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7.09 09:06




"그 이유가 뭐든 난 당신한테 넘어가지 않을 거예요"
'거짓말이야. 이렇게 휘청거리는데... 온몸이 산산히 부숴져 버린 듯 두렵다. 아득한 나락으로 떨어져 가듯 혼미해진다. 강한 전류가 온몸을 휘감는 듯 짜릿하다. 심장을 쥐어 짜는 듯한 이 강한 전율을 언제 느껴 봤던가... 샤워기의 물이 그의 손길같다. 심건욱, 거부하고 싶은 이름, 불길하다. 위험하다.'
빗속에서 전해지던 심건욱에 대한 기억들을 씻어내고 싶은 태라, 샤워를 하고도 씻겨지지 않은 기억은 욕정인지, 부도덕한 생각에 대한 죄책감인지, 혹은 심건욱에게 빠져들고 싶은 태라의 감춰진 욕구인지, 태라는 산산이 부숴지고 있습니다. 샤워기에서 쏟아지는 물방울들처럼 말이지요.
남편과 잠자리를 원하는 태라, 그러나 재판준비로 예민한 박검사는 태라를 거부합니다. 채워지지 않은 욕정은 태라의 머리 속에 심건욱을 불러 들이고 맙니다. 촉수처럼 태라를 휘감는 심건욱의 뜨거운 손길이 태라의 전신을 타고 흐릅니다. 엘리베이터에서의 상상처럼 말이지요. 태라에게 그날 밤은 유난히 긴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고독했습니다. 
*남편 박검사가 잠자리를 거부하자 홀로 어두운 거실에 서있던 태라를 보니 이런 생각들을 하고 있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런데 어째 글이 19금식으로 써지는지...;; 이글을 미성년자가 읽으면 안되는데 이런 생각을.. 에고, 난감;;;  
신여사의 갤러리 오픈파티, 분위기가 마치 가면무도회장 같습니다. 홍태성이 건욱에게 재미있는 놀이를 제안하지요. 옷을 바꿔입고 왕자와 거지놀이를 하자고 합니다. 태성은 건욱이 되고 건욱은 홍태성이 되고 말이지요. 스타킹을 갈아 신기 위해 갤러리 밀실로 간 태라, 쇼파에 있던 가면 쓴 심건욱이 태라를 향해 수화를 합니다. 그 수화는 건욱이 조금전에 태라에게 했던 말이었지요. 가면 쓴 홍태성이 심건욱이라는 것을 알게 된 태라는 당혹스럽습니다. "오늘 당신이 여기서 가장 아름다워요" 태라의 심장은 다시 쿵쾅거리기 시작합니다.
건욱을 찾아 밀실로 온 모네의 눈을 피해 구석으로 피하는 건욱과 태라, 태라는 감전된 듯 꼼짝할 수도 없습니다. "당신 심장이 뛰네" 도망치듯 자리를 피하려는 태라를 거칠게 끌어 당기는 건욱을 거부하지 못하는 태라, 이어지는 키스신은 강렬한 불길같습니다. 뼈까지 태워버릴 듯한 뜨거운 유혹, 태라는 건욱의 덫에 빠져들고 맙니다. 숨막히도록 짜릿한 전류가 흐르는 치명적인 중독, 그 유혹의 덫에서 꼼짝할 수 조차 없는 태라입니다. 
모네와 소담이와 놀고 있던 건욱에게 태라는 그날 일은 실수였다고 말해보지만, 건욱은 태라에게 한 발 더 가까이 다가설 뿐입니다. 태라씨의 진심을 듣고 싶다는 건욱에게 "정말 지독해"라고 말해 버리는 태라입니다. 태라는 건욱이 흔들리는 자신의 마음을 이미 알고 있으면서도 듣고 싶다는 말에, 지독하다는 말로 태라의 진심을 답해준 것이지요. 
유부녀인 태라가 심건욱의 유혹에 빠져드는 것을 보면서 이상하게 저는 유부녀인데도 이해가 되더라고요. 홍태라의 결혼은 사랑이 아니라 법과 돈의 정략결혼이었어요. 매사가 모범적이고 순종적이었던 태라는 부모의 뜻을 거역한다는 것을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은 중매시장의 일등신부감이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쇼파 위의 쿠션 하나도 반듯하게 놓여 있어야 하는 깔끔하고 완벽한 성격의 태라가 불륜이라는 일탈행위에 빠져든다는 것은 태라에게 있을 수 없는 일이었을 겁니다. 
그녀를 깨어나게 한 것은 정숙함이라는 기준에 억눌려 있었던 욕정과 20살 모네에게서 보여지는 열병같은 사랑에 대한 갈구였어요. 타락과 육체적 탐닉의 시선으로 보기에는 건욱의 복수이유와 태라의 고독을 알아 버렸기에, 흔들리는 태라의 감정은 일회성 쾌락도 원초적 본능이라는 말과도 어울리지 않아 보여요. 가장 좋은 표현이 '강한 이끌림에 의한 치명적 사랑'이라는 말밖에 쓸 수 없겠네요.  
건욱에게 빠져드는 태라의 감정이 불꽃같다고 한다면, 건욱의 감정은 드라이 아이스같습니다. 스스로 악마이기를 자처한 건욱에게서 언뜻언뜻 보이는 냉소는 드라이 아이스에서 피어오르는 연기처럼 만져보지 않으면 실체가 뜨거움인지 차가움인지 조차 모호하게 합니다. 태라와 재인, 그리고 모네를 대하는 건욱의 각기 다른 얼굴들처럼 말이지요. 악마의 차가움을 선택했기에 재인을 바라보기만 하는 건욱의 슬픈 눈빛은 깊은 연민이 짙어갈 뿐입니다.
