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5.27 09:49




시크릿 가든의 김은숙작가, 신우철 감독의 차기작 신사의 품격이 베일을 벗었는데요, 아기자기하면서도 진하게(?) 터뜨려주는 재미가 있어서 상당히 매력적인 드라마가 될 것같습니다. 신우철 감독의 영상미 또한 꽃중년 4인방과 김하늘 못지않은 아름다움으로 다가왔습니다. 믿음으로 선택한 김은숙 작가의 차기작, 첫회부터 기대이상이었다는 말을 아직은 하지 못하겠지만, 앞으로 전개될 내용이 더 좋을 것같은 예감입니다.
김하늘(서이수)의 니트 원피스 올이 장동건(김도진)의 가방에 걸려 풀려 겪는 에피소드는, 샐러리맨 초한지에서도 봤던 것이라 신선함을 덜했고, 비라면 지긋지긋한데 카페 처마밑에서 비를 피하는 김하늘과 카페안에서 김하늘을 보고 한눈에 반하는 모습은 사랑비가 생각나기도 하더랍니다. 처마 색깔까지 노란색이어서 허걱했네요.
그래도 두 사람이 창을 사이에 두고 눈길을 나누는 모습이나, 올이 풀린 김하늘의 엉덩이를(?) 에스코트해서 가판대의 보자기를 사서 둘러주고, 코사지까지 사서 마무리해 주는 장동건에게서 내 남자에게 원하는 로망같은 것이 느껴지기도 하더랍니다. 신사의 품격은 마무리에서 빛난다는 숨은 코믹코드가 있는 듯 했고 말이지요.
장동건은 나이는 들어도 잘생겼다는 것은 여전히 변함이 없더군요. 장동건이 고소영의 남자이기는 하지만, 드라마 캐릭터로서 김도진은 탐낼 만한 인물이라, 장동건이 아니라 김도진을 많이 많이 좋아해 보려고 한답니다. 주인공을 좋아하지 않으면 드라마에 몰입하기가 영 힘들어서, 남의 남자라도 군침 좀 흘리면서 보려고요ㅎ;;
장동건의 연기는 아직 김도진이라는 옷에 적응중인지 군데군데 어색함이 보이기는 했지만, 오랜만에 보는 장동건의 로맨틱 코미디물이라, 그의 연기변신에 기대가 큰 점도 있습니다. 장동건의 연기에서는 잘 보지 못했던 코믹한 모습이 의외로 재미있고, 완벽하게 잘생긴 남자에게서 발견하는 헛점은 또다른 재미가 될 듯합니다. 고딩들에게 삥을 뜯기려는 장면에서 장동건의 체면 구긴 40대의 자존심 연기도 허당스러웠고, 자기를 몰라봐주는, 아니 자칭 조각미남 비주얼 담당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는 김하늘(서이수)에게 황당스러워 하는 모습에서 얼핏얼핏 보이는 귀여움도 있더군요.
주인공들의 나이가 나이인지라 조금은 외설적인 대사도 터져나올 것같은데, 19금 수준은 아니고 웃음으로 넘어갈 수 있을 정도의 은유적인 표현이 솔찬히 많이 나올 것같더군요. 40대 남자들의 로맨스라 질펀한 느낌이 들 것같았는데, 의외로 상큼한 면도 많고 말이지요.
오랜만에 브라운관으로 돌아온 장동건과 호흡을 맞추는 김하늘의 조합이 궁금했는데, 첫회라 어색한 면도 없지 않았지만 좋은 예감이 드는 커플입니다. 장동건의 까칠하면서도 허당스러운 매력이 40대 로맨스라는 어색함을 메꿔줄 것도 같고, 김도진이라는 캐릭터와 비주얼적으로는 상당히 어울립니다. 특히 김하늘이 맡은 서이수는 진흙 속의 진주같은 매력이 있는 캐릭터더군요. 고등학교 선생으로 문제 학생들에게 처벌보다는 선도하려고 동분서주하기도 하고, 야구클럽에서 심판을 맡기도 하는 등, 활동적인 캐릭터입니다.
