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9.21 09:19




속내를 읽기 어려운 표정없는 남자 강마루, 송중기의 연기를 보며 새삼 반하고 있는 이유는 자신의 페이스가 가진 단순함을 이용할 줄 안다는 점때문이었습니다.

송중기는 무표정으로 멍해있으면 그야말로 순둥이, 미소를 지으면 햇살청년, 눈동자 한 번 위로 치켜뜨면 독기품은 얼굴이 됩니다. 흔한 인상 한 번 찌푸리지 않고, 앙다문 입술을 한 쪽만 올린다든지, 퀭한 눈동자로 심리묘사를 하죠.  

 

단순한 얼굴선에서 복잡한 감정을 읽게 만드는 것도 연기자의 능력입니다감정을 읽게 하는 것은 착 가라앉은 중성톤의 보이스입니다. 반듯한 말투, 비아냥 거리는 대사조차도 송중기는 참 반듯하게 비아냥거리는 느낌을 주더군요.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남자는 송중기를 위한 드라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송중기에게 적격인 드라마네요. 예전 김남길의 나쁜남자를 보면서 같은 생각을 가졌습니다. 딱 김남길을 위한 드라마, 김남길이 아니고서는 상상이 안되는 드라마이기도 했습니다.

 

처음에는 강마루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버린 한재희에 대한 복수극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보다는 더 복잡하고 무거운 주제가 흐른다는 것을 지난회부터 깨닫기 시작했죠. 증오도 사랑의 일부라는 복잡한 인간심리에 기인하는 이유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얼핏보면 착한남자는 한 남자의 복수극같아 보이지만, 제게는 복수극이라기보다는 원석과도 같은 사랑이야기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말인데요, 강마루가 하고 싶은 말을 한 번 들어보실래요? 

 

 

누나, 한재희는 내게 엄마였고, 여자였고, 꿈이었다

어느 날 우리집 마당에 피투성이가 되어 뛰어 들어왔을 때 알았어. 우리 초코처럼 누나도 나 아니면 아무도 지켜줄 사람이 없다는 것을... 어린 나이의 치기가 시간이 지나면서 사랑으로 변해갔고, 나는 그것을 운명이라 생각했지.

한재희 외에는 이 세상에 다른 여자란 있을 수 없었어. 내 눈에는 오직 한재희밖에 보이지 않았으니까... 

그 날, 누나와 나를 벼랑끝으로 곤두박질치게 만든 살인사건, 사실은 나도 무지 겁이 났고 두려웠어. 지금 생각하면 왜 그랬는지 나도 잘 모르겠어. 그저 한가지 생각밖에는 나지 않았어. 누나의 인생이 끝나서는 안된다는 것. 누나를 보내고서야 아프다고 가지말라고 붙잡았던 내 동생 초코 그 녀석이 생각나더라. 내 인생, 의사가 되고 싶었던 내 꿈도. 

그래서 난 아직도 초코만 보면 미안하고, 그 녀석이 나 때문에 아픈 것같아 마음이 무거워... 그리고 고마워. 내가 짊어진 내 등딱지 초코때문에 살 수 있었으니까. 초코가 없었더라면 아마 난, 포기해 버렸을지도 몰라. 내 방 구석 박스에 의사가 되고 싶었던 내 꿈을 쑤셔 박아놓고 여태 버리지 못했던 것은, 내게 더 이상 나의 꿈이 없다는 것이 견디기 힘들어서였어.   

 

매일 오던 면회가 언젠가부터 일주일, 한 달, 두 달, 그리고 다시는 오지않게 되었을 때, 재길이한테 누나가 재벌회장의 세컨드가 되었다는 것을 들었지. 그런데 말이야. 재길이가 말해주지 않아도 나 알고 있었어. 누나가 떠났다는 것을... 예전의 한재희가 아니라는 것을 말이야. 누나가 내 시선을 피하는 것을 보고 알았지... 감옥에 있던 6년, 나 아무렇지도 않았어. 누나의 꿈을 지켜준 것만으로 만족하자고, 그게 내 사랑의 책임이라고 생각했으니까....

 

세상은 또 다른 감옥이었다

누나가 허름한 내 판자집의 등불이 되어준 그 시간들에 대한 감사인사라고 생각하자고, 억울해 하지 말자고 원망도 버렸다. 내가 억울하고 화난 것은 더 이상 한재희, 누나를 볼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감옥에 있을 때는 갇혀있기 때문이라고 참아낼 수 있었지만, 두 발이 자유를 찾았는데도 난 한재희에게 갈 수가 없었다. 한재희가 살고 있는 세상이, 한재희에게 갈 수 없는 세상이 내게는 감옥이었다.  

