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7.14 08:35




동이 34회에서 굵직한 사건 두 개가 터졌습니다. 불안해진 세자고명과 후궁첩지를 빌미로 한 동이의 비밀입니다. 수면 위로 떠오른 동이의 비밀로 다소 지지부진해 지던 스토리가 급물살을 탈 기미가 보이는데요, 동이의 과거는 이 드라마의 시작이자 완결점이 되는 것이기에 중요한 사건일 수 밖에 없습니다. 몰살된 검계의 비밀을 안고 출발한 드라마 동이가 시작점을 들추었으니, 천민의 왕과 빛으로 태어나는 동이로의 끝맺음을 향해 가기 시작한 것이지요. 
장희빈이 후궁첩지를 내리려는 이유가 동이의 과거를 알아내기 위함이니, 운명처럼 뗄 수 없는 관계를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동이가 아버지와 오라버니를 억울하게 죽음으로 잃고 장악원 노비로 궁궐에 들어오게 된 시발점이 장희빈이 비비고 앉아 있는 남인이니, 매듭을 묶은 자가 그 매듭을 풀어야 한다는 말이 떠오릅니다. 결국 장희빈이 쏜 화살이 부메랑이 되어 자신과 남인들을 겨냥하게 생겼다는 것이 아이러니한 드라마상의 재미입니다.
동이의 과거를 알게 되었으니 서용기가 검계사건을 밝히는 과정에서, 그동안 드라마에서 행방불명되고 있었던 미스테리들도 밝혀지게 될 것같습니다. 장옥정의 손동작의 비밀도 풀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장희빈이 던진 패는 모험이었지만 영리한 수였지요. 먼지 하나 없이 깨끗한 동이의 과거행적은 장희빈과 남인들에게는 오히려 수상스러운 일일 뿐입니다. 장악원 노비로 들어오기 12년간, 먹물 한 방울 튀긴 기록이 없다는 것은 반드시 감춰야 할 그 무엇이 있다는 것을 감지하는 장희빈입니다. 장희빈은 두개의 패를 들고 고민하지요. '기록대로 아무 것도 없을 지 모른다?', '감춰야 할 절박한 그 무엇인가가 있다?' 두 개의 패 중에 장희빈이 내민 패는 큰 미끼를 던져 대어를 낚는 방법입니다. 바로 동이의 정확한 호적 자료가 필요한 후궁첩지였지요.

장희빈이 동이에게 후궁첩지까지 내리려고 하는 것은 그만큼 장희빈이 위기감을 느꼈기 때문일 겁니다. 청사신이 들고 온 세자고명 승낙으로 고지가 코앞에 다가 섰는데, 혹여라도 등록유초가 동이의 손에 있다면 모든 것이 물거품이 돼버릴 수도 있기에 장희빈이 얼마나 고심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지요. 따지고 보면 장희빈이 밑질 것도 없어 보여요. 장희빈이 임금의 총애를 받는 승은상궁에게 후궁첩지를 내렸다는 중전으로서의 위엄과 관대함도 알리고, 무엇보다 숙종에게 "저 이렇게 마음 넓은 여자에요" 라는 걸 보여줄 수도 있으니 말입니다. 되로 주고 말로 받을 수 있는 일이지요.
등록유초의 진본을 내 놓으라며, 세자고명도 취소해 버릴 수 있다고 협박하는 청사신의 말은 장희빈과 장희재에게 청천벽력과도 같습니다. 이게 왠 날벼락인가 싶은 장희빈입니다. 만약 그 신통방통한 동이의 손에 등록유초가 있다면?(빙고! 당연히 가지고 있다우..), 그렇게 되면 모든 것이 하루 아침에 끝장 날 판입니다. 뇌물과 매수도 모자라 청국에 국가기밀까지 유출하려 했다는 사실이 발각되면, 중전의 오라비고 세자고명이고 뭐고 간에 매국노로 모가지를 뎅강 잘라 버려도 모자랄 일이지요.

