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1.09 13:49




뜨거운 관심과 궁금증이 더해가는 미실의 최후에 대해 자살로 생을 마감할 것이라는 말이 조심스레 흘러나오고 있는데요, 기사를 보니 미실이 유리잔 연주를 하면서 깨뜨린 장면이 미실의 죽음을 암시하는 것이라고 하는군요. 유리잔이 부숴지듯이 옥처럼 찬란하게 부숴지고 싶어하는 미실의 바램을 들어주려나 봅니다. 저 역시 미실의 죽음에 대해서는 자살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요, 미실의 강한 자존심으로 보아 다른 사람에게 죽임을 당하지는 않을 것 같아요. 여태껏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 머리카락 한올 흐트러짐이 없었던 미실이 사약을 받아 피를 토하며 눈을 부릅뜬채로 죽어가는 모습도 상상하기 싫고, 더더욱이나 화살이나 칼에 맞아 피를 철철 흘리는 모습 역시 보고 싶지는 않네요. 미실에 대한 드라마에서의 애정이 커서인지는 모르지만 아름다운 최후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50회에서 미실의 최후 장면이 나오겠지만, 궁금해서 저의 호기심을 못이기고 미실의 죽음을 상상해 봤어요. 작가님의 생각도 엿보고 싶었구요.
여기서부터는 제가 상상으로 그려보는 미실의 마지막 모습이에요. 사실 미실의 죽음이 초미의 관심사이다 보니 오전에 산책을 나갔다가 잠시 떠올려 본 생각입니다. 화살의 행방에 대해서는 <미실이 쏜 화살, 비담에게로?> 라는 글에서 혼자 상상의 나래를 폈었는데 내일이면 밝혀지겠지요. 

화살을 쏜 후 미실은 상황이 자신에게 유리하게 돌아가지 않고 있음을 알게 되지요. 곁에 있던 설원공 혹은 칠숙이 미실을 호위하며 미실새주는 궁을 탈출합니다. 미실은 자신의 피난처를 근거지로 배수진을 치고 덕만공주와 격전을 준비하겠지요. 참, 문제의 빨간서첩이 공개되었는데요, 많은 분들이 예상했던 대로 진흥왕이 설원공에게 내린 밀지임이 밝혀졌습니다. "신라의 적 미실을 척살하고 대의를 세우라" 는 내용이었지요. 그리고 예고편에서 덕만공주가 비담에게 임무를 맡기는데 숨겨둔 밀지를 찾아 행하라는 것이라고 합니다. 덕만공주가 비담에게 미실을 죽이라는 명을 내린 것은 비담의 출중한 무예를 믿었기 때문이었겠지요. 유신랑이나 알천랑은 공주를 호위하고 군사를 지휘하는 임무를 맡아야 하니 딱히 비담밖에는 인물이 없었을 거고요. 소화는 죽으면서 끝내 비담이 미실의 아들임을 밝히지는 않고 죽었나봅니다. 극적 상황을 위해서 입 꼭 다물고 가셔야 했겠지만요.
비담이 덕만의 명에 따라 밀지가 숨긴 곳을 파보니 놀랍게도 미실을 척살하라는 진흥제의 명령을 보게 됩니다. 아무리 자신을 버린 어머니라고 하지만 자신을 낳아준 어머니를 죽여야 하는 비담은 충격에 휩싸이고 고민합니다. 주군으로 모시겠다는 덕만공주의 명을 어길 수도 없고, 그렇다고 어머니를 자기 손으로 죽일 수도 없을테고, 비담의 운명은 너무 가혹해 보입니다. 황후가 되겠다는 일념으로 자신을 버렸던 어머니지만, 비담은 미실과 청유를 갔을때 칠숙의 부축을 거부하고 팔짱을 끼던 그 따스한 손길을 잊을 수 없습니다. 목숨을 다해 지켜주라던 마음속의 정인 덕만공주의 명을 거부할 수도 없습니다. 덕만공주의 명령을 수행하지 못하겠다는 말도 못하겠지요. 미실이 어머니임을 밝혀야 할테니까요.
