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3.13 10:29




지붕뚫고 하이킥 121회, 다시 찾은 세경의 빨간 목도리와 지훈이 세경에게 이민 "가지마라" 며 묘한 분위기를 보여주었던 에피소드는 낚시가 심해도 한참 심했습니다. 세경의 짝사랑을 다시 들춰서 여론몰이를 하려고 하는 것도 아닐테고, 세경이와 지훈이를 엮어줄 의도는 더더욱 아닐테니까요. 이번회에서 제작진은 종영을 위한 재미있지 않은, 잘못하다간 욕만 실컷 먹을 깜짝 반전을 내놓았습니다. 지훈이 그동안 세경이 자신을 짝사랑해 온 것을 알게 되고, 문제의 지긋지긋한 빨간 목도리를 다시 등장시켰다는 점이에요. 지훈이 세경에게 준 빨간 목도리는 아마 실이 삭아서 너덜너덜 해졌을 것 같은데도 참 오래도록 사용하네요.
물론 제작진이 세경과 지훈을 말도 안되는 상황으로 연결시키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지훈이 정음으로부터 이별을 통보받고 술이 떡이 되도록 마시고, 힘들어 하고 있는 마당에 갑자기 세경에게 뿅~하는 그런 일이야 없겠지요. 아무리 시트콤이고 젊은 사람들 사랑도 인스턴트식으로 하는 경우도 많다지만, 그런 무리수은 두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의 발단은 세경아빠로부터 편지가 온 것에서 비롯되었지요. 세경아빠가 세경 신애 자매에게 이민을 하자는 편지를 보내 온 것이에요. 병원으로 수학 공부를 하러 가는 길에 세경이 아빠로부터 편지를 받고, 그 편지를 신애에게 읽어주다 세경이 이상하게 멍해진 것을 본 지훈이 세경의 편지를 몰래 보게 되었어요. 이민가자는 아빠의 편지였어요.
현경의 심부름으로 지훈의 병원에 간 세경은 지훈의 학교 근처에서 샀던 LP판을 "그동안 저한테 주신 것들 감사드려요" 라는 카드와 함께 지훈의 책상위에 놓고 나왔지요. 마침 지훈은 분실한 USB를 찾으러 갔다가, 분실물센터에서 세경의 빨간 목도리를 발견했지요. 세경에게 잃어버린 것이 맞느냐고 물으니, 세경이 맞다며 들고 걸어가는 모습을 지훈이 한참 동안이나 물끄러미 쳐다봅니다.
세경이 두고 간 LP판을 들으며 지훈은 세경과의 첫 만남에서부터 집에 가사도우미로 와서 다시 만나게 된 일, 그리고 학교근처에서 세경과 음악을 듣던 일, 세경이 목도리를 잃어버렸다고 울던 모습까지 회상을 하지요. 지훈이는 그제서야 세경에게 빨간 목도리가 어떤 의미였는지 알게 되었어요. "죄송해요, 아저씨가 사 주셨는데 간수도 못하고..." 라며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슬프게 울었던 세경의 모습을 떠올렸던 것이에요. 지훈도 사랑을 해봤기에 어떤 사람에게서 받은 물건이 그 사람에게 마음이 있을 때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잘 알고 있어요.
저녁에 주방에 있는 세경에게 지훈이 "이민갈거니?" 라며 편지를 봤다고 말하지요. 그리고 "가지마라" 라며 세경을 놀라게 했는데요, 지훈의 가지마라는 말은 여러가지 해석을 할 수 있을 겁니다. 지훈이와 세경이 잘되기를 바랬던 분들은 애정라인의 부활에 기대를 걸수도 있겠고, 지훈과 정음라인이 잘 되길 바랐던 분들은 허탈함과 배신감도 느낄 것이고요. 물론 화살은 지훈이에게로 쏟아지겠지요. 정음이랑 헤어진 지 얼마나 됐다고에서 부터 세경이를 책임질거냐에 이르기까지 두 여자를 가지고 어장관리하냐, 사랑이 그렇게 쉽게 움직일 수가 있는거냐? 등등....

