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7.08 07:21




다양한 인물들이 하나의 유기체처럼 얽혀있는 팔봉빵집이라는 공간은 제빵왕 김탁구의 질긴 악연과 그 꼬인 실타래를 풀 수 있는 해결의 공간이라는 점에서 재미있는 곳입니다. 특히 팔봉선생이 던지는 예언같은 말들은 이 드라마의 주제를 관통하는 핵심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작연필봉(맺은 인연은 반드시 만난다), 출호이자 반호이자야(시작된 곳으로 돌아온다), 탁구에 대한 죄책감에 고개를 떨구는 조진구(박성웅)에게 팔봉선생이 한 말이었지요. 미순의 행방불명으로부터 12년전, 그리고 탁구가 출생한 24년전의 풀리지 않은 앙금들이 한 세대를 거쳐 다음 세대에서 되물림하듯 팔봉빵집을 중심으로 충돌하고 있다는 것이 흥미롭습니다.
믿고 싶었던 진구형이 12년간을 개처럼 길바닥을 누비며 찾아 다녔던 바람개비 문신이라는 것을 알게 된 탁구는 진구의 입에서 엄마 미순의 죽음을 알게 됩니다(바닷가에 떠내려 온 미순의 손가락이 꼼지락거린 것으로 봐서는 아직 살아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요). 
엄마를 납치하고 죽게 한 서인숙과 한승재에게 어떤 방법으로 복수를 할까, 몽둥이를 휘두르며 엄마를 그렇게 만든 장본인들을 그 자리에서 때려라도 죽이고 싶은 심정입니다. 하지만 "착하게 살지 않았구나, 너희 엄마가 너에게 바라는 것이 네가 착하게 세상을 살아가길 바랐던 것일거라"는 팔봉선생의 말에 대문앞에 주저 앉고 맙니다. "너는 내게 특별한 아들이다"라고 말해 주었던 아버지의 제빵실, 12년전 탁구를 향해 웃어주던 구일중의 말에 탁구는 몽둥이를 떨구고 돌아나와 버리지요.
엄마가 죽었다는 사실은 탁구에게 희망과 인생의 좌표를 잃게 합니다. 갈 곳도 목표도 잃어버린 탁구 앞에 홀연히 나타난 신유경, 질긴 운명의 이어짐을 예견하듯 그들은 그렇게 다듬어지지 않은 채 상처투성이로 해후합니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학대에 팔이 부러지고 시설로 옮겨갔던 신유경은 호헌철폐 독재타도를 외치는 운동권 여학생으로 등장했는데요, 탁구와 마준, 그리고 신유경의 재회가 우연처럼 동시에 이뤄졌지요. 거성식픔 창립주년 기념파티에 자림의 초대로 갔다가 구마준을 만난 유경은 마준에게 오랜 기억 속에 묻어두었던 자존심과 질투를 살아나게 합니다.
거성식품 파티이니 당연히 자신을 만나러 왔을 거라고 생각한 마준이 "나 만나러 왔냐?"고 유경에게 묻지만, 유경은 탁구라고 대답해 주지요. 이어지는 유경의 말은 마준이의 탁구에 대한 컴플렉스를 자극하고 맙니다. "네가 이기고 싶어도 이기지 못했던 김탁구". 어린 마준이에게 탁구의 어린 시절 친구 신유경이라는 존재는 마준이에게 특별하게 각인되어 있는 또 하나의 상처입니다. "넌 절대로 탁구를 이기지 못해. 탁구에게는 사람을 움직이는 힘이 있어" 라며 마준에게 정말 겁쟁이라고 눈 동그렇게 뜨고 또박또박 새겨주던 촌뜨기 계집애였지요. 이렇게 마준에게 되새겨지는 상처들은 마준이를 자극하고, 어떻게든 탁구를 쓰러뜨려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히게 합니다. 마준이 뛰어넘고 싶은 것이 눈엣가시인 김탁구 자체인지, 마준이 극복하지 못한 출생에 대한 컴플렉스인지 모른체 마준이는 한승재와 서인숙의 모습을 닮아갑니다.
