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8.21 12:42




"사람들이 절 우습게 생각하는 것 잘 압니다. 어릴 때도 지금도... 그래서 괜찮습니다"-박시온(주원)의 대사.

"죽지 않을 수도 있었는데 죽는다는 건 남은 사람에게 평생 상처야. 그리고 그 어떤 위로나 좋은 말로도 상처를 없앨 순 없어. 절대!"-김도한(주상욱)의 대사.

산타클로스와 천국의 존재를 믿느냐 믿지 않느냐의 차이처럼 다르다.

 

남들과 다른 시온은 그 때문에 외로웠고 가슴이 아파왔다, 지금도... 그러나 그는 괜찮다고 말한다. 그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편견의 시선을 그는 받아들인다. 상처를 받지만 그 때문에 괴로워하거나 고통스러워 하지 않는다. 내일도 또 그 상처는 반복될 것이기에... 

의사가 되겠다는 형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시온은 꼭 의사가 되고 싶어한다. 물론 형과의 약속만이 시온이 의사가 되고 싶은 이유 전부는 아니다. 인터뷰때 말했던 것처럼 아이들이 어른이 되게 하고 싶다는 것이 시온이 의사가 되고 싶은 더 큰 이유이다.

동네아이들과의 내기에서 비롯된 형의 죽음, 시온때문이었다. 폐광에 혼자 들어가는 것이 무서웠던 시온과 함께 갱도에 들어가줬던 형은, 시온때문에 죽었다. 그러나 시온은 자기때문에 형이 죽었다고 괴로워하지 않는다. 시온은 형과의 약속을 생각한다.

장난감 의료상자를 생일선물로 주고, 친구가 없는 시온의 유일한 친구가 되어주었던 형, 시온을 쓰다듬어주던 형의 따뜻한 손길은 시온이 잊지 않고 있는 형에 대한 기억들이다. 보고 만질 수 없어도, 시온에게는 살아있는 형이다. 시온의 가슴에.

 

함께 웃어주고 놀아주지 못하는 형이 돼버렸지만, 시온에게 형은 만나고 싶으면 언제나 만날 수 있는 사람이다. 천국의 문을 통해서 시온은 언제든 형을 만나러 간다. 천국의 문은 시온의 형에 대한 기억이며 추억이다. 형과 토끼의 얼굴을 잊지 않고 있는 시온은 믿는다. 그들이 하늘나라(천국)에 있기에 시온이 문을 두드리면 나와주는 것이라고... 

자기 때문에 동생이 죽었다고 생각하는 김도한, 자책감은 그에게 여전히 아물지 않은 상처다. 의사가 되겠다는 동생과의 약속을 지켰지만, 채워지지 않는 그 무엇인가가 그를 압박해 온다. 정작 의사가 되었지만, 치료하고 싶은 동생이 없다. 의사가 되면 가장 먼저 치료해주겠다고 약속했던 그 동생이 도한때문에 죽었다.

정신지체3급 판정을 받았던 동생 김수한, 부모님이 어려서부터 잘 보살펴서 호전은 되었지만, 그 호전이 결국 독이 됐다고 생각하는 도한이다. "이제 수한이 학교갈 때 데려다 주지 마세요. 자립심을 키워줘야 세상과 사람들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낼 수 있습니다". 자립심을 키워줘야 한다는 생각이 동생을 죽음으로 내 몬 결과라고 생각하는 도한, 동생을 생각하면 고통스럽다.

세상에 없는 동생에 대한 기억은 고통일 뿐이다. 그래서 도한은 하늘나라, 천국이라는 아이들 동화속 나라같은 것은 믿지않는다. 떠올리기 싫은 동생에 대한 기억, 도한이 떠올리기 싫은 것은 동생이 아니라, 동생을 죽게 했다는 자책감이다.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은 도한의 몸부림이다.  

 

둘 다 자신들때문에 형과 동생을 잃었지만, 그 상처는 다른 방식으로 자리한다. 시온 형을 생각하면 힘이 나지만, 도한에게 동생에 대한 기억은 고통이다. 하늘나라에 대한 생각처럼 대조적인 두 사람의 가슴이다.

 

살고 싶다고 꼼지락 거리는 미숙아의 손, 폐갱도에서 살고 싶어하던 형의 손, 살고 싶어하는 마음을 읽는다. 의사가 잘 고쳐주면 아이들은 힘을 낼 것이라고, 그래서 시온은 아픈 아이를 살리는 의사가 되고 싶다. 형은 어른이 되지 못하고 하늘나라로 갔지만, 아픈 아이들을 어른이 되지 못하고 형처럼 하늘나라로 일찍 보내고 싶지 않다.

