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0.01 09:35




돈에 더럽다, 깨끗하다라는 말이 쓰여있는 것도 아니고, 남의 돈 훔치는 것이 아니라면 어떤 돈이라도 벌어야 하는 삼재, 서영에게도 마찬가지였지요. 이들에게 돈은 과시용의 여유가 아니라, 절박한 생존이유였으니까요.

안되는 놈은 뒤로 자빠져도 코가 깨진다는데 이삼재의 인생이 그랬습니다. 지금은 골동품 단어가 돼버렸지만, IMF는 이삼재의 인생을 더 이상 재기하지 못할 나락으로 떨어뜨렸습니다. 그리고 이삼재를 더 힘든 나락으로 떨어뜨린 것은 딸아이의 차가운 원망의 눈이었습니다. 어머니를 죽게 한 무능력한 아버지, 가산을 탕진하고도 모자라, 자식들 등록금까지 도박으로 날린, 아버지라고 부르고 싶지 않은 아버지.  

장근석 명찰을 달고 반짝이 옷을 입고 거리로 나가 나이트 클럽 전단지를 돌리는 일을 하게 된 이삼재(천호진)가 시청자를 짠하게 했지요. 홀매니저로 수당까지 올려주자 서영에게 뭔가를 해 줄 수 있다는 것이 기쁩니다. 없었던 자신감도 생기는 듯하고요.

서영이 집에 돌아올 날을 위해 이층침대도 만들어 두고 용돈을 주기 위해 부르지요. 호정(최윤영)이 가지고 왔던 한우를 남겼다가 불고기도 재고 말이죠. 홀쭉해진 서영의 볼이 아버지의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입주과외 선생이라지만 남의 집 눈칫밥이 살로 가지 않을 것이 눈에 보이는 아버지입니다. 

컵라면으로 밥을 때우기가 일쑤이고, 굶는 것도 예사로 뺨을 맞아가며 야스런 옷을 입고 남자를 홀리는 일도 마다않고, 방송알바로 돈을 벌어가며 공부했던 딸, 서영이도 하는데 무슨 짓이든 못할 것이 없는 이삼재였습니다. 도둑질만 빼고는 죽는 시늉까지 할 수 있을 것 같은 이삼재였지요. 반짝이 옷을 입고 거리에서 호객행위를 하는 것쯤은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습니다. 서영이와 상우가 공부만 집중할 수 있게 할 수 있다면 말이죠.

 

그동안 해주지 못했던 아버지 노릇, 죽은 아내 몫까지 엄마의 빈자리를 다 채워주고 싶은 이삼재입니다. "나도 한 때는 꿈도 있었고, 희망도 있었어. 세상 어느 부모가 처자식 고생시키고 싶어하겠느냐"는 말이 가슴을 찌르더군요. 다 잘해보겠다고 하는 일인데도 뜻대로 되지만은 아닌 게 세상이지요. 서영이 등록금을 도박에 탕진해 버린 삼재, 두고두고 다 갚고 싶습니다. 그동안 못해 준 아버지 노릇, 정신차리고 다 해줄 생각입니다. 몸이 부서져 가루가 되더라도 말이죠.  

처음으로 쥐어줘 보는 용돈, 서영은 모질게 거절해 버리지요. 원할 때 주지 그랬느냐며, 뜻이 잘못된 거라 뜻대로 될 수가 없었던 것이었다고 아버지를 비난하고 나가버리는 서영입니다. 한탕주의의 꿈을 꿨던 것이 아니라는 것만은 알려주고 싶은 삼재입니다. 그러나 딸자식의 모진 말에도 아무 말도 못하고 마는 삼재, 못난 아비는 그렇게 고개를 숙이고 말지요. 너무 미안해서 말이지요.

 

"내가 왜 이러는 걸까요?"라며 서영에게 마음을 고백한 우재에게 다른 여자가 있었다는 것이 신경쓰이기 시작하는 서영, 이불을 뒤집어 쓰는 서영도 우재에게 마음이 흔들리고 있음을 알게 했지요. 때되면 밥먹자고 도서관에 불쑥 나타난 우재가 기다려지기도 하고, 서영의 마음에 잔잔한 파문이 일기 시작했습니다.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얼음공주 이서영에게 말입니다. 

