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1.17 07:41




미실의 퇴장은 사실상 드라마가 끝난 듯한 허탈감과 진한 여운을 남겼습니다다. 강한 카리스마로 시청자를 압도했던 고현정의 비중이 그만큼 컸기 때문이겠지요. 미실의 죽음을 보며 솔직히 정신적 공황상태 비슷한 감정이 들 정도로 허탈하기도 했어요. 아마 선덕여왕 제작진도 미실의 죽음 이후 드라마를 끌고 가는 방향에 대해 고민이 클거라고 생각해요. 선덕여왕 51회를 보니 앞으로 선덕여왕은 복선없이 직접적으로 가자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 같습니다. 미적미적하게 보여줄 것 같았던 비담의 행보를 직선적으로 보여주는 것을 보면 말이지요. 
선덕여왕 51회는 칠숙과 석품의 난, 진평왕과 미실의 장례식, 비담의 정치무대 등장, 그리고 덕만공주의 여왕 즉위 등을 다뤘습니다. 칠숙의 난을 미실의 난과 별개로 했던 이유는 미실파를 드라마에서 퇴장시킬 수 없었던 이유였겠지요. 여하튼 칠숙의 난으로 미실의 난까지 싸잡아 처리되는 바람에 미실가문 사람들은 효수되어 성문밖에 머리가 걸리는 참극은 막았네요. 
미실의 죽음 이후 선덕여왕 최대의 관심은 그동안 덕만공주를 대적하는 중심축이었던 미실의 역할을 누가 할까?였지요. 예상했던 대로 비담이 제 2의 미실이 되어 미실회의장을 장악했습니다. 물론 하종공이나 보종랑의 입장에서는 굴러온 돌이 박힌돌 뺀 경우겠지만, 첫날 대면식에서 비담의 살기 넘치는 표정을 보고 '음메 기죽어' 되어 버렸지요. 비담이 미실이 앉았던 자리에 앉아 기선제압하던 모습은 미실보다 더한 독종이 나타난 것처럼 소름끼쳤습니다. 
비담이 미실의 자리에 앉기까지 비담은 덕만공주에 대한 연모와 미실이 죽어가며 불싸질러 준 야망 사이에서 고뇌합니다. 처음으로 자신을 믿어주고 안아주었던 덕만공주에게 등을 돌린다는 것은 비담으로서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겁니다.
비담은 덕만공주에게 자신이 미실이 버린 자식임을 고백합니다. 비담이 덕만공주에게 사실을 털어놓은 이유는 세가지 이유에서 였다고 생각해요. 하나는 이미 미실측 사람들이 자신의 신분을 알고 있는 상황에서 거짓말을 해봐야 아무 소득이 없었을 것이고, 다른 하나는 변함없이 덕만공주의 신뢰를 얻고자 했기 때문이지요. 덕만공주의 측은지심까지 계산했을 수도 있었겠고요. 마지막 이유는 정말로 비담은 혼란스러운 상태였던 것이지요. 덕만공주를 잃고 싶지도 않고, 미실이 자신을 살려 준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정리가 되지 않았거든요.
비담은 버려진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너무나도 뼈저리게 알고 있는 인물이에요. 황후가 되는데 필요 없어졌다고 버려진 자신을 미실의 아들이라 하여 다시 덕만공주에게 버려질까 두려웠던 게지요. 덕만공주앞에서 눈물을 뚝뚝 흘리던 모습은, 연약한 감정과 야망사이에서 갈팡질팡 하는 비담의 솔직한 모습이었을 거에요. 어쩌면 그게 처음이지 마지막으로 덕만공주에게 보여주는 인간적인 모습일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비담은 이후 다른 사람이 되어 버렸으니까요.
