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9.12 07:44




무한도전 WM7의 대미를 장식할 3경기를 앞두고 갑작스럽게 구토증세를 보이던 정형돈때문에 가슴 졸여야 했던 30여분, 경기종료를 알리는 신호와 함께 겨우 긴장되었던 마음을 진정시킬 수 있었습니다. 경기가 끝나고 그 자리에서 부둥켜 안고 일어설 줄 몰랐던 유재석과 정형돈의 모습이 WM7 프로레슬링 경기 장면 중 최고의 감동장면이었던 것 같습니다. 부둥켜 안은 두 사람과 무도 멤버들, 그리고 손스타와 김태호 피디를 비롯한 제작진의 마음은 하나였을 겁니다.
'고맙다!'. 다치지 않은 것에 고맙고, 큰 사고없이 경기를 끝낸 것에 고맙고, 1년간의 땀과 고통을 참아 주었던 것에 고맙고, 그리고 무엇보다 든든하게 의지하고 서로 믿어 주었던 것에 고마운 그들이었습니다.

정준하와 정형돈, 유재석과 손스타의 팀매치는 화려한 기술과 볼거리, 그리고 위험천만해 보이는 고난도 기술도 있었지만, 관객들과 시청자들의 눈은 그들이 보여주는 레슬링을 보고 있지 않았습니다. 누구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았던 1년간의 긴 시간, 화려한 레슬링쇼 그 이면에 숨어 있었던 고통과 아픔, 두려움을 극복해 온 과정, 그리고 과감히 몸을 던져주고 받아주는 동료에 대한 믿음이 만들어 내는 감동만을 보고 있었습니다. 
아마추어들로서 시도하기에 무리였던 고난도 기술은 관객들과 시청자들을 위한 화려한 쇼였지만, 그 화려한 쇼 뒤에 숨겨져 있던 참아내기 힘들었던 신체적 고통, 두려움과의 싸움, 도전에 대한 열정은 쇼가 아니었습니다. 리얼이었지요. 우리가 보고 있었던 것은 그 리얼이었습니다.
프로레슬링을 보며, 레슬러들이 링위에서 고통스러워 하는 모습마저 한때는 다 보여주기 위한 쇼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시청자들과 관객들에게 실감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연극이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무한도전을 보며 그런 무식했던 생각이 싹 지워졌습니다. 유재석의 2단 로프, 손스타의 드라이버 등의 기술을 받아내는 형돈의 고통스러운 표정은 모두가 리얼이었습니다. 크로스라인 기술을 받고 링위에 떨어진 유재석의 고통, 유재석과 손스타의 더블 수플렉스에 나가 떨어지며 정준하의 몸에 가해지는 아픔은, 그가 허리통증을 겪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더 아프게 다가왔습니다. 정준하, 유재석, 정형돈, 손스타의 일그러진 얼굴은 표정연기가 아닌 진짜였습니다. 
마지막 카운트를 앞두고 대개의 프로레슬링 경기에서 보이듯 빠져나와, 회심의 반격을 가하고 지어주는 표정들은 연기가 90%였겠지요. 정준하가 매일 밤 프로레슬러들의 표정을 보면서 표정까지 연구하고, 재현하려는 노력을 해왔다는 기사를 읽었는데, 멤버들이 프로레슬러의 표정 하나하나까지도 공부했다는 것이, 비록 아마추어로 부족한 그들이었지만, 작은 것 하나까지도 최선을 다해 보여주고 싶은 마음을 읽었습니다.
고난이의 기술과 파워때문에 프로레슬러의 고통은 더 심할 거라는 생각도 들더군요. 무한도전 멤버들이 이번 WM7을 통해 성공적으로 보여 준 것 중 하나를 꼽으라면, 경기내용은 각본일지라도, 고통은 리얼이라는 인식의 변화를 꼽고 싶습니다. 그래서 오래동안 훈련해 온 프로가 아닌 무한도전 멤버들에게 더이상 이런 위험한 도전은 그만했으면 하는 바람이 크고 말이지요.
