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4.20 07:19




첫회부터 지금까지 제 머리속에서 떠나지 않는 것이 장익헌 대감과 장옥정의 가위바위보 손동작의 비밀이었어요. 그 손동작은 대사헌 장익헌 영감의 죽음 배후와 누명을 쓰고 죽은 검계 수장 최효원의 무고를 밝혀주는 것이기도 하기에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이었지요. 이를 목격한 사람은 어린 동이뿐이었고요. 비밀이야 풀라고 있는 것인데. 손동작에 담긴 비밀은 한참 후에나 풀릴 것 같습니다.
제가 궁금한 것이 있으면 계속 풀릴때까지 생각에 몰두하는 타입이라 동이 9회까지 보면서 수수께끼가 풀리지 않아 드라마를 보는 중에도 의미를 생각하느라 딴생각에 빠지게 되네요. 그래서 목마른 사람이 우물판다고 며칠동안 낑낑대고 풀어봤는데, 그럴 듯한 답을 찾은 듯 싶습니다. 물론 워낙 이중 삼중으로 의미를 숨기는 게 제작진이기에 정답이 아닐 가능성이 높지만, 솔직히 드라마에 몰입하기가 힘들다보니 뻘짓만 하고 있게 되네요.
이번 9회는 사건 전개도 지루하고, 우르르 대거 출동한 새 인물들에 대한 신고식만 치룬 느낌입니다. 장옥정 사가에서 약재를 지은 약방 의원이 변사체로 발견되어 포청으로 끌려간 동이가 위기에 처했지만, 기지인지 하늘의 도우심인지 빠져나오고, 서용기와도 대면하지만 천가 동이라는 말에 사람 잘못봤다고 쉽게 의혹에서 벗어나 버립니다. 다음 회에 의원의 죽음 원인을 밝히려는 동이의 간 큰 행동으로 서용기와 다시 맞딱뜨리게 될 것같지만, 동이의 정체야 탄로나지는 않겠지요. 
인현왕후의 탕약에 문제가 생겨, 내의원은 비상에 걸리지요.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명성대비와 서인측은 동이가 취선당에 드나나는 것을 보고, 장옥정에게 약재를 반입시켰다는 사실을 짐작하게 되지요. 서인측이 감찰부에 동이가 장옥정의 사가에서 보낸 약재를 들여왔다고 투서하는 바람에 동이는 감찰부 나인들에 의해 끌려가 취조를 받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9회는 동이의 체포과정에서의 얼빠진 듯한 동이모습만 연거푸 보고 있었다는 생각만 드네요. 숨 쉴 겨를도 없이 동이에게 위기가 온다는 것을 보여주는 내용인데도, 왜 이렇게 긴장감도 없고, 억지스러운지 계속적으로 동이를 애정을 가지고 시청하게 될지 의문마저 듭니다. 
취선당에 약재를 들였다는 사실을 발설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 지 알기에 입을 꾹 닫고 있는 동이입니다. 하지만 이 입을 닫고 있는 상황이 너무 억지스러웠어요. 감찰부에서 이미 장옥정에게 약재를 들인 사실을 다 알고서도, 동이의 입에서 장옥정 이름자 하나 나오기만을 기다리는 모습도, 정상궁(김혜선)에게 자기 입으로 발설을 했는데도, 고문장으로 끌고 가는 것 역시도 앞뒤가 맞지 않았고요. 
장상궁마마 처소에 들인 것을 다 알고 있는데 왜 죄를 혼자 뒤집어 쓰려고 하느냐는 말에 "이건 소인의 잘못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심부름을 한 것은 소인입니다. 소인에게도 잘못이 있는데 이 모든 걸 마마님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라고 동이가 감찰부 정상궁에게 말을 했지요. 감찰부 정상궁이 동이의 총명하고 사려깊은 생각에 감동을 받았다 했더라도, 동이는 이미 진술을 해버린 상황이었던 것이지요. 아! 곁에 기록관이 없어서 무효한 것이었나 보죠?  
물론 장옥정이 직접 감찰부로 와서 동이를 구하고, 구차하게 죄를 피하지 않고 정정당당한 장옥정의 모습을 그리기 위함이었다는 것을 모르지 않지만요. 과연 장옥정이 장악원의 천한 노비하나 살리겠다고 자신의 어깨에 짊어진 남인들과 후궁 아니라, 그 위까지 넘보는 야심에 심히 해가 되는 일을 했을까 싶지만, 여하튼 장옥정은 배포도 크고 의리도 있는 인물입니다. 확실히 기존에 사극에서 그려졌던 장옥정과는 다른 모습이라 매력적이기도 하고요.