건욱에게 비친 재인은 부숴지기 쉬운 유리가면을 쓴 욕망의 슬픈 모습이에요. 태성에게 접근하는 재인마저 건욱의 또 다른 복수 시나리오인지, 재인에 대한 연민인지 아직은 불투명합니다. 가면을 쓴 홍태성을 건욱으로 알고 있는 것처럼 연극하는 재인을 보며 속물적인 그녀의 욕망을 엿보기도 했지만, 이 모든 것을 지켜보는 건욱에게서 느껴지는 질투와 연민의 표정은 사랑과 복수의 중간지점에서 고민하는 모습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순수함을 버리고 욕망을 키워가는 재인을 지켜보는 건욱의 마음이 편하지 않다는 것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지만, 건욱은 재인을 붙들지 못합니다. 재인을 붙드는 순간, 건욱의 복수극 또한 막을 내려야 할 것을 알기 때문이에요.

악마이길 선택한 심건욱, 그는 철저하게 나쁜남자가 되려 하고 있습니다. 브레이크가 고장난 오토바이를 타고 질주하듯이 말이지요. "내가 가려고 하는 것은 어디일까? 천국일까? 지옥일까?" 그는 지옥을 선택했군요. 적어도 지금까지는 말이지요. 그가 알고 있는 지옥으로 가는 티켓이 홍태라를 산산히 조각내는 것이고요. 
밀실에서 태라에게 키스를 한 이 후 건욱을 만난 태성이 물었지요. "사고 좀 쳤어?"라고요. 그때 건욱의 대답이 "네, 깨뜨려서 산산조각내기..."라는 의미심장한 대답을 하더군요. 태라가 지금 건욱 앞에서 산산조각으로 부숴지고 있음에 대한 은유적인 대답이었지요.
재인의 동생 원인에게 "사랑같은 것 믿지마. 그래도 믿고 싶으면 누가 너를 사랑하게 만들어"라고 말하는 대사를 들으며, 잠깐 궁금해 졌어요. 건욱을 둘러싼 세 여자들 중에 누가 건욱을 가장 사랑하고 있을까? 하고요. 위험한 사랑에 빠져든 태라, 질풍노도의 순수한 첫사랑 모네, 기대고 싶은 편안한 사랑 재인 중에서요. 색깔은 다르지만 그들 나름대로는 죽을 만큼 사랑하고 싶은 남자일 거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잠시나마 아들이라고 사랑해 주던 아버지가 아들이 아니라고 비정하게 빗속으로 내몰아 버린 날, 건욱은 이때부터 세상에 사랑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해 왔는지도 몰라요. 밀양의 옛집을 찾은 건욱이 비극이 일어나기 전 행복했던 어린 태성(건욱)으로 돌아가 여전히 '엄마', '아빠'라고 부르며, 촉촉해지는 눈을 보니 안아주고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제게 심건욱은 나쁜남자이기 보다는 불쌍한 남자로 다가오거든요. 사랑을 받아보지 못했던 홍태성(김재욱)도 마찬가지고요. 그래서 비극으로 치닫는 심건욱의 복수가 더 가슴 아프게 다가 오는지도 모르겠어요. 건욱의 복수극이 끝나더라도 '태성아, 밥먹자'라고 불러 줄 엄마 아빠를 만날 수 없기에 말이지요.  
*나쁜남자 9회를 보면서 느꼈던 점 <하나, 김남길 보는 것만으로도 숨막힌다. 둘, 오연수의 농익은 관능미가 전혀 퇴폐적이지 않다. 셋, 나는 나쁜남자에 중독되었다. 넷, 감정이입없이 구경만으로도 숨막히는 특이한 드라마다> 입니다. 드라마를 보면 마음에 드는 캐릭터 한 두 사람에게 감정이입이 되어 그 사람이 된 듯한 기분에 빠져드는데, 제게 나쁜남자는 제3자로서 구경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드라마입니다. 
나쁜남자는 인물의 현실성, 사건의 개연성, 스토리의 치밀성에서는 거리가 멀다보니 드라마일 뿐이다라는 생각으로 보게 됩니다. 그래서인지 건욱의 태라를 향한 도발적이고 위험한 유혹도, 유부녀의 일탈행위도 그 도덕성에 삿대질을 하고 싶은 생각이 전혀 들게 하지 않는다고 할까요? 건욱과 태라의 갤러리 밀실에서의 숨막히도록 뜨거운 키스신처럼 말입니다. 드라마라기 보다는 진한 물감 냄새가 풍기는 유화 그림 한 작품을 감상한 느낌이에요.  
김남길과 오연수의 농도짙은 키스신을 보며 느꼈던 것은 키스신의 수위가 아니라, 극중 심건욱과 홍태라라는 인물의 격렬한 감정을 보여준 농익은 연기입니다. 악마가 되는 지옥행 티켓인 홍태라를 부숴야 할 필연성을 차가우면서도 강렬한 눈빛으로 보여주는 김남길과, 위험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치명적 매력으로 다가오는 남자를 거부하지 못하고 무너지는 공허한 30대 유부녀의 육체적 반응을 농도있게 보여 준 오연수의 밀실키스신은 자극적이라기 보다는 연기가 좋았다는 생각부터 들었어요. 거부할 수 없는 치명적 매력남 김남길, 관능과 이성을 흔들리는 눈빛으로만으로도 표현해 내는 오연수, 멋진 배우들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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