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8.29 08:23




그들이 프로레슬링에 도전한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반신반의했습니다. 적당한 웃음과 감동, 그리고 볼거리 정도를 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았고, 그들의 무모하리만큼 배짱 두둑한 도전에 기대를 거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저는 후자였어요.
무한도전은 무모한 도전으로 첫 시작을 했을 때부터 재미가 있거나 없거나, 실망을 했거나 감동을 받았거나, 습관처럼 봐왔던 프로였고, 프로젝트마다 숨겨진 촌철살인의 풍자코드를 의미깊게 보고 있기에, 유독 애정이 깊은 프로이기도 합니다. 그러고보니 제가 유일하게 첫회부터 지금까지 빼놓지 않고 보고 있는 예능프로가 무한도전과 1박2일이네요.
그리고 처음으로 이번 무한도전을 보면서, 이제 '그만하자'라는 단어를 뱉어내고 말았습니다. 정준하가 경기 두 시간을 앞두고 갑작스런 허리부상으로 응급실을 찾아야 하는 것을 보고는, 저러다 사람잡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손스타의 갈비뼈에 금이 가고, 정형돈이 가볍다고는 했지만 뇌진탕 부상을 입고, 급격한 체력저하로 자기몸도 제대로 가누기 힘들어 하는 박명수를 보고는, 도전도 좋지만 중요한 것은 몸이 아닌가 싶더군요.
정말 바보들의 행진을 보고 있는 것 같아, 오프닝에서 장모 반데라스(정준하), 입닫어 요이스키(길), 저쪼아래(유재석), 섹시퐝문질환 턱주가리아(노홍철), 원머리 투냄새 캡틴(박명수), 온몸이 네뼘(하하), 집샌물샌(정형돈) 등멤버들의 닉네임을 정하는 과정에서의 재미도, 웃음기도 싹 가셔 버렸을 정도였어요.
무한도전 멤버들과 손스타, 그리고 제작진 모두 미친바보들입니다. 무엇이 이들을 미친바보로 만들었는가?에 대답은 시청자들이 더 잘 알 것입니다. 무한도전이라는 도전정신, 무한도전을 사랑하는 시청자와의 약속, 그리고 멤버들 자신과의 싸움에서 한계를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것을요. 몸에 금이 가고, 온몸을 덕지덕지 파스로 도배하고, 비오듯 땀을 흘리라고 누구도 등을 떠밀지 않았어요. 아무도 응원하지 않는 훈련장에서 1년을 몸이 만신창이가 돼가며 링위에서 구르라고 그 누구도 강요하지 않았습니다.
1년간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았던 무한도전의 프로레슬링 경기, 정식 시합을 앞우고 갑작스럽게 불거진 프로레슬링 농락운운하는 기사가 뜨면서, 언제부터 이들이 무한도전의 프로레슬링 도전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가 싶기도 했습니다. 그간의 상황은 김태호 피디가 개인블로그를 통해 올린 글에서 해명을 했고, 프로레슬링 특집 방송으로 보여주겠다는 입장을 밝혔었지요.
이번 방송은 그 농락논란에 대한 답이었습니다. 무한도전은 방송의 재미를 위해 프로레슬링에 도전한 것이 아니었어요. 무한도전은 프로레슬러의 꿈을 꾸었던 것도 아니었어요. 그들을 가르친 손스타도 멤버들도 소속사라고 할 수 있는 제작진도 모두 아마추어였습니다. 아마추어들의 프로레슬링에 대한 도전이었기에 더 위험했고, 어리숙했고, 시행착오도 많았습니다. 물론 끝까지 두려움을 극복하지 못한 멤버들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몸으로 보여 주었습니다. 프로레슬링이 결코 조명 화려한 무대 위에서의 짜고 하는 쇼가 아니라는 것을 말입니다. 그들이 온몸을 던져 보여 주었던 것은 결과가 아닌 '과정'이었습니다.

8월 19일로 시합일이 결정되자 멤버들과 손스타는 극도의 스트레스와 심적 부담감을 토로합니다. 우스갯거리를 한다는 말은 적어도 듣지 말아야 하지 않나 싶은 손스타, 어느 누구보다 이번 프로레슬링 도전기에서의 일등 공로상을 받을 사람은 손스타였음을 부인할 수 없을 것입니다. 1년동안 정말 누구보다 열심히 했다는 것을 이번방송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지요. 진통제만으로 버티면서 자신의 금 간 갈비뼈보다 시합을 걱정하는 모습, 감동을 떠나 미련스러울 정도로 미친바보같았습니다. 프로레슬러로서 이름을 올리지는 않았지만, 손스타는 프로였습니다. 방송에 임하는 자세도, 멤버들을 훈련시키는 스승으로서도 말이지요. 진심으로 손스타에게 박수와 감사를 보내고 싶습니다.
제가 방송을 보면서 깜짝 놀란 일이 있었어요. 1년간을 수많은 시간 훈련을 했을텐데도, 그들이 변변한 회식 한 번 제대로 하지 않고, 훈련장에서 대충 자장면을 시켜먹고 허기를 떼우고, 또 연습하다 각자의 스케줄에 따라 움직여왔구나 싶더군요. 대회일정이 잡히고 47초만에 표가 매진되었다는 소식에 멤버들과 손스타의 부담감이 실시간으로 다가온다는 것을 알겠더군요. 큰 기대만큼 실망스런 모습을 보여주지 말아야 하는데, 고난이도의 기술은 여전히 멀고, 멤버들의 정신적 공황상태까지 겪게 되었지요. 박명수가 얼마나 신경이 쓰였으면 안면마비 증상이 다 왔다고 하더라고요. 요즘 물오른 개그감 상승중인 형돈이 개그마비라는 말을 즉석에서 던졌는데, 박명수의 안면마비와 개그마비를 그저 웃음으로 넘기기 어려웠어요.