 

그녀를 만났다. 비행기에서, 경찰서에서, 그리고 그녀를 새엄마라고 부르는 또다른 그녀와 함께. 한재희는 말했다. 나 같은 놈은 상상조차 하지 못하는 눈부시게 화려하고 숨이 막히게 근사한 곳이 그녀가 사는 세상이라고.

궁금해졌다. 한재희가 살고 있는 세상이. 그리고 알았다. 시궁창보다 더러운 곳이 한재희가 살고 있는 세상이라는 것을... 아니 시궁창보다 추악하고 쓰레기보다 못한 인간으로 변한 것은 한재희 그녀였다. 악취는 한재희가 사는 세상이 아니라, 한재희에게서 풍겨나오고 있었던 것이다.

그곳은 한재희가 있어야 할 곳이 아니라는 것을 나는 직감했다. 내가 그랬듯이 한재희의 욕망이 또 다른 사람을 벼랑끝으로 밀어내고 있다는 것을... 서은기가 되었든, 집앞에서 키스를 나누던 변호사가 되었든.

 

"나 이제 내가 원하는 목적지에 반쯤왔어. 넌 내가 아무 일 없이 평탄하게 온 줄 알지? 여기까지 오기까지 세상이 내게 무슨 짓을 했는지, 내가 무슨 짓을 하며 견뎌냈는지 네가 알기나 해? 난 꼭 가고 싶은 길이 있고, 무슨 짓을 해서든 거기까지 가봐야겠어. 내 앞길 막는 사람은 누구든 용서안해, 그게 누구든". 

휴대폰을 통해 들려오는 한재희는 미쳐가고 있었다. 누나는 미쳤다. 그래서 찾아올 생각이다. 그 세상이 얼마나 눈부시게 근사하고 화려한지는 모르겠지만, 거긴 한재희가 있을 곳이 아니었다. 매도 맞아본 놈이 잘 때린다고 했다. 한재희는 그럴 것이다. 그렇게 변해갈 것이다. 한재희의 잘못된 꿈을 위해 다른 사람을 짓밟는 짓은 아무렇지도 않게 할 수 있는 여자가 한재희, 누나다. 나에게 했던 것처럼. 한 때는 목숨처럼 사랑했던 사람에게도 눈 하나 깜짝않고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는 사람이니까. 그래서 더는 두고 볼 수가 없다. 내려오지 않겠다면 올라가서 끌고 내려오는 수밖에, 그게 나 강마루의 사랑이다.  

 

사람들은 이런 나에게 복수를 하는 것이냐고 묻는다. 믿든 안믿든 자유지만 나는 복수라는 말에 동의할 수 없다. 이해할 수 없겠지만, 이건 내가 한재희를 사랑하는 내 방식이다. 한재희를 파멸시키는 것이 목적이라고 생각해도 상관없다. 내 눈에는 지금의 한재희가 파멸의 길을 걷고 있는 것으로 보이니까... 한재희가 끝까지 가보겠다는 그 길의 끝은, 사람에 대한 예의라고는 없고 오직 학벌과 배경, 돈으로 판단하는 서회장같은 인간이 되겠다는 길이니까.

 

그래서 난 그것을 막고 싶을 뿐이다. 과거 불의에 참지 못하고 세상의 부조리를 행해 독설을 날리던 한재희로 돌려놓지는 못하겠지. 하지만 적어도 막을 수는 있지 않을까. 내 모든 것을 걸고 다 주고 싶었던 여자, 한재희라는 인간의 파멸, 누나가 완전히 망가지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한 여자가 들어왔다. 한재희에게 상처받고 눈물 흘리는 여자, 독기로 버티는 여자 서은기. 그 여자는 눈물이라고는 있을 것 같지 않은, 근사하고 눈이 부시게 화려하다는 세상에서 눈물을 흘린다. 눈물을 줄줄 흘리고 있는데도 아무도 손수건을 내주지 않는다. 아무래도 이 여자의 눈물을 닦아줘야 할 것같다. 이 여자의 눈물을 닦아줄 사람이 나 강마루밖에 없을 것같다는 착각을, 나는 또다시 반복하게 될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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