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0.19 09:20




찜찜한 해피엔딩이었습니다. 마무리를 위한 마무리, 해피엔딩을 위한 짜맞춤은 스토리는 온데간데 없고 배우들만 남은 드라마가 되고 말았네요. 물론 소재와 사건을 풀어가는 과정에서의 참신함과 철학적인 질문들은 있었지만, 제대로 풀어내지도 수습하지도 못한 모양새로 끝난 아랑사또전입니다.

 

은오어머니 서씨부인은 고맙다는 말로 이승을 떠났습니다. 서씨부인으로 인해 빚어진 모든 일들은 아들 귀신은오가(?) 처리를 했으니, 옥황상제가 덤으로 살게 해 준 빚은 갚은 셈입니다. 무연을 소멸시키고 자신도 자결로 소멸의 길을 택한 무영, 이승에서의 질긴 인연을 소멸이라는 방식으로 종지부를 찍은 무영은, 결국 인연을 끊어내지 못했습니다. 인간의 마음, 인연, 정이라는 것은 저승사자에게도 무용지물이었나 봅니다. 

그런 점에서 주왈의 저승사자 발탁은 탁월한 선택으로 보여지더군요. 주왈도령이 죽음을 택할 것은 예상했지만, 저승사자가 된 반전은 가장 좋았던 결말이었습니다. 주왈이라는 인물만큼 저승사자 역할에 제격인 사람은 없어 보이서 말이죠. 이승에서의 절절한 인연이 없었던 주왈은 인연과 정때문에 갈등하는 저승사자가 되지는 않을 것같더군요. 아마 엘리트 저승사자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주왈은 이승에서 아무런 인연을 만들고 가지 못한 인물이었죠. 마지막까지 그의 곁을 지켜준 김서방이 있었지만, 시신이라도 수습해주고 갈것이지 죽으러 가는 것임을 몰랐기에 참으로 허망한 인사로 떠나더군요. "도련님, 건강하세요", 그 인사가 왜 그리도 슬프게 들리는지 말입니다. 

"난 이제 어찌해야 되는가? 낭자, 내가 당신을 마지막까지 그리 참담하게 버렸는지는 몰랐소, 몰랐다는 말로 용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몰랐소. 눈을 떠도 캄캄한 날들이었소.  살아도 멈춰진 날들이었소. 가슴졸이며 걸었던 비겁한 걸음을 이젠 끝내려 하오. 사람들의 가슴에 비수를 꽂고도 멀쩡한 날 용서할 수가 없소".

혹이라도 아랑을 다시 만나게 되더라도 그 땐 아랑의 뒤에만 있겠다는 주왈, 멀리서 검은 그림자로 바라만 보며 아파만 하겠다고 눈물을 흘리는 주왈입니다. 차마 짝사랑을 할 수도 없는 사람, 너무 죄스럽고 미안해서 그런 마음을 가지는 것조차 스스로에게 허락하지 않겠다는 주왈이었지요. 그렇게 주왈은 이서림을 던져버린 절벽에서 투신해 칠흑같았던 이승의 삶과 이별했습니다. 

 

연우진의 연기는 아랑사또전을 통해 건진 수확입니다. 풍부한 감정을 실을 줄 아는 목소리, 선하게 보이는 쳐진 눈매에 담은 우수와 고뇌는, 아랑사또전 주왈이라는 인물을 입체적이고 매려적인 인물로 그려갔습니다. 미워할 수 없는 악인, 분노보다는 연민을 더 느끼게 하는 골비단지 주왈이라는 인물의 감정선을 따라가 보게 하며, 그만의 스토리를 만들어 낼 줄 아는 배우더군요.

 

무영을 염소로 환생시킨 옥황상제, 그것을 염라대왕에게 선물이라고 하는데 좀 어이없었습니다. 이분 장난끼가 심한 것은 알았지만, 끝까지 인간의 마음을 알아내지 못한 옥황상제더군요. 공부를 좀더 많이 할 것! 성질나서 욕한마디! 무영이 니들 눈요기감 염소로 환생하면 '고맙습니다' 할 것같으십니까? 암튼 이 세계분들은 자기들 만족만 중시하지 타인의 감정따위는 없나벼~ 무영이 등에 꽃심고 차나무 심고 물 열심히 주겠군요. 염라대왕의 충복이었으니 물주는 일에 염라까지 가세할 태세! 