유경이 거성식품 파티에 갔던 이유는 혹시 탁구를 만날 수 있을까 해서 였는데, 유경은 자림을 통해 탁구가 거성가에서는 기억도 하지 않는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유경의 험난함을 암시하듯 도도한 서인숙과도 눈도장을 찍었지요. 천하고 격없는 아이로 말이지요. 서인숙이 마준과 유경이 주고받는 눈길을 보고 불안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는 것으로 보아 유경이도 가만 두지 않을 것 같더군요. 유경이에게 앞으로 쏟아질 멸시들이 눈에 훤하더라고요. 유경의 변화에 따라 서인숙과 함께 탁구타도 연대가 형성될 지도 모르겠지만, 가진 자의 오만과 성숙하지 못한 천박한 금권주의를 대표하는 인물이 서인숙이다 보니 구일중에게 사랑받지 못해서 빚어진 비뚫어진 욕망들임에도 넓은 마음으로 이해하기는 제게는 조금 힘이 들어요.
딸아이에게 횡포를 부리는 남자에게 대들다가 봉변을 당할 뻔한 유경의 가방을 들고 뒤쫓아 간 탁구는 "죽여줄 수 있니? 나한테 이렇게 한 사람..?"이라며 뛰어 가버리는 유경의 말에 과거 청산에서 함께 살던 신유경임을 알게 됩니다. 유경이 떨어뜨린 모자를 찾아 유경의 학교를 알게 된 탁구는 유경의 뒤를 쫒고, 공교롭게도 유경이 간 곳은 거성식품의 창립기념파티였지요. 첫사랑이었던 유경이를 눈앞에 두고 들어갈까 말까 망설이는 탁구를 한승재의 똘마니들이 제지하고 탁구를 피범벅으로 만들어 버립니다.
봉고차에 실려 어디론가 끌려가던 탁구는 구사일생으로 봉고차를 탈출하고 유경의 써클룸에서 쓰러지고 맙니다. 때마침 써클룸에 온 유경은 "인천앞바다에 사이다가 떴어도 꼬뿌 없이는 못마십니다" 라며 게다리 춤을 춰 주던 탁구와 재회하게 되었네요. 12년의 인연과 악연이 질긴 운명처럼 이어진 세 사람, 앞으로 전개될 사랑과 갈등, 그리고 파국의 과정들을 성인이 되어서 만난 후 어떻게 풀어나갈지 기대됩니다.
탁구가 버린 몽둥이의 의미
제빵왕 김탁구를 보면서 흥미로운 점은 그 소재가 되는 빵이라는 점과 제빵실이라는 공간이 주는 매력일 것입니다. 구일중, 서인숙, 한승재로부터 시작된 악연의 구조는 김탁구, 신유경, 구마준으로 이어지면서 과거 어른들의 잘못된 인연과 악행들이 빚어놓은 반죽이 빵으로 구워지지 못하고 다음 세대로 넘어왔지요. 각각이 가진 반죽의 성향들로 어떤 빵으로 구워질 지 그 해답이 뻔함에도, 이 드라마가 주는 매력은 이 시대의 진정한 영웅을 기대하는 심리와 맞닿아 있다는 점일 겁니다. 제빵왕이라는 제목을 붙인 것에서도 보이듯이 맨땅에서 일어서서 그 모습을 갖춰가는 왕의 모습은 매력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극중 탁구의 모습이 딱 그렇거든요. 

이번회 신유경역의 유진에 대한 인물을 알 수 있는 장면들도 많았고, 탁구와 마준, 그리고 유경이 삼각관계의 틀을 잡아갈 것이라는 것이 암시되었는데, 제가 극중 가장 흥미롭게 본 것은 탁구의 몽둥이였어요. 12년 전 탁구가 거성가를 나간 후의 탁구의 모습은 탁구가 내려놓고 간 몽둥이처럼 거칠었던 삶을 상징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엄마 김미순을 찾는 과정, 그리고 홀홀단신으로 어린 탁구가 거칠고 험난한 세상을 살아남는 방법이 뒷골목에서 몽둥이가 난무하는 세계였거든요.