그런데 제작진이 지훈에게 쏟아질 공격들을 예상하지 못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또한 지금 상황에서 세경과 지훈을 묶는 것이 억지설정이라는 것도 알 거라고 생각됩니다. 세경이에게 이민가지 말라고 한 것은 저는 지훈이 이제서야 세경의 마음을 알았다느니, 진즉 세경의 마음을 몰라주고 힘들게 해서 미안해서 였다느니, 아님 이제부터 핑크빛 무드가 모락모락 피우게 될거라느니 등의 암시와는 별개라고 생각합니디.
지훈이는 세경이 지금까지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혼자 힘으로도 살아가고 있는 것을 꺾지 말라는 듯 보입니다. 무엇보다 6개월이나 되는 시간동안 가족처럼, 동생처럼 지켜봤던 세경이를 떠나 보내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더 컸겠지요. 아는 친구들에게 "이민갈지도 몰라" 라고 하면, "어머 잘됐다, 얼른 가라"며 반색할 사람들이 몇이나 되겠어요. 헤어짐이 섭섭해서 가지마라고 말하는 게 먼저이지 않나 싶어요. 지훈의 감정도 그런 종류일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더구나 세경이가 검정고시로 학업을 계속하려고 하는데 한국에서 계속 공부를 하지 그러느냐는 권유로 했을 수도 있고요.
저는 세경이 신애와 함께 아빠에게로 가야한다고 생각해요. 주인집 식구들과 함께 밥먹는 것조차 편하게 하지 못하는 세경에게 순재옹네 집은 가족같지만 세경의 편한 집은 아니에요. 진짜 가족이 아니거든요. 또한 세경은 이미 지훈에 대한 짝사랑을 털어냈어요. 지훈과 정음의 결별로 그 틈새에 세경의 짝사랑을 넣었다고 한다면, 이는 세경이의 감정을 가지고 장난치는 것 밖에는 의미가 없어요. 그렇게 아파하고 힘들게 내려 놓았던 짝사랑을 지훈이의 "가지마라" 라는 의미와 함께 흔들어 댄다면, 세경이를 또 다시 아프게 하는 것일 거예요. 제작진도 이를 모르지 않을테고요. 
지훈이가 세경이를 마음에 담은 적도 없는데, 단지 세경이가 자기에게 특별한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알고 이제서야 눈돌려 세경에게 관심을 가진다면, 그야말로 지훈이는 사랑의 '사'자도 할 자격이 없는 가벼운 사람밖에는 되지 않을 거에요. 또한 세경이처럼 심지도 강한 여자가 정음과 지훈이 사귀고 있다는 것을 알고도(아직 세경이는 정음이 지훈에게 이별을 통보한지도 모르고 있지요) '얼씨구나 아저씨~'하고 반색할 세경이도 아닐 테고요. 
만약에, 혹시라도 제작진이 정말로 지훈이가 세경에 대한 사랑을 깨달았다는니 하는 식의 애정라인을 위한 에피소드였다면, 이는 도저히 이해가지 않을 억지설정일 것입니다. 누구보다 세경이가 지훈이 마음을 편하게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고요.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은 지훈이 세경에 대한 마음이 있다는 식으로 세경을 흔들었다가, 다시 정음과 지훈이의 사랑을 확인하고 화해하게 한다면, 그것은 용서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세경이를 더 이상 혼란스럽게 하지 말았으면 싶네요. 또 세경을 지훈과 정음의 화해를 위한 들러리로 세우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정음과 지훈이를 화해시키지 않은 것보다 세경이를 두 번 힘들게 하는 것은 더 참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세경이는 아플만큼 아팠어요. 지훈이 때문에 더 이상 아프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지붕뜷고 하이킥이 설득력없는 황당한 결말로 요상스러운 하이킥으로 남지 않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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