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6.25 10:09




지성이면 감천이라더니, 까도남 김도진의 마음을 움직인 서이수였습니다. 도진을 보니 태산보다 움직이기 힘든 것이,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남자의 마음인 듯 싶더군요. 진심이었던 그의 짝사랑을 이용했다고 생각했을 때, 이수를 좋아한 깊이만큼 화가 났습니다. 좋아한 크기만큼 아팠던 도진이었습니다.
서이수라는 여자를 덜 사랑했었다면, 하룻밤 원나잇으로 끝내버리고 쿨하게 헤어질 수 있는 여자였더라면, 그렇게 아프지 않았을 도진입니다. 그녀에게 그를 위한 공간이 없다는 것이 도진에게는 더 힘들었습니다. 허공에 집을 지을 수 없다는 것을, 건축사인 도진은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입니다.  
"잘 거 아니면 연락하지 말라"는 말로 회식자리를 나와버리는 도진, "안 자요, 댁이랑은 절대로!!!. 화난 건 알겠는데 어쩜 이렇게 무례해요?". 선물한 구두를 그런 식으로 신고 나간 것, 경솔했다고 사과하는 이수, 이유까지 경솔했던 것은 아니라고 이수의 마음도 도진에게 끌리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고백했지만, 잘 거 아니면 연락하지 말라는 말에 꼭지가 돈 이수는 독설을 뱉고 말지요. "그냥 자자고 그러지 그랬어요. 그럼 원나잇으로 깔끔하게 끝났을 지도 모르는데...".
도진은 화를 내는 순간마저도 이수가 예뻐보인다고 이수를 당황하게 하지요. 남자들 작업멘트 중 하나인데도, 김은숙 작가의 작품에 등장하는 주인공에게서 나올 때는, 묘하게 설레게 하는 연애의 정석멘트지요. 도진은 이수에게 비록 무대뽀로 대시하기는 했지만 진심이었다고 고백합니다. "난 마흔 하나에요"라고 시작되는 도진의 말은 곱씹어보게 만드는 말이더군요. 개인적으로 참 좋은 대사였습니다.
"서이수씨와 마주선 지금 이 순간이 내가 살아갈 날 중 가장 젊은 날이죠. 오늘보다 어제가 청춘이고... 그래서 난 늘 오늘보다 어제 열정적이었고, 어제보다 그저께 대범했어요. 그렇게 서이수씨를 만난 순간 매번 진심을 다했어요". 정말 맞는 말이더군요. 누구나 지금 오늘이 살아갈 날 중 가장 젊은 날이라는 것이... 당연한 말인데도 이제서야 깨달은 듯 멍해지더라고요.
그래서 이수가 도진이 선물한 구두를 신고 나왔을 때, 도진은 그렇게 화가 나있는 자기에게 오히려 놀랐습니다. 일방적으로 비춰졌을 도진의 방법이, 그 사랑의 크기만큼 서이수를 힘들게 했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죠. "이 여자 내마음을 못 받았구나. 돌 던지듯 던진 내 마음에 맞아 이 여잔 아팠겠구나. 그래서 이 여잔, 놓쳐야 하는 여자구나".
그리고 또 그의 진심을 고백하지요. "이건 진심이에요. 난 그저께보다 어제가, 어제보단 오늘이 제일 성숙하니까". 서이수를 향한 마음이 장난이 아니었음을, 그제보다는 어제, 어제보다는 오늘 더 많이 진심으로 사랑했다는 고백이었죠.
비로소 도진의 사랑이 진심이었음을 아는 이수는 떠나는 도진의 뒷모습을 보며 눈물을 흘리지요. 돌아서서 가는 서이수의 뒷모습을 백미러 방향을 움직이며 끝까지 쫓고 있는 도진, 이 장면은 개인적으로 참 마음에 들었던 연출이었답니다. 
도진이 주었던 노트북과 구두를 버리려는 이수, 다행히 노트북은 버리지 않고 구두만 버렸지요. 다시 집어 왔을 것이라 생각은 되지만, 140만원짜리 구두를 그냥 막 버리다니, 다음에 또 버릴 일 있으면 우리집 현관 앞에 버리는 걸로!(ㅎ)
컴퓨터 바탕화면에 있는 '김도진의 은밀한 사생활' 폴더, 농담인줄만 알았는데 정말 깔려 있었지요. 이수를 처음 본 날, 1년 전 비내리는 날부터 만년필에 녹음된 이수에 관한 일들이었습니다. 창 밖의 여자, 공격형 엉덩이, 서선생의 이중생활, 그리고 그 남자의 거짓말까지, 이수를 처음봤을 때부터 도진의 관심이 진심이었음을 알게 된 이수였지요.

