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9.20 09:34




여름내내 합창이라 의미를 찾기 위해, 하나의 소리를 찾기 위해 달려왔던 남자의 자격 합창단이 드디어 거제예술문화회관 무대에 섰습니다. 장려상 수상이라는 대회 결과를 알고 있지만, 남자의 자격, 하모니는 대회 결과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었기에, 결과보다 과정에서의 에피소드들이 한편의 영화처럼 충분히 감동적이었습니다. 처음으로 서 보는 본선무대에서의 리허설, 6시간동안 차를 타고 이동했기에, 피곤이 역력해 보였지만, 실제로 서게 될 무대를 본 합창단원들은 흥분과 긴장감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합창단원의 흥분과 긴장은 본선무대에서의 리허설에서도 여실히 드러내고 말았지요. 목소리에 힘이 실리지 못하고, 하모니에 균열이 가서 박칼린 선생의 얼굴이 침울해 보이기도 했지만, 서로를 믿는 마음으로 다시 화이팅의 열정을 불사르는 합창단이었습니다.
숙소에서 각 파트별로 마지막 연습에 돌입하는 합창단들, 그 과정에서의 소소한 재미는 오히려 긴장감을 해소해 주고, 방송의 재미도 살렸습니다. 메인솔로의 전쟁이라고 표현할 만큼,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왔던 선우과 배다해의 격없는 모습은 '합창에는 라이벌도 최고도 없다. 오직 함께 하는 소리만이 있다'는 것을 보여 준 예쁜 모습이었어요.
특히 큰 웃음을 선사한 방아깨비 윤석과 할마에의 몸치 배틀은 극복할 수 없는 마의 장벽이지만, 열심히 해도 안되는 몸치의 향연에 오히려 웃음으로 화답하는 단원들입니다. 거제로 향하는 버스에서도, 숙소에서도 멈추지 않은 연습, 그 과정에서의 웃음과 감동을 맛깔나게 버무려 준 편집의 힘이 느껴졌던 방송이었습니다.
방송을 보다 저도 모르게 박수가 터져 나왔어요. 지난주 처음으로 박칼린 선생이 미션이 완료되었다고 칭찬했던 그 하나된 소리가, 리허설에서 무너져 버렸기에 우려가 되었는데, 포기하지 않고 찾아 가더군요. 이미 너무 많은 사람들이 주시하고 있기에, "각자 책임지라"는 박칼린 선생의 말때문만은 아니었을 겁니다.
숙소에서도 계속 이어지는 연습, 합창단은 이미 알고 있었어요. 여기까지 오기까지 합창이라는 의미를 배우고, 그 아름다운 어우러짐을 배웠지만, 박칼린 선생이 "여러분의 미션은 이미 완수했다고"했던 그 때의 넬라 판타지아의 기억이 한밤중까지 연습을 포기하지 못하게 했을 것 같더군요. 시청자의 귀에도 완벽한 어우러짐의  하모니가 들렸듯이, 누구보다 그 순간의 짜릿함을 기억했을 합창단원들이지요. 
파트별 연습과정에서 할마에와 경규옹, 이윤석의 교정불가한 율동 실수들이 소소한 재미도 주었지만, 무엇보다 제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합창단원들 개개인의 눈빛이었어요. 피곤함에도 처음으로 하모니를 이루었던 그 기억을 찾아가는 눈빛만큼은 너무 진지했습니다. 
마지막이라는 단어가 주는 서운함에 합창단원들은 벌써부터 이별을 준비하는 사람들처럼, 마음은 서운함으로 가득차 있었지요. 파트별로 문제점을 집중 연습해 보는 시간, 합창단의 최대 구멍 할마에의 틀리는 율동과 윤석의 뻣뻣 율동은 카메라가 클로즈업할 때마다 눈에 띄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로 보여지지 않더군요. 그들의 소리를 듣느라고, 율동이 틀려도 반박자 느린 율동을 했어도, 할마에 김태원이 주먹대신 죽어라고 V를 내더라도 보이지 않았어요. 왜냐면 그들의 소리가 먼저 들렸고, 소리 그 하모니에만 온통 제 눈과 귀가 집중되고 있었거든요. 
