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7.24 09:02




해신그룹을 파멸시키겠다는 심건욱의 또 하나의 퍼즐조각이 멈출 수 없는 질주의 이유를 제시했습니다. 어린 심건욱의 목을 조르는 신여사, 심건욱의 또 다른 상처가 드러난 순간이었습니다. 해신그룹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비극에 불안해 하고, 모습을 드러낸 정체 앞에 그들은 떳떳하게 "왜?"라고 반문할 수 없습니다. 어린 태성을 죽이려 했던 신여사의 잔인함과, 어린 아이를 비 오는 길거리로 내몰아 버린 홍회장의 비정함은 자신들 스스로도 비호할 수 없는 죄였기 때문입니다.
결말을 향해 가는 나쁜남자를 보며, 심건욱의 복수에 대해 전반적으로 분석해 볼 필요가 생겼습니다. 심건욱의 복수에 대한 명분은 그 나름대로의 이유가 되지만, 모네와 태라를 유혹하는 것은 방법적인 면에서 설득력과 명분을 가지기에는 부족한 게 사실입니다. 동시간대 제빵왕 김탁구 역시도 복수라는 코드가 등장하지만, 똑같이 버림받은 심건욱과 김탁구라는 인물이 복수만을 위한 심건욱보다는, 성장으로 초점을 맞춘 김탁구에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는데 성공했다는 것이 나쁜남자 심건욱의 복수극이 갖는 한계를 보여 준 결과가 아닐까 싶습니다.  
드러나는 심건욱의 정체
과연, 심건욱이 말하는 복수가 해신그룹 사람들의 파멸만을 의미할까? 라는 문제에서 제 생각은 한동안 멈춰 있었어요. 그리고 제 나름대로의 생각을 정리해 봤습니다. 해답은 곽반장(김응수)의 대사에서 찾아졌습니다. "누군가를 향한 분노는 반드시 자기에게로 돌아간다". 그리고 장남 홍태균이 죽자, 홍회장이 "내 아들을 죽게 한 그놈을 반드시 찾아서 똑같은 고통을 받게 할 것이다" 라는 말이 같은 의미로 오버랩이 되더라고요. 심건욱이 해신그룹에 하고 싶은 복수가 이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들은 그들이 누군가에게 어떤 짓을 한 짓을 모른다. 알게 해서 같은 고통을 당하게 하고 싶다'. 심건욱의 복수는 그들에게 같은 고통을 안겨주는 것이었어요. 20년간을 건욱은 어떤 짓을 한 지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복수의 칼을 갈았고, 어떤 짓을 한 지도 모르는 그 사람들은 그들이 당하고서야 "누가? 왜?"의 질문을 던집니다. "누가?"에 대한 답은 이제 나왔어요. 20년전에 입양되었다가 파양된 한 때 아들이었던 심건욱.
하지만 과연 그들이 건욱에게 "왜?"라는 질문을 할 수 있을까요? 할 수 없을 거예요. 그들은 그들 몫의 죄값이 있음을 잘 알기 때문일 겁니다. 저는 건욱의 복수극은 여기까지라고 생각해요. 어떤 짓을 저질렀는지도 몰랐던 사람들에게 그들의 비정함이 어떤 결과를 가져왔고, 몇 사람의 인생을 파괴시켜 버렸는지, 단란했던 한 가정을 어떻게 파괴시켜 버렸는지, 그리고 파괴를 한 사람들이 자신들이었다는 것을 알게 하는 것. 

그리고 제 3자가 되어 그들을 구경하려고 합니다. 불안과 죄값으로 허둥대는 모습들을 말이지요. 히스테리를 부리는 신여사의 표정만큼이나 이들은 자신들을 향해 오는 어둠속의 발소리에 신경이 곤두서 있습니다. 서서히 드러나는 어둠 속의 정체, 한 때 아들로 받아들였다가 버린 또 다른 태성 심건욱, 그들이 불안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죄의식일 겁니다. 
결말을 향해 가는 나쁜남자는 스토리의 개연성없는 전개도 보였지만, 여전히 어떤 그림이 완성되는지, 심건욱의 복수를 위한 퍼즐맞추기는 흥미를 더해 가고 있습니다. 특히 저는 태라의 거침없이 돌진하는 사랑때문에 안타까우면서도 조바심이 나네요.