정상궁(김혜선), 제 2의 한상궁될까?
그런데 장옥정의 인물 됨됨이나 우아하고 기품있는 모습으로 자리잡은 것에 비해, 한효주의 동이는 갈길이 멀다는 생각이 듭니다. 동이의 "예?" 하며 놀라는 표정을 좀 자제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저만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눈만 치켜뜨는 한효주의 표정연기는 밝고 어리고 순진한 17살 동이 모습이 아니라, 다양한 감정묘사를 하지 못하는 연기력 한계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과도하게 남발하고 있는 듯 합니다. 찬란한 유산에서의 한효주를 보고 기대치가 높았지만, 회가 거듭할 수록 한효주의 비슷한 표정들은 자리를 잡지 못하고, 여주인공으로서의 무게를 살리지 못하고 있는게 안타깝습니다. 장희빈 역의 이소연 역시 매회 같은 톤의 대사와 표정이 반복되다 보니, 너무 힘을 뺀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그런 점에서 이번회 감찰상궁으로 등장한 정상궁 김혜선의 등장이 가장 반가웠습니다. 대장금에서의 한상궁과도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기도 하고, 동이와는 각별한 사이가 될 것 같아서, 붕붕 떠있는 동이를 안정시키는 상대로는 김혜선의 역할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니 김혜선은 장금이의 엄마였군요. 차분하고 지적인 분위기가 좋았는데, 동이에 출연하는 여배우들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인물을 만난 것 같아 이분에게 기대가 큽니다. 아나운서 출신의 임성민이 감찰부의 대장격인 유상궁으로, 상궁들의 단골감초인 김소이도 봉상궁으로 나와 동이에 여성바람이 불 것 같지만, 첫 사극출연때문인지 임성민의 과도한 힘은 극의 흐름에 방해가 되기도 한다는 느낌을 가졌습니다. 눈빛으로 사람 잡을 기세는 감찰상궁의 이미지와 비슷했지만, 목소리에 너무 힘이 들어가서 누구 하나 때릴 기세더군요. 조금 다듬어지면 엄격한 감찰상궁의 모습으로 자리잡을 것 같습니다. 개그우면 강유미도 감찰부 나인으로 등장해서 다혈질적인 모습으로 웃음을 주었네요.  
새로운 등장인물이 나온만큼 동이가 겪게 될 시련도, 궁중에서의 에피소드도 다양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여 기대하는 면도 있지만, 코믹 사극을 본격 가동했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새롭게 시도하는 코믹 궁중사극도 좋지만, 나름대로 균형은 잡아야 하지 않을까 우려 또한 하게 됩니다. 어정쩡하게 그 나물에 그 밥인 감초들을 모아 식상한 상황만 남발하다가는 웃기지도 못하고, 궁중 사극으로서의 무게도 담지 못하면 동이는 대장금의 코믹버전에 수준미달, 함량미달 드라마로 남을 공산이 큽니다. 

드라마 동이의 위험요소, 긴장감 떨어지는 사건의 연속
이병훈 감독이 야심차게 보여주겠다는 장악원을 중심으로 한 궁중음악 역시 거의 실패로 가고 있는 모습입니다. 장악원을 무대로 한 동이는 해금 연주 몇번, 얼렁뚱땅 끝나고 만 음변조작 사건, 가끔 악기명칭 소개, 그리고 승급시험이 다였으니 장악원이 왜 동이의 궁궐생활 배경이 되었는지 조차 모르겠습니다.
동이와 장악원은 애초에 연결시킬 수없는 무리수였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장악원의 무수리로 빨래하는 장면만을 위해서는 다른 궁궐 기관을 무대로 했어도 충분했을 겁니다. 문제는 동이는 악공이나 악사가 될 자격도 없었고, 악기를 다룰 자격조차 없는 여비입니다. 그러니 대장금을 흉내낼 수 조차 없는 상황이에요. 동이가 최고 악공발탁 시험에 경합을 나갈 수도 없고, 그렇다고 신개념의 악기를 제작할 것도 아니니 말입니다. 대장금에서는 요리 경연도 있었고, 갈등구조의 축이 되는 경쟁자도 있었지만, 동이에게는 그저 동이 똘마니인지 동이가 똘마니인지조차 모를 마음씨 착한 장악원 악공들만이 있을 뿐입니다. 그러니 동이와 인간적인 갈등을 겪으며 긴장감을 형성할 상황을 만들지 못하고 있는 것이지요. 무수리들끼리 빨래 잘하기, 물 잘 기르기 경합을 벌일 수도 없고 말입니다. 
게다가 장옥정과의 만남도 적군인지 아군인지 스승인지도 모르게 모호하고 그리고 있을 뿐입니다. 미실과 덕만처럼 서로 견제하며 성장하는 구도를 잡기에도 부족함이 많습니다. 작가의 역량에 한계가 있어 보이지만 말입니다. 그러다보니 궁중 암투의 단골 소재인 탕약문제나 의원을 능가하는 악초상식이 풍부한 주인공을 어거지로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작인인 아버지 최효원의 영향으로 사체의 사인을 밝히는 탐정 동이의 천재적 수사실력도 있군요. 