탁구는 지금 도정작업을 거치기 전의 밀과 같습니다. 껍질이 벗겨지고 알맹이가 부숴지는 과정을 거쳐 고운 밀가루가 되고, 좋은 이스트와 만나 숙성되어 빵으로 탄생하기 까지 탁구가 제빵왕으로 탄생하기까지 거쳐야 할 과정들이지요. 탁구의 첫 과정, 껍질을 벗는 아픔이 절절하게 그려졌던 제빵왕 9회는 팔봉선생이 탁구에게 했던 빵과 화해하고, 원망과 아픈 조각들과 화해하기 위한 첫발을 내댇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엄마를 찾아 뒤골목을 전전하며 살며 탁구를 싸고 있었던 거친 껍질이 도정되었다는 것이지요. 극중 내려놓은 몽둥이처럼 말이지요.  
윤시윤, 버럭질보다는 멜로가 걱정된다
스스로의 진가를 찾아가게 될 제빵왕으로서의 김탁구의 첫 출발은 내려놓은 몽둥이에서부터 비롯됩니다. 그 첫 걸음을 대딛는 김탁구를 연기하는 윤시윤의 변신도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라고 볼 수 있을 거예요. 그런데 표정연기가 이번회 조금 들쑥 날쑥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격앙된 감정을 표현하는 윤시윤이 구일중의 집에 들어가 서인숙과 한승재에게 복수하는 장면은 비록 탁구의 생각에서 그첬지만, 그 장면에서 버럭 준혁학생의 모습이 살짝 묻어 나오기도 했는데요, 윤시윤의 약점이라 할 수 있는 연기경력이 많지 않다는 점과 시트콤의 이미지는 윤시윤이 극복해야 할 숙제지만, 크게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만 윤시윤이 감정을 폭발할 때 느껴지는 소년같은 느낌은 윤시윤의 비주얼이 가진 단점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해맑은 동안의 소년같은 윤시윤이 거친 남자를 표현할 때 나오기 쉬운 오류 중 하나가 다소 오버스러운 버럭질이거든요. 때문에 자칫 목소리와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면 남자라기 보다는 소년같은 분위기가 돼 버린다는 단점이 있지요. 격앙된 버럭질보다는 한 톤정도만 낮게 목소리를 깔면 상상신에서 느껴졌던 아쉬움도 감소될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개인적으로는 버럭질보다는 오히려 유경(유진)과 양미순(이영아)과의 애정신이 더 걱정이 되네요. 양미순과는 미순의 캐릭터가 약간 왈가닥이라 윤시윤과 시너지 효과를 가져올 수 있겠지만, 이번회 재회한 유경과는 다소 무거운 분위기가 되지 않을까 싶거든요. 김탁구의 전반적인 캐릭터가 낙천적이고 다혈적이고 코믹한 부분도 있어서 이런 부분은 윤시윤에게는 장점인 요소들이지만, 감정연기를 많이 경험하지 않은 윤시윤에게 진지하고 무거운 멜로는 다소 부담스러울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자칫 분위기를 살리지 못하면 어색한 시트콤분위기로 흐를 수 있다는 위험이 있지요.
애정관계보다는 탁구의 성장과정에 촛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이 다행이지만, 삼각 애정관계의 주축으로서 분위기를 살리지 못하면 시청자의 감정몰입에서는 실패할 위험성도 있습니다. 주연으로서 연기 시험대에 오른 윤시윤은 이 작품을 통해 소년에서 남자로 변신할 좋은 기회를 만났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부터 보여줄 이야기들이 김탁구의 성장과 함께 윤시윤의 연기성장까지 좋은 결과로 이어졌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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