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5.30 12:09




"나 전당포 한다. 금이빨은 받아. 금이빨 빼고 모조리 씹어먹어 줄게", 영화 아저씨에 나왔던 원빈의 대사입니다. 블랙박스에 찍힌 수정의 사고 필름을 본 백홍석이 PK준을 만나 주먹을 날렸을 때의 감정이 어떠했을까를 생각하다 보니, 원빈의 이 대사가 떠오르더군요. 아마 이 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지 않았을 겁니다. 그는 아버지니까요.

카메라 동선은 장례식장을 나선 백홍석의 핏발 선 눈을 쫓습니다. 그의 핏발 선 눈은 감정이 느껴지지 않아 슬픔인지 분노인지 조차 알 수가 없었고, 딸아이를 잃었다는 슬픔조차 느끼지 못할 만큼 무표정으로 굳어 있었습니다. 금방이라도 떨어뜨릴 것같은 눈물만이 그렁그렁한 상태로 말이지요.

형사가 된 지 20년이 넘었습니다. '모든 사건현장에는 단서가 남아있다', 수정이 사고를 당한 날의 CCTV가 그것을 증명해 줄 것입니다. 그러나 백홍석이 마주한 것은 미심쩍은 은폐의혹 뿐이었습니다. 사고현장은 갑자기 포장되어 혈흔과 타이어 자국도 지워버렸고, 경찰청이 해킹당해 CCTV 파일은 다 날아갔고, 백업파일조차 남아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단 하나 있는 것은 수정의 옷에 남긴 타이어 자국이었지만, 경찰에 그 타이어 샘플만 없다는 어처구니없는 말을 들어야 했지요.
범인이 남긴 타이어 자국으로 수사를 시작하는 백홍석, 국내에 300대 정도 들어 온 최고급 스포츠카라는 단서를 잡았습니다. 불법도박장을 운영하는 조폭사무실을 급습, 조폭들의 협조(?)를 구해 결국 자동차를 찾아냈고, 결정적인 증거물 블랙박스를 손에 넣은 백홍석이었죠. 
그러나 아직까지 신은 백홍석의 편이 아니었습니다. 강동윤의 편이었죠. 검찰청에서 백홍석의 사연을 듣게 된 서지원(고준희)는 스포츠카를 구입한 사람들의 명단을 알게 해줬고, 그 일을 아버지 서회장에게 이야기하는 것을 들은 것이죠. 서지원이 흘린 정보로 백홍석의 뒤통수를 쳐버린 강동윤이었지요. 불법도박장을 급습한 경찰에 의해 백홍석과 황반장, 조형사는 현장에서 뇌물을 받기 위해 온 비리경찰로 검거가 되었고, 블랙박스는 강동윤의 손으로 넘어가 버린 것이죠.
첫회 총을 겨누고 있는 백홍석에게 위험을 알리기 위해 의자를 발로 차 넘어뜨렸던 고준희가 서회장(박근형)의 막내딸이자 강동윤의 처제라니... 로열패밀리 공순호의 딸 조현진(차예련)이 오버랩되기도 하더군요. 백홍석의 딸 수정의 죽음에 자기 집안이 관계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향후 변화가 궁금한 인물입니다.
황반장(강신일)은 백홍석과 조형사를 빼내기 위해 조폭에게 뇌물을 받은 자신을 연행하기 위해 온 것이라고 거짓진술을 하고, 백홍석과 조형사를 일단 풀려나오게 합니다. 수정이를 죽인 범인을 잡으라면서 말이죠. 수정을 살인한 범인이 인기스타 PK준이라는 것을 알아냈지만, 콘서트를 끝내고 그의 행적은 오리무중입니다. 휴대폰을 꺼 놓은 상태라 위치추적도 불가능했고 말이죠.