이왕 선심을 쓸거면 사랑 못해 한이 맺혀 요물까지 되려한 무연과 함께 이승에서 환생시켜줘서 못다한 사랑이라도 한번 실컷 해보라고 해주지, 암튼 인정머리라고는 눈꼽만큼도 없어요. 마당쇠야, 바둑판 좀 깨끗이 쓸어주련?

 

무영이는 인간의 마음이라는 것에 대한 이해가 있기에 은오에게 중요한 정보까지 알려주고 갔지요. 참 의리있고 인정있는 저승사자더군요. 황천숲에 죽은자의 생사부가 있으니 거기서 아랑의 죽음의 진실을 찾으라고 알려준 것이죠. 미운정 고운정이라고 아랑을 천상에 보내주고 싶은 남정네 한 분 추가요!

그런데 저승사자의 서비스때문에 멘붕 일보직전이었습니다. 은오가 귀신이었다는 생각이 아직도 머리에 맴돌고 있어서 어질하군요. 근데 이 드라마 문제도 답도 제멋대로라, 전 은오를 귀신이었다고 해석하고 넘어가 버리기로 했습니다;;  

 

밀양사또직을 그만두려고 하는 은오, 아랑과의 이별데이트도 하고 그동안 도우미 역할해 준 귀신들 원한도 풀어주고 정리작업 들어갔지요. 귀신들 중에 결혼까지 한 남녀한쌍이 있었는데, 나중에 나온 꼬맹이 아랑이 그 귀신부부의 딸래미가 아닌가 생각하며 혼자 큭큭대고 웃었답니다ㅎ.

 

은오와 아랑의 이별데이트는 눈물나게 슬펐네요. 가장 슬픈키스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생과 사를 사이에 두고 눈물의 키스를 나누는 은오와 아랑, 마음으로 주고 받는 대화만큼이나 절절한 장면이기도 했습니다.

"꽃이 진 자리에는 다시 꽃이 피고 바람이 흘러간 자리엔 다른 바람이 불겠지만, 난 처음의 그 마음만을 영원히 붙들고 있을 거요. 천상에 가면 내가 사또를 잊고, 지옥에 가면 사또가 나를 잊어서 어느 곳에서도 서로가 못알아 볼지라도...".

"나는 이 마음으로 널 찾아낼 거야. 스치다가 멈칫 너를 보고 눈물이 나고 심장이 떨리는 사내를 보거든, 그 땐 나인줄 알아봐줘, 아랑 사랑한다". 

두 사람의 절절한 감정에 이젠 이별을 해야 하는구나 감정몰입 심하게 하고 있었는데, 주왈의 투신자살과 직선제로 사또를 뽑는다는 방과 함께 방울과 돌쇠의 애정행각 정신없이 돌려주는 제작진때문에, 눈물의 키스신과는 점점 멀어지고 미로게임 시작되었지요.

죽은 자의 명부가 있는 황천숲의 고방찾기 대작전, 요즘의 최면요법과 비슷한 의식이 거행되었지요. 방울이의 주도하에 말입니다. 골든타임 최인혁 교수님(이성민), 언제 거기 문지기로 취직하셨나요? 빵터졌네요. 아랑사또전 카메오 캐스팅은 대박! 

여기서부터 머리가 뱅글뱅글 정신없이 돌더니, 정리할 틈도 없이 그동안 던져두었던 문제와 해답을 한 번에 휘몰아쳐 가르쳐 주더군요. 은오가 들어간 저승문의 서고에서 찾은 아랑의 비밀, 헐 이건 또 뭔가요? 아랑이 진범이라네요. 뭬야!!!

