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6.10 11:28




'원의 공식, 모든 것의 끝은 시작점으로 돌아온다'. 부활의 서하은(엄태웅)이 진실을 찾아가는 출발점이었다. 현재를 있게 한 것은 그 시작점에서 비롯되었고, 시작점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알아지는 진실들, 그리고 그 진실을 은폐하려던 악인들은 스스로 파멸해 갔다.

마왕 정태성(주지훈)의 복수, 가난하지만 단란하고 행복했던 가족을 허망하게 잃어야 했던 정태성, 그의 복수는 그를 괴물이 되게 했다. 지옥문 위에 앉아 있는 심판자, 생각하는 사람이 되고자 했지만, 지옥문으로 들어간 이는 자신이었다. 복수의 과정은 지옥이었다. 복수가 끝나갈 즈음 정태성은 강오수(엄태웅)가 12년간 살아왔던 지옥을 이해한다. 조금 일찍 강오수를 만났더라면, 아니 그가 복수를 계획하기 전에 강오수의 지옥같은 괴로움을 봤더라면, 그는 지옥문을 열지 않았을 수도 있었으리라. 서로를 더 일찍 구원해 줄 수 있었으리라.

 

예고살인장으로 보내진 타로를 통해 잔상을 읽는 능력을 가진 서해인(신민아)이 두 사람에게 했던 이야기는 마왕의 주제와 통하고 있었다. 어둠에서 구원할 수 있는 사람은 자신뿐이라고... 사고의 시작점 폐차장에서 정태성은 죽은 강오수의 어깨에 기대어, 그 역시 고통이라는 복수의 터널에서 빠져나와 편안하게 잠들었다.   

 

김지우 작가의 복수시리즈 부활, 마왕에 이은 상어, 세 작품 모두 공통점이 존재한다. 일종의 페이스 오프라고 할 수 있는 설정이다. 서하은-유강혁-유신혁+유강혁-서하은(부활-엄태웅의 이름), 정태성-오승하-정태성(마왕 주지훈의 아름), 한이수-요시무라 준(한국명 김준, 상어 김남길의 이름)-???, 상어는 이제 시작이기에 아직 한이수가 자신의 이름을 찾는 과정을 물음표로 남겨두었다. 부활은 죽은 쌍둥이 동생 유신혁으로, 마왕에서는 죽은 친구 오승하로 페이스 오프(?)했다. 상어는 전혀 새로운 인물로 페이스 오프했다. 교통사고로 망가져 버린 얼굴의 성형을 통해서...

서하은으로 시작해 서하은으로 돌아가는 1년의 여행, 개인적으로 부활의 복수방식과 결말이 더 마음에는 든다. 오승하 역시도 정태성으로 돌아갔지만, 그 과정을 지켜보는 과정이 피해자의 입장이 되어서도, 가해자의 입장이 되어서도 너무나 힘들었었다. 

 

그런데 상어는 더 겁이 난다. 사랑하는 첫사랑이 복수 지점에서 슬프게 웃고 있어서 말이다. 그리고 나의 시선은 오이디푸스가 되어야 하는 첫사랑 조해우에게로 옮겨간다. 마왕에서는 강오수가 오이디푸스가 되어야 했지만, 조해우와는 조금 다른 상황이었다.  

강오수에게 있어 모든 사건의 시작점은 자신이었고, 진실을 알고 있는 유일한 사람이기도 했다. 강오수는 가해자이면서 12년을 악몽속에서 고통받으며 살았지만, 가해자들과 가족이라는 배에 탄 조해우(손예진)는 첫사랑을 잃었다는 슬픔이라는, 다른 고통 속에서 살아온 인물이다.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고통, 겪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고통과는 질적으로 다른 고통이다.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드는 것마저 느끼지 못할 만큼 주먹을 쥐게 하는 고통과, 가슴 한 켠 쓰려오는 첫사랑의 아픔에 흘리는 눈물을 어찌 같은 무게로 비할 수 있을까? 

