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1.16 09:31




'첫사랑은 아프고 짝사랑은 슬프다'.

고독미(박신혜)와 엔리케(윤시윤)가 친구가 되는 과정은 깨진 접시처럼 서로의 부서진 마음을 확인하면서 홀로 흘린 눈물과 함께 시작되었습니다. 실연이라는 동병상련이 두 사람을 또 다른 세상으로 이끌게 될 듯하지만 말이죠.

고독미가 훔쳐보고 있었던 것이 강아지가 아니라, 형 한태준이었음을 알게 된 엔리케, 힘든 일을 해야 하는데 도와달라고 했던 것이 첫사랑 윤서영때문이었음을 알게 된 고독미, 집을 나와버린 두 사람에게 차가운 겨울 바람이 가슴을 시리게 합니다.  

 

그런데 두 사람은 대놓고 아파하지 못합니다. 아니 내색을 못하지요. 상대의 아픔이, 슬픔이 더 커 보여서 말이죠. 그래서 이 녀석들이 마음에 듭니다. 내 슬픔만이 하늘이 무너져 내린 비극이고, 내 아픔만이 가슴을 도려내는 것이라는 듯 몸부림치는 사람보다는, 나의 실연보다 다른 사람의 상처를 볼 수 있는 따뜻한 마음의 눈때문에 말입니다. 짝사랑이 되었든 첫사랑이 되었든, 목숨을 내놓은 절절한 사랑이 되었든, 사랑으로 인한 상처는 비슷한 종류의 아픔을 가지기에... 

고독미의 짝사랑은 끝났고, 엔리케의 첫사랑도 끝났습니다. 슬프고 아프게...

물론 우린 이런 질문을 던집니다. 과연 그럴까? 인생은 생각하는대로 흘러가는 것이 아니기에, 가끔은 바람 한줄기가 구름의 모양을 바꿔버리기도 하듯이, 그들의 짝사랑과 첫사랑은 다른 가능성들을 열어두기도 합니다. 예컨데 한태준이 고독미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다든지, 윤서영이 뒤늦게 엔리케의 사랑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게 된다든지, 그동안 고독미를 오래도록 지켜보기만 했던 오진락이 그녀에게 적극적으로 마음을 열고 대시를 하려고 하듯이... 

이웃집 꽃미남 3,4회에서는 웹툰 작가 오진락(김지훈)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이 나왔죠. 오재원이라는 본명을 버리려는 이유, 차도휘(박수진)가 그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하는 이유가 그의 환경이 엄청난 배경을 가지고 있을 거라는 짐작을 하게 합니다. 월세 35만원을 내지 못해 오션빌리지에서 쫓겨날 위기까지 처한 가난한 웹툰작가가 실은 엄청난 부잣집 아들인데,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 집을 나온 듯 보이고 말이죠.

오진락이라는 캐릭터, 은근히 허당기도 있고, 남자답기도 하고, 따뜻하고 재미도 있어서, 전 이 남자에게도 살짝 맛이 가고 있답니다. "내가 먼저인데..ㅠㅠ", 몇년간이나 고독미를 지켜보면서, 매일 아침 독미의 우유팩에 따뜻한 화이팅 인사를 남겨준 오진락의 오랜 순정이 상처를 입을 것 같아서 어쩌나 싶기도 합니다. 

고독미에게 왜 갑자기 이렇게 멋지고 매력적인 훈남들이 동시에 나타났는지, 고독미는 자신이 이렇게 사랑스럽고 사랑받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까요? 여튼 남자복도 많은 착한 고독미입니다.

 

따뜻한 마음으로 보는 사람은 그 사람의 단점들보다는 장점들을 더 많이 보게 하나 봅니다. 오진락의 눈이 그렇거든요. 고독미의 착한 심성과 맑음을 알아본 남자인데, 왜 용기를 못냈니?ㅠㅠ

고독미가 앞집 남자 한태준을 지켜보고 있었음을 알았기 때문인 듯도 합니다. 부담주기 싫어서 말이죠. 사랑은 용기있는 자만이 쟁취할 수 있다는, 지극히 평범해져 버린 말을 모르는 바보들입니다. 고독미나 오진락이나... 짝사랑에 익숙해진 사람들에게 가장 힘든 것이 그 용기를 내보는 것일 겁니다만...

그래서 무대뽀로 들이대는 깨금이로 인해 세상과 사람과 부딪치고, 즐기고 사랑하는 방법을 배울 듯 합니다. 깨금이가 오션빌리지의 꽃미남들과 고독미를 확 바꿔버릴 듯한 기분좋은 느낌... 비록 실연과 상처도 있겠지만, 사랑과는 다른 우정도 쌓아갈 듯해서, 건강한 이 젊은이들이 마음에 쏙 드는군요. 된장녀에 내숭녀 차도휘는 빼고ㅎ;; 

할머니가 아프다는 독미의 문자에 일방적으로 잡았던 이별여행 대신, 독미의 시골 할머니집으로 무작정 출발한 깨금이, 이런저런 어쩌나, 독미는 휴대폰 하나만 달랑 들고 나왔고, 깨금이는 카메라만 들고 나왔습니다. 쉽게 말해 무일푼 알거지였다는 거죠.

