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8.14 14:31




굿 닥터를 보면서 결정적인 순간에 핵심을 집어주는 박시온에게 거는 기대는 점점 커진다. 청량리역에서 현우를 구했고, 성원대학병원에서는 성호와 미숙아 신생아를 구했다. 성호의 수술은 다짜고짜 침대를 밀고 수술방을 강제로 밀고 들어가, 김도한이 두 수술을 동시에 진행하게 하기도 했다.

한데 박시온의 결정적인 판단과 도움으로 생명을 구했는데도 칭찬은 커녕 문제를 일으켰다는 구박만 받는다. 응급상황을 잘 판단한 박시온도, 수술을 집도한 김도한도 박수는 커녕 상벌위원회에 불려다니기만 하고 있다. 생명을 살린 것에 대한 칭찬과 박수보다는 과정과 절차, 조직의 질서를 무너뜨린 것에 대한 갑론을박 책임만 추궁당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이 그들이 몸담고 있는 조직의 룰이다.  

한 아이의 목숨을 구했다는 일,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 그런데 생명을 구하는 일이 직업이고 일인 의사에게는 그 대단한 일이 늘 감격은 아닌가 보다. 아마 감격에 무뎌졌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 듯 보인다.

의사들에게 생명을 구한 것보다 어쩜 생명을 구하지 못한 일이 더 큰 일일 것이다. 차윤서의 첫수술, 첫 집도에서 아이를 구하지 못한 일에 큰 충격과 좌절에 빠질 것으로 예상되는 것처럼 말이다. 

박시온은 위축되고, 말썽만 피우는 그가 구박당하는 모습이 시청자에게는 아프고 불편하다. 결정적인 활약은 언제쯤이나 하게 될지, 말썽만 피우는 박시온이 구박만 당하는 것이 불편한 시청자는 박시온을 그만 괴롭혀 달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온다. 위험신호다. 자칫하면 작가가 큰 실수를 할 우려도 있다.

서번트 신드롬을 가지고 있는 박시온을 영웅으로 만들어 버릴 수 있는 위험신호, 이에 대해 작가는 김도한의 입을 빌어 중심을 지켰다.  "결핍을 가진 천재가 영웅이 되는 건 만화에서나 가능한 일이야. 난 만화의 주인공보다 소통이 필요한 파트너가 필요해. 결과적으로 그게 환자를 위한 거니까". 

 

미숙아 수술을 무사히 끝내고 동료들의 구박을 받는 시온을 밖으로 불러낸 차윤서는 답답해서 한마디 하고 만다. "넌 죄책감 없어?", 간담췌외과 김재준 과정의 환자를 동의없이 트랜스퍼했다는 일로 상벌위원회까지 열리게 한 일은 따지고 보면 박시온이 만든 일이었기에, 김도한 밑에 있는 팀원들이 박시온에게 화살을 돌리는 일은 당연한 일일 수도 있다.

박시온의 대답은 동문서답이다. "이제 아기가 살 수 있습니다. 그래서 참 다행이고...", 환아만 생각하고 있었던 박시온이었기에 박시온의 머릿속은 아이가 살 수 있다는 생각밖에는 없다. 박시온은 수술을 성공한 김도한과 최우석 원장을 비롯한 김재준, 고충만, 강현태 부원장이 느끼는 감정보다는, 아이가 살아나길 기도하는 부모의 마음에 더 가까웠으리라.  

 

말장난같이 들릴 수도 있겠지만, 창밖의 인물들(병원관계자 vs 부모)의 1차감정은 조금은 다른 것이었다. 결과는 같은 것이었지만 말이다. 수술성공을 바라는 마음과 수술로 아이가 살길 바라는 마음, 어딘지 조금 다른 출발이라는 것이 느껴진다. 그 출발을 곰곰히 생각하다 보니 이 드라마가 하고 싶어하는 질문이 비로소 눈에 들어온다.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긴급수술에 들어간 550g 미숙아의 수술은 성공적이었지만, 간 아래에 뭔가 고여있다고 계속 지적하는 시온의 말에 도한은 미숙아의 간주변을 살피다 담도 천공이 있었음을 발견하게 된다. 담도공장문합술을 해야 하지만, 워낙 작은 아이라 수술은 불가능한 상태, 더이상 대안은 없었다.

이제 가능성이 없는 상황, 박시온은 다급히 외친다. "배액관 배액술!". 이는 담낭에 배액관을 삽입해 담즙을 제거하는 수술을 말한다. 김도한은 박시온의 말을 따랐고, 숨도 쉬지 못하며 긴장속에 지켜봤던 미숙아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우리 아기 끝까지 포기하지 않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린 생명은 동수라는 이름도 가지게 되었다.  

