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4.07 07:42




간밤에 편경장인이 살해된 시신을 목격했다는 경수소의 한 줄 사건일지는 예리한 캐코 종사관 서용기의 손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음변, 운석 등 궁에 일어난 해괴한 일들이 장희빈의 재입궁때문이라는 소문은 삽시간에 도성에 퍼져, 저자에서는 변란이 일어날 징조라며 쌀을 사들이려고 난리법석이고, 밤마다 벽에는 괴서가 나붙지요. 의금부, 한성부, 포도청 어느 곳에서도 사건의 실마리를 풀지 못하고 있는데 숙종이 엄명을 내립니다. 흉조의 원인을 밝히지 못하면 "니네 다 죽었어"라며 엄포를 놓는 숙종은 역시 일에서는 한 카리스마 합니다.
직접 민심을 살펴보겠다고 나선 숙종이 포도청을 찾아 수사상황을 살피는 중, 종사관 서용기가 알게 된 경수소 일지를 보고 받게 되었지요. 다름아닌 편경장인의 시신을 한 계집이 발견했는데, 사고현장으로 출동하니 시신이 없어서 허위보고로 흐지부지되었다는 거의 묻힐 뻔한 일을 알게 된 것이지요. 역시 종사관 서용기는 깨알만한 사건도 놓치지 않는 개코 수사관입니다.
암행을 나선 숙종은 환궁하려다 서용기로부터 들었던 사건현장으로 발길을 돌리고 헛간으로 향합니다. 그곳에는 호기심 소녀 동이가 몸을 숨기고 있었고요. 동이는 죽은 편경장인의 집을 찾았다가 낯선 남자들이 편경장의 집에서 무엇인가를 흠쳐가는 것을 보았고, 뒤를 쫓아 지체 높은 집으로 그 사내들이 들어가는 것을 보게 됩니다. 물론 현장에서 어떤 칠푼이같은 사내가 보따리를 쏟는 바람에 흘리고 간 편경조각까지 주을 수 있었지요. 그 편경조각을 헛간에서 편경장인의 망태기를 쏟았을 때 봤던 것을 기억한 동이는 같은 편경 조각이 떨어져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다시 헛간으로 갔던 것이지요. 
밖에서 나는 수상한 소리에 몸을 숨기려던 숙종은 가마니 뒤에 숨어있던 동이를 보고 허걱 놀라는데, 동이를 보고 놀란 순간부터 이어진 숙종의 어리바리 모습은 너무 웃겨서, 그 다음부터 두 사람의 표정과 대사만 따라 다니느라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도 모를 정도였습니다. 사극이 이렇게 웃기게 재미있어도 되나 싶을 정도로 말이에요. 어리바리한 숙종 지진희의 표정과 대사도 재미있었지만, 전혀 다른 귀여운 숙종의 모습이 유쾌 상쾌했답니다. 근엄함을 버린 왕의 코믹하고 귀여운 모습, 급호감입니다.
궁에서는 모든 이들이 감히 용안을 올려다 보지도 못하는 군주이지만, 계급장 뗀 일개 범부의 모습에서는 허세기도 있으면서 겁도 많고, 무엇보다 세상물정에 너무 순진한 숙맥일 뿐이에요. 동이에게 호통을 들어가며 이리저리 끌려다니는 모습은 용포에 가려진 인간적인 모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자신을 한성부 판관이라고 속인 어리숙한 양반이 왕인 줄도 모르고, 동이가 기선제압해 버린 과정, 어찌된 영문인지 보도록 하지요.

헛간에 숨어든 낯선 양반에서 동이가 물어 봅니다. "대체 나리 누구십니까?" 왕이라고 밝힐 수 없는 숙종은 "너는 누구냐?"라고 되묻지만 밖에서는 왕의 호위무사가 칼잡이들에게 당하고 있는 상황이에요. 칼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죽고 싶으시냐" 며 따라 오라는 동이를 따라 헉헉대고 한밤중에 뜀박질하는 숙종, 평소에 운종량이 부족해서인지 겨우 몇걸음밖에 달리지 않았는데도 숨이 목에 턱턱 차오릅니다. 숨찬 대사까지 리얼하게 보여주는 숙종, 역시 대단한 연기력이에요. 더 멀리 도망가야 한다는 동이의 말에 "난 이렇게 뛰어본 적이 없다. 난 죽어도 못간다" 라며 털썩 주저 앉는 숙종을 보니 동이는 기가 차지요. 뒤에서는 칼든 사람들이 죽이려고 쫓아 오는데, 뛰어본 적이 없다는 이 양반이 참 한심해 보입니다. 그런데 한 술 더 떠 정신나간 소리까지 합니다. "대체 이게 어찌된 일이란 말인가? 설마 역모란 말인가?"
임금을 한 번도 본 적도 없고, 설마 이 밤중에 왕이 헛간에 숨어 들었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동이는 이 말에 기가 차지요. "역모는 임금님을 시해하려 할 때 쓰는 말이죠" 뒷말은 안들어도 뻔하죠. 뭘 좀 알고나 쓰시죠 였겠지요. 가르치려면 한참 모자란 양반입니다.
