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9.10 10:36




제빵왕 김탁구의 힘은 탁구를 중심으로 한 사람들의 변화였습니다. 팔봉빵집의 제각각 인물들이 빵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유기적 인간관계로 변화하고, 그 변화는 새로운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탁구에게 집을 마련해 주었습니다. 그런데 팔봉빵집과는 비교도 되지 않은 어마어마한 거성가라는 집은 그야말로 전쟁통 폭격에 지붕이며, 기둥이며 산산히 부서져 가고 있는 모습입니다. 가족 아닌 사람들이 가족으로 거듭나고 있는 팔봉빵집과는 대조적이지요. 기형적인 출발이지만 정작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화합해야 할 집단은 비극적인 파멸만을 향해 곪은 상처를 드러내고 아파하다, 급기야는 꿰매기 힘들정도로 갈기갈기 그 곪은 상처가 터져버리고 맙니다. 마준의 생부에 대한 26년간의 비밀, 그리고 14년전의 비밀이라는 뇌관이 터지고 만게지요. 
터져버린 뇌관, 거성가의 비밀
누워있던 구일중이 섬뜩한 모습으로 서재안 한승재와 서인숙을 노려보는 모습을 보고는 심장이 멈출 정도로 놀랐습니다. 자경이가 구일중이 깨어났음을 알고 있었기에 자경이가 비밀을 듣게 되거나, 때마침 정원을 들어서고 있었던 마준이가 두 사람의 대화를 엿듣게 되지 않나 생각했었거든요. 물론 어릴 때부터 엿듣기 좋아하는 마준이도 이 광경을 모두 보고 말았지만 말입니다.
차라리 잘 되었습니다. 구일중이 이제서야 알게 된 것이 뒤늦은 감이 있지만, 거성가의 엄청난 비밀을 서인숙과 한승재, 그리고 구마준이 안고 가기에는 수습할 길이 없었을테니 말입니다. 막차를 탄 신유경도 비밀을 알게 되었는데, 지난 글에서 두 사람의 결혼이 파멸을 향한 복수결혼식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정말 마준이와 신유경의 정신상태가 딱 그것이더군요. 갈데까지 가보자는 신유경의 서인숙에 대한 협박은 솔직히 어떤 목적이었는지 모르겠어요. 서인숙의 비밀을 알았으니, 나한테 목 빳빳이 쳐들고 무시하지 말라는 경고성 협박인지, 신유경식의 짓밟힌 자존심에 대한 복수인지, 서인숙이 그토록 거들먹 거리던 위대한 집안 거성가를 서인숙이 뻑하면 하는 말처럼 '천박한' 신유경이 접수하겠다는 선전포고였는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신유경을 신혼 첫날부터 독수공방을 시키는 것을 보니, 이 추잡한 싸움이 끝난 후에 마음편하게 유경이 진흙탕에서 나오게 할 수 있게 하려는 작가의 배려라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열등감으로 똘똘 뭉친 마준이는 비정상적이고, 이기적인 사랑때문에 결국 유경이마저도 차지하지는 못하나 싶기도 하고요.
14년 그리움의 세월 끝, 탁구와 미순의 상봉
기대되었던 탁구과 미순의 14년만의 상봉은 감동은 컸지만, 깡패들한테 둘러싸여 탁구가 너무 매를 많이 맞아서, 그 순간적인 감동이 줄어들었다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부모자식간의 인지상정만은 지켜주는 깡패아저씨들마저도 인간미는 있더군요. 엄마와 아들을 인력으로 떼 낸 한승재같은 놈은, 주먹이나 쓰고 남 등이나 쳐먹는 깡패만도 못한 깡패 중에 최고 악질깡패입니다.