저는 비담이 결국 미실을 암살하기 위해 미실의 은신처로 갈거라고 생각해요. 직접 죽이고자 했든, 아니든 어쨌든 비담과 미실의 마지막이 될 만남을 제작진이 마련해 줄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비담은 숨은 잔재주가 많은 인물이에요. 예전에 문노가 염종을 만나러 노름장에 갔을때도, 발소리 하나 내지않고 잠입해서 문노와 염종의 이야기를 들었던 비담이잖아요. 담을 타든 벽을 기어 오르던 비담은 미실의 은신처에 잠입하는데 성공합니다. 이때 미실은 비장하면서도 생각에 찬 모습으로 테이블에 앉아 있을 거에요. 미실은 침입자가 있음을 한눈에 눈치채겠지요.
미실은 비담이 자객으로 왔음을 한눈에 알아봅니다. 미실이 바라는 바였기도 했지요. 지난 번 글 <비담에게 남기는 미실의 유언>에 미실이 빨간서첩을 가져오라고 한 이유에 대해 두가지 정도를 언급했었는데요. 하나는 미실이 비담에게 자신을 죽여 공을 세우고 비담의 지지기반을 다져주기 위함이었고, 다른 하나는 목슴을 바쳐 지켜온 신라가 결국은 자신을 토사구팽하려 했음을 충고해 주려고 했다는 내용이었어요. 그 글에는 자신을 버리려 한 신라와 황실을 기억하라는 데에 무게를 더 실었었는데요, 오전에 산책하면서 퍼뜩 스치는 생각이 설원랑에게 "예, 비담입니다" 라고 했던 말이 설원랑에게 내려졌던 명을 비담에게 대신하게 하려는 의도는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런데 밀지는 소화에게 도둑맞아 버렸고, 비담이 자객으로 와줘서 미실입장에서는 다행이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었겠지요. 자신의 뜻을 어떤 방식으로든 전하고 갈 수 있게 되었을 테니까요. 미실은 결국 모든 것이 실패로 끝나고 자신 역시 죽게 될 것임을 알고 있습니다. 비담이 미실의 목에 칼끝을 겨냥하는 장면이 49회 엔딩장면이 될 수도 있겠지요. 미실은 50회에 죽어야 하니까요.
미실은 비담의 방문에도 초연하고 담담합니다. 오히려 어느 때보다 자애롭고 부드러운 미소로 비담을 바라 봅니다. 비담은 자신의 손으로 어머니를 죽여야 한다는 갈등과 난을 일으킨 수괴에 대한 분노, 그리고 자신을 버렸던 비정한 어머니에 대한 모든 감정을 폭발하면서, 눈은 이글거리고, 마슴은 슬프고, 손은 부르르 떨겠지요. 비담은 미실을 죽이는 것을 주저합니다. 아무리 냉혈한이라 할지라도 어머니를 단칼에 베어 버릴 패륜아는 아닐테지요. 선덕여왕에서 그런 패륜적인 모습을 시청자들에게 보여줄 것 같지도 않고요.
미실은 담담하게 웃으며 비담과 미지막 대화를 나눕니다. 비담의 야망에 대한 당부일 거라고 생각해요. 미실은 조금만 더 일찍 꿈을 꾸었었더라면, 조금만 일찍 혈통과 여인이라는 껍질을 깨고 나왔더라면 시대의 주인이 될 수도 있었음을, 그리고 자식을 버리지도 않았을 것이라는 말로 회한과 미안함을 표현하겠지요. 두 사람의 마지막 대화가 될 정면이기에 대화내용도 상상하고 싶지만, 작가님의 화려한 언변을 따라갈 수 없어서 그대로 옮기기에는 정말 제 머리로는 무리네요. 한가지 미실이 비담에게 '미안하구나'라는 말은 하지 않을까 싶은데, 미실 성격상 그 말마저도 삼켜버릴 수도 있겠지요. 그저 눈빛으로 말할지도요. 아마 비담은 미실에게 이런 말을 할지 모르겠어요.
"미실새주님, 초라한 꿈따위는 그만 내려놓으시라고 했잖습니까?" 그런 비담에게 미실은 "그럴 수 없었다. 그게 이 미실이니까. 그리고... 너를 위해서이기도 했다. 이제 모든 것이 끝났구나. 네 손에 죽게 되어 다행이구나" 라는 말을 할 지 몰라요. 하지만 비담은 주저합니다. 그런데 밖에서 인기척이 들려 비담은 잽싸게 몸을 피해 버립니다. 설원공 혹은 칠숙이 들어와 미실새주에게 "누구와 함께 있었습니까?" 라고 묻지만 미실은 "아닙니다" 라며 비담이 사라진 방향을 한번 돌아볼 뿐 발설은 하지 않습니다.
