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0.19 06:38




이번주 1박2일과 무한도전은 성격은 달랐지만 기본 테마는 가을이었습니다. 무한도전은 봄부터 여름내내 땀을 흘리고, 그 결실로 황금물결 출렁이는 풍성한 가을로 가는 과정을 담았고, 1박2일은 가을여행이라는 테마로 그동안 지나 온 길도 되돌아보고, 추억도 되새김질 해보는 아름다운 가을여행의 과정을 보여주었지요. 그런데 1박2일과 무한도전을 보면서 너무도 다른 가을을 보는 것같아 한편으로는 즐거웠고, 한편으로는 불쾌하기까지 했습니다.
저는 1박2일과 무한도전 두 프로그램을 즐겨보는 시청자에요. 두 프로의 재미에 대해 우열을 가리기에는 각각 개성이 다르기 때문에 특별히 비교하면서 보지는 않아요. 두 프로그램에서 보여주는 웃음과 감동, 그리고 숨겨진 의미를 찾는 즐거움의 색깔이 다르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이번주는 너무 확연하게 드러난 즐거움과 실망때문이었는지 비교를 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

이번 주 무한도전은 1년을 준비한 무공해 벼농사특집으로 무한도전의 야심찬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기대도 컸고, 무한도전다운 발상이 돋보인 기획이었습니다, 기획의도와 그간 무한도전 멤버들이 수고해 준 것에 대해서는 아낌없는 칭찬을 해주고 싶습니다. 그런데 막상 특집 1편을 보고 나서는 불쾌함만으로 가득차 버렸습니다. 땅 보러 나선 서울 갑부, 말로는 갑부라 하지만 돈 가지고 장난하는 졸부들과 투기꾼의 모습으로 오프닝을 했는데, 지루한 말장난은 도를 넘어서 굳이 보여주지 않아도 될 부분까지 무리수를 둬가면서 웃음을 유발한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복부인에 강남 갑부들 놀이보다는 농부들의 애환을 담는 말로 기획 취지를 살려주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많이 들었어요. 물론 요즘 귀농한 젊은 농부들도 많이 있지만, 여전히 일할 젊은이들이 없는 농가의 현실을 짚어주었으면 훨씬 의미있었으리라는 생각입니다.
농사지을 땅을 고르는 모습 역시 너무 비현실적이었어요. 한번도 농사를 지어보지 않은 무도 멤버들이 욕심만 가지고 처음 2000평의 땅에 농사를 짓겠다는 것은 무한도전 정신을 살리고 싶은 욕심이었겠지만,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른 무지에서 나온 선택이었지요. 물론 나중에 얼마나 힘든 일인지 실감하고 700평으로 줄이기는 했지만, 농사에 대한 준비되지 않은 자세는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어요. 적어도 장기적으로 진행할 프로젝트라면 사전에 회의를 통해서도, 그리고 멤버들 각자 한평의 땅을 일구고 곡식을 수확해 내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고가 들어가야 한다는 우리 농가의 현실에 대해 나름대로 공부도 하고 왔어야지 싶더군요.
무한도전의 벼농사 특집 1편은 그야말로 안전 사각지대에 서 있는 모습을 방송에서 여과없이 내보냈습니다. 물론 재미있게 보신 분들도 있었겠지만, 회장을 뽑는 과정에서 보여준 '삽 멀리 던지기'는 게임을 넘어서 위험하기까지 했어요. 스텝들에게 날아간 삽으로 아찔한 순간까지 있었음에도 재미있었다고 판단해서 내보냈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위험하면서도 불쾌하기 짝이없는 장면으로 느꼈습니다. 
도를 넘는 위험함도 문제의 소지가 다분했지만, 농사를 짓겠다는 의도로 고른 논에서 삽을 던지다니요? 농기구가 흉기로 둔갑을 했는데도 이를 재미로 보라고 하는 것은 무리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농민들에게 땅은 그런 재미를 위한 운동장이 아니에요. 농민들에게는 땅은 자식들 공부시키고, 먹이는 삶의 터전이에요. 그리고 우리 국민들에게 주식의 기본이 되는 소중한 쌀이 나오는 곳이고요. 그런 위험천만한 게임을 하는 예능오락장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아직 농사가 시작되지 않은 빈 논에서 게임을 한 거였으니 한번 정도 웃으며 눈감아 줄 수도 있었겠지만, 농사를 짓겠다는 땅에서 신발짝도 아니고 다른 놀이기구도 아닌 삽을 이용했다는 것은 영 개운하지가 않네요. 