"내가 얼마나 더 맞으면 비켜줄래. 자그마치 14년이야. 열두살에 떨어져서 찾았던 어머니라고. 죽었는지 살았는지 생사도 몰랐던 어머니, 우리 엄마 얼굴 좀 보게 해줘". 죽어라고 맞으면서도 한 대도 때리지 않았던 탁구, 탁구는 이번회 때렸던 깡패에게 예전에도 그랬어요. 마준이와 묶었던 끈을 풀고, 마준이에게는 절대 나오지 말라면서 맞아줬어요. 빵만드는 손으로 사람을 때릴 수는 없다면서 말이지요. 제 기억이 맞다면 그때 그 깡패가 쬐금 착해졌더라고요. 아무리 주먹으로 먹고 사는 깡패지만, 부모자식간의 인지상정이 뭔지는 안다고 한승재에게 한 방 먹여버린 모습도 통쾌했고 말이지요.
탁구와 미순은 14년만에 서로 얼굴을 확인합니다. 탁구의 눈에 엄마는 그대로에요. 곱고 강하고 탁구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버릴 준비가 되어있는 그런 어무이 모습 그대로였어요. 어른으로 훌쩍 커버린 탁구, 내새끼 탁구가 맞는지 미순은 미순의 손에 남아있던 탁구의 얼굴을 그려봅니다. 눈매며 입이며, 오똑 선 콧날까지 내새끼 탁구가 맞습니다. 반듯하고 착하게 자라준 탁구, 고맙고 또 고마운 미순입니다. 험한 세상에서도 이리도 반듯하게 커주다니, 이렇게 자라기까지 크는 과정을 보지못한 잃어버린 14년의 세월이 안타깝고 원망스러울 뿐입니다. 그래도 너무나 다행이에요. 미순의 흐려져 가는 눈에 탁구와 똘망똘망 귀여운 처자, 또다른 미순이 옥떨메의 모습을 새길 수 있으니까 말이지요. 
탁구와 미순은 14년만에 처음으로 달고 편한 잠을 잤지요. 엄마와 아들이 자는 모습을 보니, 불행 끝 행복 시작이 될 듯싶어서 마음이 넉넉해지기도 했습니다. 물론 마지막 고비, 청산공장을 살리고 탁구가 당당하게 거성 구일중의 대리인 자격을 인정받는 일이 남았지만요. 이번회 자경을 보니 자경이도 탁구를 동생으로 받아들이게 되는 것 같더군요. 제 개인적인 거성가의 그림은 자경이가 전문경영인으로서 거성의 실무를 맡고, 탁구는 엄마랑 양미순이랑 청산에 내려가서 거성의 빵을 만들었으면 하는 생각도 들었네요. 탁구에게는 작지만 인간적인 냄새가 넘쳐나는 팔봉빵집이 더 어울릴 것 같아서 고민도 되지만요. 

한승재의 똘마니 깡패에게 미행당하고 있는 조진구가 구일중의 밀명을 완수하기 위해 가장 위험한 일을 남겨두고 있는데요, 구일중이 말한 자료를 찾을 때까지는 조심하라는 말을 하는 것으로 보아, 가장 위험한 일이 마지막회를 두고 터질 듯합니다. 이사회와 관련해서 한승재의 치부를 입증할 결정적인 자료가 될 듯한데, 이번회 엔딩장면에서의 구일중에게 드리워진 불행의 그림자때문에 마음이 놓이지 않습니다.
구일중이 한승재와 서인숙을 향해, "내 어머니가 돌아가실 때 두 사람이 어디에 있었나? 절대로 두 사람 용서할 수 없어"라고, 눈을 부릅뜨는 장면이 순간 홍여사가 쓰러지던 그날의 모습과 오버랩이 돼버렸습니다. 그때 홍여사도 구일중의 그 모습, 비슷한 대사를 하며 쓰러졌던 것이 생각나서 말이지요. 유행은 돌고 역사는 반복한다는 말도 있는데, 참으로 마준이의 되풀이되는 목격 역시도 어쩌면 그렇게 14년전과 똑같은 모습인지, 마치 지난회 납치되는 미순의 차를 뒤쫓던 탁구의 모습처럼 말입니다. 14년전 듣지 말아야 할 진실, 보지 말아야 할 광경을 목도하고, 이리도 뒤틀린 아이로 자라게 했는데, 14년전과 똑같이 홍여사의 자리에 구일중이 서있는 모습만으로 바뀌었을 뿐입니다. 