따라서 장희빈은 동이의 숨통을 더 바짝 조일 수 밖에 없겠지요. 장희빈으로서는 동이에게 후궁첩지를 내릴 생각을 하면서도 고민이 컸을 겁니다. 털어서 먼지 하나 나오지 않는다면 그야말로 동이에게 날개옷을 자기 손으로 입혀준 꼴이 될 것이기 때문이지요. 큰 것을 얻기 위해서 내가 가진 패 역시 큰 것을 내미는 장희빈, 역시 대범한 인물입니다.
<*드라마라 딴지 걸고 싶지 않지만 후궁첩지가 아니어도 동이에게 양친이나 본적 등의 필요한 것은 조사할 수도 있었지 않았나 싶더라고요. 후궁첩지에 필요한 자료로 동이의 과거를 알아내려는 것은 조금 억지스러운 설정 같거든요. 그 시대에 부모의 성명을 물어보는 것이 엄청난 실례같지도 않아 보이고 말이지요.; 여하튼 성천으로 간 차천수가 뭔가 해결책을 찾아 오겠지요>

후궁첩지를 받기 위해 필요한 절차가 동이의 호적열람을 위한 것들이라 하니 드디어 올 것이 왔다 싶은 동이입니다. 죽을 때까지 가지고 갈 비밀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지만, 막상 닥치고 보니 앞길이 구만리처럼 막막하기만 한 동이입니다. 한밤 중 동이를 찾아 온 숙종을 보고도 고민을 감추기 힘든 동이의 얼굴에 먹구름이 잔뜩입니다.
"너와 이렇게 걸으니 참으로 좋구나. 네가 궐에 없을 때는 어찌나 마음이 아프던지, 심지어는 저 연못을 메우려고 했었다. 물만 봐도 네 얼굴이 떠올라서 말이다" 이렇게 대놓고 네가 이뻐 죽겠다고 하는데도 웃음조차 나오지 않는 동이입니다. 다른 때 같았으면 벌써 함박웃음 날려줬을텐데 말이지요. 연못을 메꾸려고 했었다는 숙종의 열렬한 마음도 동이의 시무룩한 표정때문에 연못 속으로 빠져들고 말았네요. 좋은 대사였는데 풍덩 ㅜㅜ 
동이가 후궁첩지로 말 못할 고민거리가 생겼다는 것을 눈치 챈 숙종은 조선 최고 형사(동이에게는 한 수 밀리지만) 서용기를 불러 동이에 대해 알아보라고 하지요. 말 못할 사연이 있어 보인다고 말이지요. 그리고 결정적인 힌트를 말해 줍니다. 벼랑바위에서 죽은 아버지와 오라버니의 제사를 지내고 있었다며, 그곳에서 아버지와 오라버니를 잃었다고 말이지요.
오래 전 동이가 아비와 오라비를 억울하게 잃었다고 했는데, 그 아이가 천비출신이니 노비의 신분을 벗어나기 위해 도망치려 하지 않았나 싶다는 숙종은 그런 일이라면 덮어주고 싶다고 합니다. 그런데 단서가 나라의 근간을 흔드는 큰 죄가 아닌 이상이라고 말하더라고요. 나라의 근간을 흔들 검계수장의 딸인데 이를 어쩌나 싶네요. 그래도 숙종이 하나의 길은 열어 두더라고요. "그 아이가 억울한 죽음이라고 했으니, 혹 양반으로부터 모진 처사를 겪은 것은 아닌지 말이야" 라고요.
남인들이 씌운 함정에 억울하게 몰려 개죽음을 당했으니 남인들이 검계를 엮어 한 짓이라는 것이 밝혀지면, 이 또한 사면의 사유가 될 듯도 싶은데, 이제 모든 것은 서용기의 수사에 맡겨야 할 듯 싶습니다. 당시 대사헌 장익헌 영감과 남인양반들을 죽인 것이 검계가 아니었다는 것, 그리고 서용기의 부친을 살해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살리려고 갔다가 함정에 빠진 것 등의 증언을 들으면 서용기가 오해를 풀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서용기는 수사관이지만 사람을 믿는 수사관이기 때문에 동이와 차천수의 말을 신뢰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서용기가 12년전의 검계사건을 파헤쳐 진실을 밝힐 수 있을 지, 너무나 오래전 일이라 증거들을 찾아 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요. 오태석과 오윤(최철호) 일당이 "우리가 했소" 라고 고백하지 않고, 아니라고 부인해 버리면 그만일테니 말입니다. 기록을 보관하고 있을것 같지도 않고, 더더구나 CC-TV도 없는데 말입니다. 남아있을 증험이라고는 장익헌 영감이 죽으면서 했던 손동작뿐인데, 동이의 목격자 진술이 얼마나 효험이 있을 지도 잘 모르겠네요. 

