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8.15 14:46




오미숙(임세미) 살해피의자로 검찰에 이송중이던 장태산(이준기), 교통사고는 그에게는 절호의 기회였습니다. 신호를 무시하고 가속페달을 밟았던 박재경(김소연)으로 인한 사고였지만(이런 경우는 참 뭐라 할말이 없는 연출이긴 합니다. 피해자가 상당수 나왔던 사고라), 여튼 사고현장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탈주한 장태산의 수진이를 살리기 위한 카운트 다운 도주가 시작되었습니다.

어린 수진이의 목숨이 장태산에게 달려있고, 수진이가 살려면 장태산은 수술전처치가 끝나고 골수이식을 받을 날까지 반드시 살아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장태산은 체포보다는 살해당할 위험이 더 커보여 숨도 쉬지 못하고 그의 도주를 지켜보게 하는군요.  

장태산이 탈주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문일석(조민기)은 그의 양아들(송재림)을 킬러로 보냅니다. 그때문에 장태산이 군경찰이 쫙 깔린 산에서 결정적으로 살아나게 하는 반전이 나오리라 예상은 되지만 말이죠. 해품달의 운이 냉혹한 킬러로 변신했더군요. 이 인물에게는 뭔가 사연이 느껴져서 예의주시하고 있는 중입니다.

 

장태산이 도망쳤던 이유는 수진이와의 대화장면인듯 연출한 나레이션으로 나왔지요. 경찰서 유치장에서도 문일석이 보낸 놈에게 추리닝 끈으로 목이 졸려 죽을 뻔했던 장태산, 검사에게 사정을 얘기하고 골수를 주려고 해도 문일석이 손을 뻗쳐 그 안에 자신을 죽여버리면 수진의 목숨도 구할 수가 없습니다. 장태산이 필사적으로 도망쳐야 하는 이유, 문일석의 이름을 말하지 못하는 이유도 그때문입니다. 문일석이 수진과 혜인의 존재를 알아서는 안되기 때문에 말이죠.  

8년전 자신의 아이를 가진 사랑하는 인혜를 어떻게 보냈는데, 인혜와 수진이를 또다시 위험에 빠뜨릴 수 없는 장태산입니다. 서혜인을 지키기 위해서 떠나야 했고, 이젠 서혜인과 수진이를 지키기 위해서 살아야 합니다. 삶에 아무런 이유도 의미도 가지지 않고 빈껍데기처럼 시간을 탕진하고 살아왔던 장태산, 수진이를 위해 단 한 번, 꼭 한 번 사람으로 살고 싶습니다.

 

수갑을 찬 상태로 오토바이를 몰아야 했던 장태산, 거리마다 달려있는 cctv에 자신의 위치가 파악될 것은 시간문제라는 것을 알죠. 오토바이를 버리고 과일차에 올라탔던 태산은 경북 문경까지 검문없이 갈 수 있었고, 다시 모래 속에 파묻혀 이동해야 했죠. 빨대 하나에 의지에 모래속에 파묻혔던 연기를 했던 이준기, 실제로 죽음의 문턱을 경험했던 시간이었을 겁니다. 모래가 육체를 압박하는 고통은 아무리 촬영이라고 할지라도 힘들었을텐데, 생매장이라는 공포, 연기를 떠나 그 공포와 싸웠을 이준기의 연기투혼이 대단하더군요.  

야영장에서 옷과 신을 훔쳐 농가로 숨어든 장태산, 인근 공장에서 흠친 절단기로 수갑을 절단하고 손은 자유로워졌지만, 추적은 더 촘촘하고 물샐틈 없이 조여오고 있습니다. 박재경 검사와 임승우(류수영)가 태산을 쫓고, 도주중인 살해용의자로 뉴스까지 나온 상태이기에 사면초가에 빠진 장태산입니다.

 

장태산의 누명을 벗겨줄 유일한 증거물인 디카가 있지만, 박재경이 전당포에서 오미숙이 맡긴 디카를 찾으러 왔었다는 것을 알게 된 문일석은 디카때문에 장태산을 반드시 먼저 잡아서 죽이려고 합니다. 문일석이 장태산과 함께 살았던 보육원 동생 고만석을 그냥 둘 것 같지않아 불길하군요.

