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1.18 08:11




비담의 김유신 사냥이 시작되었습니다. 선덕여왕 52회는 비담의 야망을 위해 수순을 밟고 있는 비담의 유신죽이기와 여왕으로서 강력한 왕권정치를 구현하겠다는 덕만공주의 정치적 변화를 보여주었는데요, 덕만공주의 갑작스런 카리스마 만들기가 낯설기는 했지만, 여왕다운 면모를 갖춰가고 있는 듯해서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저는 이번 52회 선덕여왕을 보면서 김유신 죽이기가 단순히 비담의 의도만은 아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김유신 사냥은 비담의 야망을 위한 정치적 수순이기도 했지만, 덕만공주의 정치적 의도이기도 했을 거라고 생각해요. 덕만공주에게는 밖으로는 신라 백성들에게 새로 취임한 왕으로서의 면모와 희망정치를 보여주어야 하고, 안으로는 왕권에 위협적일 수 있는 세력을 견제해 강력한 왕권을 구축해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이지요.
비담이 여왕 직속 감찰부서인 사량부령에 임명되었을 때부터 비담의 첫번째 표적이 유신공이 될 것이라는 것은 이미 예상되었던 일이지요. 비담에게 유신은 친구라 하기에는 의미가 모호하고 미실에 대적해 덕만공주를 여왕의 자리에 올린 전우가 맞을 듯 싶네요. 비담에게 유신은 전우이자 연적이지요. 그런데 덕만공주가 왕위에 오르면서 비담에게 또 하나의 의미가 추가됩니다. 정적이 된 것이지요. 야망을 이루기 위해 정치적 수순을 밟아가고 있는 비담에게는 당연히 유신은 첫번째 제거대상이 됩니다.
백제와의 전투에서 대승을 거둔 유신은 백성들의 환대와 추앙을 받고 금의환향합니다. 길거리에 나온 인파는 김유신 만세를 부르고 유신공은 한마디로 인기짱입니다. 비담과 덕만공주에게 유신의 급격한 스타돋음이 달가울 리는 없겠지요. 둘다 겉으로는 전장에서 공을 세운 김유신을 칭찬하지만, 비담의 속마음은 "저녀석 얼른 쳐내야 겠군" 하는 생각이 들었을 것이고, 아직 지지기반의 취약한 덕만공주 입장에서도 왕권을 위협할 수도 있을 기세에 견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을 겁니다. 왕이라는 자리는 고독한 자리이며, 누가 언제 칼을 들이댈 수 있을지도 모름을 미실을 통해 배웠으니까요.
비담이 인기짱 김유신을 옭아매기 위한 가장 손쉬운 길은 역시 유신의 태생이 가지는 약점을 건드리는 것입니다. 비담과 유신의 공통점은 출신성분이 약점이자 강점이라는 것이에요. 비담에게 자신이 미실의 아들이라는 것이 약점과 동시에 미실의 세력을 끌어 안을 수 있는 강점이 되듯이, 유신은 천대받는 가야인의 후예라는 약점과 동시에 가야세력을 끌어 안을 수 있다는 강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당연히 비담의 입장에서는 눈엣가시일 수 밖에 없지요.
비담은 불안한 사람들의 심리를 꿰뚫고 있습니다. 미실 잔존 세력이 중심이 된 사량부 수뇌들, 즉 설원공, 미생공, 보종공이 미실의 후계자인 자신의 은밀한 비밀조직으로 이어지고 있듯이, 복야회 역시 덕만공주가 해체령을 내렸지만, 언제 내쳐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은 더욱 은밀하게 유대를 가지게 될 것을 꿰뜷고 있겠지요. 비록 덕만공주가 가야민을 신라 백성을 품고, 평등하게 대해겠다고 공표를 했지만, 달콤한 사탕을 덥썩 받아 먹을 만큼 불안감이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니까요. 더구나 복야회는 필요하면 언제 어느때라도 김유신의 비밀조직이 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드라마에서 유의깊게 봐야할 점은 덕만공주의 여왕 취임후 첫 정치전쟁이 복야회를 건드렸다는 점입니다. 물론 덕만공주의 직속기구인 사량부령 비담에 의해 주도되었지만, 이는 비담의 유신 죽이기만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복야회 감찰은 덕만공주의 정치적 의중이 더 클 수 있습니다. 덕만공주는 여왕취임사에서 "신국에 있었던 불미스러운 일은 지난날의 과오로 역사에 묻고, 한마음 한뜻으로 신국의 새로운 꿈, 새로은 시대를 열어야 할 것" 이라고 천명했지요. 그리고 김유신에게는 개인적으로 월야와 복야회에 대해 언급을 했습니다. 월야의 뜻이 자신과 다르며 복야회 자체가 대역이라며 해체를 종용하였지요.