 

요점은 이렇답니다. "이서림이 남의 일에 끼어들어서 칼맞고 죽었으니 남탓 할 것 없고 네 오지랖을 탓해라". 이걸 알기 위해 여기까지 달려온 거랍니까? 허탈도 하여라. 보자보자 하니 이건 옥황상제와 염라대왕의 농간에 놀아난 것같아 살짝 기분이 나빠지려는데, 은오의 눈에 들어온 낯익은 이름, 김은오!

허걱, 김은오가 죽은자의 생사부에 올라있다니, 은오는 여섯살에 열병으로 이미 죽었고, 옥황상제는 비밀병기로 쓰기 위해 사람눈에 보이는 귀신으로 자라게 했다는 충격적인 사실, 그럼 김은오는 이미 죽은자? 띠융~ 잠시 충격에 빠져 입만 떡 벌리고 앉아 있었네요.

'아직도 내가 사람으로 보이냐?', 조선판 식스센스였군요. 

정리해보면 아랑과 은오는 비슷한 종류의 인간이었던 게죠. 아랑은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닌 불사의 심장을 가진 죽은 자, 은오는 죽었으나 산 자이나 죽은 자. 정리가 안되죠? 여튼 간단하게 말하자면 은오와 아랑은 살아있어도 죽은 자들이었던 거라는 겁니다. 결론은 둘 다 사람같은 귀신들이었다는 거죠. 은오도 충격이었겠지만, 시청자의 충격도 이만저만이 아니었다우.

또 하나 지금까지 달려온 아랑의 죽음의 진실은 아랑 자신이 범인이었기에, 애초에 진실의 종은 울릴 수가 없었다는 겁니다. 왜냐? 아랑은 불사의 몸이니 죽을 수가 없잖아요. 은오는 옥황상제와 염라대왕에게 조건을 바꿔달라며 목숨을 내놓겠다는 딜을 합니다. 대신 지옥에 가겠다고 말이죠. 지옥문으로 들어가는 아랑을 막고 대신 지옥으로 간 은오, 아랑을 천상으로 보내주겠다는 약속을 끝까지 지키고 간 은오였습니다.   

아랑도 마지막에는 지옥문 앞에서 자신의 죽음의 진실을 깨닫기는 했죠. 모든 게 자신때문이라는 것을 깨달았으니 말이죠. "나를 죽음으로 이끈 자도 결국 나였구나"아랑이 스스로 진실을 깨닫는다면 옥황상제가 보상은 해주겠다더니, 보상을 제대로 해주기는 했습니다. 기억까지 가지고 환생하게 해줬으니 말입니다.

 

아랑과 은오의 환생은 동화를 보는 것같아서 예쁘다고 해야 하나 기가 차다고 해야 하나, 암튼 아역들은 깜찍했습니다. 넝쿨째 굴러온 당신에서 차윤희 방귀남 부부에게 입양된 지환이가 은오로 환생했더라고요. 꼬맹이 은오의 대사에 빵터졌네요.

"내 지금까지 수많은 소녀를 만났으나 낭자처럼 고운 소녀는 본적이 없다. 허니 이름을 물어봐도 되겠소?", 대여섯살밖에 안돼보이더구만 수많은 소녀를 만났다니, 너 어디 유치원, 아니 남녀공학 서당다니니? 라고 물어보고 싶더라고요. 

은오야! 라고 부르는 무당방울을 보고는 또 빵 웃음, 돌쇠는 사또가 되고 방울이는 보쌈집을 열어 초대박이 나고, 돈많이 벌어서 면천도 했는지, 여튼 밀양땅은 조선과는 별세계 동네입니다. 직선제 사또에 신분제 철폐된 동네!

 

꼬맹이 아랑은 과거의 기억을 그대로 가지고 환생해서 기억실조증 은오때문에 답답해 미치고, 은오는 망각의 샘물을 마신 탓에 기억을 잃었다고는 하나, 꼬맹이들이 그런 대화를 하니 귀엽긴 한데, 대여섯 살 아랑이라는 꼬맹이가 은오와의 절절한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징글맞기도 하고, 암튼 그냥 웃지요.  