얼음공주 이서영(이보영)에게 푹풍고백을 한 강우재(이상윤), 3년전에서 현재로의 빠른 진행을 위해 관계진전에 조금은 무리를 하고 있는 느낌입니다. 집밥을 먹이고 싶고, 재우고 싶고, 웃게 하고 싶다는 우재의 고백이 두 사람에게 감정이입 전이라, 당황스럽기도 했고요. 우재와 결혼하겠다고 나타난 정선우 역시 서영과 우재의 갈등을 빨리 끝내려는 수순으로 보이고 말이죠. 방해물의 등장은 아닌 마음도 고개를 돌리게 하는 기폭제가 되기도 하니 말입니다. 

선우의 등장과 결혼선언으로 미국으로 돌아가겠다고 결심을 굳히는 우재, 아버지 강기범과의 심리전이 유치한 감도 있지만, 죽기살기로 회사를 물려받고 싶어하지 않는 우재는 당장 미국으로 가겠다는 뜻을 밝히지요.

항공권을 예약하려는 우재는 서영이 걸립니다. 좋아지기 시작한 사람, 집밥을 먹이고 싶고 웃게 하고 싶은 사람, 그런 자신의 감정이 사랑이라는 것을 알아버렸기에 말이지요. "이서영, 나랑 미국가자. 나는 안갈 수 없고 너는 두고 살 수 없고, 그니까 나랑같이 미국가자".

강우재의 성격이 집착이 강하고 집요하다고 하던데, 박력은 있어 보였지만 너무 일방적이라, 여자입장에서는 살짝 거부감;; 

메인커플이라고 할 수 있는 주인공들이 빠른 감정몰이에 들어갔는데, 조금 당황스럽더군요. 우재의 고백이 일방적으로만 느껴지고 말이죠. 감정이라고는 없어 보이는 서영이 우재의 호의에 신경을 쓰면서 조금씩 마음을 열어가는 듯 보이기는 했지만, 사랑으로 진전되기에는 여전히 갈길이 먼 두 사람같아 보여서 말이죠.

무엇보다 차갑기만 한 서영의 감정에 변화가 생기는 모습을 더 많이 보고 싶더군요. 개인적으로는 이서영이라는 인물에 큰 매력을 느끼고 있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인기피증이 있어 보이는 성격 까탈한 이서영이 인간적으로 다가오지 않아서 말이죠. 누구에게나 아픔 하나 쯤은 있다지만, 이서영에게서는 아픔보다는 성격 이상한 도도함이 먼저 느껴지더군요. 처음 보는 사람 쌩까는 것은 예사이고, 무슨 억하심정이 있는지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황당한 행동을 하는 성격이라서 말입니다.  

강미경이 인사를 나누고자 왔는데도, 사람 무안하게 눈도 마주치지 않고 고개만 까딱하고는 들어가는 모습에 헐~~이었답니다. 강미경도 뭐 이런 괴물같은 사람이 있나 싶어 오빠를 부르며 기가 찼고 말이죠. 사교성 제로, 웃지않은 이서영이라는 캐릭터는 이서영에게 가는 마음까지 돌리게 만들어서 개인적으로는 이서영의 캐릭터가 조금 변했으면 싶은 마음이 크네요. 아버지에 대한 원망이나 애증은 그렇다치더라도 온세상을 적대시하는 여주인공은 솔직히 밥맛이거든요ㅎ;;

 

세상의 따뜻함을 경험하지 못한 이서영이 독하게 살아가는 것은 이해되지만, 독한 서영이라는 캐릭터를 떠나 개인적으로 이서영이라는 인물에 집중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신경쓰여 내내 마음에 걸려 있었습니다. 이보영 연기가 뭔지모를 불편함이 느껴졌는데, 이보영의 눈때문이었어요.    

이보영을 볼 때 이상하게 피로감을 느꼈는데 이보영의 눈을 보면, 이상하게 딴 생각을 하게 하는 겁니다. 허공을 보는 듯한 이보영의 눈동자가 딴생각을 하고 있는 듯도 보이고, 그러다보니 이서영이라는 인물에 감정이입이 힘든 점도 있었고요. 이보영이 연기를 못해서가 아니에요.