그런데 비담으로부터 복야회가 여전히 존속하며, 은밀히 활동하고 있음을 보고 받게 됩니다. 덕만공주는 이미 그 수장이 월야일 것임을 알고 있었습니다. 또한 월야 뒤에는 가야계 김유신이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비담에게 조사를 계속하게 합니다. 사량부 감찰단에 의해 월야와 설지가 추포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김유신은 덕만공주를 찾아가 휘하의 장수에게 죄가 있다면 자신에게도 책임을 물어달라고 하였지요. 덕만공주는 김유신으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명을 내립니다. 가야를 버리라는 것이었지요.
김유신에게 있어 가야는 자존심과 명분을 버리고 지켰던 자신의 뿌리입니다. 가야민을 구하기 위해 미실에게 새주 품으로 들어가겠다며 무릎을 끓어야 했고, 증표로 미실가의 여식 영모와의 강제혼인도 했었던 김유신이었지요. 가야가 김유신에게 어떤 존재이고, 의미인지 덕만공주가 모를 리 없습니다. 그럼에도 덕만공주는 김유신에게 가야를 버리라고 합니다. 그리고 유신의 입에서 튀어나온 '가야백성'이라는 말에 덕만공주는 분노폭발하여 비담을 불러 복야회 감찰 상황을 보고 하게 했는데요, 비담은 복야회의 수장이 월야임이 밝혀졌고, 월야와 상장군 김유신의 연계가 의심스러우니 조사를 하게 해달라고 하면서 김유신은 위기에 빠집니다.
그럼, 덕만공주는 왜 복야회에 대해 민감했던 걸까요? 저는 두가지로 생각을 해봤습니다. 하나는 덕만공주가 여왕 취임후 천명했듯이 신라, 고구려, 백제, 가야 모두를 한 백성으로 품어 큰 꿈을 꾸게 하겠다는 사람에 대한 통일에 뜻을 두고 있었기 때문이에요. 덕만공주가 이루고자 하는 대업은 단순히 지형적인 땅덩어리 통일이 아니었던 것이지요. 영토뿐만이 아니라 그 영토안에 살고 있는 백성들의 통합이 이루어지지 않고서는 삼한통일의 의미가 없음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마음이 되어 큰 꿈을 꾸게 하려는 덕만공주의 의지를 관철시키기 위해서는 비록 자신을 왕위에 오를 수 있도록 배후에서 도와준 복야회라 할지라도 신라에 흡수되어야 함은 당연한 것입니다.
두번째는 덕만공주는 복야회를 건드림으로써 비담과 김유신을 시험대에 올려 놓았다는 것입니다. 덕만공주는 비담도 김유신도 확실한 자기 사람인지에 대해 확인이 필요했을 겁니다. 비담이나 김유신이 덕만공주가 왕위에 오르는 것에 뜻을 같이 했음을 덕만공주라고 모를리가 없지요. 하지만 지금 덕만공주가 원하는 것은 더 이상 금이 번쩍이는 용상이 아닙니다. 울타리 안에 갇혀있는 신라, 그 너머 백제와 고구려가 신라라는 이름 속에 한 덩어리가 되어있는 장면입니다. 덕만공주는 같은 곳을 바라보고 달려가는, 같은 꿈을 가진 사람을 구하고자 하는 것이지요. 물론 김유신의 굳은 충정심을 덕만공주는 믿고 있을 것입니다. 김유신에게 가야를 버리라고 한 것은 덕만공주가 품으려는 더 큰 꿈, 더 많은 사람들을 김유신 역시 품어주길 원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덕만공주에게 여왕이라는 의미는 큰 꿈을 이루기 위한 자리였지 꿈 자체는 아니에요. 미실은 왕을 꿈꿨지만 덕만공주는 삼한일통을 꿈꾸고 있으니까요. 아마 덕만공주는 김유신에게도 이런 각성이 필요함을 보여주고 싶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덕만공주에게 가야인은 이미 자신의 백성이고, 덕만공주는 백제, 고구려 백성까지 품고자 합니다. 김유신의 가야 자리에 자신이 그렇듯이 더 큰 백성을 품어야 할 때임을 말하고 싶었을 거라는 생각을 했어요. 여왕이 된 후 덕만공주는 이미 정치적으로 큰 그릇이 된 것이지요.
