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7.05 07:59




까칠하고 지나친 깔끔병이 결벽증이 있나 싶을 정도로 거리감이 느껴지는 인물 양병준, 그에게 찾아 온 늦사랑은 태섭과 경수의 동성애만큼이나 파격적입니다. 인생은 아름다워를 보며 장미희와 김상중의 사랑에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 이유가 두 사람이 중년의 나이라는 점때문이었어요. 뒤늦게 본처 집으로 들어와 황혼의 사랑을 보여주는 바람둥이 할아버지도 있지만, 쉰을 바라보는 나이에 아무 결격사유없이 총각인 극중 양병준(김상중)과 동생 양병걸(윤다훈), 이 홀아비 아닌 홀아비들의 늦사랑은 흥미로울 수 밖에 없지요. 병걸보다는 겉으로는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음에도 딱히 이성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 병준을 보며, 그 지독한 결벽증때문에 심리적으로 문제가 있지않나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의외로 첫사랑의 상처를 치유하는 시간이 길었기 때문이었지요.
죽은 첫사랑때문에 지독한 방황기를 겪었던 20대 병준의 모습을 지혜와 수일의 이야기를 통해서 얼핏 알게 되었는데, 세상을 등지고 절로 들어가려고 했을 정도의 순애보 사랑을 했었다는 것에 병준의 성격이라면 그럴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게 했어요. 어찌 되었든 극중 한 번 이혼을 한 조아라(장미희)와 몽달귀신이 되기 일보 직전인 병준의 사랑은 서로가 가진 외적 조건들과 성격때문에 파격적입니다. 
일본에서 자라 일본정서를 가지고 있는 조아라는 우선 사고방식에서 한국적인 중년 여성의 사고와는 거리가 멀지요. 여전히 소녀적인 감수성에 현실과는 거리가 멀어 보일 정도로 낭만에 탐닉하는 모습이 위험스럽기까지 합니다. 조아라는 고독이라는 병 외에는 특별히 부족한 게 없는 여자입니다. 평생을 놀고 먹으며 낭만적인 환상을 쫓아 산다고 해도 아무런 걱정이 없을 정도의 재력도 가지고 있고요. 마흔 넘은 조아라는 여전히 아버지를 우리 말로 아빠라고 부르는 철부지 물가에 나온 어린애같아 보입니다.
그에 비하면 양병준은 바람난 아버지때문에 힘들게 사는 어머니 아래 아르바이트해 가며 스스로의 힘으로 대학을 졸업했고, 일벌레라고 불릴 정도로 일밖에 모르는 인물이지요. 성격도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올 것 같지 않은 완벽주의자에 감성이라고는 약에 쓰려해도 없는 인물이에요.
전혀 맞지 않은 두 사람이 사랑에 빠지고 어느 하나 맞는 구석이 없는 성격은 삐그덕거릴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김수현작가가 보여주는 중년의 사랑은 이렇게 불협화음이라는 것에서 출발하기에 흥미롭고, 무엇보다 두 사람이 청춘들의 열병같은 사랑을 할 나이가 아니라는 점에서 새롭습니다.
진담농담 게임같은 말싸움 끝에 돌대가리라고 하는 조아라에게 얼결에 키스를 해 버린 병준은 키스가 농담이었다고 평정심을 찾으려 하지만, 조아라가 "농담 더해요"라며 키스를 퍼붓자 병준은 이게 아닌데 싶어 당혹스럽습니다. 더구나 저돌적으로 결혼하자며 프로포즈까지 하는 조아라의 표정은 중년 남자의 정신을 혼미하게  정도로 뇌쇄적입니다. 아마도 조아라가 진심으로 결혼하자는 말을 했다는 것을 양병준도 알았을 것 같더라고요. 애써 희롱하지 말라며 조아라를 밀어내려고 했지만, 양병준도 특이한 조아라에게 끌리고 있음을 느끼고 있었지요.
세상에 믿을 사람이 파파밖에 없다는 여자, 사랑과 결혼에 너무 아프게 데여 버린 여자가 병준에게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되어달라고 했을 때, 꿈꾸는 소녀같은 조아라의 순수를 병준도 알고 있었어요. 첫사랑을 잃은 이후 한번도(드라마상에서는) 다른 여자에게 눈길을 주지 않은 양병준에게 20년만에 새로 들어 온 조아라, 하지만 그녀는 양병준의 이상형과는 너무나 거리가 멀다는 점에서 그 관계가 위태로울 수 밖에 없습니다.
조아라는 상처받기 쉬운 여자에요. 소녀보다 더 심한 감성주의 성격은 양병준의 사무적이고, 무뚝뚝함에 시시때때로 서운할 수 있고, 자기중심적이고 의존적인 성향이 강한 인물이라는 점에서 양병준처럼 독립심이 강한 성격과는 대조적이지요. 양병준은 자기 중심적인 인물이라기 보다는 본인이 정해 둔 룰에 따라 사는 인물이고요. 에고가 강한 두 중년 남녀의 사랑은 그래서 충돌할 수 밖에 없고, 오히려 피끓는 청춘들보다 더 많이 스스로를 깎아내야 상대를 이해할 수 있을 거예요.
