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5.23 10:34




하나와 준의 관계를 알게 된 백혜정, 윤희의 실명이 진행되고 있음을 알게 된 서준, 자석처럼 떨어졌다 붙었다를 반복하는 사랑비가 장맛비가 된 지는 오래입니다. 간간히 쨍한 햇볕으로 장마가 끝났나 싶으면 또 내리는 비, 30년전 인하와 윤희의 사랑처럼 준과 하나의 사랑도 도돌이표네요.
같은 자리에서 다람쥐 쳇바퀴 돌기만 하는 준과 하나, 그리고 인하와 윤희의 사랑을 보며 문득 들었던 생각은, 저렇게 질긴 사랑은 하지 않는 것이 낫겠다는 것;;. 살다보면 정도 사랑이 되고 사랑이 애증으로 바뀌기도 하는게 인생인데, 한 사람밖에 모르는 첫사랑이 지겨워서 말이죠. 정확히는 어느 사랑을 응원해야 할 지, 왜 이렇게 시청자를 힘들게 하는가 싶어서 입니다.
미운 캐릭터인데도 백혜정이 드라마 말미에 눈에 들어왔던 것은 그 때문이지 싶습니다. 따지고 보면 백혜정에게도 인하는 첫사랑인데, 백혜정의 사랑은 집착과 욕심으로 매도되고, 인하와 윤희의 사랑만이 지고지순하다고 양분할 수는 없어 보여요. 백혜정의 일방적인 사랑때문에 인하가 30년을 고통 속에 행복하지 못한 것도 맞지만, 혜정도 30년이 고통스럽기는 마찬가지였겠죠. 백혜정의 준에 대한 집착은, 인하가 만들어 낸 비극이었을지도 모르겠어요. 백혜정이 아들 준만은 빼앗기고 싶지 않다고 한 말이 이해도 되고 말이죠.

백혜정과 서인하는 물과 기름처럼 다른 사람들입니다. 백혜정은 가지려 했고, 서인하는 지켜주려 했죠. 지금도 반복되고 있는 것이 아들을 사랑하는 방식에서 입니다. 하나와 준의 관계를 알게 된 백혜정은 하나를 불러 헤어지라고 종용하지요. 절대로 내 아들만은 안된다면서 말이죠. 준에게는 미호와 결혼하라고 강요하기 까지 합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아들 준만은 윤희와 얽히게 하고 싶지 않았던 백혜정이지요. 하나가 싫어서가 아니라, 윤희와 얽히기 싫었던 것이죠. 백혜정은 윤희가 살아 나타나자, 그리고 인하와 재회했음을 안 순간부터 인하가 돌아올 수없음을 알고 있었습니다. 30년을 잊지 못했던 사람인데, 아들 준이 있었음에도 마음을 주지 않았던 인하였으니 더더욱이나 말이죠. 백혜정이 윤희와 인하의 결합을 반대하려 했던 이유는 인하에 대한 사랑때문이 아니라, 윤희에 대한 자존심이었으리라 생각되더군요. 준에게 하나만은 안된다고, 인하와 다른 사람과의 재결합이라면 축복해 줄 수 있었지만, 윤희라서 아니었다는 말을 하는 것을 보니 말입니다. 
윤희의 뒷조사를 통해 실명하게 될 것을 알게 된 백혜정이 심경의 변화를 보이더군요. 하나를 찾아가 윤희의 상태를 말해주며 준과 헤어져 달라고 말하는 장면에서, 독한 백혜정도 윤희에 대한 미안함이 있었다는 것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내가 이런 말까지 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난 너희 둘이 헤어졌으면 좋겠어. 날 위해서, 그리고 너희 엄마랑 준이아빠를 위해서...". 
그렇게 반대했던 윤희와 인하의 결혼을 이제는 시켜주고 싶어하는 백혜정의 마음 한 자락을 헤아려 봤네요. 표면적으로는 준과 하나의 교제를 반대하는 것이 커보이지만, 윤희에 대한 미안함때문이었을 거라는 생각도 들더군요. 백혜정은 30년간 악몽을 꾸며 살게 했다고, 인하의 마음 속에 들어있는 윤희를 증오하고, 인하를 미워하면서도 사랑했습니다. 애증이겠죠.
윤희에 대한 마음은 동전의 양면처럼 두 가지 감정이었을 겁니다. 증오와 미안함입니다. 미안함을 감추기 위해 윤희를 더 미워하려고 노력했을 지도 모르겠어요. 윤희가 죽었다고 인하에게 거짓말을 했던 백혜정, 결국 두 사람을 헤어지게 만든 것은 그녀 자신이었기에 말이죠. 죽었다는데도 윤희를 내려놓지 못하는 인하로 인해, 혜정의 사랑은 집착으로 변해갔고, 인하의 마음을 차지하고 있는 윤희가 더 미웠겠지요.
그러나 마음 한켠으로 그 때 그런 거짓말을 하지 않았더라면, 준이를 가지지 않았더라면, 인하도, 자신도, 윤희도 불행하지 않았으리라는 생각을 했을 백혜정입니다. 그것을 인정하기 싫은 백혜정의 잘못된 자존심이기도 합니다.
백혜정이 인하와 윤희의 결혼을 인정하고 싶어하는 이유는 시력을 상실하게 될 윤희에게 그런 식으로라도 사과하고 싶었기 때문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결자해지'죠. 모든 매듭은 32년전 백혜정 그녀가 묶은 잘못된 매듭에서 비롯된 것이기에, 매듭도 그녀가 풀어야 하는 것이 맞아요.
하나와 준도 어찌보면 그녀가 만든 매듭때문에 생겨난 비극입니다. 윤희와 인하가 맺어졌다면, 준과 하나가 생겨날 리도 없었으니 말입니다. 지난 글에도 새드엔딩과 해피엔딩의 키는 백혜정이 쥐고 있다는 말을 했었는데요, 18회를 보면서 매듭 하나는 백혜정에 의해 풀어질 것같은 생각이 들더군요. 준이를 빼앗기고 싶지 않다고 하나와의 교제를 강력히 반대하는 백혜정이기는 하지만, 그 이면에는 윤희에 대한 미안함도 컸으리라 생각되기에 말이지요. 그래서인지 인하가 병원에서 나오는 윤희의 손을 잡아주는 모습은 두 사람이 앞으로도 쭉 동반자가 될 것임을 암시하는 장면같아 보입니다.
준이 술에 취해 들어와 아버지를 원망하다 인하의 작업실에서 잠들었던 날이 있었지요. 다음날 인하가 윤희와 자신의 사진을 찍어달라는 부탁을 했는데, 준이 일언지하에 거절을 하고 가버렸는데, 아버지의 부탁을 꼭 들어줬으면 싶네요. 
하나와 준의 매듭도 백혜정이 풀어줬으면 싶군요. 사람이 나이가 들다보니 이제는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가 되네요. 실명하게 될 윤희를 홀로 내버려 두는 것은 절대로 안될 것같아서 인하가 꼭 함께 있어줬으면 싶은데, 그렇다고 부모때문에 앞길이 구만리같은 청춘들에게 고통스럽게 살아가라는 말도 하기 싫군요. 남들 눈이 뭐가 무섭다고 어차피 한 번 사는 인생, 함께 있고 싶은 사람들은 함께 살아야지 싶어서 말이죠.
백혜정은 서인하에 이어 아들 준까지 빼앗기지 않겠다고 하나를 반대하는데, 잘못 생각한 듯 싶어요. 미호화 억지결혼을 할 준도 아니지만, 서인하를 겪어보고도 아직도 모르나 싶습니다. 미호는 자기 꼴 나는 것이고, 준은 인하처럼 될 것인데, 귀한집(그것도 동욱의) 딸 데려다가 인생 불행하게 하려고 작정을 한 것도 아닐텐데 말이죠. 아들 준을 사랑하는 것이 아들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아들이 사랑하는 것을 지켜줘야 한다는 것, 그것을 아직 모르는 백혜정입니다. 아들을 빼앗기는 것이 아니라, 아들이 사랑하는 것을 지켜주는 것이, 준이 백혜정을 떠나지 않는 것이라는 것도 말이지요.