그리고 계속적으로 나온 장면들은 정자 아래에서 한복을 입고 무한도전 멤버들의 말장난들이 대부분이었어요. 그것도 다 농사나 무공해 벼농사에 대한 기획취지와는 다른 이야기거리로 시간을 때웠는데, 장시간 멤버들의 한심한 말놀이를 듣다보니 벼농사 프로젝트와는 거리가 먼 얘기들 뿐이더군요. 
물론 중간에 쟁기로 땅을 가는 모습이나 모판에 볍씨를 심는 기초과정을 보여주기는 했지만, 노홍철의 엉덩이에 볍씨를 넣는 장난으로 도를 넘는 우스운 쇼로 전락해 버린 듯한 불쾌함으로 이어지더군요. 오락프로그램에서 음식을 가지고 장난하는 것에 대한 따가운 질책을 수없이 받아왔을터인데, 이는 단순한 장난으로 봐주기에는 너무 거북했던 장면이었습니다. 장난도, 웃음도 정도가 있는 법인데 어떻게 365일 우리의 밥상에 오르는 쌀을 가지고, 저질스런 개그를 하는지 도무지 제 머리로는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물론 지금까지 무한도전 멤버들이 저질개그를 해왔다는 것은 아닙니다. 제가 과민반응을 했을 수도 있었겠지만 그 장면은 정말이지 "제발, 그것은 아니지.."라는 탄식이 나올 정도였어요. 무한도전에 대한 애정이 깔려있다 보니 무리한 설정이 안타깝기도 했지만, 화장실 개그식의 유치한 장난은 곱게 보이지가 않았어요. 
고사를 지내는 장면 역시 어거지 웃음을 위한 시도로만 여겨졌어요. 물론 농사가 잘되어 풍년을 기원하는 그들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에요. 수확한 쌀은 좋은 곳에 쓰여진다는 것도 알고 있고요. 그런데 고사상에 정준하가 살아있는 인간 돼지머리로 대체한 모습은 식상하기까지 했어요. 고사상이 풍년을 기원하는 고사가 아닌 다른 것이었다해도 기분은 나빴을텐데, 도무지 진지함이라고는 찾을 수 없었던 고사상이었어요. 처음 오프닝부터 삽던지기로 진지함과는 거리가 멀더니, 진심으로 풍년을 기원하는 마음까지 장난으로 일관해 버린 설정은 참기 힘들더군요.
 
그에 비해 또 다른 가을을 담은 1박2일은 무한도전에서 느꼈던 불유쾌함을 정화시켜준 느낌었습니다. 1박2일도 이번주 빵빵 터지는 즐거움은 없었어요. 차가운 계곡물에 입수하는 예능의 정석의 리플레이로 반복적인 웃음을 보여준 것 외에는 지루하게 느껴지는 여행일 수도 있었어요. 이번주 1박2일은 가을을 주제로 떠나는 감성 가을여행이었는데, 아름다운 가을의 정취가 주인공이었어요.
다소 이색적인 계곡트래킹으로 가을 여행을 떠난 멤버들에게 작품명늘 주어주고 사진을 찍어오라는 미션을 수행하는 과정을 담았지요. 저는 1박2일을 보면서 이번에 또 새로운 재미를 찾아냈어요. 아마 무한도전에서 보여준 실망스러운 모습때문에 유난히 비교가 되었는지도 모르겠지만, 그것은 바로 무한도전과 대조적이었던 '가을로 가는 과정의 아름다움'이었어요.
이번주 1박2일 멤버들이 떠난 곳은 강원도 삼척의 응봉산 덕퐁계곡이었지요. 깎아지르는 기암괴석들 사이로 난 계곡물을 따라 제 1용소까지 가는 과정을 자연과 계곡물 바닥까지 보이는 맑은 물을 벗삼아 사진을 찍어오라는 미션을 한가지씩 해결하고 가는 자잘한 재미를 보여주었지요. 계곡에 오기전 파도에 누운 강호동의 멋진 입수도 재미있었고, 대주작가님이 정확한 포즈를 잡지못해 연거푸 세번씩이나 입수한 MC몽의 눈물겨운 버라이어티 정신도 보기 좋았어요. 특히 김C의 멋진 입수로 '공중부양'과 '형 사랑해' 미션을 동시에 만들어준 모습도 재미있었고요.