다행이라면 디카는 고만석의 애인에게 있다는 것과 박재경이 장태산의 오미숙 살해동기에 의문을 품었다는 겁니다. 문일석의 죄를 대신해 전과 2범까지 됐는데, 장태산이 오미숙을 살해할 이유는 없어보였으니 말이죠. 살인범이 되면 무기징역을 받게 될 텐데, 혈혈단신 고아로 보육원에서 자랐던 장태산이 무기징역까지 감수하고 받을 댓가가 아무 필요가 없는데, 문일석의 개라고 하지만 살인까지 할 이유가 충분해 보이지 않았던 거죠.  

디카가 장태산에게 있다고 생각한 박재경과 문일석-조서희, 누가 먼저 장태산을 잡느냐 전쟁과도 같은 추격이 시작되었습니다. 한쪽은 반드시 살려 잡아야 하고, 다른 한쪽은 반드시 죽여야 하고... 장태산은 수진이 골수이식 수술까지는 무슨 일이 있어도 살아야 하고...

 

장태산이 살인누명을 쓰고 탈주한 뉴스속의 주인공이라는 것을 모른채, 서인혜는 수진을 무균실로 보냈지요. 뉴스에 나온 아저씨가 골수를 줄 착한 아저씨(아빠)라는 것을 알고 있는 수진, 사람을 죽인 살인범이라지만 수진에게는 골수를 줄 착한 아빠입니다. 

수진이는 수진이의 눈으로 아빠를 봅니다. 수진에게 사람을 죽인 살인범이라는 말은 욕처럼 나쁜 단어와도 같습니다. 어린 아이들에게 살인범이라는 단어는 어떻게 나쁜 사람인지, 얼마나 나쁜 사람인지에 대한 이미지가 없지요. 그냥 나쁜 욕과도 같은 나쁜 말 정도랄까... 수진이를 통해 어른들과는 순수한 영역의 생각주머니를 보는 소현경 작가의 섬세함은 이런 곳에서 사실 잘 드러납니다.  

무균실로 들어갈 준비를 하면서 콩닥거리는 자신의 심장소리가 너무 커서 시끄럽다는 수진은 동화에서 튀어나온 아이같더랍니다. 무서워서 콩닥거리고, 골수를 받게 돼서 기뻐서도 콩닥거리지요. "엄마, 여기서 나올땐 나 살아서 나오는 거지?", 무균실에 들어가서 부활달력을 붙이는 수진, 13일 남았군요.

 

절단기로 수갑을 절단하고 그동안 자지도 먹지도 못했던 장태산은 죽은 듯 잠에 빠져들었다가 소란스런 소리에 잠이 깼죠. 닭을 잡기 위해 씨름하는 할머니(최선자)를 보면서 피식 웃음짓는 장태산, "내가 널 꼭 잡아 점심을 오밤중에라도 먹고 말겠어", 웃을 처지가 아닌데도, 그래도 그 상황은 웃지 않고는 그냥 넘길 수가 없었습니다. 시청자 역시도...  

배는 고프고, 목도 마르고, 나갈 수도 없고, 돈도 없고, 먹을 것만 있으면 할머니네 창고에 꼭꼭 숨어 수진이 수술날까지만 버텼으면 싶지만 그럴수도 없는 노릇이고... 앞으로가 깜깜한 태산입니다.

태산에게 수진이 묻는 것 같습니다. "그러게,,, 어떡해?", 수진을 생각하니 수진의 인형이 생각나죠. 하마터면 벗어둔 바지에 넣어둔 수진이 인형을 잊어버릴 뻔했습니다. "큰일 날 뻔했네... 돌려주기로 했는데...".

수진이가 또 묻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돌려줄 거냐고? 어떡할려고 도망친거냐고?". 수진이를 생각하며 한 자문자답이었지만, 동화같은 연출이 시큰하더군요. 딸바보가 된 이준기처럼 멍하니 수진의 얼굴에 시선고정하게 하는 이채미, 연기도 어쩜 그리 잘하는지^^.  

