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7.13 08:09




천하무적 동이가 장희빈에게 제대로 한 방 맞았습니다. 동이가 장희빈에게 당한 이유를 분석하자면 동이의 밑도 끝도 없는 사람에 대한 믿음때문일 수도 있지만, 심리전에서 졌기때문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탐정의 기본이 의심 혹은 의혹일텐데, 동이는 증험주의자이기 때문인지 이 방면에서는 탐정으로서의 자질이 조금 약한듯 싶습니다.
동이를 위한 장희빈의 정치강론이 인상적이었는데요, 장희빈의 말이 옳지 않은데도, 구구절절 현실과 결부된 말들이라 귀담아 들을 필요도 있어 보입니다. "당연한 듯 아무렇지도 않은 듯, 그런 일들이 벌어진 까닭은 그것이 힘이기 때문이다. 권력이기 때문이야". 
중궁전을 찾아 간 동이가 목숨을 담보로 얻은 사흘, 동이가 장희빈에게 입증하고 싶었던 것은 옳은 일이 승리한다는 것이었어요. 감찰나인이었을 때는 옳고 그른것을 가리는 것이 동이가 이루고 싶었던 감찰나인으로서의 야심이었고, 그것이 전하를 위한 일이라고 생각했었지요. 그런 동이에게 승은이라는 과도한 은총과 내명부 윗전이라는 신분은 동이에게 정치라는 곳으로 발을 딛게 합니다. 동이가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지 말이지요.
처소나인을 풀어달라는 동이의 말은 장희빈에게는 내명부의 정치적 힘겨루기로 비춰집니다. 내명부 신출내기 주제에 나인을 구해 환심을 사려하느냐며 까불지 말라고 으름장을 놓는 장희빈입니다. 권력의 단맛을 안 장희빈은 내명부의 자리라는 것이 어떤 욕심을 불러 일으키게 하는지 모르지 않습니다. 동이는 더욱 경계의 대상이지요. 숙종의 마음을 얻은 동이가 과거 인현왕후의 자리보다 더 무서운 실세로 변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꿀을 찾아 나비와 벌이 날아들 듯, 동이가 원하든 아니든 사람이 꼬일 것이라는 것을 모르지 않는 장희빈입니다. 그것이 권력이 가진 속성이니까요. 사람을 얻지 못하면 권력도 종이장처럼 가벼운 것일 뿐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장희빈입니다.
궁에 번진 괴질이 단순한 전염병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장희빈은 처소상궁을 통해 어머니 윤씨부인이 한 짓임을알게 됩니다. 장희빈에게 두려운 것은 신통방통한 동이의 능력입니다. 과거 명성대비를 시해하려했다는 음모를 뒤집어 썼을 때, 동이가 보여준 능력, 죽은 자의 시신에서 찾아낸 증험인 생강물을 만진 흔적이 없다는 것을 알아내 장희빈이 반하를 들이지 않았다는 것을 밝혀낸 동이였지요. 나인들에게 번진 괴질 역시 언젠가는 동이가 알아내게 될 것이라는 것을 장희빈은 압니다.
한 수 앞을 읽지 않으면 당할 재간이 없는 동이이기에 장희빈은 더러운 짓에 직접 손을 담그는 것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합니다. 중전이라는 권력을 최대한 이용해서 대전상궁까지 구워 삶은 장희빈은 정상궁이 장희빈의 사가와 분장수가 관련이 있다는 보고를 하는 것도 다 알아냅니다. 예나 지금이나 큰 활약을 하는 고자질꾼들은 쓸모있는 도청장치인가 봅니다.ㅎ
장희빈은 윤씨부인의 머리에서 나오는 잔머리 그 이상의 계책을 지시하지요. 분장수를 매수해서 붙잡혀 주게 하는 방법입니다. 눈 돌아가는 거액에 고초쯤이야 눈 질끔감고 당해도 좋다는 분장수는 약속대로 붙잡혀서 감찰부에서 고신을 당하지요. 분장수를 매수해서 윤씨부인을 통해 거금을 전달하는 방법은 내의원을 매수하는 방법과 같은 방법이었지만, 일단 이 작전은 성공입니다. 장희빈이 노린 것은 동이에게 모함을 뒤집어 씌우는 것이 아니라 동이를 구하고 자신이 대인배임을 알리는 방법입니다. 일명 꿩먹고 알먹고 수법이라 할 수 있겠지요.