남자들을 편하게 대하다 보니 여자로는 안보고 편한 이성친구같은 느낌으로 대해서 변변한 사랑은 못해본 듯하고, 짝사랑을 하는 캐릭터로 나오더군요. 도진의 친구이자 자기 친구 홍세라(윤세아)의 남자친구이기도 한 임태산(김수로)을 짝사랑해 왔지만, 임태산은 홍세라에게 고백을 하면서 엇갈려 버렸지요. 태산에게 주고 싶어 골프장갑을 선물로 마련했으면서도 전하지도 못하고 말이죠. 태산의 야구단 등번호인 836까지 새겼는데 말이죠.
임태산과 홍세라는 연인관계로 발전했지만, 여전히 이수는 태산바라기입니다. 야구단에서 태산의 웃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그의 걸걸한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고 설레이는 이수지요. 이 남자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말이죠.
까칠마왕 김도진, 삥뜯고 폭행을 했던 자기반 학생들과 좋지 않은 사건에 휘말린 김도진이 합의거절을 하면서 속을 태우고, 급기야는 그냥 내 뱉어본 말이었는데 장미꽃을 입에 물고 오라는 요구조건을 건 남자, 다시는 생각하고 싶지 않은 악몽같은 남자, 이수의 엉덩이를 봤던 그 남자말입니다.
하필 꼬여도 이렇게 재수없게 꼬였는지, 그 남자가 태산(김수로)은 물론, 변호사 최윤(김민종)과도 아는 사이라니 기겁하는 이수였죠. 혹이나 그 일이 태산의 귀에 들어갈까 전전긍긍 장미꽃을 들고 사무실까지 찾아가 저자세로 굽신거렸지만, 얼굴은 좀 생겼는지는 몰라도 매너는 완전 꽝인 김도진이라는 남자는 장미꽃을 귀에 꽂고 앉아서 대기하라네요.
"당신 엉덩이는 내가 지난 봄에 한 일을 알고 있다", 무시무시한 저승사자같은 독설을 뱉은 이남자 상판대기를 그냥 팍 쳐주고 싶은데, 학생들과 합의를 해주지 않을까 걱정이고, 무엇보다 태산에게 그 창피스러웠던 일을 미주알 고주알 이야기할까 시키는대로 할 수 밖에 없는 이수였지요.
태산의 책상에서 세라와 다정하게 찍은 사진을 보는 이수, 그의 책상에 낡은 태산의 가죽장갑이 들어옵니다. 태산의 장갑을 가만히 보고 있는 이수를 보며, 싸늘하게 표졍이 변해 버린 김도진이었지요. 세번의 만남을 운명이었다고 생각했던 도진이었지요. 처음으로 전화번호를 따고 싶었던 여자, 친구 정록(이종혁)의 카페에서 비를 피하는 그녀를 보고 첫눈에 반했고, 올이 풀린 원피스때문에 안절부절하며 쌍방과실이라고 소리를 지르던 그 여자, 야구심판을 보며 "스트라잌!!!" 매정하게 자신을 삼진을 시켜버린 여지가 같은 여자였음을 알았을 때, 도진은 처음으로 자신의 운명이 될 반쪽을 찾은 느낌이었습니다.

길거리에서 미친 사람처럼 혼자 중얼거리다 폴짝폴짝 뛰고, 합의를 해주지 않은 남자가 지난 여름 원피스 사건의 도진이라는 사실에 난감해서 어찌할 줄을 모르고 혼자 열을 냈다가, 식혔다가 하는 여자가 참 귀여웠습니다. 한 눈에 알아봤죠. '이 여자는 내가 40년을 기다리고 있었던 운명이다'라는 것을 말이죠.

장미꽃을 꼽으랜다고 시키는대로 꽂고 앉아있는 여자, 꽃 꽂은 여자가 되어도(사람들을 이런 여자를 미친여자라고 하죠) 학생들을 보호하고 싶어하는 순진하고 순수한 여자, 그래서 몰래 몰래 그녀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좋았던 도진입니다. 자기도 모르게 웃음이 나오고, 그녀와 단둘이 있는 사무실에서 도진은 꿈을 꾸고 설계합니다.
아무도 그가 꿈꾸는 유토피아에 들이지 않았던 도진이었죠. 그가 설계한 그의 유토피아는 늘 혼자였으니까요. 그녀가 배시시 웃어줍니다. 온통 그녀의 숨결만이 들리고, 그녀의 귀에 꽂고 있는 장미향만이 가득합니다. 그런 평온하고 평화로운 느낌은 처음이었습니다.