 

연기자에게 눈을 마주친다는 것은 중요한 감정이입의 방법 중 하나입니다. 캐릭터의 표정, 특히 눈동자는 상대배우 뿐만이 아니라, 시청자도 그 눈을 마주하면서 그 캐릭터의 감정속으로 들어가게 하지요. 그런데 이보영에게서는 이게 안되더군요. 

그게 뭘까 보니 과한 뷰러와 마스카라때문은 아닌가 싶더군요. 털털한 선머슴아같은 강미경의 박정아와는 대조되는 눈이었습니다. 박정아도 이보영도 극 중 캐릭터들은 외모는 포기한 인물들이죠. 멋을 부릴 시간도 없는 인물들입니다. 이서영은 돈이 궁해 외모를 가꾸는 일은 더더구나 꿈도 못꾸죠. 

그런데 두 인물은 화장을 하지 않아도 확연한 차이가 느껴지죠. 이보영이 뽀얀 피부톤인데다 아이셰도우로 쌍커플 라인을 보정하지 않 보니, 90도로 올린 속눈썹이 눈에 확 들어오더라고요. 강조된 속눈썹때문에 시청자의 시선은 눈동자보다 위로 가게 되고, 캐릭터 이서영이 아니라 이보영의 눈이 들어오고 있다는 거죠. 착한남자 문채원에게서도 비슷한 느낌이 들더군요. 

두 캐릭터 모두 화장과는 전혀 거리가 먼 인물임에도 뷰러와 마스카라는 포기하지 못하더군요. 예쁜 모습을 포기하고 싶지 않은 것이 여배우겠지만, 캐릭터에 맞는 화장도 연기와 캐릭터의 일부가 아닌가 싶습니다. 나이든 캐릭터를 위해 흰머리 염색과 검버섯, 주름을 그리는 것도 캐릭터의 완성도때문이지요.  

밥은 굶어도 하늘향해 쭉쭉 뻗은 속눈썹과 마스카라는 포기못하는 이서영, 서클렌즈를 낀 연예인들에게 집중을 못하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 가끔씩 드는데, 속눈썹을 과하게 올리는 것은 표정연기에는 실이 되는 것 같습니다. 저 혼자만 그런 것은 아닌가 모르겠네요;; 별걸 다 지적하는 것 같아 미안한데 좋은 연기를 위한 조언이고, 개인적 사견이니 기분나쁘게 받아들이지는 마시구용!

 

내 딸 서영이 5,6회는 우재와 서영의 감정의 흐름에 집중하느라 호정과 상우 커플의 분량이 적기는 했지만(저 이 커플에 호감도가 급상승중이라ㅎ), 호정이 최윤영때문에 또 웃었네요. 스카프에 커다란 선글라스를 끼고 변장하고 숨어있던 호정, 상우가 다가오자 갑자기 고개를 돌리는 바람에 목을 삐끗해 기브스를 해야 했지요.

창피해서 눈물을 흘리는 호정에게 손수건을 건네는 상우(박해진), 이러니 호정이 점점 더 빠져들 수 밖에요. 최호정은 현실에서는 볼 수 없을 것같은 무공해 아가씨지만, 마음결이 곱고 무엇보다 속물적인 세상의 눈이 없어서 예쁘네요. 생활환경의 차이가 나더라도 아버지 이삼재(천호진)를 무시하거나 하는 돈많고 싸가지없는 며느리는 될 것같지 않아서, 크게 걱정되지 않은 커플입니다. 호정에 대해 상우가 아직은 전혀 마음이 없다는 것이 문제지만 말이죠.

강미경(박정아)을 마음에 두고 있는 것같지만, 미경에게 남자친구가 있는 것을 보고는 쿨하게 친구처럼 대하는 상우의 속내가 궁금하더랍니다. 길에서 응급환자를 만나기 이전부터 상우는 미경(박정아)를 알고 있었던 눈치같던데, 상우-미경커플도 마음에 들어서 갈팡질팡하고 있답니다. 개인적으로는 서영-우재-선우보다 이쪽 삼각관계가 더 매력적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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