박수를 쳤던 순간은 마지막으로 숙소에서 그들이 하나의 소리를 찾았을 때였어요. 파트별 연습이 끝나고 함께 최종 연습을 해보자며 모인 합창단원, 마지막 연습이기에, 감회도 남달랐을 것 같더군요. 마지막 연습에는 박칼린 선생도 최재림 선생도 없었지요. 그럼에도 그들의 눈은 마치 박칼린 선생이 앞에 있는 듯, 박칼린 선생의 자리를 향하고 있었고, 그 강한 떨림을 느꼈던 소리를 찾아가기 시작했습니다.
메인 솔로 선우가 꿈꾸는 이상향을 향해 앞에서 깃발을 들고 나가고, 그 뒤를 이어 배다해의 아름다운 음색이 얹히면서, 우리에게 함께 가자고 손짓하는 것 같았습니다. 넬라 판타지아, 그들은 그들만의 넬라 판타지아 소리를 찾았고, 성공했습니다. 자석처럼 끌려가는 듯한 기분, 알토가 손을 잡아 끌고, 테너와 베이스의 힘찬 소리가 뒤에서 밀어주는 그런 느낌이 제 속에서도 느껴지더군요.
지휘자없이 그들만으로 완성한 넬라 판타지아가 끝났을 때, 저도 모르게 박수를 쳤습니다, 이런 느낌인가 봅니다. 합창이라는 힘찬 울림이 주는 감동이 말이지요. 학창시절 합창단원에서 활동한 적이 있었지만, 그때는 노래만 했지, 그 곡에 어떤 마음을 실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솔직히 다 이해를 하지 못하고, 기계적으로 불렀었다는 뒤늦은 깨달음이 오더군요. 남자의 자격을 통해 배운 합창이라는 것이 무엇이라는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도 막연히 들었고 말이지요. 
"느껴지세요?" 라는 자막이 뜨자, 대답했습니다. "네!" 라고요.  마지막 연습이 끝나자, 경규옹이 아쉬운 듯 한 번 더 하자고 하더군요. 왜 이경규가 또 연습을 하자고 했었는지 그 마음이 충분히 와 닿더라고요. 경규옹도 그들이 찾은 하모니의 울림이 너무나 가슴 벅차게 느껴졌기 때문이었겠지요. 사실 경규옹은 노래도 잘 못하고, 박치인데다 몸치 구멍임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경규옹도 여기까지 오면서 하모니가 무엇이라는 것은 알게 된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 느낌이 너무 좋아서, 몇번이고 그 느낌을 느끼고 싶어서, 연습을 더 하자고 했을 것 같더군요. 마지막 연습이 끝나고 합창단원들 눈에 눈물이 흘렀듯이, 그들만의 미션 완수를 지켜보는 시청자의 눈에도 주체할 수 없이 눈물이 흐르더라고요.
대회가 끝나고 박칼린 선생도 얼굴이 상기되어 눈물을 보이고 말더군요. 모두가 함께였기에 가능했던 일, 직업도 성격도 다른 사람들, 너무도 개성이 강했던 32명의 합창단원, 그래서 더 어려웠을 합창이라는 하모니, 그들이 가진 것은 모두가 노래를 좋아한다는 것, 합창이라는 못다 이룬 꿈에 대한 막연한 동경밖에는 없었어요. 선우와 배다해, 고중석씨, 조용훈씨 같은 좋은 음색을 가진 단원도 있었지만, 남자의 자격 멤버들은 물론이거니와, 체계적으로 성악을 배운 단원들은 거의 없없지요.
열정하나로, 꿈에 대한 동경하나로 달려온 그들의 긴 여정, 그 과정에는 오디션에서의 떨림도 있었고, 악보도 읽지 못했던 까막눈, 가사를 읽는 것조차 어려웠던 이태리어, 무엇보다 다른 사람의 목소리와의 어울림을 위해 거친 목소리를 깎아내야 하는 개개인들의 보이지 않았던 노력들이 있었지요.
