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8.16 08:01




오래만에 유쾌 상쾌, 웃음 빵 터지는 재미있는 퓨전 판타지 사극이 나왔습니다. 밀양에 전해져 내려오는 처녀귀신 아랑의 전설을 모티브로 한 아랑사또전은, 예상을 뛰어넘은 기발한 아이디어로 각색의 묘미를 살려냈습니다.
바둑두는 옥황상제(유승호)와 염라대왕(박준규)의 모습은 신선한 캐릭터 파괴였지요. 특히 신비로운 미색을 자랑하는 옥황상제 캐릭터는 허를 찌르는 재미였습니다. 허연 수염을 드리운 옥황상제에 대한 고정이미지를 한 방에 무너뜨린 신개념 옥황상제 유승호, 그 출중한 미색에 쓰러지겠더라고요.
우왕~ 하도 아름다워서 저도 한 번 쓰러졌다 일어났습니당^^.
나중에 아랑이 옥황상제를 알현할 일이 생기면 영감탱이가 아닌 모습을 보고 하늘나라에서 기절해서 두 번 죽는 일이 발생할 수도ㅎㅎ. 하늘에서 벌어지는 옥황상제와 염라대왕의 바둑대결 못지 않은, 예측불허한 세상일을 보는 우주관의 대립은 이 드라마에 철학적 깊이마저 더해줄 듯 보입니다.

