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4.13 12:05




동이 7회에서 미래의 장희빈과 숙빈 최씨가 되는 동이가 만나는 장면은 그 의미가 컸던 장면입니다. 두 사람이 처음으로 맞대면을 했다는 것 뿐만이 아니라 도인이 예언했던 빛과 그림자의 운명적 만남이었다는 점에서 사건이라면 사건일 수 있겠지요. 감히 쳐다보기도 힘들었을 상궁마마의 처소에서 국화차까지 대접을 받은 동이이니 말입니다. 그런데 드라마를 보며 왜 장옥정이 동이에게 고경명의 한시 황백국을 읊으며 뒷 소절을 알아맞춰 보라고 했는지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는데요, 이 역시 장옥정과 동이가 빛과 그림자일 수 밖에 없는 운명의 쇠사슬에 묶일 수 밖에 없는 사건이라고 보여집니다.
장옥정은 결국 도인의 예언을 거스르고 말았습니다. 물론 장옥정은 현재로서는 자신이 도인이 말해준 주의사항을 지키지 않았다는 것을 모르고 있지만요.
동이를 기다리는 장옥정은 알 수 없는 불안감에 휩싸입니다. 그리고 도인의 예언을 떠올립니다. "모든 걸 가진 이가 모든 걸 잃은 자의 그림자가 된다. 만약 그 아이가 살아온다면 항아님은 그 빛을 넘지 못하십니다.  허니 하실 수 있다면 최선을 다해 그 아이를 마주치지 마십시오". 
장옥정은 처소에 든 동이를 보고 "맑은 아이로구나. 눈빛이 좋다. 천비답지 않게 영특하고 기품도 있어" 라고는 다짜고짜 고경명의 황백국이라는 시 한소절을 읊었지요. 
"정색황위귀 천자백역기(국화라면 황국을 귀하다 하지만 하늘이 낸 자태는 백색도 아름답네)" 이 시의 다음 구절을 말해보라고 하지요. 
이에 동이는 "세인간수별 균시오상지(세상 사람들은 그리 구별하지만 서리 속에 꽃피운 기상은 모두 같네" 라고 다음 구절을 맞춥니다.
이런 동이를 보며 장옥정도 놀랍니다. 글을 알거라 생각했다며 곤혹스런 일에 큰공을 세웠으니 상을 내리고 싶다며 원하는 것을 말해 보라고 하였지요. 동이는 원하는 것이 없다고 말해버리지요.
장옥정은 욕심이 없다는 것에 실망이라며 "네가 천비라서 그러냐? 그런 욕심이 너같은 천비에게는 가당치 않은 것이라서? 아쉽구나. 네가 감히 당치 않은 것을 꿈꾸고 얻을 수 없는 것을 얻으려 했다면 더욱 마음에 들었을텐데..."라며 서운한 마음으로 동이에게 나가보라고 하였지요.
그런데 과연 장옥정이 무슨 이유로 동이에게 황백국이라는 시 한 소절을 읊으며 다음 구절을 말하라고 했는지 그 속내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는 장옥정이 동이를 보는 순간 자신이 넘을 수 없는 빛이 아닐까 의심했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어요. 장옥정은 사람을 보는 혜안이 있는 인물로 드라마에서 그려지고 있는데요, 아마 장옥정은 숙종의 이야기를 들으며 동이라는 장악원 노비가 무척 궁금했을 겁니다. 숙종이 장옥정을 만나자마자 죽을 뻔 했다며 어린애에게 밟히고 채이고 혼쭐이 나고 어쩌고 하면서 그날 밤 동이와 있었던 일을 너무도 재미있게 이야기를 해줬다는 것은 안봐도 뻔한 일이지요. 숙종에게는 잊을 수 없는 밤이었고, 또 그 덕분에 사랑하는 옥정이를 위기에서 구해주기도 했으니 숙종으로서는 으쓱해 할 만한 사건이었으니까요.
눈치 빠른 장옥정은 비록 숙종이 동이를 여인으로 보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숙종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이야기 하는 주인공이 무척 궁금했을 겁니다. 자기의 남자 입에서 다른 여자 이름이 나오는 것은 천하의 장옥정이라고 해도 신경쓰이는 일이었을 테니까요. 그 아이가 천비라는 것도 옥정이에게는 걸릴 수 있습니다. 장옥정 역시 천출로 궁에 들어와 승은을 입었으니 자신과 같은 천을귀인의 인물이 한 사람 더 있다는 도인의 말도 있었고, 자신의 출신때문에도 숙종의 입에 오르내리는 인물은 예사롭게 넘길 수 없었을 겁니다.
동이를 기다리는 동안에 도인의 예언이 불현듯 떠올랐던 것도 장옥정에게 그런 불안을 암시하는 것이었어요. 장옥정이 많은 시들 중에 황백국을 동이에게 퀴즈문제로 낸 데에는 동이가 자신이 뛰어넘을 수 없다는 빛인지 시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시의 내용을 보면 더욱 장옥정의 의도가 분명해지는데요, 국화라면 노란색 국화를 최고라 치지만 그 자태의 아름다움은 흰국화도 아름답다라는 것은 장옥정의 신분을 말하는 것입니다. 노란색국화란 왕실 혹은 높은 가문의 양반들을 상징한다면. 백색, 즉 흰국화의 의미는 가문이 미미한 집 출신임을 말하고 있는 것이지요. 이에 화답한 다음 구절은  출신이 아니라 고난과 역경을 이기고 피어난 꽃이라면, 다 아름답다라는 말로 출신이 무슨 상관이 있느냐는 은유적인 뜻이 담겨 있는 것이지요.