구마준, 소름끼친 악마의 얼굴
이번회를 보면서 제 눈에는 마준이가 유독 눈에 밟히도록 무섭고 아프게 들어왔습니다. 신유경에게 귓속말로 전하는 팔찌의 비밀, 자신의 출생의 비밀까지도 고백을 했는지까지는 모르겠지만, 악마의 모습이 따로 없을 정도로 섬뜩하고 무섭더군요. 싸이코패스를 보는 듯한 착각까지 들었어요. 속된 말로 실실 쪼갠다는 말이 있는데, 그런 표정의 미소를 지어가며, 거성가의 무서운 비밀을 말하는 구마준, 그 순간만은 악마의 모습이었습니다. 표정연기와 섬뜩하면서도 비열한 듯한 눈빛연기가 빛을 발했고, 일취월장한 주원의 표정연기가 인상적으로 와닿았습니다.
한승재와 서인숙이 14년전 그날밤일을 이야기하는 것을 들은 구일중,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구마준, 마지막 엔딩장면은 여러가지 복선들을 암시하고 있는데요, 구일중이 홍여사가 쓰러졌던 그날 밤처럼, 쓰러질 가능성이 커보입니다. 구일중은 뇌출혈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모습이었고, 여전히 손떨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었기에 안심하기는 이른 상태지요.
그럼, 구일중이 쓰러지면 한승재와 서인숙은 어떤 행동을 취할까? 제 생각은 한승재가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들쳐업고 구일중의 침대에 눕혀둘 것 같네요. 중요한 것은 이 광경을 목격한 마준이의 선택이겠지요. 14년전 그날처럼 식구들이 알게 신호를 줄 것인지, 아니면 아버지에게 살려줄 테니 비밀을 묻고 가라고, 홍여사에게 했던 것처럼 거래(?)를 하게 될지도 모르지요.
한승재의 말이 목에 가시처럼 와닿았는데, "12살 어린나이에 그런 비밀을 지금까지 간직하고 있을 수가 없어요" 라는 말이었어요. 한승재같은 나쁜 사람의 마음에도 마준이처럼 병적으로 독한 애가 있을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나 싶어서 피식 웃음이 나오더군요. 누구의 피라고 말이지요. 악랄한 서인숙과 한승재 자신의 핏줄인데, 청출어람이라고 더한 악질이 나왔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그래서 마준이가 더 무서워졌는지도 모르겠어요. 할머니가 쓰러졌던 날에는 적어도 집에 여러가지 방법으로 알리는 시도는 했는데, 큰 악마로 변해버린 지금의 마준이 상태로는 눈 질끔 감아버릴 수도 있을 것 같아서 말입니다. 팔봉빵집에 불을 지르고 탁구에게 설빙초를 먹이려 했던 마준이라면, 구일중의 죽음이야 말로 모든 것을 독차지할 마지막 기회가 될테니까요.

제가 가장 궁금한 것은 마준이에 대한 작가의 생각인데요, 마준이를 끝까지 악마로 그려갈지, 기회를 줄 지에 대한 것입니다. 마준이는 자신에게 더러운 피를 물려준 생물학적 부모 서인숙과 한승재를 파멸시키겠다는 목적은 성공한 듯 보입니다. 그래도 부모라고 제 입으로는 하지 못하고, 신유경을 이용해서 말이지요. 신유경의 팔찌에 대한 언급으로 서인숙과 한승재의 서재에서의 밀담이 있었고, 두 사람의 대화를 구일중이 다 듣게 돼버렸으니 말입니다. 구일중이 알게 하는 것까지 마준이가 짠 시나리오였는지는 모르겠지만, 구일중이 알게 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면, 마준이의 복수시나리오에 차질이 빚어진 것이겠지요. 이제 갈림길에서의 마준이의 선택만이 남았네요.
신유경과 구마준, 행복을 찾을 수 있을까?