진평왕도 한날 한시에 같이 죽자고 약속이나 한 듯이, 특별히 사이가 좋아보이지 않은 미실과 같은 날 죽음을 맞이 했는데요, 진평왕과 미실의 합동 죽음은 덕만공주와 비담이 평행선을 걸을 수 밖에 없는 비극적 운명을 가졌음을 말하는 상징적인 것이라 보여집니다. 진평왕의 유언과 미실의 유언이 평행선을 달리듯 팽팽했듯이요.
진평왕은 덕만공주에게 "불가능한 꿈, 그 꿈을 이루거라, 삼한의 주인이되거라" 라며 존재감없이 왕관만 쓰고 있다가 가버렸고, 미실은 "사랑이란 아낌없이 빼앗는 것이다. 덕만을 사랑하거든 그리해야 한다. 연모, 대의, 신라 어느 것 하나 나눌 수가 없는 것들이다. 유신과도 춘추와도 그 누구와도 나누지 말아라. 그게 사랑이다" 라며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리며 여왕처럼 살다가 가버렸지요.
결국 두 양반들 가시면서 자식들에게 똑같이 주인이 되라고 유언을 남기고 갔습니다. 진평왕은 심지어 저승에 가서 미실과 한판 뜨겠다고 하시니, 이승에서나 저승에서나 도무지 화해할 수 없는 양가인 것 같네요. 그리고 황실과 미실가에서 장례식이 치뤄졌는데 장례 당일 비담의 모습은 양쪽 아무데서도 찾아보기 힘들었지요. 그 시각 비담은 최종결정을 위해 고민하고 있었거든요. 덕만공주와 어머니 미실의 유언 사이에서요. 주사위는 던져졌고, 비담은 드디어 긴 번뇌에 종지부를 찍고, 신라 정치무대를 향해 첫발을 내딛었습니다. 비담이 향한 곳은 미실의 장례식장이었어요. 비담의 행보는 미실의 아들이라는 후광을 업겠다는 의미이며, 동시에 자신이 미실의 아들임을 공식적으로 선포한 행동입니다.
비담에게는 풀지 못한 한이 있었지요. 끝까지 미실이 자신을 아들로 인정하지 않은 이유였어요. 여전히 미실에 대한 원망과 분노를 풀지 못하고 있는 비담에게 설원공이 미실의 마지막 뜻을 전해 주었지요.
"새주께서는, 네 어머니께서는 네게 모든 대의를 넘기시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셨다. 이 모든 굴욕을 참고 널 왕으로 만들라 하셨다"
미실의 빈소에서 설원공이 전한 말은 비담이 그토록 듣고 싶었던 "비담아, 너는 내가 이룬 모든 것, 이루지 못한 것까지 주고 싶은 내 아들이다" 라며 미실이 자신을 아들로 인정해 준 말이었지요. 비담이 미실에게 하고 싶었던 말은 "신라 천년의 역사에 이름을 남기고 싶어요, 그러니 내가 왕이 될 수 있도록 물러나 주세요" 이런 말은 아니었을 거에요. 비담은 미실을 그저 "엄마, 어머니"라고 한 번만이라도 불러보고 싶었을 지도 몰라요. 마지막 순간까지 그것마저 허락하지 않았던 미실이었기에, 원망도 회한도 깊었던 비담은, 미실의 뜻을 알게 됩니다. "여리고 여린 사람의 마음으로 너무도 푸른 꿈을 꾸는구나" 라며 아직도 덕만이냐고 물었던 미실의 뜻을요.
미실은 비담이 사사로운 감정에 사로잡혀 큰 꿈이 꺾일까봐 걱정을 했었던 것이지요. 덕만공주라는 사사로운 감정에 미실이 모든 것을 걸고 싶은 아들 비담이 그 푸른 꿈을 펼치지 못할까봐요. 미실은 비담이 약해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비록 이기적인 모성애지만, 비담이 자신의 모정에 약해져서 우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던 것이지요. 그리고 비담은 마지막으로 물었던 미실의 질문에 대답을 찾았습니다. "아직도 덕만인게냐? ㅡ 아닙니다. 접니다. 제 꿈입니다" 라는 답을요.

