다. 지금은 하나와 함께 있고 싶은 마음 뿐인 준, 사랑은 잊어버리고 지워지는 것이 아니었어요. 지키는 것이었어요.
윤희의 실명과 백혜정의 변화, 결말을 쥐고 있는 변수
인하와 윤희 커플의 결별과 함께 준과 하나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면서, 2세들의 사랑이라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는데요, 준과 하나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것을 시샘이라도 하듯 드라마에 슬픔을 예고하는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지요. 윤희의 실명입니다. 6개월에서 1년 사이에 실명이 될 거라는 의사의 말에,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들을 연습해 보는 윤희때문에 더 큰 슬픔이 예고되었지요. 윤희의 실명으로 하나와 준 커플의 사랑전선에도 강한 비바람이 동반된 폭풍우가 쏟아질 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하나가 엄마의 상태를 알게 된다면, 눈이 안보이는 엄마를 떠나려고 할까 싶어요. 또한 눈까지 멀어가는 엄마가 사랑하는 서교수와 함께 할 수 없게 했다는 죄책감에 준과의 사랑에 갈등을 하겠지요. 32년을 그리워만 하다가 자식들때문에 사랑을 양보한 아버지와 윤희 어머니에 대해, 준도 마음이 편할 것같지만은 않고 말이지요.
개인적으로 서인하가 아들 준을 위해 자신의 사랑을 포기할 것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윤희의 실명이 구체화되어 가니 마음 편하게 준과 하나 커플을 응원할 수만을 없게 되었습니다. 누군가는 윤희의 눈이 되어주었으면 싶은데, 가장 이상적인 사람이 인하일 듯해서 말이지요.
막장이어도 저는 두 커플이 다 이뤄지길 바랍니다( 엄밀하게 따지면 막장이라고 할 것까지는 없어 보입니다). 두 커플이 다 이뤄진다고 해도 가족법에 저촉되는 것은 아니고요. 다만 사회적 편견과 윤리적인 문제때문에 꺼려지기는 하겠지만 말이죠. 하나와 준이 근친도 아니고, 더군다나 준의 친권 혹은 호적관계(준이 이미 성인이 된 마당에 친권에 대한 것은 무의미하지만)가 백혜정에게 있다는 것이, 두 커플의 해피엔딩을 위한 변수가 될 듯합니다.
16회 엔딩장면에서 준과 하나가 포옹하는 장면을 보는 백혜정이 나오기도 했고, 미호를 통해 준과 하나의 관계를 알게 될 듯도 한데요, 백혜정이 준과 하나, 윤희와 인하커플을 새드엔딩 혹은 해피엔딩으로 이끌 키를 쥐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백혜정이 인하와 윤희의 청첩장을 보고 준에게 말하는 태도를 보니, 그녀가 어딘지 달라졌다는 느낌이었습니다. 두 사람이 결혼을 한다니 오히려 속이 시원하다는 말도 했었지요.
인하에게 윤희가 죽었다고 오해해서 윤희를 포기하게 만든 것이 백혜정이었지요. 준을 혼전임신했지만 끝내 서인하는 그녀의 남자가 되지 않았고, 죽은 윤희의 남자였습니다. 두 사람 사이에 준이 있었음에도 말이지요. 준을 무기로 인하를 소유하고 싶었던 백혜정, 윤희가 살아있음을 알게 된 인하가 더우기나 그녀에게 돌아오지 않을 것임을 누구보다 잘 알겠지요.
부질없는 욕심, 어쩌면 윤희와 인하, 그리고 백혜정 세 사람이 불행했던 것은 백혜정 자신때문이었음을 깨닫지 않을까 싶습니다. 백혜정이 인하와 윤희가 파혼을 한 이유를 알게 된다면 더욱이나 말이지요. 아들 준에게 사랑의 고통을 되물림하고 싶지 않아 32년의 사랑을 포기하려는 인하가 자신을 불행하게 했던 지긋지긋한 전남편이었다는 것을 떠나, 인간적으로 가여워하지 않을까 싶어서 말이지요. 아직 윤희의 실명진행을 알고 있지는 못하지만, 백혜정에게 윤희가 털어놓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들더군요. 윤희가 순순히 인하의 파혼을 받아들인 이유에 대해, 자신의 몸상태 때문에 짐이 되고 싶지 않았다는 고백을 할 것 같아서 말이죠.
하나가 엄마의 상태를 알게 되어 또 다시 준과 헤어지고 아파하는 지긋지긋하게 반복되는 밀당보다는, 백혜정이 시원스럽게 나서서 교통정리를 해줬으면 싶답니다. 그렇게 원하던 사람들인데 한 번 살아보라며 윤희와 인하의 관계를 허락하고, 준과 하나에게는 이런 식으로 정리를 해줬으면 싶네요. 과거 인연을 막았던 당사자로서 두 사람의 상처를 봉합하는 역할을 해주었으면 싶어서 말이에요.
"대신 준은 내 아들이야. 서인하의 아들이 아니라고! 호적상으로도 법적으로도. 그러니 내 아들까지 빼앗가지는 마라. 내 아들이 누구를 사랑하든 그건 니들 일이 아니란 말이지. 내 아들과 네 딸이 사랑하는 것이지, 내 전남편 서인하의 아들이 그 부인의 딸과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이런 쿨한 멘트로 말이죠.
앞을 보지 못하게 될 윤희와 또 계속 시간이 멈춘 상태로 고통스럽게 윤희만을 바라보는 인하를 위해, 과거 두 사람을 갈라놓았던 백혜정이 이번에는 두 사람을 이어줬으면 싶네요. 준과 하나에게도 윤희와 인하처럼 고통이 반복되지 않게 하고 말이죠.

과거 32년전에는 윤희의 병이 두 사람을 결과적으로 갈라놓은 이유가 되었었지요. 병 치료를 위해 미국으로 떠났던 윤희, 인하에게 돌아오겠다는 말을 전했지만, 윤희가 죽었다는 말에 인하는 백혜정의 임신으로 원치않은 결혼을 해서 긴 이별을 했던 두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윤희의 실명때문에라도 두 사람이 남은 시간을 함께 했으면 싶네요. 태엽시계를 서로 감아주면서 말이지요. 하나가 준에게 그런 말을 했던 적이 있었어요. 준이 아버지와 윤희 어머니의 관계를 알고 이별을 통보하면서 "불치병에 걸린 걸로 하자"는 말을 했을 때였죠. 하나는 불치병에 걸린 거라면 더더욱 헤어지면 안된다며, 준에게 정말 아프냐며 순진하게 물었던 적이 있었지요. 윤희가 실명된다는 것을 안다면, 인하가 그럴 겁니다. 누구보다 윤희의 눈이 돼주고 싶어할 인하이기에 말이죠. 이런 아버지의 마음을 준이 몰라라 할 수도 없을 것이고, 하나 또한 그럴 것이고 말이죠. 결론은 준과 하나, 인하와 윤희의 사랑을 백혜정이 깔끔하게 인정해주고 정리해줬으면 싶군요. 너무 동화적인 결말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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