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9.21 11:33




지금까지 숱한 사극, 물론 로맨스 사극도 있었고, 역사사극도 있었고, 궁중사극도 많이 봐왔습니다. 사극을 좋아하는 개인적인 취향때문이기도 하지만, 역사에 대한 재해석이 늘 궁금했고, 우리가 알지 못했던 역사속의 야사들을 설에 근거했거나, 창조에 의한 것이었거나, 드라마를 통해 보는 것은 책보다 흥미로운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번 동이 53화를 보면서, 역대 최고의 픽션사극으로 결코 기억으로 남겨 두어서는 안되는 것이 동이임을 재확인했습니다.
기록에 몇줄 안되는 숙빈최씨라는 인물을 드라마에서 천재동이, 착한동이, 숙종의 최고의 연인으로 그리기 위해 작가와 제작진이 사건들을 만들어 왔지요. 물론 그 과정에서 재미있었던 설정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이 허구였고, 무리수 설정 또한 많았습니다. 장희빈의 죽음마저 동이와 연잉군을 죽이려는 설정을 만드는 억지에 인내심이 무너지는군요.
제작진은 장희빈을 사약을 받게 한 사건 '무고의 옥' 증거물을 착한 동이 만들기를 위해 덮으려고 했으니, 그보다 강한 한방이 필요했겠지요. 때문에 역사와는 심하게 비껴가는 자충수를 두었습니다. 숙빈최씨가 그렇게 대단한 인물이었다면, 역사에 단 몇줄로 기록되지는 않았을텐데, 억지가 심해도 너무 심하네요. 역사속의 숙빈최씨는 결코 드라마 속에서 그려지고 있는 동이와 같지 않다는 것을 알아야 할텐데, 드라마의 이미지가 덧씌워질까봐 심히 우려되는 부분입니다. 또한 경종의 정치적 기반인 소론이 장희빈에게 등을 돌리는 모습은, 모든 것을 잃어가는 장희빈을 그리기 위함이었지만 사실과는 전혀 다릅니다. 드라마는 드라마일뿐이다라는 것을 시청자들이나, 제작진도 알고 있겠지만, 역사를 공부했던 사람으로 걱정 또한 드는게 사실입니다. 

이 드라마의 재미는 깨방정 숙종과 달달한 연애를 하는 탐정동이까지 였습니다. 애엄마가 된 동이는 성인군자도 모자라, 절대선으로 신의 경지에 다다른 인물로 만들어 가기 시작했지요. 연잉군과 세자의 형제애와 동이의 어머니의 심성을 만들기 위해, 열네살 세자를 고자를 만드는 것도 모자라, 장희빈까지 품는 무리수를 두고, 이제는 장희빈이 보낸 자객에 의해 비명횡사할 뻔한 일까지 만들었습니다. 작가의 상상력에는 박수를 보내지만, 역사적 사실을 떠나 개연성이라고는 눈을 씻고 봐도 찾아 볼 수 없는 무리수에는 무한도전 길보다 못하다는 말을 해주고 싶네요. 
더불어 장희빈은 권력의 화신에서 비록 잘못된 모성애였지만, 세자를 지키기 위한다는 명분으로 직접적인 살인교사까지 저지르는 최악의 장희빈으로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장희빈의 죽음을 그토록 미루면서 차별화전략을 고심하더니, 동이와 연잉군을 죽이기 위해 방화범에 살인교사범으로 사약을 내리기로 결정했나 봅니다. 자기 새끼 집에 불싸지르고, '첩종'이라는 단어 하나 발견해서, 그것을 이용해서 궁에 어중이 떠중이 백성들을 물동이 하나씩 들고 들어오게 하고, 그속에 자객을 은밀히 섞여 들어오게 해서 동이와 연잉군의 목을 딴다? 제작진은 장희빈을 아주 희대의 살인귀 나부랭이로 만들어 버리는군요.
장희빈이 이번처럼 가여운 적은 없었습니다. 아무리 희대의 악녀라고 할지라도, 동이의 작가와 제작진에 의해 너무도 발기발기 찢겨져 버리는 듯 해서 말입니다. 최근에 보았던 최고의 살인범들보다 더 악독한 장희빈 남매군요. 조선의 군사기밀을 청국에 넘기려 한 매국녀로까지 묘사했으니, 죽은 사람을 이리도 모질게 또 죽이냐고 지하에서 통곡하고 있지나 않은지 모르겠습니다. 
동궁전의 불로 궁궐문을 열게 한다는 장희빈의 계략이 참으로 황당할 뿐입니다. 도대체 장희빈을 이렇게까지 품위없이 죽이고 싶어했다면, 차라리 칼을 직접 들고 동이에게 달려들게 하던지, 연잉군에게 독이 든 떡이라도 먹이려고 하는 편이 나았을 뻔했습니다.
