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9.01 09:16




동이 48회에서 가장 빛났던 것은 각기 다른 세가지 색깔의 어머니의 모습이었습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자식이라는 이름, 자식을 지키는 어머니의 마음은 그것이 대의와 명분이든, 사랑이든, 야욕이든 그 사랑에 누가 돌을 던질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기적인 자식 사랑에 인현왕후를 해하려는 장희빈의 자식사랑마저도 말이지요. 이번 회에서는 인현왕후와 동이, 그리고 장희빈의 자식에 대한 사랑의 색깔이 너무나 대조적인 모습이었는데요, 의미있는 내용이라는 생각이 들어 세 여인의 자식에 대한 마음을 중심으로 드라마 정리를 할까 합니다.
연잉군을 세자만이 교육받을 수 있는 시강원에서 훈육을 시키겠다는 숙종의 폭탄선언은 아니나 다를까 조정 중신들의 강한 반발을 부르게 되지요. 열손가락 깨물어 아프지 않은 자식없다고, 6년간을 아버지 노릇을 하지 못했다는 것에 숙종은 연잉군에게 무엇이든 해주려고 하지요. 더군다나 하늘이 내린 선재였으니, 연잉군에게 특별교육을 시키고 싶어하는 것은 당연하겠지요. 그러나 시강원에서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이 세자에 국한되는데, 연잉군을 함께 교육시키려하니 장희빈과 남인들은 촉각을 곤두세울 수 밖에 없습니다. 도둑이 제발 저린다고 장희빈의 입장에서는 세자의 신체상 비밀로 인해 중전이 대비를 하고 있는 것이라 여기지요. 빙고!