"어떡할려고 도망친게 아니라 죽지 않으려고... 죽으면 안되잖아. 네 수술날까지 살아야 하니까...".

도주 하루만에 산에서 체포위기에 놓인 장태산, 문일석이 보낸 킬러 송재림이 장태산이 위기에서 벗어나게 할 변수가 될 듯은 한데, 첩첩산중이라고 이 놈은 장태산을 죽이려 들텐데, 장태산의 앞길이 말 그대로 태산입니다.

 

장태산과 서수진의 상상만남, 장태산의 마음을 판타지 기법으로 보여준 것이 참 좋더군요. 무엇보다 이준기가 감정선을 무너뜨리지 않고 적정선을 잘 유지하고 있습니다. 8년만에 처음 만난 딸, 존재도 몰랐던 딸아이에게 아직은 눈시울 뜨거운 절절한 부성애보다는 친구처럼 이제 막 사귀고 있는 것같은 모습을 보여주더군요. 그에게 딸이 있다는 것을 단계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죠. 

살인누명을 쓴 상황이 지금의 장태산에게는 더 큰 사건이죠. 그러다가 문득 왜 도망쳤지? 자문하다가는 수진이를 생각하고, 수진에게 돌려줘야 할 인형을 꺼내보고... 그 단계적인 감정연기가 좋습니다.  

하루가 가고, 또 하루가 가고, 수진의 수술 날짜가 가까워질수록 아마 장태산의 목숨은 더 위험해지겠죠. 장태산의 목숨이 위험해진다는 것은 수진이가 위험해진다는 것과도 같습니다. 하루 하루가 피가 마르는 시간입니다. 장태산에게 딸 수진은 살아야 할 이유가 되어갑니다. 무균실에 들어간 수진이 골수를 받지못하면 수진은 그냥 죽는다고 합니다. 하늘이 노래지고 땅이 꺼집니다. 살아야 겠습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살아야 겠습니다. 잡히면 죽습니다. 

처절하리 만큼 삶이 절박해진 도망자 장태산, 살아야 분명한 이유만큼이나 절박한 눈빛으로 변해가는 이준기의 연기는 드라마에서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하게 하는군요. 

 

이준기와 최고의 부녀 케미를 보여주는 어린 이채미양, 보고만 있어도 예쁜 눈망울에 빠져들게 만드는 서수진 역의 이채미양은 드라마속 보석이 따로 없습니다. 수진이의 웃음을 보면 그냥 절로 힐링이 되는 듯 빠져들게 만드네요.

수진에게는 아저씨는 세상에서 가장 착한 아빠입니다. 하늘나라가 어떤 곳인지 몰라 무서운 수진이를 하늘나라로 안보내려고 골수를 주려는 사람이 아빠라는 것을 수진은 알고 있습니다. 그냥 지나가는 아저씨라고, 아빠는 아빠라고 말해주지 않았지만, 수진이는 압니다.  

'사람은 누구에게나 말못할 사연이 있는 거래요. 아빠에게도 말못할 사연이 있었을 거에요'. 그래서 수진은 묻지 않았습니다. 아빠인 것을 안다고 우기지도 않았습니다. 말못할 사연인데 자꾸 물으면 아빠가 슬프잖아요.

사연을 말하지 못해 슬픈 아빠, 수진이의 새 소설 주인공 눈물흘리는 아저씨이기도 합니다. 손가락 걸고 팅팅이를 돌려주겠다고 약속한 아빠, 수진이가 살아나면 아빠도 웃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수진이는 힘을 내려고 합니다. 무균실에 들어가 치료가 시작되면 많이 아플거라고 했지만, 꼭 이겨내서 아빠가 웃는 그림으로 소설을 끝낼 거예요. 참고 또 참고 이겨낼 거예요.

 

이제 겨우 하루가 지났는데 한달처럼 길게 느껴졌던 시간, 장태산과 수진에게 하루는 너무도 길고 힘들군요. 길고 힘든 시간 13일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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