장희빈은 한때 궁궐의 안방주인 중전의 자리에 올랐던 인물이고, 남인이라는 세력을 등에 업고 권력을 좌지우지하던 인물이었습니다. 그런데 친정어머니 윤씨부인의 저승길에 동무삼아 동이와 연잉군을 원한풀이로 보내주겠다며, 저자의 무지랭이 천박한 아줌마로 전락시키고 말았습니다. 참으로 품격없는 장희빈이었습니다. 역사에 기록된 인현왕후에 대한 저주 무고의 옥을 스스로의 입으로 고백까지 하며, 장희빈의 입으로 모든 죄를 자백하게 하며, 세자를 지키기 위함이라는 모성애때문이었다고, 모든 죄를 혼자 짊어지고 가겠다고 하는 것을 보니, 병주고 약주고 별걸 다하네요. 
윤씨부인이 동이의 사가에 불을 질렀다는 것에 놀라는 동이, 뭘 그렇게 새삼스럽게 놀라나 싶습니다. 처음 사가에 불이 났을때 심중에 장희빈측의 짓이라는 것을 짐작하고 있었으면서도,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은 동이의 기억력에 상당히 의심가게 합니다. 동이도 이제 나이드는가 봐요.
무엇보다 세자가 후사를 잇지 못할 지도 모른다는 것을 가장 발빠르게 동네방네 떠들고 다녔던 이가 동이 자신이었음도 잊어버리고, 소문이 퍼지지 않게 나인들이며, 궁궐 사람들 입단속을 시키라는 말에는 조금 황당스럽기까지 합니다. 동이측 인물들 중에 세자의 병의 비밀을 가장 먼저 알게 된 사람이 동이였고(인현왕후 처소 상궁으로 부터 들었었지요), 그 일을 차천수 서용기 심운택, 그리고 자신의 처소나인들은 물론이거니와, 감찰부 나인들까지 다 알게 상의하고 다닌 것이 동이가 아니었느냐 말이에요.
장무열에게 더 이상 소문내지 말라고 엄포를 놓는 장면은 도무지 납득가지 않은 행동입니다. 내의녀를 이용해서 협박하려고 했던 병판의 죄를 임금에게 일러 바치겠다며, 조용히 입닥치고 계셔주세요 하는 동이도 이상스럽지만, 불처럼 번진 소문을 조정신하와 백성들에게 쉬쉬한다고 될일이냐고요. '세자가 고자라니' 이보다 호사가들이 좋아할 루머가 또 어디있다고 말입니다.
동이의 위기를 만들기 위해서라지만, 조선 최고의 치안과 수비를 자랑했을 궁궐에, 그것도 동궁전에 불도 쉽게 지르고, 도대체 궁에 사람이 몇인데 백성들까지 소방관으로 동원해야 했으며, 칼든 자객이 궁궐 처소에 활보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말이 되나 싶습니다. 드라마라지만 과장을 해도 정도껏 해야 하는 것이지, 이건 고개만 갸우뚱하게 만드니, 산으로 간 드라마가 아예 산에서 살림을 차리고, 농사까지 짓고 있으니 걱정입니다. 몇회 남지 않았다는 것이 다행스럽습니다.
첫회부터 봐왔다는 의리와 그동안 봐왔던 것이 아까워서라도 끝까지는 보겠지만, 작가와 제작진의 무리수 질주는 동이를 최악의 사극으로 남게 할 듯 싶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궁금한 장희빈의 최후는 지켜볼 생각입니다. 또한 세자의 병을 알게된 숙종의 결정도 봐야할 듯 싶고 말이지요.
이 과정만이라도 동이가 아닌 숙종에게 칼자루를 쥐어 주었으면 싶군요. 어진 동이를 만들기 위해 감동으로 포장하지 말았으면 좋겠네요. 왕실과 종사의 총책임자 숙종의 결정이 가장 중요하고, 조정이라는 곳에 더 무게를 실어서 풀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어진 어머니 동이의 오지랖보다는 숙종의 번민과 고뇌에서 나오는 결단이어야 한다는 말이에요. 그동안 모든 일을 동이 혼자서 척척박사처럼 해결해 왔지만, 왠만하면 마지막에는 팔불출 숙종의 이미지에서 숙종을 탈출시켜 주는 것이, 그나마 좋은 모양새가 아닐까 싶어서 말이지요.
이 모든 것의 사단은 형제애와 동이를 어진 어머니로 만들기 위해, 세자를 성을 알기도 전에 고자로 만들어 버린 작가와 제작진의 탓입니다. 그래서 세자가 숙종에게 "이 죄를 어찌 씻어야 하냐"며 어머니를 용서해 달라고 우는 모습이 너무 가엽더군요. 드라마에서 가장 착한 인물은 세자와 어린 연잉군입니다. 세자가 훗날 경종으로 등극하기 까지 19년이나 남았는데, 세자는 왕위에 오르기까지 잊을만하면 세자폐위 압력에 시달려야 할 것입니다. 드라마라는 것이 너무 다행일 뿐이지요.
