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0.24 06:54




지붕뚫고 하이킥 32화는 기억에 관한 에피소드였어요. 이번회 에피소드의 주인공은 세호와 해리에요. 두 사람은 공통적인 아픔을 가진 사람들이에요. 사랑 받지 못한다는.,. 세호는 짝사랑으로 아픈 소년이고, 해리는 사랑을 몰라서 아픈 여자아이지요. 기억을 소재로 보여 준 이번회는 기억하지 말아야 할 것에 대한 역설적인 아픔을 이야기 하고 싶었다는 생각을 해봤어요.
세호와 해리의 기억에 대한 짧고 긴 고민:
세호(옷장속):  "어둡고 좁은 옷장 속을 들어온 지 세 시간째다. 겨우 이곳을 벗어났다고 생각했었는데, 겨우 잊었다고 생각했었는데, 되돌리지 말았어야 할 기억을 나는 되돌리고 말았다"
해리(책상앞): "정말 아무 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나는 과연 그 애(신애)와 친구일까? 모르겠다. 잃어버린 내 기억들을 완전히 되돌리고 싶다. 처음처럼".

세호와 해리의 기억에 대한 고민은 3일이라는 시간차가 있어요. 세호의 벽장 속 생각은 3일 후의 것이고 해리의 책상 앞 장면은 3일전 장면이지요.
3일전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세호와 해리에게 일어난 일로 거슬러 가보지요.

기억하지 말아야 할 기억<세호편>
#1 (타이핑)
과외를 온 정음이 과 조교로부터 레포트 파일이 열리지 않는다는 전화를 받는다. 정음에게는 한시간의 여유밖에 없다. 파일을 삭제해 버린 정음은 출력해 둔 레포트를 다시 타이핑해서 한 시간 안에 과 사무실로 보내야 한다. 독수리타법의 느려터진 정음에게 20페이지 분량의 레포트를 한 시간 안에 타이핑해서 보낼 수 있는 가능성은? 말해봐야 입만 아프다. 즉 불가능하다. 그런 정음을 본 세호는 정음의 레포트를 대신 타이핑해 주고 정음은 시간내에 전송을 성공한다. 적어도 F학점은 아닐 거다.
고마운 마음에 정음은 세호 어깨를 주물러 준다. 어깨를 주물러 주는 말랑말랑한 정음의 손길에 세호는 다시 누나와 여자 사이에서 갈등을 한다. 세호 마음 속의 천사와 악마의 유혹이 재 가동된다. 누나로 대하면서 정음과 겨우 친해지고 편해졌는데 여자로 보면 안돼~~~ 1라운드 천사 승

#2 (떡볶이)
마트에서 양손 가득 장을 보고 오는 정음은 중간에 차를 타고 집으로 오는 지훈과 만나게 된다. 반바퀴만 더 돌면 되겠다며 데려다 달라는 정음에게 시크도도한 지훈은 해리가 다쳐서 집에 빨리 가야한다며 슝~가버린다. 섭섭한 정음앞에 뿅하고 나타난 세호는 정음의 짐을 받아 집까지 들어다 준다. 세호의 도움이 고마웠던 정음은 떡볶이를 만들어 세호 입에 넣어주는데, 이런 저런 떡볶이 고추장이 입가에 묻어버렸네~
정음이 고운 손으로 새호의 입가를 닦아주는데 세호의 마음이 다시 흔들린다. 저주스런 천사와 악마의 유혹. 하지만 역시 편한 관계를 택해야 해~~~~ 2라운드 천사 승

#3 (도배)
방분위기를 바꾸려고 정음은 가구랑 짐을 몽땅 마당에 내놓고 도배를 하기로 한다. 물론 강수오빠가 도와주기로 했다. 그런데 강수는 뷔페 쿠폰 두 장이 있다는 인나의 전화를 받고 친구가 교통사고를 당했다며 도망가 버린다. 이를 어째. 일은 벌여놨는데...혼자하기는 도저히 힘들 것 같은 정음은 생각없이 세호에게 도와달라는 전화를 한다. 한걸음에 달려 온 세호 살판났다. 전문가 뺨치는 수준으로 도배를 하는 세호에게 "너 진짜 볼매다(볼 수록 매력있다)"라며 마음을 다시 흔든다. 다시 시작되는 천사와 악마의 속삭임, "대시해" vs "아니야. 이제 겨우 누나랑 편해졌잖아"
정신차려 이 친구야~~~ 근사하게 도배가 된 방을 보고 정음은 고맙다며 세호를 와락 안아준다. 
천사? 저리 비켜~~~3라운드 악마 승
정음을 좋아하는 마음이 사실 악마의 유혹은 아니에요. 세호가 정음을 누나로 보자고 결심하며 그렇게 스스로에게 단정지었을 뿐이지요.

#4 (외전 - 따귀)
세호: 누나, 저...(머뭇머뭇) 사실 나, 누나 사랑해...
(키스를 시도하는 세호)
정음: (세호를 메주 패듯 밀치며) 짝! 이게 머리에 피도 안마른 게, 너 지금 뭐하는 짓이여! 나가!!!
세호: 오마이갓! 내가 지금 뭔 짓을 한 거야!!! 신이시여, 제발 시간을 돌려주시옵소서!!!!!!
이런 상황이 벌어지지 않았을까요?


