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1.09 06:29




지붕뚫고 하이킥 84화는 타인의 마음을 읽어가는 과정에 대한 에피소드였어요. 구멍난 학점을 메꾸기 위해 치매병동에 봉사를 간 정음과 스쿠터로 세경과 가까워진 보석이 주인공이었지요. 84화를 보면서 저는 감동과 슬픔을 동시에 느꼈는데요, 할망구된 정음이 감동을 주었다면 스쿠터를 타고 달나라로 간 보석과 정음에게서는 슬픔도 느껴졌어요. 
새벽같이 지훈을 위해 준비한 도시락을 먹어버린 할아버지에게 정음은 화가 납니다. 할아버지는 시트를 갈고 있던 정음의 엉덩이를 치기까지 해요. 치매를 가까이서 겪어보지 않은 정음으로서는 뾰샤시한 20대 아가씨를 보고 할망구라고 부르는 할아버지를 이해할 수 없었겠지요. "외로운 분들이라 사람이 그리워서 그러는 것" 이라고 지훈이 말을 해줘도 말이에요. "할아버지 기억 속에 마지막으로 남은 분이 먼저 돌아가신 할머니였나 보죠. 할아버지에게 할머니는 아직까지 놓지 않은 유일한 끈같은 것이다" 는 지훈의 말을 듣고 정음도 할아버지의 행동이 이해되지요.
병원 난간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 서 있는 할아버지를 보고, 정음은 된장찌개를 끓여 할아버지의 할머니가 돼줍니다. 고운 마음의 정음이 감동을 준 훈훈한 장면이었어요. 혹자는 정음이 사랑을 통해 변해간다고 말하기도 하겠지만, 할아버지의 할머니가 돼 준 것은 정음에게 기본적으로 따뜻한 마음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병원에서 돌아오는 길에 지훈이 "50년 후쯤에 할아버지와 같은 처지가 된다면 기억 속에 마지막까지 남아있을 사람은 누굴까요?" 라는 말로 알쏭달쏭하게 여운을 주기도 했는데요,
글쎄요, 누굴까요? 저는 한마디만 하고 싶어요. 그 할아버지와 같은 처지가 안되었으면 좋겠다고요. 살아온 날 대부분이 기억 속에서 사라진다는 것, 정말 슬픈 일이잖아요. 
이번 지붕뚫고 하이킥을 보면서 특히 보석의 스쿠터 질주를 보고 마음 한켠이 아팠어요. 꺼끌했던 세경과 서로 마음을 나누는 친구가 된 듯도 해서, 앞으로 보석이 세경을 덜 구박할 것 같아 기분도 좋았지만요. 보석과 세경이 달나라로 쓔~웅하고 날아갔는데요, 두 사람이 달나라로 간 사연 볼까요?
보석은 차를 추월하고 달리는 오토바이를 보며, 20년전 오토바이를 타고 신나게 달리던 추억이 생각납니다. 집에 돌아와 장농에서 가죽잠바를 꺼내 입고 고글까지 쓰고는 세경에게 어떻느냐고 물으니, 퀵서비스나 족발아저씨가 그러고 다니는 것 본것 같다는 분위기 깨는 말에 보석은 세경이 얄밉지요. 거짓말이라도 최민수같다고 했으면 좋았을텐데 말이에요. 너무 솔직한 세경이지만 눈치는 참 없어요. 
마당에 준혁의 스쿠터를 보고 보석은 타고 싶어 미칩니다. 동네 한바퀴만 돌고 오겠다는데도 현경은 허락을 안해주고요. 그런데 때마침 현경에게 서류를 가져달라는 지훈의 전화가 걸려오지요. 세경에게 급하니 지하철을 타고 가서 전해주라는데, 길눈 어두운 세경이 지하철을 못탄다고 해요. 보석에게 절호의 기회가 왔지요. 보석이 스쿠터를 타고 세경이를 데려다 주겠다고 하자, 마지못해 현경도 허락해 주고 보석은 옷까지 갖춰 입고 나오지요.
여기서부터 보석과 세경의 화해 과정이 시작됩니다. 보석과 세경이 스쿠터를 두 번 타게 되는데, 첫번째 스쿠터는 지금까지의 껄끄러운 관계처럼 대화도 동문서답식이에요.
보석: 어때? 바람을 가르고 달리는 기분?
세경: 잘 안들려요, 아저씨!
보석: 고맙긴 뭐, 속력 좀 더 낼거니까 꽉잡아
세경: 꼼장어요?(@@)
이렇게 서로 전혀 통하지도 맞지도 않은 대화를 주고 받은 두 사람이었지요. 세경에게 왜 자기를 차별하느냐고 알탕에 알 한 개만 넣었냐고 화를 내고, 툭하면 세경에게 말꼬투리 잡는다고 구박하는 보석이에요. 그런데 식탁에서 순재옹이 보석이 미적거린 바람에 계약을 뺏길뻔 했다고 멍충이라며, 반찬까지 보석의 국그릇에 던져 버리며 화를 내고 무안을 주는 것을 보게 되지요. 왜 자신에게 유독 짜증을 내는지 몰랐던 세경은 순재옹에게 구박받는 보석을 보고 마음이 짠해져 옵니다.
세경은 현경에게 마트에 가야 한다며 아저씨에게 스쿠터를 타고 태워다 주면 좋겠다고 부탁을 하고, 일부러 그랬다는 것을 안 보석은 세경이 고맙지요.
"세경씨도 답답한 것 많잖아. 오늘 우리 답답한 거 다 날려버리자" 며 두 사람은 신나게 질주를 합니다. 두번째 스쿠터질주는 더 이상 동문서답은 안하지요.
보석: 어때, 세경씨! 진짜 속이 뻥 뚫리지?
세경: 네. 진짜 그래요.
보석: 근데 세경씨 진짜 나 무시해?
세경: 아뇨. 저 아저씨 무시한 적 없어요. 진짜에요.
보석: 그지? 안 그렇지? 그 동안 나도 괜히 트집 잡아서 미안해. 우리 앞으로 잘 지내보자. 우리 오늘 하늘 끝까지 한번 달려보자.
그리고는 두 사람 정말로 하늘까지 날아가 버립니다. 마치 영화 E.T처럼요. 고단한 현실은 턱에 부딪쳐 넘어진 스쿠터에 잠시 놓아 두고요.