다음 장면으로는 미실의 산보가 이어질 것 같아요. 안개가 자욱한 새벽길에 혼자 나선 미실은 상복을 입고 어딘가로 향합니다. 아주 천천히 아무도 대동하지 않고 혼자서 말이지요. 미리 본 미실의 마지막 의상이 공개되었는데 상복을 입고 있더라고요. 까만 상복은 미실이 직접 입었을 것입니다. 자살을 하겠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겠지요. 상복을 입은 미실은 천천히 치마자락을 사그락 거리며 산길을 올라갑니다. 비담이 미실을 몰래 따를테고요. 

어느 지점에 와서 미실새주는 발걸음을 멈추고 한없이 허공을 향해 바라봅니다. 저 멀리에는 그토록 사모했던 사다함이 손짓을 하고, 그 뒤에는 자애로운 표정의 진흥제, 그리고 문노공이 웃으며 오라는 손짓을 합니다. 꿈에도 그리운 얼굴 사다함을 본 미실은 한 발자욱 발을 내딛습니다. 그때 비담이 "미실새주, 안됩니다" 라며 비호처럼 나타나 미실을 붙잡지요. 비담에게 미실은 가까이 다가섭니다. 예전 천명공주나 춘추공을 안을 때 처럼 자애로우면서도 애처로운 표정을 지으며, 아니 한없이 미안해 하는 자책감을 실어 비담을 쳐다보고는 비담을 안아주지 않을까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어머니로 돌아가서 말이에요. 아, 눈물 나네요. 
그리고 비담의 귀에 속삭이듯 "비담아, 내 아들... 널 버린.... 이... 어미를 ...미안하구나. 너는 나처럼 초라한 꿈을 꾸지 말고 큰 꿈을 꾸거라" 라며 등을 한번 쓸어줍니다. 그리고 비담을 안았던 손을 풀고 순식간에 사다함이 손짓하는 곳을 향해 몸을 날립니다. (사실 이 장면은 예전 대장금에서 악녀역을 했던 최상궁이 어린 시절 댕기를 잡기위해 손을 내밀면서, 실족사했던 장면을 떠올려서 상상해 본 것이기도 해요. 대장금을 집필했던 작가셨으니 비슷한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요). 
이어 비담의 멍한 표정이 이어지고, 비담은 정신없이 산비탈을 굴러 내려가 쓰러진 미실을 안아 세웁니다. "안 돼요, 어머니" 한번도 불러보지 못한 그 이름, 어머니를 비담은 애타게 부르며 울고, 미실은 숨이 넘어가면서 "비담아, 내 아들... 어미를 ...용서...꿈을 이루거라" 라며 미실은 조용히 눈을 감고 손을 떨구지요.
이어 흐느껴 우는 비담의 오열이 이어지면서 미실의 불꽃같았던 대서사시 막이 내립니다. 비담은 미실새주의 주검을 혼자서 처리합니다. 스승 문노의 돌무덤처럼 소박하고 간소하게 말이지요. 누구의 발길이 닿지 않는 깊은 산속에 무덤도 비석도 흔적도 없이 미실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는 것이지요. 마야황후의 저주처럼요.
"네 이년! 네 년이 죽을 것이다. 네 년이 가진 모든 것을 빼앗기고, 짓밟히고, 혼자서 외로움에 떨다 죽을 것이다. 먹어도 먹을 수 없고, 살아도 살 수 없고, 송장처럼 지내다가, 비명을 질러도 소리가 나지 않은채로 죽을 것이다. 비석도 없이, 무덤도 없이, 흔적도 없이 죽으리라 네 년의 이름은 역사에 단 한줄도 남지 않으리라"

찬란히 옥처럼 부숴져 버린 미실의 죽음을 보고 비담은 후일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요? 이것이 앞으로 선덕여왕을 보는 재미가 될 것 같습니다. 어디까지나 너무 궁금해서 써 본 상상이니 그저 재미로 읽어 주세요. 미실의 죽음은 우리 함께 본방송에서 확인하시자고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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