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한 번 "신유경 아니면 안된다"는 마준이의 유경에 대한 감정이 나오기는 했지만, 여전히 마준이의 감정은 사랑보다는 서인숙에 대한 반항이 더 커보입니다. 이는 신유경 역시도 마찬가지지요. 서로의 아픔과 상처를 보듬어 주는 연민정도는 느끼지만, 서인숙과 한승재의 거센 반대에도 결혼을 강행해 버리는 마준과 신유경을 보면, 사랑해서 하는 결혼이 아니라, 상처를 준 사람에 대한 반항을 위한 결혼이라는 느낌이 강합니다.
축복받지 못한 마준과 유경의 슬픈 결혼식
신유경만큼이나 오락가락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타는 마준이는 용서를 하고 끌어안기에는 너무 멀리 가버린 나쁜 녀석이기에, 이젠 실오라기 같은 희망도 남겨 두고 싶지 않아요. 신유경과의 결혼이 서인숙에게서 속죄의 감정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라든지, 빈말이라도 탁구에게서 유경이를 빼앗은 죄책감에 탁구보다 백배 더 행복하게 해주겠다는 속마음이 어림 반푼어치만 있었더라도, 이런 생각은 들지 않았을 거예요. 팔찌는 서인숙의 죄를 깨우치기 위함도 아니었고, 결혼만을 위한 협박도구였으며, 친부인 한승재에게도 자신의 출생의 비밀은 두 사람만이 마음으로 느낄 수 있는 협박용이었습니다. 이것 역시 신유경과의 결혼강행을 위한 것이었고요.
신유경마저도 서인숙에게 받은 수모와 멸시에 대한 보복용 협박도구로 팔찌를 사용하는 것 같더군요. 어떻게 팔찌의 내막을 알았는지는 모르겠지만, "할머니가 돌아가시던 날 비가 많이 왔었다던데, 기억하냐"고 묻는 예고편을 보고는, 그나마 연민으로 서로를 보듬어줄 수 있기를 바랐던 마음이 무참히 깨져 버리더군요. 그러니 마준이와 유경의 결혼은 결과적으로 서인숙에 대한 반항과 분노용으로 전락한 비극일 수밖에 없어 보여요.
이제서야 마준이가 유경과 결혼한 진짜 이유가 마준이가 하고 싶은 복수때문이라는 생각과 연결되더군요. 물론 여기까지 오는 과정에서 마준이 진심으로 유경에게 끌리게 되었고, 유경이의 어린 시절 볼품없는 주정뱅이 친부로부터 폭행을 당했던 아픔도 보았고, 유경을 사랑(하고 있나?)하는 마음도 생기게 된 마준이지만요.
한승재에게도 마찬가지에요. 자신의 인생에 끼어들지 말라며 밀치면서도,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탁구에게 이기고 싶다고 손을 내밀다가, 또 유경의 문제에서는 출생의 비밀을 알고 있는 뉘앙스를 풍기면서 협박하고, 한마디로 개차반 구마준이에요. 유경에게 말했던 서인숙과 한승재에 대한 복수를, 유경의 짓밟힌 자존심을 빌미로 가담시키고 있다는 생각에 두 사람의 결혼을 답답한 마음으로 봐야 했네요.
"어무이 아들 탁구가 왔다"
마준이가 성당에서 조촐하게 결혼식을 올리고 있을 때, 유경의 결혼식에 가려던 탁구는 닥터윤으로부터 전화를 받지요. 14년만에 엄마가 살아있다는 것을 알게 된 탁구, 하지만 무슨 운명이 이리도 모진지, 엄마 미순과의 상봉은 이뤄지지 못하고 말았지요. 한승재의 명령을 받은 진구형님이 납치를 해버려서 말이지요. 병실 앞에서 탁구가 엄마의 이름을 보며 눈물을 글썽이던 장면이 인상적이었어요.
이름만 봐도 눈물이 그리운 엄마, 김미순, 김탁구의 엄마니까요. "어무이 아들 탁구가 왔다". 떨리는 손으로 문을 열고 들어간 병실은 텅 비어있습니다. 휘청, 여행을 다녀 오겠다는 메모 하나만 달랑 남겨두고, 겨우 5분이라는 짧은 시간사이에 엇갈려 버린 탁구입니다. 다리에 힘이 풀려 버리는 탁구, 그래도 탁구는 힘을 내 봅니다. 팔봉집에서 하루 자고 나오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지요.
비리의 검은손인 한승재가 가만 있을리가 없지요. 이번회 한승재에게 뻥뻥 구구절절 옳은 말만 날리는 탁구, 정말 캡짱이었어요. "대리인 자격으로 할 수 있는 일 중에 인사권도 있더라고요. 한실장님도 제뜻과 맞지 않으면 자를 수 있다는 뜻 아니겠습니까?". 부아가 치밀어 어쩔줄 몰라, "김탁구 너"하는 한승재에게 "너 아니고, 대표입니다!!!"라고 맞받아치는 탁구, 브라보입니다.
"갖지 못할 여자를 평생 바라보기만 하면서 살아갈 일은 없겠죠. 세상에 그런 불행보다 더한 불행이 어디 있겠어요. 안그래요? 아저씨(아버지). 신유경같은 아버지같은 사람도 자식의 행복을 위해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는데, 왜 우리 가족은 그런 걸 모르나 몰라". 아들에게서 "당신이 가장 불행한 사람이야, 신유경 아버지보다 못한 인간아" 라는 말을 듣는 한승재의 마음도 어지간히 착잡할 듯 싶습니다. 인간적으로 용서할 수 없는 극악무도한 죄인이기에, 아들의 결혼식을 지켜 보는 한승재에게 값싼 동정심을 베풀고 싶지는 않네요.
엄마의 행방을 찾아 온 청평, 한승재가 고용한 깡패들이 탁구를 막아서지요. 목이 터져라 "어무이 내가 왔다, 탁구가 왔다" 어무이를 불러보는 탁구입니다. 14년만에 들려오는 어무이의 목소리, 엄마가 탁구를 부릅니다. "탁구야!" 분명 어무이의 목소리가 맞습니다. 죽을 힘을 다해 뛰어가지만, 어무이는 차에 실려 또다시 14년전 마지막으로 엄마를 봤던 그 모습 그대로 탁구의 눈에서 멀어지고 말지요. ㅠㅠㅠ 이 장면에서 엄청 울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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