김수현 작가가 중년의 로맨스를 그리면서 이렇게 양병준과 조아라라는 인물을 타인과 쉽게 융화되기 어려운 성격들로 묘사한 것은, 세상 어느 정도 산 중년들의 사랑은 설레임의 감정보다는 상대방에 대한 이해가 더 필요한 부분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는 생각이 듭니다. 여전히 미적거리고 있는 호섭과 연주는 성격이나 조건보다는 감정 확인이 먼저라는 것과 비교해 본다면 말이지요.
인생은 아름다워에 커플들이 많지만 사실 조아라와 양병준만큼 별난 커플도 없을 거에요. 태섭과 경수는 특별한 커플이니 예외로 하고요. 김수현 작가가 드라마에서 조아라와 양병준의 성격을 가장 특이하게 그린 이유가 뭘까 생각을 해보니 중년들의 사랑이라는 현실적인 문제점들을 두 사람의 불협화음같은 성격으로 표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양병준이 조아라의 괴팍한 성격을 어떻게 소화시킬까가 궁금합니다. 호수 위의 백조같은 여자, 속을 들여다보면 설거지도, 집안 정리도, 물건을 챙기는 것도 뭐 하나 자기 손으로 할 수 없는 여자, 예민한 감성에 슬픈 음악 한 곡을 듣고도 가슴이 시려서 잠을 이루지 못하는 철떡서니 없어 보이는 여자 뒤치닥거리를 그 깐깐스런 남자가 어떻게 감당해 나갈까 싶어서 말이지요.
회사 대표로 모시는 것과 반려자로서의 조아라라는 인물은 하늘과 땅차이겠지요. 자존심 강하고 성격이 대쪽같은 병준이 막상 부인의 옷이며, 어지러진 신발들을 정리하고, 싱크대 앞에서 툴툴대며 설거지 하는 모습을 상상만 해도 웃음이 나옵니다. 현실이라면, 글쎄요? 당장 행주 집어던지고 나가 버리지 않을까 싶어요.
한 폭의 그림같이 사는 조아라가 인간냄새 폴폴 나는 불란지 팬션의 그 떠들썩함 속에 융화될 수 있을지 기대가 되는데, 사실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섭니다. 물론 현실이라면 더더욱이나 걱정스럽지요. 조아라의 눈에 비친 불란지 팬션 대가족의 모습은 무남독녀 외동딸로 자란 외로움에 대한 동경같은 모습이에요. 마치 차창 밖으로 펼쳐진 논밭을 보며, 전원생활의 풍요로움과 낭만을 상상만하고 지나가듯이 말이지요. 논밭을 일구는 농부의 고단한 현실을 보지 못하듯이 말이에요. 극중 조아라를 보면 그녀의 눈에 비친 모습은 다 그런 모습처럼 보이는 것 같습니다.
급진전해 가는 병준과 조아라를 보니 두 사람의 결합도 쉽게 이루질 것으로 보이는데요, 조아라가 프로포즈를 하는 모습을 보니 불란지 팬션으로 쳐들어 가서라도 허락을 받아낼 듯 보이더군요. 조아라가 꼬장꼬장한 시어머니나 자기밖에 모르는 할아버지의 고집스러움, 시끌벅적한 불란지 팬션 민재가족들의 독특한 가정문화를 보며 겪을 당혹스러움을 상상해 보니 미리부터 에피소드들이 기대됩니다. 특히 가운데 낀 병준이 대책없는 조아라의 행동에 미치고 환장할 듯도 싶고요. 조아라가 워낙에 꿈꾸는 소녀라서 말이지요.
회사대표로 만났을 때와 집안 식구로 만났을 때 조아라 역시 언제까지고 칙사대접을 받지는 못할 것 같아요. 결혼으로 이어질 지 아닐 지 드라마 진행을 보야 알겠지만, 예비 며느리라 할 지라도 손님같은 며느리를 꼬장꼬장한 시어머니가 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 같거든요. 민재 성격도 병걸 삼촌에게 해대는 것 보면 한 성질하고 말이지요. 소녀같은 조아라가 그럼에도 드라마에서는 매력적인데요, 사람을 보는 눈이 순수해서 그런가 봅니다. 그 나이되어서 그렇게 소녀처럼 순수한 여자가 있을까 싶거든요.
조아라의 호사스럽고 정신적 사치처럼 여겨지는 감수성이 자칫 과장되면 밉상스러울 수도 있을텐데, 장미희라는 연기자가 보여주는 독특한 분위기때문인지 전혀 밉지가 않네요. 이런 분위기를  살릴 수 있는 중년연기자가 드문데, 장희미라는 배우의 독특한 매력이 조아라라는 인물과 안성맞춤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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