계속되는 신체적 부상과 충격으로 박명수의 연습은 거의 불가능하게 되었고, 박명수를 대신해 멤버들이 홍철의 상대 파트너가 돼주었지만, 경기 하루 전에도 박명수의 몸은 회복이 불가능해 보이더군요. 하하가 긴급 투입해 박명수의 자리를 메꿔주기로 했는데, 박명수가 자신의 따라주지 않는 몸때문에, 동생들과 방송에 미안해 어쩔줄 몰라하는 모습이 안타까웠습니다. 우스개로 박명수가 동정리플을 기대한다는 말도 했지만, 방송보다는 몸이 중요한 것 아니겠어요.
박명수가 마지막 실전연습에서 몸을 사리는 모습에 실망스럽다는 목소리가 나올 것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오죽했으면 여북했을까 싶어 이해해주고 싶더군요. 갈비뼈 부상과 뇌진탕, 허리통증 등의 부상에도 불구하고, 가장 고난이도의 기술을 해야 하는 유재석, 정형돈, 정준하가 고통을 참는 것에 대한 칭찬만 하고 싶습니다. 아무도 당사자가 아니고서는 레슬링이라는 몸으로 부딪치는 고통을 알수도 없을 뿐더러 대신해 줄 수는 없는 것이니까요. 길과 노홍철이 끝까지 두려움을 극복하지 못하는 모습 또한 섣불리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고 비난할 일만은 아닐 듯 싶었어요.
유재석이 그랬지요. "일단은 너무 아프니까". 저는 그저 그 아픔도 다른 멤버들보다 몇곱절은 참아냈던 손스타, 유재석, 정준하, 정형돈의 투혼만 칭찬하고 싶습니다. 아마 다른 프로젝트였다면 박명수와 길, 노홍철을 싸잡아 비난도 했을텐데, 이번 프로레슬링 특집에서만큼은 비난하고 싶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멤버들이 다치지 않는 것이 중요했으니까요.
오죽했으면 방송에서 아프다는 말을 하지 않는 정형돈이 "진짜 머리가 아프다"고 했을까 싶었어요. 정준하와 초크슬램 연습을 하며, 계속적으로 머리에 충격을 받았던 형돈이 얼굴이 멍해 보이고, 촛점도 없어지는 듯 했지요. 부득불 병원에 가지 않으려는 형돈을 멤버들이 떠밀어서 진찰을 받게 하니, 가벼운 뇌진탕이 있었다고 하는데, 정말 왈칵 눈물이 쏟아지더라고요. 프로레슬링이 뭐라고, 저렇게 몸을 다쳐가면서 해야 하나 싶었어요. 걱정하는 준하의 무거운 마음은 또 어땠을 것이며, 에효...
업친데 덮친격으로 과한 워리어 프레스 훈련으로 손스타도 갈비뼈에 금이 가는 부상을 입었지요. 극심한 통증이 느껴졌을 텐데도 진통제로 참아가며 투혼하는 손스타, 정말 이 바보같은 미친 남자들을 어찌하면 좋을까 싶을 정도로 마음이 조마조마해서 미치겠더군요. 시합은 다가오고 쉴 시간도 없는 손스타와 멤버들이었어요.  형돈이 자신의 복대를 풀어서 손스타에게 감아주더군요. 연습실의 가장 든든한 의사는 서로 걱정하고 격려하고 믿는 멤버들의 마음만이 전부였습니다.
드디어 시합 당일, 새벽부터 줄을 선 관객들이 입장하고 멤버들은 마지막 리허설에 들어갔지만, 또 돌발사고가 일어났지요. 경기 2시간전, 프로레슬링 2게임을 치뤄야 하는 에이스 정준하가 쓰러져 버렸지요. 허리에 심한 통증을 호소하며 몸도 가누지 못하는데도, 경기에 지장이 있을까봐 병원에 가기를 거부하는 바보 형 정준하를 보며, 또 눈물이 납니다.
주사 한대에 의지해서 다시 링위로 돌아 간 정준하, 갈비뼈 부상도 참고 멋진 경기를 보여 줄 손스타, 그리고 유재석, 박명수, 정형돈, 노홍철, 길, 하하 이 미친바보들이 링 위에서 무엇을 만들었는지, 다음주에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겠네요. 벌써부터 저는 이 미친남자들이 링위에서 새롭게 쓰게 될 미친도전의 감동장면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번 방송을 보고, 무한도전에 앞으로 이런 도전은 하지 말라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분명 WM7은 감동을 넘어선 레전드였습니다. 하지만 멤버들에게 심각한 부상이 초래될 가능성이 너무도 농후한 이런 도전은, 정말 지켜보기가 가슴이 조마조마 합니다. 그간 연습하면서 시청자들에게는 전해지지 않았던, 크고 작은 부상들도 한 두번이 아니었을 겁니다. 천만다행으로 별탈없이 치뤘으니 망정이지, 큰 부상이 있었다면 어쩔 뻔했을까 싶어서 지금도 가슴을 쓸어내리게 됩니다.
저는 오래도록 무한도전 멤버들이 건강하게 방송을 하는 것을 보고 싶습니다. 노파심에 부상걱정으로 조마조마 하면서 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방송에서 보여 준 멤버들과 손스타의 부상투혼은 박수를 아끼고 싶지않은 감동이었습니다. 무한도전 멤버들과 손스타, 결국 눈물많은 저에게 또 폭풍눈물을 쏟게 만들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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