멈추지 못하는 태라, 공주옷을 벗다
건욱과 태라가 키스하는 장면을 봐 버린 모네에게 "내 마음이 내 마음대로 안돼. 나도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다" 며 모네에게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터버린 태라입니다. 말고삐를 쥐고 달리는 태라는 더 이상 멈추고 싶지 않습니다. 태라에게 찾아온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르는 사랑이라는 열병은, 어쩌면 그녀 자신만을 위해 신이 준비해 준 돌파구였다고 생각하는 태라입니다. 숨막히도록 답답한 결혼생활과 해신그룹의 장녀라는 사회적 위치는 그녀를 옥죄는 족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호강에 겨워 요강에 뭐하는 짓이라고 손가락질 받을 일이겠지만, 이성보다 먼저 뛰쳐 가버리는 불꽃같은 감정은 건욱에게 무작정 달려가고 싶게 합니다.
태라는 태균의 죽음 앞에서도 마음놓고 울지도 못합니다. 태라 스스로 억압하고 강요했던 몸에 배인 습관때문이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태라는 언제나 재단사가 잘빠지게 만든 맞춤옷을 입고 미소짓고 있어야 하는 인형같은 삶을 요구받았고, 태라는 그것이 너무도 당연한 것이라 한 번도 거부하지 못했어요.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다가온 남자가 태라의 감정에 솔직해 지라고 합니다. 당신 자신을 한번이라도 소중히 여겨 보라고 합니다. 그때서야 비로소 태라는 알게 되었지요. 태라 스스로 한번도 자신의 알몸을 본 적이 없다는 것을요. 늘 다른 사람이 입혀준 공주옷만을 입고 있어서 태라는 자신의 몸을 한번도 볼 기회가 없었어요. 건욱에게 향하는 태라의 마음은 공주옷 속에 감춰 진 태라의 알몸같은 감정입니다. 조건과 형식에 사랑도 강요되고, 동생의 죽음에 눈물조차 흘리지 못하는 공주옷을 입은 해신그룹의 태라가 아닌...
건욱은 그것이 얼마나 위험한 길이라는 것임을 알고도 공주옷을 벗어 던지고 싶어하는 태라를 봅니다. 모네와 재인에게 키스하는 장면을 들켜 버린 후에 모네의 안부를 묻는 건욱에게,  모네가 자신과 파리에 가고 싶어 한다며, 자기 마음도 아프면서 조카 소담이도 걱정되고, 태라의 결혼생활도 걱정이 되는 모양이라고 하지요. 건욱은 여기서 끝내도 난 상관이 없다며, 그 결정이 어떤 것이든 난 상처받지 않을 거니 신경쓰지 말라고 합니다. 
태라는 "갈 수 있는 데까지 가보고 싶어요. 시간이 지날 수록 확실해 진다" 며 멈출 수 없는 자신의 마음을 고백합니다. 수없이 끝내자고 다짐했지만 안된다며, 그래서 가볼려고 한다고요. 자신없지만 그래도 해볼려고 한다는 태라에게 건욱이 "미안해요...사랑해서요" 라며, 태라의 손을 잡아주고 두 사람은 한참동안 눈으로 대화를 주고 받습니다.
그 장면을 보면서 딸과 제가 같이 보면서도 반응이 달랐는데, 우리 딸은 갑자기 웃더라고요. 저는 심각해 졌는데 말이지요. 그때 김남길의 대사가 오글거렸다는 거예요. 드라마가 끝나고 딸과 다시 그 장면에서 제 생각을 말했어요. "미안해요. 사랑해서요" 라고 했던 대사는 두 가지 의미가 들어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건욱의 말은 "태라씨가 날 사랑하게 해서 미안해요" 처럼도 들렸고, 태라의 진심에 건욱이 상처주고 싶지 않아한다는 생각도 했거든요.

건욱은 태라에게 진짜로 미안하다는 말을 했던 것 같아요. 건욱의 눈에 태라는 처음으로 공주옷을 벗고, 수줍게 알몸을 드러내는 소녀와도 같은 모습이에요. 그렇게 모든 것을 벗고, 사랑 하나를 보며 알몸으로도 달려가겠다는 태라에게 건욱도 사랑한다는 말로, 태라의 사랑을 비참하게 만들고 싶지 싶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태라의 마음을 알고 있기에, 진심으로 사랑해 줄 수 없는 자신이 미안했겠다 싶었고요.