3년전 실종된 어머니의 행적을 쫓아 밀양으로 온 은오(이준기)는 골치덩어리 처녀귀신 아랑(신민아)과의 조우로, 아랑의 억울한 사연에 관여하게 됩니다. 물론 처음에는 관심가지기를 극구 거절했던 은오였지만, 추귀 무영(한정수)에게 쫓기는 아랑의 머리에 꽂은 비녀를 보고, 말을 타고 아랑을 추귀로부터 구해냅니다.
사또로 만들어 자신의 이름과 죽은 사연을 알아봐달라고 부탁했음에도 눈하나 깜짝하지 않았던 은오, 아랑의 비녀가 은오의 어머니와 어떤 사연이 있을 거라는 것을 짐작하게 했지요.
밀양에 부임한 신관사또의 의문의 죽음은 아랑때문이었습니다. 신관사또로 깜짝 카메오로 출연한 윤도현이 극의 재미를 주기도 했지요. 갑옷으로 무장한 비장한 표정의 윤도현도 몸이 반쪼가리인 귀신을 보고는 그대로 저승길을 향했습니다. 귀신들 세계에서 은밀히 거래된다는 환약을 반으로 갈라먹었더니, 귀신모습도 반토막만 나왔다는 재미있는 설정이 드라마의 코믹함을 더해줍니다. 보이그라라는 환약 이름명도 참 기발하더라고요.
첩실소생 서자, 정신 오락가락한 왕이라는 시대적 정황이 연산군 시대를 엿보게 했지요. 민심은 흉흉해지고 고을 도처에서 억울한 사연을 가진 원귀들이 늘어나는 시대, 은오라는 인물은 백성들에게는 희망을, 시청자에게는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할 매력적인 캐릭터가 될 듯합니다. 은오앓이 기대해도 되겠지요. 전 벌써 은오도령 이준기에게 홀라당 빠질 준비를 마쳤다우~
아랑사또전은 이준기의 군 제대후 첫 복귀작이라는 점에서도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신민아와의 조합이 어떨까 자못 궁금하게 만들었는데, 첫회를 본 소감은 완소커플이 될 조짐입니다. 이준기의 농익은 연기와 능글능글 능청스러움과 까칠한 모습은 나쁜남자 조선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죠. 후환이 두렵지 않은지 귀신들에게 매몰차게 대하는 은오때문에 걱정스럽더라니까요. 드문드문 보여주는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은 이준기의 감정연기를 돋보이게도 했지요. 출중한 액션연기까지 소화해야 하는 이준기지만, 믿고 보는 이준기는 역시 실망시키지 않은 모습으로 건재함을 과시했습니다.
이준기의 매력 중 하나는 익살스럽고 짖궂은 미소년의 장난스러운 표정이었는데, 군복무 후의 이준기에게서는 미소년의 익살스러움보다는 농익은 능청스러움으로 성숙미까지 더해졌더군요. 비에 젖은 저고리를 훌러덩 벗으려던 아랑과 눈이 마주쳐서 '얼음땡! 못봤어요' 하는 표정도 압권이었죠. 
추귀 무영에게 쫓기는 아랑을 말에 태우는 장면에서는 여심을 흔드는 마초적인 매력을 품어내기도 했습니다. 첫회부터 은오와 아랑커플에게 이토록 설레이다니, 걱정입니다. 귀신과 사람이라는 정체성때문에 말입니다. 정한수 떠놓고 옥황상제나 염라대왕께 두 사람의 미래를 위해 기도드리는 시청자가 나오지 않을까 싶어서 말이죠. 저도 포함ㅎ;;
아랑사또전의 아랑은 정말 귀엽고 사랑스러운 귀신이었습니다. 신민아의 귀여운 귀신 연기를 보면서 흡족했던 것은, 요즘 여배우들에게서 보여졌던 귀여운 척의 '척'이 없었다는 겁니다. 신민아의 무뚝뚝한 대사마저도 귀엽게 녹아들고 있더군요. 아랑이라는 캐릭터의 인간적인(?) 매력도 귀신과의 거리를 좁혀주었고 말이죠.
무당에게 도둑질을 시켰다가 무당(홍보라)이 곤경에 처하자, 추귀들이 쫓아오는 것을 감지하면서도 무당을 구해주는 모습에는 인간으로 살았던 아랑의 모습을 읽게 했지요. 귀신이 기억상실증에 걸렸다는 귀신 곡할 노릇인 기발함과, 아랑이 의리와 인정이 있는 규수였다는 것도 캐릭터의 매력입니다.
무당이라는 천한 신분으로 도둑질을 한 것이 밝혀지면 무당짓도 못한다는 말에, 저승사자에게 붙잡힐 위험을 감수하고서도 구해주는 아랑이었죠. 귀신을 보지 못하는 사람들의 눈에는 포졸들이 뭘 잘못먹었는지, 지랄발광(ㅎ)을 하는 우스운 모습으로 비춰지기는 했지만 말입니다. 이런 것이 귀신이라는 판타지요소를 가미한 볼거리 재미임도 빼놓을 수 없겠지만 말입니다.
아랑사또전 첫회를 보는 내내 신민아의 놀라운 연기변화에 미소를 짓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에서 조금 부족한 어눌한 연기로 발연기 지적을 받았던 미호의 이미지는 사라지고, 귀엽고 사랑스러운 귀신 아랑으로 돌아온 신민아입니다. 대사는 자연스러워졌고, 무엇보다 연기가 동적으로 변했다는 것이 느껴지더군요.
신민아 연기의 단점은 표정과 대사가 정적이라는 점이었죠. 특히 카메라 앵글을 의식한 정지된 듯한 표정연기는 신민아 연기의 한계였죠. 예쁜 여배우들의 카메라를 의식한 화면빨 욕심은, 연기보다는 얼굴에 주목하게 만들어 드라마 몰입을 떨어뜨리는 역효과가 나오는 경우가 많지요. 신민아의 놀라은 변화는 단순히 대사전달을 자연스럽게 했다는 것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대사만 빨리 친다고 연기가 좋아졌다고는 할 수 없지요, 발음만 정학하게 하면 빠르게 글읽는 것과 다를바 없죠. 그런데 신민아는 대사와 일치된 때로는 귀엽고, 때로는 막무가내 억지땡깡쟁이 표정을 자유자재로 소화하고 있더군요. 눈물연기만이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듯이, 신민아는 다양한 표정연기로 아랑의 캐릭터를 표현했지요. 이렇게 수다스러운 귀신은 처음인데도, 쫑알쫑알 떠들어 대는 귀신이 무지 귀엽더랍니다. 시청자에게 귀여운 척이 아니라, 귀엽고 사랑스럽게 느끼게 했다면 연기가 좋았다는 의미겠죠.    

신민아는 카메라에서 자유롭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았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몸동작과 대사, 그리고 얼굴표정에 힘을 빼고 아랑이라는 캐릭터에만 집중하고 있는 느낌입니다. 드라마 신의로 6년만에 안방에 복귀한 김희선을 보면서도 느꼈던 좋은 변화였습니다.
머리를 헝크리고, 얼굴에 검댕이 칠을 하거나 꽃거지 분장만 한다고, 드라마에서 필요로 하는 망가짐이 다 표현되는 것은 아니지요. 예쁜 표정을 버릴 때는 버리고, 캐릭터에 녹아 들었다는 것을 느끼게 해야 제대로 망가졌다, 혹은 연기의 어색함이나 이질감을 벗어났다고 할 수 있지요. 드라마 캐릭터에 녹아든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확실하게 알았다는 느낌이랄까, 시청자에게도 신민아에게도 보기 좋은 연기변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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