비담은 덕만공주가 새로 신설한 사량부령 관직을 맡으며 정식으로 신라 정치무대에 나서게 됩니다. 회의장에 등장한 비담은 까만 깃털 부채로 얼굴을 가리고 깜짝쇼를 했는데요. 까만 깃털은 앞으로 비담이 악의 축이 될 것임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의미라 생각해요. 가면무도회도 아닌데 얼굴을 가리고 등장했던 이유는 비담이 앞으로 어떤 행동을 취할 것이라는 것에 대한 암시에요. 가면을 쓴 이중성이라는 의미겠지요.
비담의 등장에 하종이 미실가문 사람들이 다 모였다며 빈정대자, 비담은 "너희 앞에 있는게 누구냐? 미실이냐? 아니다. 나 비담이다. 앞으로는 내 방식을, 내 뜻을, 오로지 나를 따라야 한다" 며 모두를 입도 뻥끗 못하게 해버립니다. 바야흐로 제2의 미실, 아니 미실을 뛰어넘을 수도 있을 강한 비담이 등장한 순간이었지요. 그리고 비담은 사랑을 할 것입니다. 미실이 가르쳐 준대로 아낌없이 빼앗기 위해서요. 

비담은 어머니 미실의 절대적 카리스마와 유언에 힘입어 덕만에 대항하는 세력의 중심, 즉 '제2의 미실'로 성장하려 할 것입니다. 비담이 까만 가면을 쓰고 나타난 것은 그런 자신의 속을 감추겠다는 암시인 것이지요. 세종공이나 미생공, 하종, 보종의 전폭적인 지지도 불투명한 상태니까요.
덕만의 주변을 맴돌며 메아리없는 가슴시린 사랑을 갈구했던 비담. 그는 이제 덕만에 대한 이룰수 없는 사랑을 접고 숨겨둔 야수의 발톱을 드러낼 준비에 들어갔습니다. 어머니 미실이 진흥제를 독살하고 권력을 장악하려 했던 방법보다 더 철저하고 은밀하게 말이지요.
비담이 진흥제의 칙서를 덕만공주에게 가져다 주지 못한 것을 보고 "피는 물보다 진하다" 라고 생각했었는데요, 이번회를 보며 미실의 자리에 앉아 하종을 비롯해 미실가의 사람들에게 "나는 비담이다. 내 방식을, 내 뜻을, 오직 나를 따르라"며 넘치는 카리스마를 보여주는 모습을 보니 "피는 못 속인다" 라는 생각이 스치더군요. 비담은 그 때 미실이 가르쳐 주었던 입꼬리 한쪽만 올려주는 모습까지 보여주었지요. 철저히 미실의 아들인 것이지요. 
덕만공주에게는 비담은 미실보다 더 강한 적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미실은 '적' 이라는 한가지 얼굴이었지만, 비담은 '적과 동지' "믿음과 불신' 두 얼굴을 가졌으니 싸우기가 더 어렵겠지요. 어떤 모습이 진짜인지 쉽게 드러내지는 않을 테니까요. 덕만공주에게 끝까지 주고 싶지 않았던 미실의 사랑이, 대의의 꿈이 훗날 비담의 발목을 잡고 역적의 이름으로 기록되게 될 줄은 비담도 미실도 몰랐겠지만, 미실은 구천을 떠돌면서도 비담을 응원할 지도 모르겠네요. 워낙 한이 커서 말이에요. 두 얼굴의 비담이 미실이 깨지 못했던 벽을 깰 수 있을지 역사는 이미 실패했다고 말해주고 있지만, 비담의 이중적인 캐릭터가 어떻게 그려질지 기대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재미있게 읽으셨다면 아래의 추천을 꾹 눌러주세요 ^^
다음아이디가 있으신 분은 구독추가하기 을 누르시면 제 글을 편하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신고
이 블로그를 한RSS에 추가하고 싶으시다면 클릭▶▶▶▶



Trackback 5 Comment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