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1.16 08:41




지붕뚫고 하이킥 89화는 자기변화를 주제로 보석의 에피소드는 가볍지만 훈훈하게, 정음의 에피소드는 다소 무겁게 풀어 갔습니다. 정음의 취직으로 벌어진 일들은 너무나 현실적인 문제들이었고, 사실적이어서 보는 내내 착잡해지더군요. 특히 지훈에게 정음이 쏘아붙인 말은 청년실업의 우울한 현실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것 같아, 가볍지만은 않은 주제였어요. 결국은 정음이 긍정적으로 변화해 가는 모습을 끌어내서 그동안 정음을 보며 가졌던 걱정들도 조금은 덜어진 것 같기도 하고요. 내가 변하면 세상이 변한다는 말이 있지요. 지붕뚫고 하이킥 89화 정음과 보석의 에피소드는 변화란 자기 자신으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말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카드값이 오버되어 결제 걱정이 태산인데도 정음은 여전히 인터넷 쇼핑사이트를 검색하고 있습니다. 따끈따끈한 신상 가방에 꽂혀, 전날 다시는 쇼핑 안하겠다는 맹세도 잊어버리고요. 의지박약, 끈기부족, 인내결핍 정음이라고 인나가 핀잔을 줘도 말이지요. 게다가 시험도 까먹고 늦어서 놓쳐 버립니다. 
다들 열심히 사는데 한심스럽게 살고 있는 자신이 정음도 못마땅합니다. 지훈이 정음씨도 열심히 살고 있다며 열심히 밥도 먹고, 커피도 마시고 쇼핑도 하지 않느냐고 농담을 하지만, 지훈의 농담이 다 뼈있는 말처럼 들리지요. 그런 정음에게 희소식이 왔어요. 회사에 합격했다고 출근을 하라는 전화였지요. 친구들과 취직축하 파티도 하고 정음의 마음을 둥실둥실 부풀어 오르지요. 더군다나 전공인 영어관련 회사라니 정음으로서는 대만족이지요. 지훈이 취직선물로 명함지갑까지 선물해 주었어요. 지갑 속에는 (주)황그룹 CEO황정음이라고 쓰인 장난스런 명함까지 들어 있었지요. 
하지만 자옥과 친구들로 부터 박수까지 받으며 출근한 정음은 쓰디 쓴 현실과 맞닥뜨립니다. 똑똑하고 잘나서 뽑힌 것도 아니고, 수없이 원서 넣고 떨어지고 온 마지막 직장이라고 생각하고, 악으로 깡다구로 일을 하라는 회사 직원의 말은 야박하지만, 정음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지요. 정음이 첫직장에서 받은 일은 영어교재 300권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팔고 오라는 거였어요. 정음은 며칠동안 내색않고 열심히 회사를 다닙니다. 얼마나 팔았는지 모르지만 정음에게는 첫직장이었고, 열심히 해보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지훈이 사온 초밥을 게걸스럽게 먹는 정음에게 국물을 건네면서 지훈은 정음의 손등이 까여 상처가 나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정음이 회식자리에서 과격하게 놀다 다친 것이라고 둘러댔지만 상처의 비밀은 금방 밝혀 졌어요. 약속시간이 되었는데도 나오지 않은 정음을 보러 사무실로 올라 간 지훈은 못 볼꼴을 보고 맙니다. 할당량을 채우지 못해 엎드려 뻗쳐 벌을 받고 있는 정음을 보게 된 거예요. 눈이 뒤집힌 지훈은 정음을 끌고 나갔지요.
지훈에게 그런 모습을 보인 정음은 속상하고, 창피하기도 해서 지훈씨가 뭔데 내 직장에 와서 이러느냐고 화를 내지요. "자기 여자친구가 그딴 꼴을 당하고 있는데 세상에 어떤 남자가 가만 보고 있냐" 며 "그동안 이런 쓰레기같은 회사 다닌다고 신난척 했냐"며 지훈도 심한 말을 합니다. 할당량을 채우지 못했다고 엎드려뻗쳐 시키는 그런 회사가 있는 지 모르겠지만, 아마 비슷하게 닥달하는 회사가 현실에서도 있을 거라 생각이 들어요. 인터넷이나 드라마에서도 이에 못지 않은 사례들을 접할 수 있으니까요. 