휴게소에서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돈을 빌리는 깨금이의 친화력에 독미는 어질어질합니다. 깨금이를 보면서 자신의 아픈 상처가 떠올라, 사람들이 오가는 곳을 피해 벤취에서 오들오들 떨고 앉아있는 고독미였죠. 고독미의 과거 상처가 조금씩 나오는데, 그 일의 중심에 당시 여고생들에게는 인기짱이었던 남자가 있었고, 독미가 그 남자와 함께 있는 것을 본 차도휘와 친구들에게 큰 상처를 받은 듯 하더군요. 온갖 추접한 말을 들어가면서 말이죠. 고독미가 사람들과 마주치지 않고 싶어하고 남자들에게 관심없었던 이유도 그때문인 듯하고 말이죠. 

그래서 한태준을 몰래 훔쳐보면서 외로움을 달래보기도 하고, 어쩌면 그 때문에 더 외로워졌는지도 모르겠다는 질문도 스스로 던져보는 고독미지요. 고독미의 나레이션처럼 던져지는 대사들이 마음에 와닿는 대목들이 많네요. 고독미의 독백이자 고백이기도 하고, 그녀에게 던지는 질문이 나를 향한 질문같아서 말이죠.

"외로워서 훔쳐본 건지 훔쳐봐서 외로워진 건지 모르겠어요. 첫눈에 반한다는 말 믿지 않았는데..."

"행복이란 손만 내밀면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행복할까? 그 여자는 너무 행복하면 불안해 진다. 그 여자에게 행복은 어릴적 비누방울 놀이같다. 무지개 빛으로 두둥실 날아오르는 그 많은 비누방울을 만지는 순간 터져버린다. 행복 앞에서 그 여자는 손을 내밀기 전에 늘 포기하고 만다". 

한태준을 좋아하는 윤서영을 보고, 고독미는 그녀를 행복하게 했던 비누방울을 터뜨려 버리고 주춤주춤 뒤로 물러서 버리죠. 그래서 슬픈데 고독미 그녀보다 아픈 사람의 눈을 봅니다. 10년 넘은 첫사랑을 슬프게 바라보는 남자 엔리케, 너무 밝아서 고민같은 것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그 질긴놈에게서 자기와 닮은, 아니 더 아파하는 슬픈 눈을 봅니다. 엔리케 역시도... 

 

실연을 들켜버린 두 사람, 친구하기가 편할 것 같은데 고독미는 깨금이를 경계합니다. 따뜻한 데를 놔두고 왜 공원벤치에서 떨고 있었냐는 깨금이의 질문에 움츠러 듭니다. "사람이 무서워서?", 정곡을 찌르는 깨금이의 질문은 고독미의 과거 상처와 닿아 있었습니다.

손가락질 하는 친구들이 무서웠고, 세상 사람들이 독미에게 뭐라고 하는 것 같고, 그래서 세상으로 부터 도피하고, 스스로를 보호하는 방법이 혼자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혼자있는 것이 편하고 익숙해져 버린 고독미, 이웃집 남자 한태준을 몰래 훔쳐본 비밀을 들키고, 누군가 자신의 비밀을 알고 있다는 것이 불편한 고독미입니다.  

"사람이 무서우면 세상과 친해봐요. 스페인 가기 전까지 아줌마 끌고 세상을 보여줄 거예요". 바다로 데리고 와 준 깨금이를 보면서 독미는 더 많은 것들을 이 남자에게 들킬 것 같습니다. 꺼내고 싶지 않은 과거의 상처까지도 말이죠. 그것이 두려운 고독미는 깨금이를 밀어냅니다.

"서울가면 아는척 하지 말아줘요. 우연히 마주쳐도 모른척 지나 가 줄래요? 들킨 게 많아서 난 불편해요, 그래서 싫어요. 나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잖아요. 그러니 나 모른척 해줘요!".

 

이유는 고독미도 잘 모릅니다. 습관같은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람들과 섞이기 싫은, 좁은 방에서 혼자 있으면서 이런 저런 상상으로 그려가는 그녀만의 세상에 익숙해져 버린 탓인지... 

 

그런데 우리 앞에 펼쳐진 세상은 수많은 변수들이 존재합니다. 때로는 사고처럼 설레임으로 다가오기도 하고, 때로는 정해진 운명처럼 옴짝달싹 못하게 심장을 멈추게도 합니다. 고독미와 엔리케의 사고같은 입맞춤처럼 말입니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세상을 향해 나오기 시작한 고독미의 서툰 시작과 그녀를 끌고 나온 깨방정 엔리케 깨금이의 천방지축이 사랑스럽네요.  

 

바닷가 할머니 집에서 민박을 하게 된 고독미와 깨금이, 막걸리를 마신 깨금이가 술이 덜깨 운전을 할 수 없어서 였지만, 그들에게는 마치 깜빡깜빡이는 형광등처럼 심장이 정전되는 사건이 일어납니다. 깜빡이는 형광등때문에 할머니의 귀신이야기에 겁을 먹은 고독미의 외마디 비명을 듣고 달려간 깨금이가 넘어지면서 입술이 포개지는 사고가 일어났으니, 큰일났다^^.  

짝사랑만 해 온 고독미, 첫사랑을 10년 넘게 부여잡고 살았던 깨금이, 사랑에 관해서는 젬병들인 두 사람 심장이 머지않아 튀어나올 듯합니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말이지요. 고독미의 무사귀가(?)를 기다리며 전전긍긍 입술이 바짝바짝, 오진락의 타들어가는 심장은 어떡하나...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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