동이의 입장은 닭 쫓던 개가 된 꼴입니다. 사흘동안 감찰부 정상궁과 정임이, 봉상궁까지 풀어서 조사해서 겨우 괴질의 원인이 궁녀들이 사용한 저질 화장품 염분때문이라는 것을 밝혀냈는데, 분장수를 기습한 찰나에 장희빈이 선수를 치고 분장수를 잡아가 버렸으니 말입니다. 게다가 승은상궁으로 입궐하자 마자 괴질이 번져 불행을 몰고 온 여자라는 흉흉한 소문까지 장희빈이 해결해 준 꼴이 되고 말았으니, 이런 경우 '죽 쒀서 개줬다'는 표현이 적합할 듯 싶네요 ㅎ
이 일로 장희빈은 숙종의 마음도 쬐금 얻은 듯 보입니다. "저는 투기하는 소인배는 아닙니다. 그런 헛소문을 믿지 않는다고 했는데, 어찌 저를 믿지 못하십니까?" 라며 오히려 은근히 나무라기까지 하는 장희빈입니다. 숙종도 조금은 이상스럽지요. 괴질사건의 전말을 다 알았으면서도 왜 동이를 감찰부로 끌고 가게 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으니 말입니다. 때는 이때다 싶은 장희빈은 숙종과 동이 두 사람에게 뼈있는 말을 하지요. "말을 할 때는 신중해야 하고, 그에 따른 책임이 있다는 것을 가르치는 것이 내명부의 법도가 아니겠습니까? 저는 다만 내명부 수장으로서 그것을 가르치려 했을 뿐이었습니다". 요지는 내가 내명부 대장이니, 내명부일은 전하도 나서지 말고, 신출내기 동이에게 까불지 말라고 했다는 것이지요.
이래저래 사건은 일단락되고, 원인이 밝혀졌으니 다행이다 싶은 동이에게, 역시나 감찰부상궁으로서, 궁궐밥을 많이 먹은 선배로서 정상궁(김혜선)이 장희빈을 쉽게 보지 말라고 충고합니다. 정상궁은 궁궐에서 일어나는 여인들의 암투에 대해서는 익히 알고 있었을 겁니다. 그러니 자나깨나 입조심해야 하는 걸, 궁궐 담벼락에도 귀가 있다는 것을 기억했어야 싶은 정상궁, 후회막급입니다. 뭐 할 수 없지요. 아무튼 물 건너 간 괴질사건이 되고 말았네요.
분장수에게 윤씨부인이 건넨 거액의 환이 덜미가 잡힌다면 사건이 원점으로 돌아올 수 있겠지만, 보아하니 궁궐에 또 다른 사건이 생기게 되나 봅니다. 청사신이 가져 온 세자고명 승낙소식에 만세를 부르던 장희빈과 장희재가 순식간에 낯빛이 흑빛으로 변하는 것을 보니 말입니다. 동이가 가지고 있는 등록유초가 세자고명 건과 관련해서 큰 역할을 하게 될 것 같습니다. 사건무마용으로 장희빈이 동이에게 후궁첩지를 내려주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괴질 사건을 처리해 준 것에 대해 인사를 하러 온 동이에게 한 장희빈의 말이 인상적이었는데요, 정말 자신을 위해 이 일에 나서 주었냐는 질문에 동이에 대한 조소와 자신에 대한 조소를 함께 실어 헛웃음을 지었지요. "옳은 것을 이루고 싶다 했느냐? 그렇다면 잘보고 배워라. 이곳은 옳은 것을 이루는 것이 아니라, 그른 것조차 옳다고 여기도록 만들어야 하는 곳이다. 나를 넘어서고 싶다면, 너의 소망대로 나를 끌어내리고 이 자리에 다시 폐비를 앉히고 싶다면, 다시는 그렇게 흔들리는 눈빛을 보이지 말거라. 이것은 겨우 시작일테니 말이다". 