그런데 이 어리숙한 양반 손에 헛간에서 동이가 찾고 싶었던 돌멩이가 들려 있었지요. 암염, 즉 소금돌이라는 겁니다. 혹시 군관이냐는 동이의 말에 얼떨결에 한성부 판관이라고 대답해 버린 숙종은, 동이로부터 시신을 발견한 전모를 듣게 됩니다. 동이는 숙종에게 편경장의 집에서 암염 조각들을 훔쳐간 집을 가르쳐 주고는 군사들을 데리고 오라고 숙종을 보냅니다. 그곳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고 있겠다고요. 여자 몸으로 어찌하려느냐는 말에 동이는 "부끄러운 말씀이지만 사람들이 절 풍산이라고 부릅니다" 라고 대답하는데, 동이도 은근히 한 자랑하는 성격같아요. 한번 물면 절대 놓지 않는 풍간개처럼 질기다는 별명이 있다고요.
그러고 보니 동이는 어려서부터 호기심이 충만해서 여기저기 간섭을 많이 했던 아이였어요. 그 때문에 위기도 있었지요. 비단옷을 입겠다는 일념하에 아버지 말씀을 어기고 문안비로 나섰다가 위험에 빠지기도 하고, 달리기 시합에서 이겼는데도 약과를 얻지 못하자 약과를 돌멩이랑 바꿔치기 하고 도망치기도 했던 아이였어요. 그 호기심이 장악원 노비 동이의 인생도 바꾸게 될 모양입니다. 숙종과의 만남으로 이어졌으니 말이에요. 풍산 동이라, 이제부터 동이를 따라다닐 별명 하나 생겼네요. 
홀로 동이를 두고 온 숙종은 이상하게 마음이 쓰입니다. 당차게 자기 앞에서 꾸지람도 하고 호통을 치는 듯한 어린 계집이 마음에 쓰이지요. 남자 체면이라는 것도 생각나고 말이지요. 어린 여자를 사지에 두고 혼자 피신한 것같아 불편한 마음에 다시 현장으로 가니, 아니나 다를까 동이가 담을 넘으려고 하고 있지요.
군사들을 데리고 와야 할 군관나으리가 다시 오니 동이가 놀라서 묻는데, 대답이 기절초풍할 일입니다. 지나가는 행인에게 말을 전하라 했다고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하는 숙종이에요. 동이에게 눈 앞의 한성부 판관 나으리는 직업 의식도 없어보이는 인물로 찍히고 마는 순간입니다. 한심한 양반으로 찍힌 숙종의 굴욕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증거가 담긴 보자기가 연못앞에 있는 것을 본 동이는 담을 넘어 증거품을 가져 오려고 하지요. 그나마 낮은 담장을 찾았는데, 어리바리 판관 숙종 표정을 보니, "담장이 낮은 것과 내가 무슨 상관? 날 더러 어쩌러고?"입니다. "한 번도 담을 넘어 본 적이 없다. 내가 있는 곳은 담을 넘기에는 너무 높았다" 라니 두손 두발 든 동이지요. 동이가 넘겠다고 엎드리라 하니 이제는 숙종이 기가 찹니다. 누구 대신 엎드리라고 할 내관들도 없고 미치고 팔짝 뛸 노릇입니다. 왕이란 자리가 하늘아래 누구에게도 고개를 숙이지 않는 자리인데, 이거 큰일입니다. 
그러나 "증거들이 다 녹게 생겼는데 이깟 바닥을 피하십니까?" 라고 꾸짖는 동이에게 꼬랑지 내리고 엎드리는 숙종... 이 장면보면서 한참이나 웃었네요. 허리 우두둑 소리에 놀란 토끼눈의 숙종 모습도 귀여웠고, 임금 체면 구기고 땅바닥에 엎드린 모습도 그랬지만, 천한 노비가 임금의 등을 밟고 올라서는 장면은 감히 사극에서 꿈도 꾸지 못했던 파격적인 장면이었습니다. 드라마니까 나올 수 있는 숙종 인생 최고의 굴욕 사건이지 싶어요.
숙종 등을 밟고 담을 넘어 문을 열어주니, 숙종이 남자 체면을 살려보려 하지요. 증거물을 직접 가져오겠다고요. 영 못 믿겠다는 동이에게 뭔가 보여주려던 숙종은, '나 잘했지' 라는 듯 의기양양하게 보자기를 가져오다가 그만 암염을 싼 보자기를 칠칠맞게 흘려 버립니다. 칠푼이 한 사람 추가에요. '그럼 그렇지, 믿고 보낸 내가 잘못이지' 싶은 동이에요. 그런데 큰일입니다. 칼잡이 한놈에게 발각되어 숙종의 목이 날아가게 생겼어요. 위기일발의 순간에 동이가 돌멩이를 날려 칼잡이의 이마를 명중시켜 숙종의 목숨을 구했지요. 그 와중에도 암염 몇 조각과 칼을 챙겨드는 숙종입니다. 하지만 떼를 지어 몰려 온 칼잡이들에게 동이와 숙종은 사면초가에 빠집니다.