피해자의 시신에 피로 그려져 있는 동그라미, '원의 끝은 반드시 출발점으로 돌아간다', 피해자 정만철은 과거 한이수의 아버지 뺑소니 사고를 담당했던 비리형사였고, 그의 죽음은 12년전 한이수의 아버지 한영만의 의문의 죽음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자수를 하겠다던 피의자가 의문의 독살사고를 당한 사건, 그러나 한영만의 죽음은 뺑소니범의 의문의 죽음으로 마무리 지어져 버렸다.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는 사건으로... 한영만에 이어 한이수 역시도 교통사고를 당했지만, 시체는 발견되지 않았고, 이후 한이수와 한영만 사건은 조용히 묻혀져버렸다.

 

원의 공식처럼 12년전 한영만의 의문의 죽음은 검사가 된 조해우에게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녀는 뺑소니 진범인 아버지 조의선(김규철), 한영만 죽음의 배후 살인교사자인 할아버지 조상국(이정길), 조해우는 오이디푸스가 되어 비극의 칼을 쥐어야 한다. 과연 그녀가 그녀의 가족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단두대에 세울 수 있을까? 조해우를 검사로 설정한 작가가 그래서 잔인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한이수(김남길)는 또 어떠한가? 교통사고후 12년전 동경에서 자살을 시도하려던 그를 살아보라고, 살아만 있으면 반드시 기회가 있다고 말렸던 양부 요시무라 준이치로의 조상국에 대한 복수의 화신으로 길러졌지만, 추측이지만 그는 한이수를 절대적으로 신뢰하지 않고 있다. 한이수를 돕는 장영희(이하늬)는 요시무라 준이치로가 한이수를 감시하기 위해 붙여둔 인물이기도 한 듯 해 보여서 말이다.

장영희라는 인물에 대해서는 아직 많이 나오지 않았지만, 한이수에 대한 의뭉스런 시선이 두가지로 읽혀진다. 짝사랑과 묘하게 느껴지는 증오감 두 가지로 말이다. 과거 고문기술자였던 이수의 아버지 한영만(정인기)으로 인해 가족 누군가가 희생당했다면, 그 증오감이 이해는 되지만 이는 아직은 추측일 뿐이고, 그녀에게서 느껴지는 배신의 위험신호는 드라마가 끝날때까지 빨간신호등으로 남겨두어야 할 듯 싶다. 마왕에서 김순기가 그랬던가? 뒤통수는 가장 가까운 사람이 치는 거라고... 

 

김지우 작가의 복수시리즈에서 유의깊게 봐야 하는 것은 이름의 변화가 주는 의미이다. 복수의 두 얼굴, 선과 악의 경계, 복수와 구원을 이름의 변화로 표현하기 때문니다. 그런데 부활과 마왕과는 다르게 한이수는 자신의 이름을 찾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휩싸이게 한다. 결국 태양을 향해 더 가까이 날고 싶어한 욕망을 제어하지 못하고 바다에 추락해 버린 이카루스처럼 한이수에게서 비극적 운명이 감지되어서 말이다.

'세상엔 균형이 필요해', 비리형사 정만철에게 아버지 한영만의 뺑소니 사고에 대한 진실을 듣고 그는 균형이라는 말을 남기고 창고를 나가버린다. 이어지는 정만철의 비명과 시신에 피로 그려진 동그라미... 그가 말하는 세상의 균형이 무엇을 말하는지 정만철의 죽음으로 말했다. 신이 처벌을 하지 못한 악인이라면 인간이 처벌해야 균형이 유지된다. 그 역시 마왕의 오승하처럼 지옥문 위에서 눈을 뜬 생각하는 사람이 되려고 한다. 심판자... 오승하에 이어 복수로 괴물은 한이수로 반복된다. 

마왕과 다른 점이라면 마왕은 결과에 대한 복수였고 일종의 대리복수의 방법을 썼지만(개인적으로 매우 불편한 감정으로 봐야했지만), 상어는 진실을 알기 위해 복수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직접적인 복수의 방법으로 시작했다. 진실이 밝혀지는 순간 한이수는 가차없이 처단해 버린다. 정만철에게서 아버지의 뺑소니 사고 진범에 대한 진실을 듣고 그를 죽여버린 것처럼...

 

김지우 작가는 복수의 끝에서 찾는 자신의 이름을 '구원'이라는 의미와 연결지어 왔다. 복수를 하는 순간, 과거의 그와는 다른 인간이 되어버렸기 때문에 다른 이름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구분짓는다. 이는 구원에의 희망을 위한 작가의 배려이다. 그리고 그 구원의 길에는 부활에서는 사랑스러운 서은하(한지민)가 있었고, 마왕은 따뜻한 사람 서해인(신민아)이 있었다.