장희빈이 동이와의 옛정이라며 충고로 하는 말을 들으니 동이에게 보여주는 마지막 장희빈의 솔직함이었을 것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장희빈이 자신의 야심을 이루기 위해서라면 어떤 일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며, 옳지않은 권력과 힘을 동원하는 것도 할테니 단단히 각오하라는 말이었지요.
눈빛을 보이지 말라는 말은 동이를 위한 장희빈의 두번째 정치강론입니다. 권력과 힘이 없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른 것조차도 옳다고 여기도록 만드는 것이 권력이고 힘이다. 이것이 장희빈의 정치강론 하나였다면, 동이에게 또 하나 중요한 정치인의 자세를 알려줍니다. "상대에게 속을 들키지 말라".

추락하는 장희빈, 정면승부에 나선 이유
밟아도 잡초처럼 살아나는 동이를 누를 수 있는 방법은 동이의 목숨이 아니라, 자신이 잃었던 것을 뼈아프게 돌려주는 것을 깨달은 장희빈이에요. 성심을 잃는다는 것만큼 고독하고 외로운 것은 없으니까요. 어찌보면 장희빈은 더 강하고 모질게 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음을 고통스럽게 하는 것, 그것이 죽음보다 더 힘들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게 된 장희빈이니 말입니다. 동이를 받치고 있는 힘은 숙종의 사랑과 믿음이라는 것을 모르지 않은 장희빈이지요.
동이에게 정면승부를 하겠다고 나선 이유는 장희빈이 동이에게서 빼앗고 싶은 것이 숙종의 마음, 즉 믿음이기 때문이에요. 인현왕후에게서 빼앗은 것은 중전이라는 내명부의 자리였고, 중전의 자리가 가진 권력이었기에 장희빈의 뒷배세력을 이용해서도 가능했던 일이었지요. 하지만 동이는 인현왕후와는 경우가 다르지요. 사랑을 빼앗긴 장희빈이 사랑을 되찾겠다고 다른 사람 손을 거칠 수야 없는 일이지요. 아픈 만큼 돌려주고 싶었던 상실감을 동이에게 직접 돌려주고 싶은 장희빈입니다. 자신이 잃어버린 사랑의 아픔을 동이 역시도 겪게 하고 싶은 장희빈입니다. 그래서 동이와의 싸움은 자신이 직접 나설 수 밖에 없습니다. 동이가 목숨을 걸었듯이, 장희빈 역시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서 말이지요. 
이제는 자기 손에 직접 더러운 것을 묻히겠다며 '되로 주고 말로 받기', '당근과 채찍', '눈가리고 아웅', '꿩먹고 알먹기', '닭잡아 먹고 오리발 내밀기' 등등 별별 수단은 다 동원해서 권력이라는 구린내 나는 것을 놓지 않으려는 장희빈입니다. 그 길이 추락하는 길임을 알면서도 말입니다.

사랑과 믿음을 잃어버린 장희빈이 궁이라는 곳에서 배운 것은 힘을 가지지 못하면 몰락한다는 것 뿐이었어요. 폐비된 인현왕후처럼 말이지요. 옳지 않은 것도 옳게 만들수 있다는 권력과 힘에 의지해 가는 장희빈은 스스로 몰락해 갈 수밖에 없습니다. 진실과 정의는 인고의 시간 속에서도 승리하기 때문이지요.
어찌되었든 동이는 장희빈을 통해 정치라는 것, 권력이라는 힘이 가진 무서움들을 알아가는 것 같습니다. 또한 처세술까지도 말이지요. 장희빈이라는 인생 최대의 정치거물을 만난 동이가 어떻게 성장해 갈지, 동이는 정말로 궁궐이라는 조선의 정치 1번가에 들어서게 된 것같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재미있게 읽으셨다면 아래의 추천손가락 View On도 꾹 눌러주세요 ^^
추천은 로그인 없이도 가능합니다.
다음아이디가 있으신 분은 구독추가하기 을 누르시면 제 글을 편하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이 블로그를 한RSS에 추가하고 싶으시다면 클릭▶▶▶▶



Trackback 1 Comment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