잃어버린 기억 <해리편>
#1 (분풀이)
숙제장에 "참 잘했어요"를 받아 온 신애와 "분발하세요"를 받아온 해리. 엄마 현경에게 혼나고 화간 난 해리가 화풀이 할 곳은 역시 만만한 신애밖에 없다. 넌 내 밥이야, 이 똥꾸 빵꾸야!!!
숙제를 하고 있던 신애를 보니 화가 더 치밀어 오르고 치고 받고 싸움질...

#2 (부상)
미니홈피에 사진 올려두었다는 친구의 전화를 받은 해리는 컴퓨터를 하기 위해 쪽구멍으로 들어가다 마침 나오는 오빠 준혁과 머리를 부딪친다. 이런, 이번에는 충격이 꽤 컸다. 해리가 해리성 기억상실증에 걸려버렸다. 쉬운 말로 기억하고 싶지 않은 부분만 잠재적으로 기억을 봉인해 버린다는 부분 기억상실증이다. 해리가 기억하지 못하는 부분은 세경과 신애 두사람에 대한 기억...

#3 (착한 해리)
해리성 기억상실증에 걸린 해리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버렸다. 어른께 존대말하고, 착하고 이해심 많고 친구에게 자기 물건도 마구마구 퍼주는 착한 공주가 돼버렸다. 누구보다 사이가 좋아진 사람은 신애다. 신애와 블럭쌓기 놀이도 하고 해리가 가진 장난감들도 주고 천사가 따로 없다.
그런데 이 불쾌한 기억은 뭐지? 해리 머리 속에 떠오르는 "빵...꾸...." 이런 단어들... 아! 도저히 해리 머리 속은 뒤죽박죽 연결이 안된다.

#4 (돌아온 기억)
신애 방에 해리가 준 장남감이 한가득하다. 언니 세경에게 해리가 다 준거라며 다 내꺼라고 했어.. 하는데 이때 신애방을 들어 온 해리의 기억을 깨우는 말, "다 내꺼야!!!"
해리는 신애에게 주었던 장난감을 다 빼앗아 가며 집이 떠나가라 소리지른다. "다 내꺼야!!!" 해리의 3일공주 시간이 막을 내린 순간이었다.

장난감을 안고 들어 가는 해리와 밖에서 돌아 온(도배를 마치고) 세호가 잠시 한장면에 잡히고 세호는 옷장속으로 자신을 걸어 잠그기 위해 들어 간다. 벌써 세시간째 옷장 속에 들어가 있지만 세호에게 거꾸로 가는 시간이란 없다. 그래도 세호는 옷장 속에서 외친다."신이시여! 시간을 3일전으로 돌려주소서"

참 재미있지요? 세호와 해리의 기억에 관한 에피소드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과 기억해야 할 것에 대한 것이에요. 세호가 기억하고 싶지않은 기억이란 정음을 짝사랑하는 마음이었지요. 그런데 악마와 정음의 의도하지 않은 유혹에 세호는 넘어가 지금 창피함에 옷장 속으로 숨었지요. 시간을 되돌리고 싶은 마음으로요. 
그런데 해리는 어찌보면 역설적인 기억이에요. 해리는 기억을 잃은 3일간이 정말 행복하고 착해보였어요. 3일공주로 끝난 해리의 기억상실증이지만, 해리가 착한 아이이기를 바라는 시청자들에게는, 아니 누구보다 신애에게는 영원히 기억을 찾지 말기를 바랬을지도 모를테지요.

저는 지붕뚫고 하이킥 이번회를 보면서 우리가 기억하는 삶의 편린들이 얼마나 부질없는지에 대한 생각을 해봤어요. 가끔은 기억하지 않아도 될 것들을 동아줄처럼 잡고 살아가는 피곤한 생활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혹은 잃어버리지 말아야 할 기억들을 깊은 잠재의식 속에 꽁꽁 묶어두고 있지는 않는지...
세호의 마음은 비록 깨지고 다치더라도 한번쯤 내보여도 좋을 기억들일지 몰라요. 누군가에게 끌리는 마음을 감추기가 사실 쉽지는 않지요. 세호가 옷장으로 들어가는 것은 다시 마음을 닫겠다는 것, 즉 마음을 봉인하겠다는 의미지만, 그래도 저는 세호가 옷장을 열고 다시 나와 주길 바라고 있어요. 나이차가 나더라도 한번쯤은 용기를 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해리가 잃어버린 기억은 반대로 영원히 기억하지 말았으면 했어요. 물론 해리가 기억을 못해 버리면 시트콤이 재미없겠지만요. 해리는 과거를 기억하지 못했던 짧은 3일간 친구 신애의 사랑을 받았고, 가족들에게도 다른 해리의 모습으로 기쁨을 주었어요. 너무 달라져서 의아해 했지만, 심술쟁이 해리를 바라는 가족은 없을테니까요. 그런데도 해리는 기억을 잃었던 3일 동안 얼마나 자신이 사랑 받았는지를 깨닫지 못해요. 시간이 좀 지나면 해리도 알게 될까요? 기억을 잃은 3일이 얼마나 행복했었는지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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