그럼에도 마준이에게 실낱같은 양심 한가닥은 기대를 걸게 합니다. 바로 유경이때문이에요. 마준이는 신혼 첫날부터 다른 여자와 놀아나는, 에고 이를 어떤 말로 표현해야 할 지, 정말 삐리리리리야 라고 욕을 해주고 싶은 행동을 했었지요. 거성가의 며느리가 되겠다는 신유경의 목표는 이뤄지게 해줬으니, 지금부터는 자기 차례라며 팔찌의 비밀을 말했지요. 마준이는 자신을 상처투성이로 자라게 한 더러운 피를 준 서인숙과 한승재에 대한 증오심으로 가득찬 녀석입니다. 
연거푸 외박한 마준이를 찾아가 신유경은 갈데까지 가보겠다고 합니다. 탁구를 좋아하는 이유는 착한 사람이 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라며, 그런 탁구가 아닌 마준이를 선택한 이유는 탁구에게 자신의 뒤틀린 마음을 들키기 싫어서 였다고 말하지요. 그리고 한마디 덧붙였지요.
"잠깐이었지만 결혼을 하겠다고 마음먹은 순간, 너와의 행복을 꿈꿨다"고요, 진심일 지도 모른다는 착각을 했다고 말이지요. 순간 마준이의 눈빛이 흔들리는 것이 느껴지더군요. 그날밤 클럽에서 마준이 결혼반지를 만지작거리면서, 유경과 마준 자신을 위한 소박한 행복을 위한 돌파구를 찾으려는 생각을 하는 것 같아 보이기도 했습니다. 마준이가 그날 밤 집으로 들어 온 것도, 유경이 말한 행복한 꿈을 잡아보고 싶었기 때문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마음이라면, 마준이가 쓰러진(만약 쓰러진다면) 구일중을 살리려고 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마준이를 위한 마지막 구원의 동아줄이 구일중이 아닐까 싶거든요. 부디 구원의 동아줄을 마준이가 꼭 잡아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마준이에 대해서는 정말 나쁜녀석이라 한치의 용서도 해주고 싶은 마음이 없는데, 저도 아이를 키우는 부모이다 보니, 구만리같은 인생을 살아내야 하는 마준이가 한편으로는 마음이 쓰이네요. 한승재와 서인숙은 법대로, 그리고 저지른 악행대로 처벌을 받더라도 말이지요.
제가 예전글에서도 구일중이 마준이를 끝까지 품을 것이라는 말을 하면서, 제가 예상하는 장면이라며 이런 내용을 썼었어요.
<한승재는 구일중에 홍여사가 죽던날 밤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 왜 쓰러지게 되었는지를 이야기하지요. 그리고 마준이가 서인숙과 자신 사이에 낳은 아들이라는 것까지도 제입으로 발설을 하고요. 그 때 구일중이 죽일듯이 한승재를 보며 일갈을 날립니다. "그 입닥쳐, 마준이는 나 구일중의 아들이야, 마준이가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죽여 버리겠어" 이런 식으로 말이지요. 밖에서 듣고 있던 마준이는 그제서야, 구일중이 자신이 한승재의 아들임을 알면서도 아들로 품어왔다는 것을 알게되고, 폭풍감동의 눈물을 흘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마준이의 마음에 있던 분노와 욕심을 벗어 버리고, 새 사람으로 거듭나는 거죠. 구일중의 진짜 아들로, 탁구의 동생으로 말이지요>라는 내용이었어요. 
마준이의 참회의 눈물이야말로 유일하게 마준이를 용서할 수 있는 길인데, 이런 식으로 전개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예전부터 이런 생각을 쭉 해오고 있었답니다. 여하튼 구일중이 쓰러지게 된다면, 마준이가 꼭 살려 주었으면 좋겠네요.
신유경의 앞날에 대해서는 저는 과감하게 떠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유경이가 상자에 던져넣어 버린 행운의 모자가 그 복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거성가의 추잡한 싸움이 끝나고, 유경은 화려한 옷과 보석을 던져버리고, 처음 그 모습처럼 헐렁한 티셔츠에 진바지 하나 걸쳐입고, 행운의 모자를 쓰고 거성가를 나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진짜 신유경의 행복을 찾아서 말입니다.  
이제 2회만을 남겨둔 제빵왕 김탁구, 그 결말이 어떻게 날 지 일주일이 길게 느껴질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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