"이 놈들을 막을테니 몸을 피하라"는 숙종에게 동이는 "함께 왔는데 그럴 수 없다" 하고, 어느 새 칼잡이들이 숙종과 동이를 에워싸고 말았어요. 칼을 들고 갖은 폼을 잡는 숙종이지만, 동이는 그간의 모습을 보니 칼을 제대로 쓰기나 할지 걱정입니다. "설마 칼도 처음은 아니시죠?"라고 묻는 동이에게, "칼은 쥐어 봤다만 실전은 처음이다" 라는 숙종 말에 또 터졌네요. 그렇지요. 실전은 처음이겠지요. 군주 수업으로 말타기 활쏘기 칼쓰기 다 배웠을 숙종이지만, 따지고 보면 실전은 처음이라는 말이 틀린 말이 아니니까요. 아무튼 순진하리만치 정직하고 귀여운 숙종, 매력덩어리 같습니다.
마지막 엔딩장면에 "내가 치면 넌 도망치거라. 이건 어명이다" 라며 임금임을 밝히고, 칼잡이들을 향해 "난 이 나라의 왕이다"라고 말했는데 칼잡이들 영 믿는 눈치가 아니네요. 마치 "네놈이 왕이면 난 니놈 아비다" 라는 식으로 비꼬는 듯해요. 다행히 지나는 행인이 준 병사동원령 패찰을 받은 서용기에 의해 목숨은 구하겠지만, 동이가 이 어리바리 훈련원 판관이 진짜 임금님이었다는 것을 알게 될까요? 아직 몰랐으면 좋겠네요. 이 두 사람 은근히 코믹하고 순진스럽게 엮이는 에피소드가 재미있으니 말입니다. 숙종이 동이가 장악원 노비임은 알게 되었으니, 은근히 동이 뒤를 숨어서 킥킥거리며 지켜보는 숙종의 모습, 그리고 동이에게 철없어 보이고 어리숙한 판관으로 찍힌 숙종을 가르치는(?) 재미있는 모습도 조금 더 보고 싶으니 말입니다. 음흉한 능구렁이 대신들을 상대하는 카리스마 작렬하는 모습 이면에, 이렇게 순진스럽고 어리숙한 숙종의 인간적이고 코믹한 모습은 사극에서 만나는 신선함, 그 자체인 것 같습니다.
생각해보니 숙종의 그런 양면적인 모습도 이해가 가는 대목이에요. 숙종은 어려서부터 군주교육만 받았을 것은 당연하고, 그러다보니 왕위에 대한 자부심이 넘쳤던 인물이라고 해요. 14세 어린나이에 보위에 올라 서인과 남인의 치열한 당파싸움을 보다보니, 조정에서는 어린 나이의 군주를 무시하는 모습에 대해서는 철저히 경계를 했을 것 같습니다. 그런 반면 나이로는 피가 팔팔 끓는 젊은 군주에요. 군주로서의 스트레스가 왜 없었을까 싶어요. 신하들에게 지엄하지만 궁녀들에게 살인미소를 날리는 행동으로도 숙종이 답답한 조정 분위기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날리는 한 방편이었을 듯 싶기도 합니다.

그런데 스스로 풍산개라고 하는 천방지축 노비 동이를 보고 숙종은 아마도 임금으로서 하지 못했던 다양한 경험들을 즐기고 싶은 마음도 생겨날 것 같아요. 아직은 사랑이 아니어도, 동이처럼 환한 미소와 당돌하리 만큼 당당한 아이를 숙종은 처음 봤거든요. 그의 곁에 있는 왕비와 후궁은 하나같이 정치와 권력의 냄새가 진동하니, 막 건져 올린 팔팔한 생선같은 동이의 모습이 숙종에게는 숨통 트이는 위안일 수도 있을 것 같고요. 
코믹하면서도 카리스마까지 겸비한 지진희의 숙종, 볼수록 매력적입니다. 장희빈과 명성왕후, 그리고 인현왕후라는 무거운 세력다툼이 드라마 분위기를 무겁게 끌고 갈 수도 있는데, 드라마 메인 주인공들인 숙종 지진희와 동이 한효주가 드라마 분위기를 통통 튀게 하니 감초들의 코믹 장면보다 돋보였던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숙종 지진희의 어떤 엉뚱한 매력들이 더 나올지 기대도 크고 말이지요. 지진희 느님, 멋져요.ㅎ
음변의 음모는 일을 꾸민 명성왕후와 서인 정인국의 똥줄타는 냄새와 장옥정이 쾌재를 부르게 될 사건으로 종결될 듯 싶습니다. 어리바리 숙종과 풍산개 동이의 환상적인 콤비가 이뤄낸 탐정수사결과는 동이와 숙종의 인생을 어떻게 바꿀지 기대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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