백홍석이 PK준을 쫓고 있음을 알게 된 강동윤은 PK준에게 외국으로 떠나있을 것을 종용합니다. 방배동 건물을 가지고 딜을 하는 강동윤의 모습을 휴대폰으로 촬영한 PK준, 역으로 강동윤을 몰카로 협박하지요. 나쁜 놈들은 머리를 쓰는 것도 비슷비슷 비열하더군요. 정말 지랄들이구나 싶더군요. 휴대폰 촬영이 시작되자 PK준의 위치가 떴고, 덕분에 백홍석은 PK준을 체포하게 되지요. 조용히 잡혀가면 뒷일은 알아서 해결하겠다며, 강동윤의 PK준의 배후인물이 되었고, 법정에서의 진실을 가릴 일만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결과는 첫회에 나왔던 것처럼 PK준은 무죄판결을 받았고, 대신 백홍석으로부터 총알을 받게 됩니다. 생사여부는 아직 모르지만, 죽었든지 살았든지 관심은 안가는 인물입니다. 죽었다면 감사, 살았으면 죄값을 더 혹독하게 치뤘으면 싶군요. 나쁜 놈.... 이 드라마를 욕하지 않으면서 볼 자신이 없군요;;.
첫회 무서운 연기내공을 폭발하며 이목을 시청자의 이목을 집중시킨 손현주, 2회에서 그는 한 번의 감정폭발없이도 눈물을 쏟게 만들었습니다. 손현주의 연기를 보면서 눈물로 범벅이 되어있다가, 연기의 치밀함에 속으로 탄성을 내지른 장면이 있었어요. 발인시각에 PK준(이용우)를 끌고 와 수정의 영정사진과 마주하게 한 장면에서 였습니다.
"무릎꿇어 새끼야"와 같은 거친 말이 나올 것이라 생각했는데, 손현주는 PK준의 오금을 한방 걷어차는 것으로 무릎을 꿇리더군요. 말보다 발과 주먹이 앞서는 마음, 아버지의 분노를 그처럼 잘 표현했을까 싶어서 말입니다. 그의 직업이 형사라는 것도 이 한 장면으로도 설명이 되었고 말이죠.
17세의 꽃다운 아이, 영문도 모른채 죽어야 했습니다. 삶이 재미없는 재벌가의 딸 서지수의 운전사고로 자동차에 치인 수정은, 추잡한 스캔들을 덮고 싶은 한 인기스타의 '인기'를 위해 무참히 짓밟혀야 했고, 돈에 의해 또 한 번 주사로 죽어야 했고, 최종적으로 강동윤의 권력욕에 의해 죽음을 맞이합니다. PK준과 강동윤은 무서울 정도로 닮은 인간들이었습니다. 단어만 다르지, 인기와 권력때문에 무고한 소녀를 아무런 양심의 가책없이 죽여버리는 섬뜩하고 잔인한 성정이 말입니다. "호빠짓하던 내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데..."라는 PK준의 말에서 강동윤도 그가 자기와 같은 종자의 사람이라는 것을 압니다.  
발인이 끝나고 한 줌 재로 뿌려진 후에도, 이 가여운 영혼은 또 죽임을 당합니다. 원조교제를 했다는 친구의 거짓진술은 수정이의 영혼마저 두 번 세 번 갈기갈기 찢어버립니다.
너무 잔인하고 끔찍합니다. 17세 여고생의 단순교통사고가, 고의적 살인, 돈에 의한 살인, 권력에 의한 살인에 이어, 인격과 명예까지 어떻게 이렇게도 잔인하고 무참히 죽임을 당할 수 있을까요? 치밀어 오르는 분노보다 토악질이 나옵니다.
수정이의 아버지 백홍석은 어떠할까요? 블랙박스에 찍힌 딸 수정이의 사고를 눈으로 보고 귀로 들으면서, 딸아이의 몸을 두번세번 짓밟는 덜커덕 소리에 눈물조차 흘리지 못합니다. 분노의 불길이 너무 세서, 눈물을 말려버렸기 때문입니다. 빗속의 발인, 수정이는 여전히 사진 속에서 환하게 웃고 있습니다. 비를 맞으면서도 아빠를 보며 웃습니다. 수정의 영정사진 앞에 PK준을 잡아 무릎을 꿇리면서, 백홍석이 웁니다. "수정아. 아빠가 왔다. 이번엔 약속지켰다. 미안하다 수정아, 미안하다".