그녀가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태산의 책상으로 눈길을 돌리던 그녀의 눈가가 촉촉히 젖어듭니다. 금방이라도 눈물을 떨어뜨릴 것처럼 말이죠. 그녀가 태산을 짝사랑하고 있었다는 것을 금세 알아차렸지요. 빠지직.... 현실로 돌아오는 김도진, 헛꿈을 꾸었나 봅니다.
신사의 품격 첫회, 눈길을 사로잡은 캐릭터는 서이수역의 김하늘이었습니다. 발랄하면서도 터프하고 귀엽고 순진하고 푼수끼도 있어보이는 여선생 서이수는 한마디로 '사랑스럽다'라는 말로 요약되더군요. 김하늘의 매력이기도 합니다. 도진의 친구이자 이수의 짝사랑 상대로 나오는 김수로는 역시라는 말이 나오더군요. 첫회 캐릭터 장악력은 김수로가 확실히 보여주더라고요. 인간적으로도 남자로서도 꽤 끌리는 캐릭터랍니다. 일단 이분도 찜했습니다^^.
김도진이라는 인물은 조금더 지켜봐야 겠지만, 김은숙 작가의 전작 시크릿 가든의 주원과는 조금 다른 느낌의 중후한 멋 이면에, 빈틈이 많은 점이 매력있더군요. 자기복제의 캐릭터 느낌도 살짝 들었지만, 주원이 좀더 나이들은 모습이랄까? 고딩들한테 기 죽어서 얻어터지는 40대 노총각이라ㅎ...
초반 서정적으로 흐르던 분위기가 반전되고, 주인공 김도진과 서이수의 엉뚱한 매력이 터져나오면서 로코물의 대가 김은숙 작가가 만든 새 캐릭터들은 팔딱팔딱 뛰기 시작했지요. 경찰서에 폭행으로 입건되어 조사를 받는 김도진, 증거물로 내놓은 만년필 녹음기를 형사만이 들은 것이 수상하다 싶었는데, 친구들에 의해 폭로되면서 초토화되기 시작합니다. 로맨틱 코미디의 시작을 알리면서 말이죠.
빈틈이라고는 바늘 하나 꽂을 자리도 없어 보이는 김도진이, 고딩들에게 돈을 뜯기고 살포시 존대말로 나약한 모습으로 망가지고, 고등학생들에게 얻어터졌다는 것에 존심상해서 17:2로 싸웠다는 뻥까지 쳐보지만, 22년을 함께 해 온 친구들 눈을 속일 수는 없었죠. 떴다 하면 거의 모든 여자들 눈이 사시가 되어 쳐다본다는 천하의 김도진을 눈앞에 두고도, 눈길 한 번 주지 않는 서이수에게 굴욕을 맛보면서 어이없어 하는 모습에서 김도진이라는 캐릭터의 재미가 살아나기 시작했지요.
그런데 김은숙 작가의 전작들을 보면 대부분 주인공들에게 깊은 트라우마를 설정하며 극의 반전을 꾀하는 것이 특징이기도 한데, 서이수보다는 김도진에게서 그런 느낌이 전해지더군요. 김도진은 왜 자신의 생활을 만년필로 녹음을 하고 있을까? 이상한 느낌이 들어서 말이죠. 녹음을 하는 이유가 이 드라마의 슬픔의 전조가 되지 않을까 벌써부터 걱정이 되더라는... 설마 치명적인 병이 있다거나 그런 것은 아니겠죠? 작가님, 그런 설정하시면 미워욤!!

사랑스러운 여자 서이수, 두 번은 놓치고 세 번째는 쌩까고 가버리고, 네 번째는 다른 남자를 좋아하는 모습을 보게 되고, 김도진과 서이수가 사랑을 이루는 과정에 어떤 난관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알콩달콩하면서도 순탄지만은 않을 사랑이야기에 시청자도 함께 두근거리게 될 듯합니다. 시크릿 가든으로 현빈-하지원이라는 대박커플을 만들어 냈던 김은숙 작가, 그 신드롬과도 같았던 사랑이야기 2탄이 김하늘-장동건으로 이어질 지 기대됩니다. 장동건과 김하늘이 캐릭터를 어떻게 구축하고 매력있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느낌은 좋네요. 그 흥행신화의 신드롬을 이번에도 이어 주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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