진심을 다해 떠난 남자, 이수도 잊으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남자를 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아니 잊을 수가 없어졌습니다. 도진이 이수를 놓쳐야 할 여자라고 했었지요. 그런데 이수에게 도진은 놓치고 싶지 않은 남자가 되었습니다. 
고백이라도 해보고 싶은 이수였습니다. 당신 혼자만 좋아했던 것이 아니었다고, 김도진 하나로 세상이 가득찼다는 말, 진심이었다고... 이제 당신에게 내가 가겠다고... 윤에게 전해 준 신경숙님의 책은 이수의 마음이기도 했습니다. "태산씨, 저 지금 김도진씨랑 처음 눈 마주쳤던 그 카페에 있어요. 제가 기다리는 거 알면... 김도진씨가 나와줄까요?".
김하늘이 연기하는 서이수에게 좀처럼 감정이입을 하기가 힘든 거리감이 있었는데, 처음으로 김하늘의 서이수에게 감정이입이 되었던 10회였습니다. 주인공들에게서 케미가 안 살아나서 걱정이었는데, 이제서야 본궤도에 안착했네요. 김하늘이 과장돼 보이는 코믹을 줄이고, 감정연기에 주력하니 서이수라는 캐릭터가 개인적으로는 훨씬 사랑스럽게 다가오더군요. 그렇다고 김하늘이 코믹을 아주 뺀 것도 아니었지요. 뭐랄까 붕떠있는 듯한 분위기를 좀 가라앉힌 느낌입니다.
그래서인지 자칫하면 민망하거나 밝힘증의 가벼운 여자의 이미지가 될 수도 있는 19금 대사(?)가 있었는데, 김하늘에게서는 귀여움으로 느껴지더군요. 도진의 은밀한 사생활 폴더에서 "보내기 싫다"는 도진의 말을 들은 서이수가, (버린 구두를 다시 찾으러 가는 듯) 집 밖으로 나오면서 중얼중얼 혼잣말을 했는데, 박장대소를 하면서도 30대 중반인 노처녀 여선생이 처음으로 진짜로 귀엽더랍니다.
"왜 이렇게 한 치 앞을 못보냐. 안 자면 안 잤지 뭘 또 절대 안 잔대!". 도진에게 댁이랑은 절대 안잔다고 했던 말을, 이렇게 귀엽게 후회를 하다니 싶어서 말이죠. 이 드라마가 성인드라마를 표면에 내세웠으니, 그런 대사에 태클 걸면 그게 이상한 걸로!
"오늘 선약은 서이수씨에요", 창 밖으로 메모를 전달하는 도진, 예전에 불량학생과의 합의때문에 도진에게 만나달라고 사정했던 그 메모를 도진이 기억을 하고 있었다니, 단기기억상실증이 있다는 것이 의심스러울 정도로 많은 것을 기억하고 있는 남자입니다. 이수의 문자도 씹고, 집에 찾아와도 만나기를 거부해 왔던 도진이 왜 이수에게 마음을 열었을까요? 
뒤늦게 이수의 문자를 본 도진이 급하게 차를 몰아 카페로 갔지요. 이수가 집에 찾아와도 냉랭하게 대했던 도진이 이수를 만나러 간 이유는 이수가 기억을 했기 때문이었어요. 처음 눈이 마주쳤던 카페라는 말에 뛰어나갔던 것이지요. 처음 본 날, 서로 눈이 마주쳤을 때의 설레임이 이수에게도 있었다는 것, 그 끌림이 이수에게도 특별했었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었죠.
문자를 보낸지 2시간이 넘어서야 도착한 도진, 이수는 자리를 뜨고 없었지요. 이수가 앉았던 자리에 앉아 이수를 처음 본 그 창으로 눈길을 돌리는 순간, 그곳에 그녀가 있었습니다. 처음 그녀를 보았을 때 그를 설레이게 한 눈빛으로 도진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 날 그녀를 쫓아 황급히 나왔지만 이미 자리를 떠버리고 없던 그녀였지요. 도진의 뒤에서 눈을 가리는 여자, 임자있는 사람에게 한 순간 반했다는 것에 민망했던 이수는 얼른 그 자리를 떠버렸지요. 그런데도 돌아서기 아쉬웠던 이수였습니다. 가던 길을 멈추고 카페로 들어가 봤지만, 도진이 나가버려 만나지 못했던 그 짧은 눈맞춤의 강렬함, 그 설레임을 기억했습니다.
유리창을 향해 다가가는 서이수의 돌발행동에 놀란 것은 도진이었지요. 이성이 아닌 감성에 자신을 맡기는 서이수였기 때문이었죠. 서이수는 유리창 키스로 도진의 진심에 진심을 보냅니다. 1년이라는 긴 시간을 돌아 같은 자리에 다시 마주한 두 사람입니다. 이제부터 이 두 사람, 찐~하게 사랑하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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