자식 위해 머리 조아리는 아버지의 사랑
연잉군에 대한 시강원 교육이 중전의 주청에 의한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된 장희빈은, 중전이 세자의 비밀을 알게 되었다고 여기고 초비상 상태입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세자의 비밀이 세상에 알려져서는 안되는 일이지요. 동이 역시 연잉군이 시강원에서 교육을 받게 되는 것이 탐탁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연잉군의 안위가 더욱 걱정되는 동이입니다.
이런 것을 보면 숙종의 끔찍한 자식사랑은 알겠지만, 생각은 짧은 것같아요. 동이마저 연잉군을 시강원에서 세자와 함께 공부하는 것이 옳지 못하다고 하니 숙종은 난감할 뿐입니다. 동이가 따로 생각하고 있다는 운학선생의 고집을 숙종도 익히 알고 있어서, 골머리가 아픈 숙종입니다.
궁하면 통하리라, 무작정 미복으로 갈아입고 어딘가로 행차하는 숙종, 역시나 못 먹는 감 찔러나 보자는 심산으로 운학선생을 찾아가지요. 운학선생의 지저분한 방은 금이가 걸레질을 했고, 마당에 있는 텃밭에 곡괭이질을 하는 숙종입니다. 동이가 금에게 교육은 제대로 시킨 모양이에요. 똘망진 금때문에 운학선생만큼이나 뒤로 자빠져 버렸는데요, 스승의 방을 청소한 금의 한마디가 사람을 잡습니다. "자고로 군자는 머문자리 또한 아름다워야 한다했는데, 스승님께서는 어찌 그리 지저분하게 하고 다니십니까?"(이 문구를 어디서 봤더라? 공중화장실!!ㅎㅎ) 어머니께서 스승님이 하시는 것은 따라 배우라 했는데, 지저분한 것까지 따라 배워야 할지 걱정스런 금왕자입니다. 아주 속에 영감님 몇 분은 들어있는 능청스런 연잉군입니다.
금왕자의 낭랑한 글 읽는 소리가 시끄럽다고 퉁을 놓는 운학선생, 누구 아들이라고 금이 기가 죽겠습니까? 립싱크로 글을 읽는 금이지요. 그런 금에게 운학이 왜 글공부를 하냐고 묻지요. "하늘이 누군가에게 귀한 재주를 주었다면, 그건 다른 이의 재주를 모아 주었기 때문이니, 열심히 익히고 닦아 그것을 빌려 준 힘없고 가난한 자들에게 돌려 주어야 한다". 어머니의 가르침이 옳다고 생각한다는 연잉군의 맑고 귀한 생각에 뿅 반해 버리는 운학선생이지요.
그런데 처음보는 낯선 자가 자신의 마당에서 곡괭이질을 하는 해괴한 모습을 보는 운학선생, 왠 정신나간 팔푼이를 봤나 싶지요. "나는 자네한테 자식을 맡긴 아비라네. 저 밭이라도 갈면, 자네한테 잘 보일까해서 말이네". 그러고 보니 숙종은 참 괜찮은 학부모에요. 요즘같은 세상에는 촌지를 준다는데, 노동으로 스승께 촌지를 드리니 말입니다.
금의 아바마마 소리에 운학선생 정신이 번쩍 들지요. "내가 쟤 애비라네... 임금이네". 숙종의 호탕한 통성명이었지요. 하긴 임금이 자신의 이름을 말할 수 도 없고, 임금이다라고 밖에, 달리 뭐라 소개를 하기는 힘든 신분이지요. "나는 임금의 신분으로 온 것이 아니네, 한 아이의 아비로서 청을 하러 왔네. 저렇게 귀한 재주를 가진 아이를 최고의 스승에게 배우게 하고 싶어 머리를 조아리러 온 게야".
운학선생의 마음은 이미 금왕자를 제자로 받아들이기로 결심한 상태였다니, 숙종은 금왕자가 대견할 뿐입니다. 아버지 빽이 아니라, 금의 됨됨이와 재주가 운학을 얻었다는 것을 알았으니 말입니다. 그래도 아버지로서 뭔가 대단한 것을 했다는 공치사는 하고 싶은 숙종이에요. "감히 임금이 부탁했는데, 어명을 받들겠습니다 하더구나". 아버지의 위신을 세우고 싶은 숙종, 뻥은 쳤지만 입이 귀를 넘어 뒷꼭지까지 가버린 숙종입니다. 오랜만에 나온 추억의 데이트 장소 주막집에서, 그렇게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세사람, 세상에 걱정이라는 단어는 없는 것 같습니다.
세 여인, 세가지 색깔의 아들사랑
연잉군의 교육문제는 한고비를 넘긴 듯한데, 사고가 끊이지 않는 궁궐, 정말 경천동지할 대형사고가 터져 버리지요. 오늘 내일 해 보이는 인현왕후의 다크써클이 위험스럽다 했는데, 심장병이 날로 더 악화되고 있는 모양이에요. 이게 사가로 폐서인되었을 때 얻은 홧병인데, 얼마나 한이 맺혔으면 숯검댕이 가슴이 궁에 와서도 치료가 되지 않았나 싶어요. 가여운 인현왕후입니다. 그런데 그녀에게 자신의 병세보다 심각한 비밀을 알게 되었지요. 세자의 비밀말이지요. 
인현왕후는 장희빈의 소생인 세자가 후사를 잇지 못하는 몸이라는 것을 알고는 깊은 슬픔에 수많은 시간을 고심합니다. 이는 정치적 당파싸움과는 별개의 문제였지요. 국본을 지키는 것, 이씨 조선의 종묘사직에 관한 문제이기에 동이와 연잉군에의 사랑과는 별개의 고민이었을 겁니다. 세자가 후사를 잇지 못하는 몸이라는 것을 알게 된 인현왕후가 장희빈을 찾아가, 세자가 자신의 아들이기도 하다는 말로 간곡하게 장희빈에게 사실을 밝히라고 하는 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내가 이리 하는 것은 자네가 아니라 세자때문이네. 이 사실이 다른 사람 손에 의해 밝혀질 때 세자가 받을 상처와 충격때문이야".
인현왕후는 중전이었어요. 중전이라는 자리는 한 나라 임금의 지어미라는 책임의 자리지요. 장희빈과 동이가 숙종에게 여인의 의미라면, 인현왕후의 중전이라는 자리는 국본을 이어야 하는 자리에요. 후사를 낳지 못했던 인현왕후, 그녀가 앉아있는 중전의 자리는 임금의 사랑을 갈구하는 자리이기에 앞서, 대를 이어야 하는 책임의 자리였어요. 마지막 인현왕후는 자신의 자리에서 해야 할 일을 하려고 합니다. 세자 윤에 대한 마음은 그래서 더욱 아픕니다. 세자가 알게 될 자신의 신체적문제로 상처받고, 자괴감에 빠질 것을 걱정하는 인현왕후입니다.
반면, 장희빈은 인현왕후의 그 마음을 읽지 못하지요. 중전의 자리가 책임의 자리라는 것을 배우지 못했고, 권세의 자리라는 의미가 컸던 장희빈이었기에, 세자의 모후라는 무게가 중요했던 인물이에요. 자신의 아들이 세자로서 보위에 올라 권력을 잡아야 한다는 탐욕만이 앞설 뿐이지요. 두 인물 모두 중전의 자리에 올랐지만, 두 사람에게는 너무나 달랐던 중전이라는 자리의 의미였던 것이지요. 
동이의 아들에 대한 사랑은 장희빈과 인현왕후와 그 성격이 또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인현왕후의 폭탄발언 '세자를 바꾸는 일'은 연잉군의 목숨과 직결되는 일이지요. 세자가 보위에 오르지 못할 경우, 연잉군이 아닌 새로운 후사로 대를 이어야 한다면, 그것은 연잉군의 죽음으로 연결되는 것이기 때문이에요. 세자에 오를 수 있는 나이에 찬 영특한 연잉군의 존재는, 따르는 무리에게는 끊임없이 재주를 들어 왕위계승자로서의 자격을 주장하게 할 것이고, 연잉군의 반대세력에게는 정통성을 들어 왕위 찬탈의 역모 후보 1순위에 있는 인물이기에 제거해야만 할 대상이 되는 것이지요. 인현왕후의 말처럼 그것이 정치이고, 궁궐인 게지요.