덕만공주는 비담 역시 시험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진흥제 칙서 은폐 이후 덕만공주는 비담을 전적으로 신뢰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미실파 잔존 세력을 모아 수장자리에 비담을 앉힌 이유는 견제와 감찰 이외에 비담을 직접 감시하겠다는 덕만공주의 의도가 숨어있습니다. 사량부의 주요업무는 정보에요. 덕만공주는 믿을 수 없는 비담과 어떤 방법으로든지 비담과 정보를 공유해야 할 필요성이 있었겠지요.

사량부의 감찰은 신라조정을 공포에 떨게 하고 있어요. 한마디로 공안정국의 분위기에요. 그런데 덕만공주가 이런 분위기를 파악못하는 것은 아닐 겁니다. 그러데도 비담이 마음대로 칼을 휘두르게 하는 이유는 비담을 확인하기 위한 덕만공주의 숨은 의도는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부정부패 관리들도 적당히 걸러주고 정국쇄신에도 기여를 하고 있지만 비담이 김유신을 쳐내려는 의도 역시 덕만공주에게는 궁금한 점이겠지요. 김유신이 덕만공주의 오른팔임을 모를리 없는 비담이 유신을 치겠다는 꿍꿍이를 알기 위해 비담이 하는 것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너무 앞서서 깊게 나갔는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덕만공주의 자리에 있었다면 저도 그랬을 것 같습니다.ㅎ
그럼 비담은 왜 유신을 잡아먹고 싶어할까요?
비담이 김유신을 제거하려는 이유는 복합적이고 많이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삼한지세의 주인에 대해 언급했던 문노와 염종의 대화에서 찾을 수 있어요. 문노가 염종에게 삼한지세 마지막 권을 완성하겠다고 돌려받으면서 주인이 나타난 것 같다는 말을 엿들었던 비담입니다. 문노가 염종에게 삼한지세 책의 주인에 대해서 말했었지요. "바보스러울 정도로 우직하고 고직한 자일세. 그는 구정물을 뒤집어 쓴다 해도 자기 백성과 자기 가문을 지켜낼게야. 난 그놈에게 걸기로 했네." 이 말을 엿들은 후 "제가 아닌 그 누구도 그 책을 가질 수 없습니다" 라며 문노를 가로막고 차라리 자신을 베고 가라고 했었던 비담이었습니다. 
문노가 삼한지세의 주인이라고 점찍었던 김유신이 전쟁에서 승리를 하고 돌아왔을 때 장터에서 사람들이 "김유신 만세!, 김유신군 만세!" 라며 환호를 했다는 보고를 들은 비담은 눈꼬리를 치켜뜹니다. 비담은 백성들이 환호하는 김유신의 모습에서 문노가 말했던 삼한지세의 주인이 겹쳐지는 것을 느꼈을 겁니다.  삼한지세의 주인이 둘일 수는 없는 일, 김유신이 비담의 사냥감이 된 것은 당연한 것이겠지요. 비담은 유신이 결코 가야를 포기하지 않을 것을 알고 김유신을 옭아매려 했겠지요.
다음주 예고편은 보여주지 않았지만, 제가 개인적으로 추측해 볼 때 김유신은 덕만공주에게 다시 무릎을 꿇게 될 것 같아요. 김유신이 걸 수 있는 방법은 아마 상장군의 직위를 던지는 수를 쓸 것이라 생각하고 있는데요. 백제와의 전쟁에서 영웅이 되어 돌아 온 개선장군을 내친다는 것은 대외적으로 설득력이 없을 것이므로, 아마 상장군직을 내건 김유신의 한판 승부가 월야와 설지의 희생을 묻는 정도에서 마무리 될 거라고 생각됩니다. 우직하고 고지식한 김유신은 문노의 말처럼 구정물을 뒤집어 쓰더라도 가야백성을 구하려 들겠지요. 비담의 올가미에 빠져든 김유신이 어떻게 위기에서 빠져 나올지 김유신의 선택이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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