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2.05 06:33




지붕뚫고 하이킥 61화 지훈과 정음의 첫눈 오는 날 울며겨자 먹기(?)데이트 장면을 보고 많이 웃었네요. 누구에게나 첫눈 오는 날 기억나는 것 한가지씩은 있겠지요. 저에게도 첫눈이 왔던 날(?) 웃지못할 사연이 있답니다. 지훈과 정음의 첫눈 오는 날 에피소드 요약하고 저의 재미있었던 일들 중 한 가지 들려 드릴게요.
친구와 약속이 있는 지훈이 서둘러 나가는데 세경이 첫 단추가 잘못 채워졌다고 지적해 주는 것으로 쿨가이 지훈은 등장을 했어요. 전 시트콤도 참 많은 의미를 두고 보는지라 이 단추 장면이 예사롭게 넘어가지 않더라고요. 이부분은 리뷰 말미에 언급할게요.
지훈이 운전을 하고 가는데 저만치서 정음이 짧은 미니스커트를 입고 오들오들 떨면서 걸어가고 있는 걸 보게 돼요. 지훈은 차를 후진시켜 지하철 역까지 데려다 주겠다며 정음을 태웠어요. 그런데 갑자기 하늘에서 눈이 펑펑 내립니다. 첫눈이라네요. 지훈과 정음의 핸드폰이 동시에 울리고 두 사람은 솔로남녀의 비애를 겪지요. 각각 친구들이 첫눈 오는 날이라며 데이트를 할 거라고 약속이 취소된 거에요.
지훈이 첫 눈 오는 날 그냥 들어가기 아깝다며 약속깨진 기념으로 바람이라도 쏘이자고 제의를 합니다. 음,,,이거 수상한 냄새가 납니다. 아이처럼 좋아하며 눈을 맞는 정음을 보며 지훈이 응큼하게 미소 한방 날려주셨는데 물론 정음은 못 봤지요. 그런데 두사람 급 어색해져 버립니다. 그저 정음이 "첫눈이에요" 라는 말만 되풀이 할뿐이에요. 머쓱해진 정음은 첫눈이 맞는지 확인해 봐야겠다고 급기야 기상청에 전화까지 해서 첫눈인지 확인사살 들어갔지요.
다시 어색해진 지훈이 밥이나 먹고 가자는 데 첫눈 오는날이라 레스토랑마다 자리가 없어요. 결국 두 사람 밥도 못 먹고 서울로 돌아오는데, 정음이 맨정신으로 첫눈을 본 게 처음이라고 합니다. 첫눈 오는 날은 대부분 술을 마시고 뻗었던(?) 기억밖에 없다고요. 한번은 술취해 넘어져서 무릎이 깨졌고, 한번은 길거리에서 춤추다 넘어져 엉덩이를가 깨졌다고 하지요. 

때마침 라디오에서는 첫눈에 대한 멘트가 흘러 나왔어요. "첫만남, 첫사랑, 첫키스,그리고 첫눈. 처음이라는 단어는 왠지 모르게 마음을 설레게 합니다. 첫눈 오는 날은 누군가를 만나서 뭔가 해야 할 것 같은 의무감같은 게 생기죠? 잔뜩 들뜬 마음에 누구라도 좋으니까 무작정 같이 눈을 맞으러 나섰다가  어색해 하신 분들은 없으세요? 들뜬 마음은 눈처럼 쉽게 가라안고 할 얘기도 없고 할 것도 없고 좀 무안하셨죠? 하지만 나중에 돌이켜 보면 그것도 다 추억이 되더라고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때로는 함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소중한 추억이 되곤 합니다. 여러분은 혹시 누구와 첫눈을 맞으셨나요?"

두 사람 방송멘트를 듣고 서로를 슬쩍보며 멋적게 웃고 말았지요. 방송멘트에서 나온 그 의무감에서 뭔가를 하러 무작정 눈을 맞으러 간 어색커플이 두 사람 얘기였지요. 방송 멘트를 들으며 정음도 지훈도 생각에 잠기는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요? 지훈이 배고픈데 동네에서 저녁이나 먹고 가자며 어색한 분위기는 없어졌지만, 나중에 두 사람 가끔씩 추억처럼 꺼내서 생각해 보게 될 것 같아요. 
무드없는 남자 지훈은 첫눈 오는 날 관심도 없고, 기억에 남는 일도 없다면서 작년에는 뭐했느냐고 물어요. 정음은 작년에는 여의도에 있었다며 그날 역시 술에 취해 필름이 끊겼다고 합니다. 지훈이 뭔가 생각났다는 듯이 자기도 여의도에 그날 약속있어서 갔는데, 길거리에서 미친여자 하나 봤는데 혹시 정음씨 아니였냐고 물었네요. 그리고 지훈이 작년 첫눈 오는 날을 회상하는데 정말 왠 미친(?죄송)여자가 로데오상에서 푼수를 떨고 있었어요. 역시나 정음이었어요.