경기를 마치고 소감을 말하는 멤버들이 하나같이 "아" 소리로 시작하더군요. 힘든 시간을 버티며 링위에 오르기까지 1년의 과정, 그 모든 것을 링위에 쏟아내었던 그 심정을 말로 어떻게 표현하겠어요. 그저 가슴 벅차고, 감개무량한 탄식같기도 한 "아!"라는 소리에 모두 압축되어 있었지요. 구구절절 긴 말보다 "아" 라는 짧은 음절하나로 수많은 이야기를 전달받은 것은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었습니다. 이럴때 '깊은 감동'이라는 말이 적절할 듯 싶네요.
마지막 하이라이트, 유재석의 3단로프로 경기의 막을 내리게 되는 시간, 유재석과 손스타의 더블 크로스라인을 맞고 링위에 누워있는 정형돈, 로프 위에 올라 서서 환호하는 수천의 관객들과 눈빛을 교환하는 유재석에게 그 절정의 순간은 평생의 가슴 벅찬 감동으로 기억하게 될 듯 싶더군요. 카운트 다운이 끝나고 그대로 부둥켜 안아버린 유재석과 정형돈의 눈에도, 손스타와 하하의 눈에도 대기실에서 지켜보는 멤버들의 눈에도 눈물이 흘렀습니다. 시청자의 눈에도 눈물만이 흘러 내렸습니다. 
그렇게 모든 경기를 끝내고 서로가 감사와 격려의 포옹을 하는 짧은 시간, 힘겹게 서있던 정형돈이 다리에 힘이 풀려 풀썩 쓰러지는데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경기장에 입장하기 전에 너무 긴장한 나머지 구토까지 해 가며 투혼을 보여 준 정형돈이, 경기가 끝나고 동료들과 부둥켜 안고 있다가 다리가 휘청 하며 쓰러지는 장면이 잡혔는데, 너무 가슴아프고 뭉클했습니다. 
모든 체력이 바닥난 정형돈, 그를 일으켜 세운 것은 동료들의 응원과 관객들의 응원, 그리고 마지막까지 안간힘으로 버티고자 했던 정형돈의 정신력이었습니다. 동료들의 부축, 4천 관객의 응원, 아니 경기장 밖의 수천만의 시청자들의 응원과 격려는 정형돈을 다시 일어서게 했습니다. 수많은 고난과 역경을 받으며 지켜 온 무한도전이 갖는 특별한 의미처럼 말입니다. 
그래도 아무리 방송이지만, 풀석 쓰러지는 정형돈을 보니 두번 다시 이런 모습을 보고 싶지는 않습니다. 방송도, 시청자와의 약속도, 도전이라는 의미도 좋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몸이 아닐까 싶어서 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멤버들도 물론 육체의 한계를 극복해 가며 최선을 다했지만, 정준하와 정형돈의 투혼은 정말 아낌없이 박수를 쳐주고 싶습니다.
승자도 패자도 없는 모두가 챔피언, 그들은 무한도전이었습니다. 경기의 내용에서는 유재석과 손스타가 승자였지만, 동료들은 링거투혼을 한 정준하에게, 그리고 구토투혼을 한 정형돈에게 돌아가며 벨트를 채워 주었지요. 동료들이 전하는 사랑과 우정이었고, 힘든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한 동료에게 보내는 갈채였습니다. 정형돈이 경기소감을 한 말이 인상적이었어요. "저희의 경기가 최고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최선을 다해서 선보였습니다". 
네, 맞아요. 그들의 경기는 최고가 아니었습니다. 최선을 다한 무한도전이라는 특별한 이름을 가진 당신들, 경기는 최고가 아니었어도, 당신들은 최고였습니다. 
무한도전을 1회부터 시청해 오면서 이번 프로레슬링처럼 마음도 아프고, 걱정도 많았던 프로젝트는 없었습니다. 물론 의미가 없어서는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어느 프로젝트보다 무한도전의 기본인 도전정신을 가장 잘 보여 준 전무후무한 최고의 도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시죠? 무슨 말을 하고 싶어하는지를요. 제발 앞으로는 이렇게 몸 다치는 도전은 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그저 큰 부상없이 무사히 치뤄진 것에 감사하고 다행이지만, 가슴 졸여가며 지켜보는 도전은 멤버들을 위해서나 시청자들을 위해서나 그만 했으면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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