휴회되었던 상벌위원회는 다시 열리게 되었고, 김도한은 함께 벌을 받겠다는 시온을 따라오지 못하게 하고 혼자 회의장으로 들어갔다. 시온의 책임자로서 박시온에 대한 문제까지 책임지는 김도한, 한마디로 멋졌다. 책임질 줄 아는 상관!

일주일 정직 처분과 한달 감봉처분을 받은 김도한은 약혼자 유채경(김민서)과 휴가겸 여행을 떠나면서도 차윤서에게 미숙아 부모님을 찾아보라는 당부도 잊지 않는다. 무뚝뚝한 말로 건넨 향수는 윤서를 향한 김도한의 마음이었으리라. 후배가 아닌 여자로 보여지는 마음... 그럼에도 김도한은 내색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포커페이스가 생명인 김도한의 그런 자제심도 참 좋다. 물론 그에게 정혼자인 유채경이 있기때문이기도 하지만, 오래전 술김에 고백하려던 차윤서의 마음을 모르지는 않았을터... 거절해야 하기에 더 무뚝뚝해야 했고, 일부로라도 다른 감정이 들어올 틈을 주지 않으려 했다. 그러나.... 그게 잘 안되는 김도한이다. 차윤서의 열정이 이쁘고 사랑스럽다. 아이들을 대하는 따뜻한 마음이 도한을 미소짓게 만든다.

 

이 드라마는 박시온의 성장, 편견을 극복하고 진짜 의사가 되어가는 과정보다는 다른 것에 더 큰 무게를 두고 있음을 우일규를 통해 보게 된다. 시온의 행동으로 도한이 상벌위원회에 블려가고 처벌을 받은 것에 우일규는 시온에게 감정적 화풀이를 했다.

그 저급한 행동은 그가 고충만 과정의 스파이라는 것을 떠나서 의사로서 함량미달인 인격을 보여준다. 시온을 바닥에 내동댕이 치는 것도 모자라, "죄송합니다. 죽을 죄를 졌습니다 말한마디 못하냐. 너 정신연령이 초딩이라 그런 말 안나오지? 이 자식은 좋은 말로 하면 안들어 처먹는 것 아시잖아요!"라며, 박시온을 함부로 대한다.

박시온이 자폐증상이 없는 정상인이라고 해도 심한 인격모독적인 언사였다. 그런데 대놓고 정신연령이 초딩이라고 몰아부쳤다. 그 뿐인가, 책으로 머리를 툭툭 치며 비꼬는 말은 참아주기 힘든 말이었다. 읽기만 해도 외워져서 좋겠다며 우일규는 박시온을 모욕한다. "수술방에서 교수들처럼 나불대도 우린 니가 하나도 안부러워. 그냥 너는 의사하지 말고 예능프로에 나가라. 암기왕 박시온... 그런게 너한테 딱이야".  

여기서 이 드라마는 하고 싶은 말을 던졌다. 자폐를 완전히 극복하지 못한, 서번트 증후군을 겪고 있는 박시온을 내 곁에 둘 수 있는지를 묻고 있는 것이다. 우일규나 다른 팀원들, 김도한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박시온이 성원대학 병원에서 자신들이 몸담은 조직에 들어오지 않았던, 즉 아무런 관계가 없었을 때는 그들도 자폐를 겪은 박시온을 더불어 사는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끌어안아야 한다는 막연한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런데 박시온이 자신들의 사회, 관계 속으로 직접 들어오자 그들은 스스로 편견이라는 벽을 만들어 버린다. 

이 드라마는 박시온의 성장과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것을 보고자 함이 아니라, 그런 박시온을 편견없이 인정하고 보듬을 수 있느냐고 묻는 것이다. 조금 모자라고 부족한 사람에 대한 배려와 동정심은 나쁜 것이 아니다. 무시와 차별보다는 훨씬 따뜻한 인간애이기 때문이다.

배려와 동정심의 마음이 아닌, 동등하게 구성원으로 인정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는 우일규나 지금의 성원대학 소아외과 팀원들이 보여주는 모습처럼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하물며 의사인, 의사가 되려는 과정에 있는 그들인데도 말이다.

 

그래서 주목되는 인물이 김도한이다. 영웅이 아니라 파트너를 원한다는 그의 말은 희망적이다. 박시온을 죽은 아이도 살려내는 기적을 불러오는 영웅으로 만들어 버린다면, 이 드라마의 의미는 반감될 것이다. 변화되고 성숙해야 하는 주인공은 바로 김도한을 비롯한 우리이기 때문이다.

박시온이 조직에 적응할 수 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에서 박시온을 받아들일 수 있느냐, 즉 나는 박시온을 동등한 구성원으로 받아들일 수 있느냐에 대한 질문이기 때문이다. 동정이 아니라 인정할 수 있느냐를 묻고 있는 것이다. 편견을 깨야 하는 것은 박시온이 아닌, 박시온에 대한 편견을 가진 나, 우리임을 이 드라마는 일깨우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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