상어도 한이수에 대한 구원의 희망을 남겨두었다. 요시무라 준이라는 새이름을으로 한이수를 돌아오게 한 것은 결국 괴물로 변해갈 한이수에 대한 구원의 희망이리라.  

그런데 상어는 전작보다 인물구성이 복잡하다. 마왕의 경우, 자신의 복수를 위해 다른 사람을 범죄자를 만들었던 오승하는, 피해자임에도 그를 위한 변론을 하고 싶은 생각은 솔직히 별로 없었다. 상어는 마왕과는 달리 직접적이다. 정만철의 살해현장에 직접 한이수가 나타나고, 자신의 정체를 감추지 않는다. 왜? 그는 다시는 입을 열 수 없을 것이기에... 그래서 상어는 복수가 더 직접적이다.

구원의 길을 인도하는 사랑에도 파국의 냄새가 진하게 느껴진다. 유부녀가 된 조해우이기에 그들의 사랑은 불륜에 가까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한 서하은(유강혁), 오승하, 그리고 강오수를 조해우와 한이수 모두에게 분산시켰다. 한이수는 진실을 파헤쳐 가는 서하은이자, 복수의 화신이 된 가해자 오승하가 되었고(서하은+오승하), 조해우는 오이디푸스왕이 되어야 했던 강오수(마왕)와 서하은(부활)의 안식처 서은하를 합쳐 놓았다. 그래서 더 복잡하고 비극의 기운이 진하다. 구원으로 이르는 길은 더 좁고 어두워졌다.  

진실을 찾고 복수하겠다는 일념으로 12년간을 버텨 온 한이수를 숨쉬게 했던 것은 그의 부레인 조해우였다. 그가 침몰시켜야 하는 배를 타고 있는... 가장 처참하게 복수하는 것은 가장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칼을 맞게 하는 것이다. 딸이 아버지에게, 손녀딸이 할아버지에게 칼을 들이대야 하고, 그 칼을 맞아야 하는 것처럼 잔인한 복수가 어디있을까?

돌아보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부레가 없는 강한 상어가 되었다고 자신했던 이수다. 12년전 해우가 조각해서 준 상어는 그를 단단하고 강하게 만들어줬다. 한이수는 해우의 상어조각을 보면서 12년간 이를 악물었다. 해우가 타고 있는 배라도 침몰시키는 진짜 강한 상어가 되겠다고, 돌아보지 않겠다고...

'보게 하리라. 그들의 진짜 모습을... 사랑하는 딸의 눈으로 직접, 아끼는 손녀딸의 손으로 직접 단두대에 올리게 하리라'.  

그런데 이수는 아프다. 여젼히 자신을 기억하고 있는 해우의 슬픈 눈이 이수를 아프게 한다. 그 아픔이 한이수를 멈추게 할 수 있을까? 고통에서 구원하는 희망이 될 수 있을까? 복수는 파멸을 부르고, 파멸의 끝에 서있는 사람은 결국 다른 이름의 괴물이 된 자기 자신이다. 

그러나 복수를 멈추기를 나는 바라지 않는다. 진실은 밝혀져야 하고 억울함은 풀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나는 작품속 주인공보다 잔인한 지도 모르겠다. 희망이 되었든, 파국이 되었든, 진실이 은폐되는 것을 더 못참겠으니 말이다.

 

마왕과 부활에서 김지우 작가는 공통적으로 12년전의 사건을 들춰낸다. 12년 전이라는 사건으로 작가가 공을 들이는 이유는 공소시효가 남아있기 때문이리라. 마왕의 학교폭력, 상어의 친일과 뺑소니 범죄는 지금도 일어나고 있고, 앞으로도 있을 사고들이다. 사건 자체는 공소시효가 있지만, 사건의 종류는 공소시효가 없는 범죄들이다. 김지우 작가는 공소시효를 남긴 사건의 복수를 통해, 공소시효없는 범죄에 대한 메시지와 경고를 하고 있는 아닐까? 

 

이 블로그를 한RSS에 추가하고 싶으시다면 클릭▶▶▶▶



Trackback 0 Comment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