그건 그렇고, 무엇보다 결국 서용기가 동이의 비밀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 드라마의 큰 전환점이 될 것 같습니다. 머지않아 숙종도 알게 될텐데 숙종이 받을 충격과 고민이 벌써부터 걱정되네요. 그러고 보니 숙종도 안됐어요. 세자고명건도 해결되었겠다, 장희빈도 그닥 옹졸스러운 것 같지는 않아 보이고(남자는 여자들의 속마음을 다 읽어내기 힘든 부분이 있거든요), 이제 좀 웃으며 편하게 지내나 했더니 동이가 검계수장딸이라는 것에 적잖이 충격을 받을 것 같아요.
서용기의 충격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아버지를 죽인 원수의 딸이 동이였다니, 등잔 밑이 어두운 법, 이렇게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니 동이의 천재적인 수사감각을 보고서 알았어야 했는데 싶습니다. 피는 못 속이는 법, 조금만 의심을 했더라면 진작에 알았을 지도 모르는데, 성씨를 바꿨으리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서용기였지요. 세월이 약인지, 서용기 마음에 남은 회한때문이지, 흐르는 정적 속에 서용기가 친구이자 스승이며, 아버지를 죽인 원수의 딸인 동이 앞에서 충격과 분노를 삭이고 담담히 말하는 모습은 이미 모든 것을 용서한 듯한 모습처럼 보였어요.
"나에게 오랜전에 한 벗이 있었네. 비록 천인이었지만 내겐 스승과도 같았고, 나 자신처럼 믿었던 자였네. 헌데 그자의 손에 내 아비를 잃었지. 내가 목숨처럼 믿었던 그 자는 이 나라의 근간을 흔들던 천민들의 불법적인 검계의 수장이었고, 그들은 양반을 주살하고 있었어. 그 이후로 오랫동안 그자의 여식을 찾았네. 자네와 같은 이름을 가진 그아이" 
12년만에 마주 한 친구이자 아버지를 죽인 원수의 딸에게 "자네가 그 아이, 최가 동이인가?"라고 묻는 말 속에 서용기의 복잡한 심정이 다 전해지더군요. 담담하게 말하는 서용기의 눈빛에는 용서와 안타까움, 그리고 표현하지 못하는 반가움까지 서려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원수이기 이전에 친구의 딸을 만난 내색할 수 없는 감회까지도 느껴졌거든요.
서용기가 찾았던 동이는 원수의 딸이 아니었어요. 동이가 화살을 맞고 비탈길로 떨어져 사라져 버리기 전, "우리 아버지는 죄인이 아니에요. 억울하게 누명을 쓴 거에요"라고 말하던 애절하고 절박한 열 두살 소녀의 눈빛은 진실이 담겨 있었고, 서용기는 그 눈빛이 말해 주던 진실을 봤었지요. 자신이 잘못 생각하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는 찝찝함과 그날 그 아이의 눈빛을 지금까지 떨치지 못했기에, 서용기는 동이를 지금까지 찾아 왔었고 말이지요.
장악원 노비로 있었을 때 눈에 띄게 영민하던 동이, 그 아이에게는 벗이자 스승이었고, 자신의 목숨과도 같았던 최효원의 모습이 있었어요. 동이의 의로움과 정직함, 목숨을 내놓기를 두려워 하지 않는 의기는 친구의 모습을 닮아 있었기에, 혹시 자신이 찾던 최동이가 아닐까 하는 의혹이 문득문득 들었을 겁니다. 천가라는 말을 서용기가 믿어주었던 것은 동이가 거짓을 고할 아이가 아니라고 믿었기 때문이었을 테고요. 