인현왕후의 세자는 명분과 책임에 있고, 장희빈의 세자는 자신의 아들을 보위에 올리려는 야욕과 권력장악에 있으며, 동이의 금에 대한 사랑은 보호입니다. 인현왕후가 동이를 불러 다짐을 받듯이 물었던 것은 살아남을 수 있겠느냐는 것이었지요. 후사를 이을 수 없는 세자의 비밀은 언젠가는 밝혀질 것이고, 국본을 잇는 의미보다는 자신의 아들을 왕위에 올리려는 야망이 더 큰 장희빈이라는 것을 알기에, 인현왕후는 미리 방패가 되려고 하는 것이지요. 장희빈이 동이와 금왕자를 더 무섭게 위협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인현왕후입니다. 인현왕후는 장희빈의 야망이라는 권력에 평생을 당해왔고 알아왔어요.
동이를 부른 인현왕후는 무서운 말을 합니다. 만약 세자가 보위에 오를 수 없는 상황이 된다면 어찌하겠느냐고요. 연잉군을 왕으로 세울 수 있겠느냐고 묻지요. 인현왕후가 자신의 죽음이 얼마남지 않았음을 직감하고, 동이와 금을 위해 하고 있는 일은 정통성을 주려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왕가에서 끊임없이 피바람이 있어 왔던 형제의 난, 반정 등은 정통성의 시비에서 비롯되었음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인현왕후입니다. 숙종 역시도 등극 당시 정통성의 시비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인물이었으니 말이지요. 숙종의 뿌리가 장자인 소현세자가 아닌, 봉림대군(효종)이었으니, 인현왕후는 이를 내다보고 있었던 것이지요. 후사를 잇지못한다는 이유만큼 왕실에서 세자자리를 바꿀 수 있을만큼의 큰 명분을 없을 것입니다. 

인현왕후가 장희빈에게 기회를 준 이유
인현왕후가 장희빈을 찾아간 이유는 세자도 내 아들이라는 왕실 어머니로서의 마음과 마지막 장희빈에 대한 연민과 애증이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평생을 대립해 온 장희빈이지만, 인현왕후는 얼마남지 않은 생을 직감하고 장희빈에게 기회를 주려했던 것이에요. 욕심과 뜻만으로 이루지 못하는 것이 있다는 것을 깨우쳐주고 싶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비록 숙종의 사랑을 받지 못했다 할지라도 인현왕후가 후사를 낳았다면, 세자자리에 대한 논란거리는 없었을 거예요. 후사를 이어주지 못한 중전이었기에, 장희빈에게 부질없는 야망을 심어준 이유가 되기도 했을테니까요.
누구보다 자식을 원했을 중전 인현왕후에게 자식복이 없었듯이, 궁궐 최고의 자리 중전과 아들을 왕위에 올리겠다고 달려왔을 장희빈이지만, 인력으로 되지 않는 것에 욕심을 버리라는 말을 하고 싶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인력으로 어찌할 수 없는 일, 그 욕심이 결국 세자와 장희빈에게 화가 될 것이라는 것을 진정으로 충고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훗날 보위에 오른 경종이 후사를 보지 못하는 왕이라는 자괴감은 누구보다 컸을 테고, 인현왕후는 중전의 마음, 왕실 어머니의 마음으로 장희빈에게 경고해 준 것이지요. 야망과 분노에 눈이 먼 장희빈에게 기름만을 쏟은 꼴이 되고, 결국 인현왕후의 죽음을 앞당기게 될 도화선이 되고 말았지만 말입니다. 결국 장희빈을 위한 마지막 선물이 인현왕후 자신의 죽음을 앞당기고, 장희빈의 파멸로 이어지게 되니, 인현왕후의 후덕함과 대조적으로 장희빈은 구제불능 패악녀로 남게 되나 봅니다.
어찌보면 인현왕후가 아들들을 지키려는 동이와 장희빈보다 더 힘든 결정의 순간에 있다고 보여집니다. 비록 아이를 한 번도 품어보지 못했지만, 세자 윤에 대한 연민 역시 컸을 인현왕후입니다. 그럼에도 종사를 이어야 하는 중전이라는 자리가 더 컸기에, 인현왕후는 연잉군에게 정통성이라는 명분을 주려고 합니다. 그것이 자신을 지켜준 동이에 대한 의리였고, 중전의 자리에서 그녀가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일이었을테니 말입니다. 그럼에도 세자를 생각해서 장희빈에게 사실을 밝힐 기회를 주는 인현왕후, 정치를 떠나 중전이라는 큰 자리에 가장 어울리는 그릇이었다는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재미있게 읽으셨다면 아래의 추천손가락 View On도 꾹 눌러주세요 ^^
추천은 로그인 없이도 가능합니다.
다음아이디가 있으신 분은 구독추가하기 을 누르시면 제 글을 편하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모든 사진은 인용을 목적으로 하였으며, 저작권은 해당 방송사 측에 있습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이 블로그를 한RSS에 추가하고 싶으시다면 클릭▶▶▶▶



Trackback 1 Comment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