1박2일의 이번 주 주인공은 말 그대로 가을이었어요. 제1용소로 가는 과정에서 타는 듯한 단풍, 그리고 가는 도중 만난 한국의 자연 야생화들, 도마뱀까지 안방까지 배달된 느낌이었습니다. 시청자들에게 가을을 배달해 준다는 취지에 맞게 계곡을 따라 가는 여정을 시끌법썩한 멤버들의 동적인 모습보다는 정적인 가을 정취를 만끽하라는 취지와 맞는 아름다운 영상들이었습니다. 1박2일특유의 복불복 게임에서 보여주는 재미는 사실 강도는 약했지요. 가을을 주제로 한 노래 부르기와 입수정도가 웃음이었기에 자극적은 웃음을 기대했다면 실망스러울 수도 있었겠지만, 가을이라는 테마는 제대로 녹여냈다고 생각해요. 계곡으로 가는 과정에서 만나는 한폭의 그림같은 자연이 1박2일이 가을 테마여행으로 보여주고자 했던 것이었기에 오히려 군더더기 없이 잘 보여주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멤버들의 행동에 촛점이 맞춰져 버렸다면, 가을의 정취를 놓치기 쉬웠을텐데 적절하게 균형을 잡아주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기획취지나 웃음포인트가 너무 다른 무한도전과 1박2일을 비교한다는 것은 사실 김치찌개냐 된장찌개냐의 만큼 고르기 힘들어요. 그런데 이번주는 두 프로가 모두 웃음보다는 지루했다는 점에서는 비슷햇지만, 결과는 너무 달랐음을 말하고 싶습니다. 이번 주 두 프로의 공통점은 과정의 미학이었어요. 그 시도와 노력을 비교하자면 1년을 준비하고 진행해 온 무한도전과 1박2일의 가을테마여행을 비교한다는 자체가 무리겠지요. 하지만 무한도전은 중요한 점을 간과해버려 그 큰 기획 의도를 스스로 평가절하 시켜버렸고, 1박2일은 가을로 물든 자연에게 주인공 자리를 내줌으로써 작은 취지를 잘 보여주었다고 생각합니다.
무한도전 벼농사 프로젝트를 하면서 멤버들이 물론 정자에서 말장난이나 하고 놀고 오지는 않았겠지요. 쟁기질도 하고 삽질도 하고, 모내기도 하며 추수도 하며 힘든 농사일도 체험해 보고, 무엇보다 어느 프로그램에서도 시도하지 못했던 농사짓기라는 신선한 기획은 높이 평가하고 싶어요. 하지만 벼종사 특집 1편은 과정이 그 과정이 너무도 가볍게 다뤄졌다는 생각이 듭니다. 무공해 벼농사의 의도 뒤에는 화학비료에 대한 경각심도 있었을 것이고, 우리 먹거리에 대한 고민도 있었을것이며, 무엇보다 힘든 농사에 대한 도전 취지도 있었을 겁니다. 그런데 방송을 보고 난 느낌은 농사짓기 참 쉽다는 것이었어요. 물론 방송 후반부에는 물길을 틀고 못자리를 옮기는 일 등을 하며 힘들게 농사를 준비하는 과정을 보여주기는 했지만, 전반부의 시덥잖은 말장난과 억지스러운 웃음 때문에 그 과정의 의미가 이미 퇴색되어버린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저는 드라마나 연예오락 프로그램이나 비교하는 글을 잘 쓰지 않지만, 이번주는 무공해 벼농사라는 장기프로젝트라는 큰 취지를 작게 만들어 버린 무한도전이 아쉬웠고, 무한도전 벼농사편에 비한다면 1박2일은 가을여행이라는 작은 취지임에도 가는 여정에서 만난 작은 자연의 아름다움마저 놓치지 않고 보여준 점에서 즐거움은 더 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정이 성실하지 않은 결과는 가치가 퇴색하기 마련입니다. 자연에게 주인공 자리를 내주고 곳곳에 가을내음을 담고 있는 아름다움을 하나라도 더 담고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는 1박2일 멤버들, 1년간이나 바쁜 방송일정 중에도 땀과 노력을 쏟아왔을 벼농사 무한도전 멤버들의 가벼운 농담과 욕설에 가까운 방송용어들로 그간의 노고를 퇴색시켜 버리는 것, 과연 시청자들에게 가을의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는지 곱씹어 본 시간이었습니다.
특히 다음 주는 무한도전의 좋은 취지가 평가절하되지 않도록 땀과 노고의 결실인 황금벌판, 그 과정의 의미가 더 커 보였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물론 감성여행을 떠난 1박2일 멤버들도 시청자들에게 아름다운 가을을 웃음과 함께 다시 선물해 주기를 기대하고 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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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을 사랑해주시는 분들 댓글을 많이 달아주시는데, 제가 일일히 답글 해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분명히 밝히지만 이 링크를 올리는 것은 변명이 아니라 이 글들을 읽고 댓글을 달아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 때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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