예고편에 보니 숙종에게 사실을 밝히겠다고 나서려는 동이를 서용기가 말리더라고요. 그 사실을 들어야 하는 전하의 성심을 어찌할 것이냐면서요. "전하의 믿음에 자네도 귀한 믿음으로 보답해 드리게" 라는 말로 동이를 막는 예고편만으로도 감동받았답니다. 서용기가 동이의 아버지처럼 든든한 후원자가 되 줄 것 같은 생각이 들었거든요. 물론 동이는 검계일원도 아니었고, 서용기의 아버지 죽음과도 관련이 없는, 단지 검계수장의 딸이라는 가족관계의 피해자일 뿐이지요. 연좌제에 얽힌 피해자일 뿐이지만, 진실을 다 알기 전임에도 동이의 성품 하나로 보듬고 용서하는 서용기, 무엇보다 동이를 아끼는 숙종의 성심을 헤아리는 서용기를 보니, 동이는 더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차천수에 이은 동이의 수호천사 또 한 분이 등장입니다.  
결과적으로 서용기가 동이의 비밀을 알게 된 것이 오히려 동이에게는 전화위복이 될 것 같습니다. 서용기가 찾아 낼 검계의 진실, 억울하게 누명을 씌운 배후가 남인이라는 것이 밝혀진다면 말이지요. 반대로 남인이라는 권력의 기반에 앉아있는 장희빈에게는 이런 재앙이 없을 겁니다. 또한 동이가 등록유초까지 손에 쥐고 있으니, 매국노 짓을 하려던 장희빈 남매의 몰락이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동이를 잡겠다고 내민 수가 당장은 동이를 위기에 처하게 하겠지만, 결국은 부메랑이 되어 장희빈을 치게 생겼습니다. 자기 무덤을 스스로 판 꼴이지요. 물론 이 모든 것들이 금방 밝혀지지는 않을 것이니, 동이의 고난과 시련을 또 지켜봐야 겠지요. 동이때문에 괴로워 하는 숙종의 모습도 보여줄 것이고요. 우울한 숙종은 싫은데...우리 깨방정 숙종의 매력은 역시나 자화자찬 자뻑개그하시는 모습인데, 요즘들어 '내탓이오' 하는 일이 많아서 걱정이에요.

당장은 최대의 위기를 맞은 듯 보이는 동이지만, 모든 것을 잃었던 동이에게 사랑과 사람, 신분상승에 억울함을 풀 기회까지 오니 모든 것을 얻을 것이라는 예언이 딱 들어맞네요. 이 고비를 넘기면 쨍하고 해뜰날이 머지 않았고 말이지요. 해가 뜨기 전이 가장 어둡다고 하지요. 동이의 과거비밀로 겪어야 할 고난은 해가 뜨기전 가장 어두운 시간일 겁니다. 하지만 걱정은 되지 않습니다. 이 시간이 지나면 동이의 태양이 뜰 거라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요.
그러고 보니 동이처럼 운수가 사나운 팔자가 있을까 싶었는데, 한편으로는 동이처럼 사람운이 좋은 팔자도 없다라는 생각이 드네요. 서용기, 차천수, 그리고 이번에 한양에 입성해 앞으로 동이의 정치실세가 돼 줄 심운택까지 남자복이 넘치는 동이입니다. 물론 동이의 인생에서 가장 행운은 한성부 판관나으리로 만난 숙종이겠지만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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