그런데 장옥정이 많은 시들 중에 왜 황백국으로 동이를 시험했을까요? 이유는 이 시가 장옥정 자신을 말하는 것이기 때문이에요. 자신의 신분이 천출임에도 시련을 이기고 꽃를 피워 귀한 이가 되겠다는 꿈을 꾸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미미한 가문의 출신으로 왕실에 들어와 임금의 총애를 입은 흰국화 출신으로 서인들의 견제와 명성대비와 중전이 있는 살얼음 속에서 버텨내 자신이 원하는 것을 가지겠다는 그런 자신의 의지를 대변하고 있는 시거든요. 
장옥정은 동이에게서 나오는 기운을 보고, 도인의 말을 다시 떠올렸을 겁니다. 정확하게 다음 구절을 동이가 읊자 장옥정이 무척 놀라는 모습이었는데요, 동이가 글을 알고 있다는 것 때문이 아니라 동이가 같은 시를 외우고 있다는 점에서 놀랐을 겁니다. 동이 역시 이 시를 우연인지 필연인지 모르겠지만 황백국을 암송하고 있었던 이유는 아마 같은 이유였을 겁니다. 장옥정은 노란꽃이 아니어도 자태로 피워내겠다는 의지를 가졌다면 동이는 시련을 이겨내고 살아남겠다는 의지를 다져 준 시였을 겁니다. 천애고아가 된 동이는 하늘에 있는 아버지와 오라버니에게 어떤 일이 있어도, 어떤 시련과 역경에도 살아남겠다고 약속했으니까요.

장옥정은 황백국을 외우고 있는 동이에게 놀라움을 금치못하며 또 다른 테스트를 해보지요. 무엇이든 원하는 것을 주겠다고 말이지요. 동이에게 야심이 있는지를 시험해 보고 싶었을 겁니다. 의외로 아무 것도 원하는 것이 없다는 말을 들은 장옥정은 한편 실망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안도했을 지도 모릅니다. 장옥정이 실망한 것은 동이에게 욕심이 없어가 아니라, 빛의 운명을 가진 이가 아니었다는 것에 대한 실망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자신과 같은 사주를 가진 이가 있고, 더구나 자신의 그 사람의 그림자라는데, 비록 좋은 감정으로 만나지 못할 인연이라 할 지라도 궁금한 것은 당연할 겁니다.
장옥정은 본인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도인의 경고를 어겨버린 것이지요. 도인은 할 수 있으면 최선을 다해 그 아이를 마주치지 말라고 했지만, 알 수 없는 운명은 장옥정에게나 동이에게나 운명의 주사위를 던져 버리고 만듯 싶습니다. 또한 장옥정의 성정을 보니 그저 피하는 인물만은 아닌 듯 싶고요. 동이가 그 나머지 같은 운명을 가진 인물인지를 적극적으로 알아보기 위해 시험까지 해 보는 것을 보면 말입니다. 
역경과 고난을 이기고 피어난 강한 꽃을 노래한 황백국 시구절을 외우는 숙빈 최씨나 장희빈은 천한 신분에서 최고의 신분에 오른 것을 보면 보통 인물들은 아니지요. 최후가 어찌되었든 말이에요. 아무튼 장옥정을 연기하는 이소연의 침착하고 차분하면서도 영리한 모습을 보니 새롭게 각색된 장희빈도 참 매력적인 인물로 보입니다. 과연 이소연의 장희빈은 어떤 인물로 탄생될지 그것을 지켜보는 것도 드라마 동이를 보는 재미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역사와 너무 동떨어진 인물이 아니기를 바라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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