깐깐한 박칼린 선생의 호된 질책도 있었고, 숨소리 하나까지 듣는 매서운 귀가 있었고, 시선과 생각까지 잡아내는 날카로운 눈이 있었지요. 그리고 매번 잊지않았던 박칼린 선생의 가장 따뜻한 가르침과 응원의 메시지 "사랑합니다"가 있었습니다.
그 모든 과정을 거쳐 온 합창단원은 처음으로 다른 사람들의 노래를 들으며 눈물을 보이고 말았지요. 60세 이상으로만 구성된 한사랑 실버합창단이 무대에 오르고, 잔잔하고 순수한 화음이 거제문화회관을 꽉 메울때, 하나둘 남자의 자격 합창단원의 눈에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지요. 그들은 알았기 때문에요. 무대에 서기까지 얼마나 많이 노래를 불렀고, 무엇때문에 이 무대에 서게 되었는지 말이지요. 
남자의 자격 합창단뿐만 아니라, 시청자의 눈에도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흘렀습니다. 한사랑 실버합창단의 무대를 보는 합창단원들의 마음처럼, 시청자들에게도 같은 감동이 전해졌을 것 같아요. 스물 일곱분의 할머니들과 한분의 할아버지로 이루어진 실버합창단의 무대를 보며, 이유 모를 눈물이 흐르고, 가슴께가 꽉 막혀오는 듯한 전해지는 감동, 그것은 한 곡을 완성해 왔던 무수한 시간들에 대한 이해와 과정에 대한 공감과 찬사, 그리고 어르신들의 열정에 대한 감사와 존경의 의미였습니다. 남격 합창단원이 흘린 눈물과 시청자의 눈물은 실버합창단에게 보내는 소리없는 박수였습니다. 
실력이라는 것, 평가라는 부분에서 자유로울 수 없지만, 우리는 압니다. 합창이 실력과 평가 그 이상의 것을 담고 있다는 것을 말이지요. 함께 만들어 가는 작은 기적, 그 기적에는 나이도 성별도 실력도 고운 음색도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남자의 자격 멤버들의 음치 박치 몸치였던 것만큼이나 말이지요. 60세가 넘는 고령들임이도 노래를 즐기는 어르신들의 합창은, 자리에 모인 모든 이들에게 뭉클한 감동을 주었습니다. 실버합창단의 노래가 끝나고 합창단원들이 전원 기립박수를 보냈지요.
합창단의 노래를 들으면서 이렇게 감동을 받고 운 것은 아마 남자의 자격 합창단이나 시청자나 처음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남자의 자격 합창단이나 시청자나 알게 되었기 때문일 겁니다. 하모니라는 아름다운 어우러짐을 완성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반복연습, 그리고 즐기는 마음이 없으면 불가능하다는 것을 말이지요.     
마지막 한편만을 남겨두고 있는 남자의 자격 하모니, 다음주에는 무대에 선 남자의 자격 합창단의 모습을 볼 수 있겠네요. 남자의 자격 합창단 뿐만 아니라, 함께 참가한 다른 합창단의 합창을 감상하는 것도 매 순간 순간이 감동이 될 것 같습니다. 그분들도 남자의 자격 합창단이 거쳐온 과정을 겪어왔고, 또 계속할 것임을 알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마음으로는 흐뭇하고 즐거워집니다.
박칼린선생이 그랬지요. 합창이란 모두가 즐기는 것이다, 모두 즐기는 마음으로 노래를 하라고요. 이번주에는 두 팀의 노래만을 들었지만, 다음 주는 더 많은 팀의 합창을 들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음주에는 저도 귀와 마음을 열고 정말로 합창을 즐겨볼까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녕을 고하는 박칼린선생의 눈물에 벌써부터 마음이 허전하고 서운해지네요. 석 달 가까이인가요? 남자의 자격을 통해 박칼린 선생을 만났다는 것, 시청자 중 한 사람으로서 많이 배웠고, 또 많이 행복했던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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