"나같은 애 받아주는 데라곤 저런 쓰레기같은 회사밖에 없어요. 원서를 백군데 넘게 냈는데 받아 준 곳이 여기 한군데 뿐이었다" 수많은 건물들 중 정음에게 자리 하나를 내준 곳은 이곳 뿐이었다며 우는데 가슴이 짠해져 오더라고요. 취직했다고 좋아서 가보니 첫날부터 환영은 커녕 스펙딸리는 사람들이라고 무시당하고, 책300권을 팔아 오라는 회사를 정음이도 당장에 때려치고 싶었겠지요. 별볼일 없는 학교에 딱히 내세울 실력도 없는 정음으로서는 첫직장인데다 어떻게든 다녀 보려고 했어요. 여기서 밀리면 끝장이라던 회사사원의 말이 정음도 인정하고 싶지 않았겠지만, 그게 정음의 처지였고, 어떻게든 버텨 보려했어요. 더이상 한심해지기 싫어서요. 손등이 까지는 모멸적인 벌을 받아가면서 까지도요. 정음의 말이 너무나 현실적인 것같아 가슴이 무거워지는 장면이었어요. 지훈에게 쏘아 붙이고 사무실을 향한 정음은 문을 열지 못하고 다시 돌아 나오고 말았어요. 
"나 끈기없다는 소리 맨날 들어요. 하지만 이제 진짜 끈기 한번 부려 보려구요,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이 뭔지, 끈기있게 찾아 볼 생각이에요. 그리고 그 일 잘 할 수 있게 열심히 한 번 살아보려구요, 남들 한테나 나 스스로에게 떳떳해지게"
지훈의 차안에서 정음이 했던 말은 정음의 변화 가능성을 보여 주었어요. 그동안 놀기 좋아하고 철없어 보였지만 정음은 첫직장에서의 경험을 통해 크게 변한 것 같아요.  
정음이 문을 열기 전에 무슨 생각을 했을지 잠시 생각을 해봤어요. 남자친구 지훈에게 창피하기도 했겠지만 정음 스스로가 한심스럽다는 생각을 했을 것 같아요. 지훈의 말처럼 이런 쓰레기 회사에서 신난척하면서 버텨보려고 발버둥 치는게 잘한 것일까? 이런 회사가 정음의 앞으로 인생에 도움이 될까? 참아가며 버틸만큼 가치있는 일일까?
정음은 아마 회사에서 버텨보느니, 그 정신으로도 자기를 위한 노력을 하겠다고 결심했겠지요. "자신있게! 당당하게! 황정음답게!" 정음의 좌우명에 걸맞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 말이지요. 이후 열공에 몰두하는 진지한 정음의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요, 정음의 변화가 놀랍고 반갑네요. 얼마나 이어갈지 앞으로 정음의 의지에 달려있겠지만, 작심삼일 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이번 하이킥에서 보여준 정음은 청년실업에 대한 문제를 건드려 주기도 했지만, 저는 그 이면에 정음 같은 사람, 즉 자기개발 노력없이 학벌과 사회문턱만 탓하는 것도 문제가 있음을 지적했다고 생각해요. 물론 우수한 실력을 갖추고 있음에도 취업의 좁은 문으로 들어가지 못한 분들도 있겠지요. 고용시장이 워낙 좁다는 게 지금의 현실이니까요.
하지만 정음으로 대변되는 실업인들이 과연 자신의 상품가치를 높이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고, 투자했는지도 곰곰히 따져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세상이 나를 알아주기를 기다릴게 아니라, 나를 알아보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요?
정음은 긍정적이고 진취적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정음은 취직을 위해 공부하겠다는 말을 하지 않았어요. 정음은 자신이 진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먼저 찾고, 그 일을 잘 할 수 있게 열심히 살아보겠다고 했지요. 그저 돈을 벌기 위한 직장이 아니라 자기가 하고 싶은 분야의 일을 찾겠다고요. 
무엇보다 정음의 에피소드에서 빛났던 것은 그런 정음을 응원하고 힘을 주는 지훈의 따뜻한 손이었어요. 정음에게 "이따위 쓰레기 회사 다니면서 좋아했느냐"는 말로 정음의 자존심에 상처를 주었고, 일류대 출신의 의사인 지훈이 한 번도 해보지 않았을 고민이 정음에게는 얼마나 큰 문제였는지 지훈은 몰랐어요. 지훈에게는 고민조차 해보지 않았던 문제였지만 정음에게는 현실이라는 것을요.
"남에게나 스스로에게나 떳떳해 질 수 있게 열심히 살겠다"는 정음의 말에 지훈은 말없이 정음의 손을 꼭 쥐어 주었어요. 백 마디의 말보다 손 한 번 꼭 쥐어 줄 때 든든하고 힘이 나는 경우가 있지요. 말보다 더 강한 격려와 사랑을 전달받기도 하고요. 쓰라린 첫직장의 상처로 남은 자신의 손을 꼭 쥐어 준 지훈의 손은 백만대군보다 든든한 응원이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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