손현주는 정극에서도 특유의 코믹함을 잃지 않는 배우입니다. 드라마를 맛깔스럽게, 무거운 분위기도 그의 개그감 넘치는 몸연기로 업시키는 묘한 매력이 있는 배우지요. 손현주가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나왔던 드라마중 지금까지도 그 좋은 연기가 기억에 크게 남는 작품은, 故최진실과 함께 했던 장미빛 인생이라는 드라마입니다. 암에 걸린 최진실을 살리기 위해, 없는 살림에 거금을 주고 사기꾼에게서 기적의 물을 사들고 왔던 바보같은 행동에 눈물을 쏟게 했지요. 입냄새가 난다며 잇몸에 피가 나도록 양치를 하는 최진실에게 입냄새 나지 않는다고 뽀뽀를 해주는 장면은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그 투박한 얼굴로 멜로보다 더 저릿한 감정을 전달해 주었던 손현주였습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마음, 그 절박한 순수함은 바람피운 남편이었지만 용서하게 만들기도 했지요.
손현주를 떠올리면 하늘색 추리닝을 입고, 늦잠 실컷 자고 일어난 풀어진 모습으로 런닝 속에 손을 넣고 배를 북북 긁어대도 밉지 않은 남자가 연상됩니다. 친숙함이죠. 눈 한 번 가벼이 흘기고 넘어가는 남편같고, 넉살좋은 이웃집 아저씨같죠. 그런 편한 남자가 분노로 온몸을 칭칭감은 아버지의 이름으로 드라마에 나타났을때, 많이 놀랐습니다. 소리를 벅벅 질러도 감추지 못하는, 손현주에게서 만나게 되는 그 특유의 인간적인 모습을 감출 수 있을까 궁금하기도 했고요. 너무 감춰서 오히려 놀랐습니다. 아무 것도 모르고 두 번 세 번 죽임을 당한 딸, 사랑하는 딸을 잃은 아버지의 모습밖에는 없었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손현주가 감정을 누르고 있다는 점입니다. 누르고 있는데도 이 정도의 아우라면 그 내공이 무시무시하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지요. 수정이를 죽인 범인은 다양한 얼굴을 가지고 있습니다. 재벌가의 딸, 호빠출신의 인기가수, 누구보다 믿었던 친구, 그리고 무서운 정치권력가입니다. 상대하기가 모두 만만치 않습니다. 특히 가장 마지막에 맞딱뜨리게 될 강동윤은 거구의 골리앗입니다.
김상중이 연기하는 강동윤의 캐릭터를 한마디로 말하라 하면 얼음송곳에 비유하고 싶습니다. 손현주가 싸우는 대상은 이 얼음송곳입니다. 차갑고 독하고 무섭습니다. 얼음송곳처럼 말이죠. 얼음송곳은 살인을 할 수 있는 훌륭한(?) 재질의 무기입니다. 왜? 흔적을 감추기가 용이하기 때문입니다. 형체도 없이 녹아버리기 때문이죠. 도로를 갈어엎고 포장을 해버리고, 경찰청까지 해킹해서 자료를 삭제해 버릴 수도 있는...
백홍석의 싸움은 아직 시작되지도 않았습니다. 돈에 넘어간 친구가 그의 딸을 죽였다는 진실을 그가 감당할 수 있을 지, 그 돈의 실체 강동윤의 거대한 얼음송곳을 그가 부러뜨릴 수 있을지, 그 과정에서 보여주게 될 손현주의 믿고 보는 연기변신이 더 무서울 듯해서, 벌써부터 기대가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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