사랑하는 연인이 헤어질 때, 진심으로 사랑했었는지 확인하고 싶어지는 마음이 있다고 하는데, 건욱이 태라에게 그 대답을 해 준 것 같더라고요. 태라를 사랑하지 않았다고 하면, 모든 것을 걸고 멈추고 싶지 않다는 태라의 사랑이 너무 비참할 것 같아서요. 제가 이런 말을 하니 우리딸은 엄마가 너무 깊게 생각한 거라고 했지만, 저는 심건욱의 눈빛이 거짓으로는 보이지 않았어요. 김남길의 눈빛은 해석을 너무 많이 하게 하네요. 감정연기를 어쩌면 이리도 잘하는지, 김남길은 진짜 나쁜남자!  여튼 제 생각은 그랬어요.;;;
갈 수록 이상해지는 한가인의 양다리 캐릭터, 짜증난다
태라가 이렇게 거침없이 건욱을 향해 돌진함과 동시에 문재인도 건욱에게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기 시작했지요. 나쁜남자는 후반부로 갈수록 중간에 실종되었던 스토리 라인을 제대로 찾아가고는 있지만, 저는 여전히 여주인공 한가인이 연기하는 문재인의 캐릭터에 몰입은 커녕 이해도 안되고, 애정을 주기도 힘들어서, 솔직히 말하면 나쁜남자의 미스캐스팅이었다는 생각을 감추지 못하겠어요. 예쁜 한가인이지만 연기에 진전은 없고, 작품 속의 캐릭터는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으니, 오랜만에 데뷔한 한가인의 입장에서는 여러가지 면에서 수모라는 생각이 드네요.
문재인이라는 캐릭터는 순수와 세속적인 욕심 등의 이중적인 캐릭터를 보여 주어야 하는데, 양다리 걸치는 모습에 불분명한 재인의 태도때문에 갈 수록 태산입니다.
건욱에게 좋아한다며, 심지어는 경찰서에서 이 사람 아무도 못 만나게 유치장에 가둬 줬으면 좋겠다며, 건욱에 대한 사랑을 자신의 감정을 난동을 피면서까지 보여 주었으면서, 건욱이 태성에게 가서 위로 해주라고 한다고 말 잘듣는 애처럼 가더라고요.
원인이 아이폰으로 건욱의 말을 녹음해서 들려주는 거짓말 탐지장면은 광고를 위한 설정이라는 생각만이 들었고, 역시 드라마 속에서 무리한 간접광고는 역효과만을 가져올 뿐이라는 씁쓸함과 함께, 잘못된 끼워넣기 광고는 캐릭터는 물론이고, 작품까지 망칠 수 있는 독이 된다는 것도 알았네요.;;;
재인은 태성이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의미로 받아달라며, 시계를 건네자 미적미적 받아 들고와서, 건욱에게 태성으로부터 프로포즈 받았다며 태성과 있었던 일을 보고 합니다. 재인 역시 자신의 혼란스러운 마음때문인지, 700원짜리 아이스크림 먹는 연인보며 부러웠다고 하지요. 좋은 것 보면 욕심나는 것 당연한 것 아니냐며 "해신그룹의 며느리되는 욕심 부리지 말까?" 라고 건욱의 마음을 떠보지만, 건욱은 그저 담담하게 듣고 있을 뿐입니다. 홍태라씨 만날 거냐? 묻는 재인에게 너는 홍태성 계속 만날 거냐고, 결국은 두 사람은 겉도는 말로 서로 엇갈려 갈 뿐이에요. 
그런데 제게는 재인과 건욱의 엇갈려 가는 감정보다는 혼자서 북치고 장구치는 듯한 재인의 감정이 도무지 공감이 되지 않습니다. 자신이 건욱을 좋아하는 것을 알았고, 건욱이 홍태라를 만나는 게 유치장에 쳐넣고 싶을 정도로 싫으면, 차라리 건욱을 붙잡아야 하는 것 아닌가 싶었어요. 건욱이 홍태라의 주변을 맴도는 것을 신경쓰면서도, 자신은 해신그룹 태성이라는 사람에 대한 세속적인 욕심을 버릴까, 말까 건욱에게 물어보는 것도 한심스러워 보이고, 저는 이런 문재인을 보며 옆에 있으면 한 대 쥐어박고 싶어지더라고요.