드라마를 제작하는 분들이라면, 당장의 자극적인 설정만을 염두해야 할 것이 아니라, 차후에 벌어질 일들에 대한 위험한 설정은 하지 말아야 할 듯 싶어요. 특히나 역사와 관련된 궁중사극에서는 말이지요. 드라마가 허구에 기초한다는 것을 모르지 않지만, 적어도 궁중사극이나 시대극을 다루는 드라마라면, 기본 틀은 유지해야 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대부분의 사극이 역사왜곡이라는 비난과 질책에서 자유롭지 못하지요. 드라마적인 재미와 구성을 위해서 어쩔 수 없이 가공하고, 때로는 없는 일도 지어내야 재미가 있거든요. 하지만 이렇게까지 심한 왜곡으로 치닫는 것을 보니 화가 납니다. 동이라는 인물 하나 만들자고, 엄연한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는 것도 모자라, 책임감없이 창작해서는 안될 말이지요. 
처음 신선하게 다가왔던 '풍산동이 탐정동이 강직한 동이'라는 매력있는 인물은 아이러니 하게도 점점 애정이 떨어져 갑니다. 숙빈최씨 동이를 위해 굴절되고, 왜곡된 역사적 사실들이 너무 많아서 말이지요. 역사적인 사실들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숙종이라는 인물도 정치적 결단력이 강한 군주와는 멀어져 버렸지요. 그저 '우리 동이와 연잉군'만 외치는 팔불출 임금으로 만들었고, 경종은 어린 나이에 고자가 되었고, 연잉군(훗날 영조)은 선재로 만들어, 어찌보면 노력없이도 너무 많은 것을 날로 얻어버리는, 소위 날때부터 가진자 갖춘자를 만들어 버렸어요. 영조라는 인물은 비록 사도세자를 죽였다는 비극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자식을 죽인 잔인한 아버지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니지만, 노력형 군주였습니다. 노력형 군주를 타고난 천재로 그렸기에 영특한 연잉군의 박식함을 보는 재미를 선사하기는 했지만 말입니다.
연잉군을 구하기 위해 칼맞은 동이, 동이가 죽을 일은 없겠지만, 궁궐에서 자객에 의해 후궁처소에서 칼부림까지 일어났다는 설정, 이씨 조선왕가에서 보자면 심히 불쾌할 사건입니다. 고려 무신정권 치하에서도 일어났을까 말까 한 일일 듯 싶어요. 그러고보니 예전에 가슴팍에도 한번 칼 맞았는데 이번에는 등짝이군요. 앞뒤에 자상이 난무한 후궁, 전무후무한 왕실가의 여인일 겁니다.
세자가 그랬지요. 이 죄를 어찌 씻느냐고요. 세자가 씻을 일은 없어 보입니다. 시청자들은 드라마가 끝나는 동시에 모든 스토리를 잊어버리면 되고, 죄는 작가와 제작진이 씻어야 할 것입니다. 결론은 동이라는 드라마는 자라는 세대나, 조선왕조에 대한 역사를 많이 알고 있던 분도 기억에 남겨 둬서는 안될 드라마입니다.  다만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했던 배우들만 기억하면 될 듯 싶습니다.
장희빈이 등장하는 사극의 공통점은 장희빈의 죽음으로 드라마가 마무리됨과 동시에, 최고의 하이라이트가 된다는 점이에요. 그런데 빛과 그림자의 운명을 가진 동이와 장희빈, 빛의 무게에 걸맞는 무게를 가져야 할 그림자 장희빈의 최후를 '너죽고 나죽자' 식의 물귀신으로 만들어 버렸어요. 제작진이 품위있는 장희빈을 그리겠다고 하더니, 최악의 장희빈을 만들고 말았습니다. 파멸의 길을 걷는 악녀라할지라도 조금은 쿨한 모습, 더 영악한 모습을 기대했는데, 안타까운 장희빈의 재해석입니다.
어진 동이 만들기, 착한 동이 만들기를 조금만 포기했더라면, 비록 자신이 하지 않았지만 무고의 옥 사건이 터졌을 때, 그 죄를 뒤집어쓰고 약사발을 향해 걸어 나갔더라면, 그나마 품위있는 장희빈이 될 수는 있었을텐데, 방화에 살인교사에 세자의 병을 숨기며 왕실과 종사를 흔든 죄까지, 품위는 개뿔이 되고 말았습니다.

* 동이의 스토리가 결말을 향할수록 무리수만 거듭하다보니, 제가 올리는 스타일의 리뷰글을 쓰지 못했는데, 다음회부터는 주인공들의 감정선으로 돌아가 리뷰글을 정리할 생각입니다. 연장하면서 꼬이기 시작한 스토리가 산으로 가서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데, 작가에게 더 이상 기대를 거는 것은 무리인것 같군요.
* 이웃님들, 그리고 독자님들, 즐겁고 풍성한 한가위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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