인사불성의 정음이 로데오상에 올라가 가방을 돌리며 심지어 로데오상 뭔가를 만지는데, 지훈의 표정은 진짜 미친여자 보는 듯이 고개를 젓고 시크하게 웃으며 지나갔지요. 지훈은 그날 그 미친여자가 정음이었음을 기억해 낸 것일까요? 지훈의 마지막 웃음이 묘했는데 말이에요. 그런데 술취한 정음이 로데오상 아래로 기어가 뭔가를 잡았는데....그게  글로 쓰기가.. 허참... 보다가 아주 뒤집어 졌답니다.ㅋㅋㅋ. 정음이 필름이 끊겼다니 그냥 웃으며 패스~
그런데 세경이 지훈의 첫단추가 잘못 채워진 걸 지적해주는 장면은 왜 나왔을까요? 혹시 첫눈 오는 날과 첫단추를 관련시켜서 나온 장면은 아니었을까요? 전 사실 지훈과 세경 라인을 응원하고 있어서인지 그냥 그런 생각을 해봤어요. 첫눈 오는날 지훈이 데이트를 한 사람은 공교롭게도 정음이었는데, 그게 첫단추를 잘못 끼운 걸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나 하는 억지스러운 생각이지만요. 세경이 지적해 주는 장면이 왠지 나중에 지훈과의 애정라인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도 했답니다. 자꾸 제가 원하는 커플을 응원하고 싶어져서 말이에요.
그나저나 지훈, 세경, 정음, 준혁은 이번회도 또 꼬이네요. 첫눈 온다고 세경에게 문자도 날리고, 친구 만나러 가다 뒤돌아 서서 세경의 장바구니를 집에 까지 들어다 주고, 준혁의 시선도 자꾸 정음과 세경 사이에서 오락가락 하니 정신을 못차리겠네요.ㅜㅜ
그럼, 저의 첫눈 왔던 날 에피소드 한가지 들려드릴게요. 30년도 훨씬 지난 일인데 기억이 너무나 선명해서 잊을 수가 없는 일이랍니다. 제가 어렸을때 자란 곳은 남쪽지방의 작은 중소도시에요. 따뜻한 곳이라 겨울에 눈이 내리는 날이 극히 드물었지요. 어렸을때 가장 부러운 곳이 겨울에 눈이 많이 내리는 지역이었어요. 뉴스에 서울에 눈이 몇센치가 내렸다거나, 길거리에 수북하게 쌓인 눈을 보면 그게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더라고요. 어려서 가장 해보고 싶은 것이 눈싸움이었고, 정말 사람만한 눈사람을 만들어 보는 것이 해마다 겨울이면 품어보는 소원이었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눈이 내렸어요. 눈치고는 너무 가벼웠고, 쌓이지도 않고 이리저리 날리는 그런 눈이었어요. 눈이 내리는 곳은 저희집 옥상 위였답니다. 다른 곳은 전혀 눈이 내리지가 않았지요.
사연인즉 어느날 큰 가전제품을 새로 산 일이 있었어요. 가전제품을 사면 충격방지를 위해 스티로폼이 겹겹이 들어 있잖아요. 그것을 큰 비닐 봉투에 넣어 하루종일 잘게 부수었답니다. 그걸 집 옥상위로 가져가서 눈처럼 뿌려댄 거에요. 아무일 없을 리가 없지요. 동네에서 난리가 났어요. 스티로폼 가루 그것 잘 쓸리지도 않고, 사방에 날라다녀서 모으기도 힘이 들어요. 그걸 한자루 뿌려댔으니..ㅎㅎ

철없던 시절이라 어른들께 꾸중만 듣고 넘어갔지만, 그때 저희 아버지께서 "야, 우리 딸 OO가 첫눈을 내려줬구나!" 하시면서 허허 웃으시던 기억이 납니다. 제 친정 아버지는 팔순이 다 되어 가시는 데도 아직도 농담도 좋아시고, 풍류를 즐기시는 분이신데, 지금 생각해 보니 저처럼 눈을 좋아하셨던 것 같아요. 물론 저희 어머니는 '아주 동네 망신스럽게 했다'고 "말만한 계집애가 장난칠게 따로 있지, 속이 있는 거냐" 하시면서 무지 혼내셨지만요.
지금 제가 살고 있는 캐나다는 눈이 너무 많이 와서 눈치우는 것이 겨울의 가장 큰 일이기는 하지만, 이렇게 아줌마가 된 지금도 제가 만들었던 남쪽지방 작은 마을의 첫눈에 대한 기억이 여전히 선명합니다. 들려드린 이야기는 어린 시절 장난쳤던 추억이지만, 첫눈은 저 같은 아줌마 마음도 여전히 설레게 하고, 추억 속의 시간으로 돌아가게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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