재인이 물론 태성을 가진 조건만으로 보듬고 신경쓰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도 알아요. 최선영의 죽음으로 인해 누구보다 괴로워 하고, 해신그룹에서는 찬밥 신세 취급당하는 태성의 아픔도 알고 있는 재인이에요. 그런데 이런 감정이 연민과 사랑 둘 다 보여주며 오락가락 한다는 거예요. 태성에게 연민이면 연민, 건욱에게 사랑이면 사랑 이런 식으로 재인의 캐릭터에 일관성이 있어야 하는데, 태성에게도 건욱에게도 연민과 사랑, 똑같은 감정으로 왔다갔다 하고 있으니, 사고덩어리로만 보이고 짜증까지 버럭납니다. 제작진이 문재인이라는 캐릭터에 일관성을 보여 주었으면 싶네요.  
심건욱의 복수, 멈출 수 있을까?
해신그룹에 드러나는 심건욱의 정체, 그리고 어린시절 건욱을 목조르던 신여사에 대한 건욱의 분노, 경제적 위기를 맞게 되는 해신그룹 등 결말을 향해 가고 있는 나쁜남자는 허술한 스토리에도 불구하고 연기자들의 탄탄한 연기만으로도 빛나는 드라마입니다. 히스테리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는 김혜옥의 눈부신 연기, 말이 필요 없는 김남길과 오연수의 연기 만으로도 재미있습니다. 특히 오연수와 김남길은 연기만으로도 스토리를 압도해 버리는 무서운 화면 장악력을 보여줍니다. 그래서인지 두 사람의 이루어질 수 없는 비극적인 관계만으로도 두고두고 여운이 남을 것 같습니다.
파국을 향해 달려가는 나쁜남자 심건욱의 복수가 멈출지, 끝까지 갈 지가 가장 궁금한데, 저는 왠지 심건욱이 마지막에는 멈출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곽반장이 "분노는 반드시 자신에게 돌아온다"고 충고했던 말이 의미있게 들렸거든요. 
그리고 밀양 부모의 묘를 매 년 벌초해 주는 의문의 중년 남자가 저는 해신그룹의 홍회장이 아닐까 생각이 들더군요. 벌초해 주는 남자의 전화번호를 누른 심건욱이 놀라 충격을 받은 듯한 표정을 지었는데, 아는 사람인 것 같았거든요. 아마도 홍회장이 자신이 한 짓에 대한 뉘우침으로 벙어리 부부의 묘를 관리해 오고 있었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만약 사실이라면 홍회장의 뉘우침이 심건욱의 마지막 복수의 칼을 결정적으로 놓게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해신그룹에 대한 심건욱의 복수, 이미 그들은 아들을 잃었고, 딸들은 잘못된 사랑으로 상처받고, 지난날 그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비정하게 했던 죄값에 고통스러워 하고, 용서를 구하는 것으로도 심건욱의 복수극은 완성되고 있습니다. 해신그룹의 파멸이 심건욱의 복수의 끝인지, 그들에게 자신들이 지은 죄를 묻는 것으로 끝낼 지는 모르겠지만, 건욱에게도 심경의 변화가 일고 있다는 것이 보입니다. 태라에 대한 연민도 커져 가고, 재인에 대한 사랑도 커져만 가고 있는 것을 보면 말이지요.
최선영이 죽었던 현장에서 곽반장에게 했다는 말이 '살려달라'가 아니라 '말려달라'고 했다라고 했지요. 저는 건욱이 마지막에는 멈추었으면 싶네요. 가능성도 있어 보이고요. 어린 시절 유모차에 있던 모네의 사진과 태라의 딸 소담이의 사진을 보는 건욱의 눈빛은 벌써 흔들리고 있었어요. 소담이가 건욱이 행글라이더를 타고 내려왔을 때 "천사아저씨"라고 했었는데, 과연 건욱은 날개잃은 천사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아니면 악마의 길을 포기하지 않을까요?  
심건욱의 죽음이라는 비극적 결말<관련글: 심건욱의 죽음을 암시하는 드라마 속 복선들>이 강하게 느껴지지만, 한편으로는 선영이 죽으면서 전했을 거라는 말을 건욱도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복수만을 위해 달려 온 건욱의 삶이 가여워서 말이지요. 건욱이 이제 그만 분노와 복수라는 짐을 내려두고, 화창한 어느 거리를 재인(굳이 재인이 아니어도;;)과 천원짜리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행복하게 웃으며 걷는 모습을 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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