보석과 세경의 스쿠터 질주는 두 사람을 화해시키는 것이기도 했지만, 동병상련의 슬픔 같은 것이기도 했어요. 보석은 여린 성격에다 처가살이까지 하는 기죽은 가장을 대변하는 캐릭터에요. 오버하는 감은 있지만, 처가살이를 한다는 자체가 남자를 위축시킬 수 밖에 없지요. 게다가 장인의 회사 낙하산 부사장이기까지 한 보석이 당당하게 어깨를 펼 수가 없어요. 집에서나 회사에서나 말이지요. 보석의 유일한 스트레스 돌파구는 세경이었지요.
그런데 눈치가 살짝 무단인 세경까지 자신을 무시한다는 생각이 들지요. 세경이 고의적으로 한 것이 아님에도 자격지심에 피해의식까지 겹쳐진 거죠. 세경의 말 한마디, 행동하나가 자신을 무시하는 것이 아닌가 늘 의심하다 보니, 정말로 세경이 자신을 무시한다고 여겨질 정도예요. 더구나 가족들이 은근히 세경의 말을 존중해 주고, 세경을 자기보다 더 대우해 주는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스쿠터를 타게 해 주려 한 세경의 마음을 알고는 까칠한 마음을 풉니다. 보석은 스피드를 즐기려 했던 것은 아니었어요. 무시당하고 대우받지 못하는 현실에서 잠시라도 벗어나고 싶었던 것이었어요.   
사실 보석도 세경이가 자기를 무시했다는 생각을 안했을 거에요. 자격지심때문에 자기보다 약자인 세경에게 스트레스를 풀었던 속좁은 밴댕이였을 뿐이에요. 저는 이번회 식탁에서 순재옹에게 당하는 모습을 보면서 보석이 착한지, 자존심도 없는 바보인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실제로 그렇게 심하게 하는 장인도 없겠지만, 그렇게 멍청이처럼 구박당하고 앉아있을 사위도 없겠지만요.
보석은 어쩌면 해리네 집에서 세경의 속을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일 거예요. 겉으로 보기야 주인집 사위이기는 하지만, 세경과 자기의 처지가 별반 다를게 없으니까요. 보석은 자기 마음을 알아주는 세경이 너무나 고맙고, 세경은 가족에게 무시당하는 보석이 안쓰럽고, 이렇게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에서 가까워진 두 사람입니다.  
지붕뚫고 하이킥의 세경이라는 캐릭터는 순재네의 뿔뿔이 가족을 하나로 이어 주는 다리와 같은 존재라는 생각이 들어요. 지붕뜷고 하이킥 등장인물들을 보면 누구 하나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들이에요. 까칠 보석도 알고 보면 불쌍하고 기죽은 가장일 뿐이고, 자세히 보면 이 시대 아버지의 모습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이번 회에서만은 순재옹이 미웠어요. 지난 회에 큰일보다 변기를 막히게 한 이슬공주 자옥여사를 위한 멋쟁이 신사는 온데간데 없어지고(하긴 자주 없어지기는 하지만요), 가족들 앞에서 그렇게 사위를 무시하는 모습은 심했다 싶어요. 밥상머리 교육이라는 말이 있지요. 손녀딸 해리와 신애같은 어린 아이들과 함께 한 식사자리에서 아무리 시트콤이라 하지만 좀 너무 하신 것 아닌가요?

보석이 세경에게 마음을 연 것은 동병상련의 감정이기도 했지만, 자신을 봐주었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답답해 하는 보석을 봐야 할 사람은 세경이 아니라 장인 순재옹과 아내 현경이에요. 그래서 스쿠터를 타고 웃는 보석이 저에게는 슬퍼 보였어요. 순재옹과 현경에게도 언젠가는 보석의 마음이 보이겠지요? 아무튼 스쿠터를 계기로 보석과 세경이 가까워진 것 같아 기분은 좋아요. 그런데 하늘을 날아 달나라로 간 두 사람이 무사히 내려왔는지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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