옛날옛적에 귀신아랑과 은오사또가 있었는데 어쩌고 저쩌고, 십년이 넘게 귀에 딱지가 앉도록 같은 대화만 하고 앉았더군요. 성장한 은오와 아랑의 대화도 계속 그 얘기뿐이라, 그 애절한 사연들이 한 순간에 홀라당 개그화되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나마 "우리에게는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소중한 시간이잖아"라는 은오의 대사는 생뚱맞게 좋았네요. 해피엔딩인데 뭐라고 설명하기 곤란한 해피엔딩이었습니다. 그래도 새드엔딩으로 결말을 내지 않은 것만으로도 만족하렵니다. 

 

드라마를 보면서 궁금할 수 있을 것 몇가지 정리하고 아랑사또전과는 안녕하겠습니다.

첫째, 아랑이 마지막에는 진실을 알았는데도 왜 진실의 종은 울리지 않았나?  

 

아랑을 죽음으로 이끈 자의 죽음만이 진실의 종을 울릴 수 있다고 했지요. 아랑은 죽을 수 없는 몸이었으니 진실의 종은 울리지 않았던 거죠, 잉~.

둘째, 아랑은 천상으로 갔나 지옥으로 갔나?

아무데도 안갔습니다. 갔다면 지옥으로 가야 했겠지만, 은오가 대신 지옥행을 택한 것으로 조건을 바꿨으니 말이죠.

셋째, 아랑의 기억이 살아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천상으로 가지 않았기 때문이죠.

 

넷째, 왜 은오를 귀신이었다고 생각하는가?

은오는 아랑을 대신해 지옥문으로 빨려 들어갑니다. 지옥문으로 빨려들어 갈 수 있는 것은 영적인 존재, 즉 혼이라야 들어가는 것이죠. 황천숲에 죽은 자의 생사부에 은오의 기록이 있었듯이 은오는 이미 여섯살에 죽었던 것이고, 그동안 우리가 봐왔던 은오는 한시적 생명을 얻어 돌아온 아랑과 같은 존재였던 겁니다. 

 

다섯째 은오가 기억실조증이 된 이유는 무엇인가?

지옥으로 가게 된 은오는 염라와 옥황의 특별배려로 천상에서 살게 해주겠다고 했지만, 이승으로 보내달라고 했다고 했지요. 아랑도 천상으로는 가지 않았고 옥황상제의 보상으로 둘 다 환생을 하게 해주었죠. 천상에서 이승으로 오는 길에 은오가 기억을 잃게 하는 망각의 샘물을 마셨고, 그 때문에 은오의 기억은 지워져 버렸습니다. 그리고 정말 사람인 아이들로 태어났죠. 

 

아랑의 기억도 지워졌더라면 더 좋았을텐데 싶더군요. 어차피 운명보다 더 운명같은 인연이라면 서로 알아볼 수 있었을텐데, 은오가 아랑에게 "스치다가 멈칫 너를 보고 눈물이 나고 심장이 떨리는 사내를 보거든, 그 땐 나인줄 알아봐줘"라고 했던 말처럼, 그런 아련터지는 장면으로 재회하게 했더라면 훨씬 좋았을텐데, 이 점은 매우 아쉽네요. 특히 방울이와 돌쇠의 아들로 태어난 은오는 뭐라 말하기 껄끄러움이 느껴져서리;;

아무리 웃자고 코믹스럽게 그려도 이건 아니지 싶더랍니다. 은오도련님하고 똑닮은 얼굴로 커가는 은오를 보고 이건 누구 씨여? 기겁할 듯싶기도 해서 혼자 웃었답니다. 환생한 은오는 성씨가 뭘까요? 돌비장 돌수령의 아들 돌은오? 

 

마지막 한 줄요약, 아랑의 죽음의 진실과 관련한 옥황상제와 염라대왕이 인간들에게 남기는 메시지는, '쓸데없이 남일에 끼어들지 말라,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목숨 내놓는 오지랖은 금물!' 허무개그의 지존되겠습니다.

배우들의 열연이 아까웠던 작품, 이준기 연기가 아까웠고, 강문영은 요괴역은 앞으로 따놓은 당상, 연우진의 재발견은 아랑사또전이 남긴 수확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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