김도한의 자책감은 한치의 실수로 용납하지 않으려는 냉철함으로 이어진다. 동생을 잃었던 것처럼, 잘못된 판단으로 환아들을 잃을 순 없다. 성원대학 병원 소아와과에 있는 환아들의 생명은 모두 자신의 책임이다. 무조건 보호해야 한다.

 

환아를 살리려는 마음은 같은데도 시온과 도한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환아를 대처한다. 늑대소녀 은옥이를 대하는 시온과 도한의 대처방식의 차이처럼 말이다.

정신과 소견은 은옥이가 흥분하면 자해의 위험성도 있다고 했다. 흥분한 은옥이로부터 혹이나 사고를 당할 수도 있을 다른 환아들과 은옥이를 위해서 신경안정제부터 놓으려는 김도한은, 동물과도 소통하고 교감하는 시온이 개처럼 엎드려 심장주파수를 맞추고, 꼬리를 흔들며 은옥에게 공격의사가 없음을 알리려 하는 시온을 기다려 주지 못한다. 어떤 사고로 이어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환아를 어떤 위험상황에도 노출시켜서는 안된다. 동생 수한이 처럼... 그게 환자를 지켜야 하는 도한의 의사수칙이며, 그가 생각하는 의사의 멘탈이다. 그에게 환아들은 모두가 수한이다. 살리고 싶은 마음은 그래서 더 간절하다. 그 때문에 도한은 시온이 불안하다. 시온의 실수로 환아를 잃을까봐... 

그러나 그것이 전부는 아니었다. 시온에게 유독 차갑고 냉정한 이유, 도한은 시온이 동생처럼 될까 두렵기 때문이었다. 시온에게 겹쳐지는 동생의 모습, 도한은 시온이 의사로 자립하는 것을 도와주는 것이 두렵다.

어른이 될 수 없는 시온, 동생 수한이처럼 시온을 혼자 길거리로 내보내는 것이 두려운 도한이다. 시온을 잃을까봐 더 두렵다. 시온에 대한 냉정함은 시온에 대한 남다른 애정의 또다른 표현임을 그의 트라우마를 통해 읽을 수 있었다.

김도한, 역시 따뜻한 사람이다. 동생을 잃은 슬픔이 아물지 않은 것도 그의 따뜻한 형제애의 또다른 모습이다. 시온에게 냉정한 이유도 상처의 또다른 이름, 걱정과 애정이다. 천국의 문을 두드리며 형을 만나는 시온과 다르게 보이지만, 다르지 않다. 오히려 너무 닮았다. 

"하늘나라가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이 문이 없어서 그래...", 어쩌면 시온이 도한에게도 동생을 만날 수 있는 문을 만들어 줄 지도 모르겠다. 종류는 다르지만 도한도 마음의 병을 앓고 있다. 도한은 자신의 병을 소아외과 환아들을 치료하는 소명의식, 자부심으로 치유하려 한다.  

"아이들에게 살 수 있는 기회와 미래를 주는 것, 그게 소아외과 서전이 할 일 같습니다", 차윤서가 도한에게 했던 말이지만, 다른 이유로 기억에 많이 남는다. 동생과도 같은 시온에게 세상과 더불어 사는 기회와 미래를 주는 것, 그게 소아외과 서전 김도한의 할일이라고 말하는 것만 같아서 말이다.  

"마음의 병은 책으로 치료되지 않습니다. 제 병도 책으로 치료되지 않았습니다. 원장님께서 항상 옆에 계셨습니다. 친구가 되어 주셨습니다", 어쩌면 시온이라는 존재가 도한의 마음의 병을 치유해줄지도 모르겠다. 시온에게 김도한 역시도...

 

"형아가 그랬습니다. 아무리 무서워도 참고 해내는 사람이 제일 멋진 사람이라고요. 저는 사람도 세상도 무섭습니다. 근데 형아 말만 생각하면 힘이 납니다". 도한이 수한에게 했던 말과 똑같다. "(수한이가)자립심을 키워야 세상과 사람들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낼 수 있습니다".

동생과 닮은 시온은 그에게 또다른 고통이자 시험이다. 시온을 동생처럼 거리에 홀로 서게 할 것인가, 제자리로 돌려보낼 것인가...  

시온은 긴 자책감의 터널에서 빠져나오게 할 김도한 자신을 위한 위안이 될 지도 모르겠다. 피가 나면 지혈하고, 찢어진 피부는 봉합하면 되지만, 시온과 같은 케이스는 배려와 도움이 치료라는 것을 배운다. 나아가 인정은 더 큰 치료임을 배운다. 그래서 김도한 교수에게 제안하고 싶다. 함께 서주는 것은 어떻느냐고...

시온의 자립(물론 함께 서주는 자립)과 의사로 인정받을 수 있게 도와주는 것, 그것이 소아외과를 지키는 도한의 자부심이 되지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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