준의 말을 들으면서 백혜정에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구나, 마음으로 안쓰러웠던 대사가 있었어요. 준이 기억하는 엄마의 모습 중 가장 좋았던 것이, 엄마가 정원에 있던 것이라고 하더군요. 백혜정이 정원 가꾸는 것을 좋아했다는 것을 들으면서, 그녀도 얼마나 스위트 홈을 가지고 싶었는지를 알 것도 같더군요.
서인하와 백혜정이 이혼하기 전 준이 10살때까지 살았던 집이었으니, 화이트 가든은 백혜정이 가꾸고 싶었던 정원이었던 게지요. 그 정원을 윤희의 딸 하나가 가꿨다는 것이, 뭐랄까 운명같은 것을 느끼게도 합니다. 처음으로 내가 백혜정이라면 어떡할까 고민을 해봤는데요, 앞서도 말했지만 제가 나이가 들긴 들었나 봅니다. '어떡하겠어, 죽어도 못 헤어지겠다는데, 아들이라도 보고 살아야지...안 그러면 혼자 찬밥 왕따당하게 생겼는데...' 이런 결론이 나오더라고요. 남편은 마음도 몸도 떠난지 오래, 아들까지 안 보고 살 수는 없지 않겠어요?
자식들은 부모때문에 또 헤어지네 마네, 부모는 자식들때문에 안되네 마네 눈물 범벅되는 것보다는, 다섯사람 모두 해피할 수 있는 답은 백혜정에게 달렸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이 드네요. 눈 딱감고 마음 한 번만 바꾸면, 다 편해지는데 싶어서 말이죠. 
백혜정도 사실 딱하죠. 32년간 서인하를 붙잡고 살면서 행복하지는 못했으니 말이죠. 중간에 유부남과 바람까지 피웠을 정도로 외로웠고, 알콜치료까지 필요한 상황인데, 이게 다 짝이 아닌 남자를 사랑했던 벌이겠죠. 백혜정도 그만 고통받고, 남편복은 없었지만 아들 며느리 복은 이제부터라도 누렸으면 싶군요. 하나 진짜 순수하고 착한 처자인데, 사귀어보면 마음에 쏙 들텐데 말이에요.
백혜정의 인생도 불행으로 점철되었으니, 마지막에는 다른 종류의 행복을 허락해 주었으면 싶네요. 사랑비의 순수함에 감염되었는지, 이 드라마의 끝에는 슬픔은 없었으면 싶어서 말이죠. 32년전 백혜정이 창모(서인국)에게 엄마 패물을 훔쳐서 한보따리 싸다준 모습이 아직도 기억나네요. 백혜정에게도 그런 순수의 시절이 있었는데, 사랑은 받는 것이 아니라 주는 것,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지켜주는 것이라는 것을 깨닫기에는 너무 늦었을까요? 늦지는 않은 듯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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