또 하나, 드라마 동이의 궁중암투에서 빚어지는 정치적 이야기가 너무 허술하고, 무미건조할 정도로 긴장감도 없고, 정치적이지도 않습니다. 시청자들이 사극을 보며 느끼는 정치적 불만에 대한 카타르시스 창구역할마저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시청자들이 정치사극에 호응하는 이유는 물론 역사를 새롭게 보는 재미도 있겠지만, 현실정치에 대한 해소창구로서 감상하게 되는데, 동이는 그런 재미도 전혀 없습니다. 1, 2회를 보고 이쪽 방향은 아니다 접기는 했지만 말입니다. 로맨틱 코미디 사극과 동이와 장희빈의 새로운 창조는 신선한 웃음은 주고 있지만, 궁중음악이라는 매력적인 장치는 실종되고, 누가 주인공인지조차 모를정도로 친절하게 주변인물을 그리고 있을 뿐입니다.
기사회생한 차천수가 포청에 취직해서 동이를 음으로 양으로 지켜줄 키다리아저씨가 된다지만, 차천수를 키다리 아저씨로 만들기 위해 동이에게 어떤 억지 사건들을 만들어 갈 지 궁금하기 까지 합니다. 매번 동이가 사건의 중심에 연루되어야 하는데, 위기를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동이 주변에서 사건사고가 터져야 하니 말입니다. 동이가 숙종의 총애를 입기까지 동이와 갈등할 인물도 대립축도 없으니, 그간의 재미는 감초들의 코믹에 의존할 수 밖에 없을 듯 싶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회에 새로 얼굴을 선보인 봉상궁 김소이, 강유미, 그리고 힘만 조금 빼면 좋을 듯싶은 임성민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에 더 기대가 되네요. 봉상궁이 지어 준 멀대와 꺼벙이 커플 황직장 이희도와 영달까지요. 이번회 봉상궁과 황주식의 악연이 또 새로운 재미를 주게 될 것 같기도 하고요. 감초연기자들이 보여주는 재미와 코믹 숙종과의 로맨스가 재미없는 것은 아니지만, 뭐랄까 수준 높은 사극같아 보이지는 않다는 게 문제입니다.

장옥정의 손동작 암호, 비밀은?
참, 장옥정과 장익헌 대감의 손동작에 대한 비밀을 제 나름대로 풀어봤다고 했는데, 맞을지 모르겠네요. 장익헌과 장옥정의 손동작은 가위-보-주먹-보의 순으로 보이기도 하고, 가위-보-보처럼 보이기도 했어요. 이 암호에 남인인 오태석이 연루되어있다고 생각하면서 열심히 풀어 봤지만, 답이 안나왔는데 남인이라는 부분에서 답을 찾아 봤어요.
장익헌이 죽으면서 손동작을 했던 것은 범인 혹은 범인의 배후에 대한 단서를 제공하려고 했을 겁니다. 장옥정이 했던 손동작은 누군가와 만나기 위한, 혹은 신분을 밝히기 위한 위한 암호였고요. 장옥정이 그 손동작을 하고 만난 인물은 오태석이었고, 이때 도인이 장옥정의 관상을 보기도 했었지요. 그럼 손동작은 남인 혹은 오태석으로 좁혀지는데, 오태석이 비밀 공작원도 아니고, 오태석을 지칭하는 암호는 굳이 만들 필요는 없어 보이더군요.
그럼 남인이라는 뜻인데, 당시 조선은 남인과 서인간의 대립이 극에 달해 있었고, 일반 사람들까지도 남인편 서인편으로 편이 갈라질 정도였어요. 심지어는 저고리의 깃이나 섶 모양으로까지 남인 서인을 구별했다고 하니 얼마나 양측 세력의 반목이 심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손동작을 저는 가위-보-보로 비밀을 풀어봤는데요, 분석에 앞서 남인(南人)은 오인(午人)이라고도 불렸었음을 미리 말씀드려야 겠네요. 

[역사] 남인(南人):
1 조선 선조 때에 동인(東人)에서 갈라진 당파. 이산해를 중심으로 한 북인(北人)에 대하여 유성룡, 우성전을 중심으로 한 파를 이른다. 경종 이후 정계에서 멀어져 고향에서 학문과 교육에 전념하였다.
비슷한 말 : 오인(午人).
오인의 午를 보면 사람人과 열十이 합친 글자임을 알 수 있을 겁니다. 따라서 가위는 사람인(人)을, 다섯을 말하는 두 번의 보는 합해서 열십(十)이 됩니다. 두 글자를 합해보면 오(午)자가 되고요. 따라서 장익헌과 장옥정의 손동작은 남인의 다른 지칭인 오인을 말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장옥정과 장익헌의 손동작은 남인끼리 신분을 확인할 때 주고 받는 신호가 아니었나 하는 추측을 해봤습니다. 물론 제 얼토당토않은 추측이지만 작가님이 언제 이 손동작의 비밀을 풀어줄지 모르겠네요. 혹시 알고 계신분있으면 댓글에 알려 주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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