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9.22 09:12




드라마 동이의 신데렐라는 아이러니하게도 동이의 주인공 동이 한효주가 아닌 장희빈 이소연이었습니다. 장희빈이라는 인물을 다루는 드라마에서 장희빈은, 주인공 여부를 떠나 관심의 대상이 되어왔고, 새로운 장희빈에 대한 기대치도 높아진 게 사실이지요. 그러다보니 이번 드라마 동이에서도 동이라는 인물보다는 장희빈에 대한 재해석에 더 촉각을 세웠던 것도 사실이에요. 장희빈 역을 맡은 이소연은 드라마 초반부터 가장 정극에 가까운 연기로 기대를 모았고, 캐릭터의 자리매김도 빨랐지요.
장희빈은 내면연기와 표정변화에 따른 감정묘사를 많이 보여줘야 하기에, 장희빈이 등장하는 사극에서 그 캐릭터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면, 그 드라마는 빛을 잃어 버리게 됩니다. 이소연의 장희빈은 작가와 제작진의 동이에 대한 과도한 애정때문에, 그 캐릭터를 새롭게 재해석하는 것은 성공적이지 못했습니다. 또한 오지랖 넓은 천방지축 동이때문에, 역할에 비해 분량이 적었던 회도 많았지요. 하지만 이소연의 연기는 동이 출연자중 깨방정 숙종(지진희)의 신선한 캐릭터와 함께 가장 빛났습니다. 물론 개인적인 평이지만 말이지요. 

동이가 낳은 신데렐라는 이소연
이소연의 경우 사극과 어울리는 큰 이목구비를 가진 장점때문에 흡입력이 있었고, 한효주의 현대적인 대사처리와 대조적으로 안정감이 있었습니다. 화려한 이목구비가 장희빈이라는 캐릭터와도 어울렸고 말이지요. 이소연의 목소리의 취약점은 격앙된 감정처리를 할때 목소리가 갈라진다는 점인데, 목소리가 갈라지지 않는다면, 앙칼진 연기에도 가산점이 될 듯싶은데 아쉬운 부분입니다. 안면근육을 많이 움직이는 표정에서 좌우 비대칭이 도드라지는 점도 살짝 아쉬워요. 물론 인력으로 할 수 없는 점이지만요.
그에 비해 호흡처리와 대사톤은 아마 한효주의 지속적인 과제가 될 듯합니다. 개인적으로 한효주는 사극보다는 현대물에서 그 매력이 더 빛나 보이는 것 같습니다. 이병훈 감독의 신개념 사극이었으니, 한효주의 반박자 빠른 호흡과 현대적 어투의 대사처리가 그나마 통했지, 정통사극이었다면 분위기를 제대로 살리기는 힘든 한계가 있지요.
이소연의 장희빈을 보는 것도 다음주면 마지막이 될 듯 싶습니다. 장희빈의 최후이니만큼 이번회, 그리고 죽음을 맞이하기 까지, 동이 마무리과정에서의 주인공이 될 듯싶은데요, 장희빈 이소연이 드라마의 절반축을 성공적으로 담당해 왔다는 점에서 우선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아마 드라마가 종영이 되고 이름이 남을 연기자라면, 역대 장희빈의 반열에 이름을 올린 이소연이 될 듯합니다. 동이라는 타이틀을 걸었음에도 한효주보다는 장희빈을 연기한 여배우 중 한사람으로 회자될 행운의 신데렐라가 될 듯 싶습니다. 숙빈최씨를 주인공으로 내세울 드라마가 계속적으로 나올 것 같지는 않고, 몇년을 주기로 장희빈과 인현왕후는 드라마에 끊이지 않고 등장할 인물이니 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소연의 장희빈은 동이가 낳은 행운의 신데렐라이자 주인공이 되었다고 할 수 있을 듯 싶습니다.
이번회 이소연이 다양한 감정신을 소화하며 장희빈의 최후를 준비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는데요, 숙종과 동이와의 최후 독대를 한 장희빈의 최후변론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기존 장희빈과 다른 점이라면, 장희빈이 사약을 받게 될 죄목에 숙빈최씨와 연잉군의 살해기도와 방화죄가 추가된 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는 제작진의 창작이니 역사와는 별도로 이해하셔야 할 듯 싶고, 세자의 병을 숨긴 부분에 대해서는 이번 장희빈 사약과 관련해서는 자취를 감춰 버렸더군요. 하기야 세자의 병이 아니더라도 장희빈이 죽음을 면할 길은 없어 보이지만 말입니다.
더구나 오매불망 사랑하는 동이가 칼에 맞고, 연잉군과 동이를 죽이려했다는 것이 만천하에 드러났고, 장희빈 본인의 입으로 실토를 했으니, 빼도 박도 못할 죄였지요. 인현왕후를 사술로 음해하려 한 일까지 들통나고, 동이의 사가에 불을 지른 것까지, 장씨남매와 윤씨부인의 만행이 줄줄이 감자줄기에 감자 딸려 나오듯이 한꺼번에 터져 나왔지요. 짚인형과 인현왕후의 명패를 돌려받은 동이가 심운택에게 숙종에게 고해 바치라고 전해주었나 봅니다. 동이도 칼을 맞고 나니 정신이 번뜩 들었나 보더라고요. 장희빈과 함께 할 수 없는 운명이라는 것을 말이지요. 더구나 자신이 몸을 날리지 않았다면, 금쪽같은 연잉군이 어떻게 되었을지도 모를 일이었는데, 생각만해도 심장이 멈춰버릴 것 같은, 불행중 천만다행이었으니 더이상 참지 않겠다는 의지가 결연한 동이입니다.

칼맞은 동이, 칼은 등에 맞고 피는 앞에서 흐른다?
생각난 김에 집고 넘어가자면, 동이의 칼맞는 장면은 너무 티가 팍팍나는 옥의 티였어요. 칼에 등짝을 맞았는데, 피는 오른쪽 어깨죽지 근처, 그것도 앞부분에서 흥건히 나오고 있으니, 이게 어찌된 일인가 싶네요. 더구나 속저고리 위를 천으로 칭칭 동여 맨 꼴은 또 뭐람 싶었네요. 스토리의 개연성이나 완성도도 엉망이지만, 곳곳에 보여왔던 연출의 실수는 에효.;;;
지난회 등짝에 칼맞는 동이를 보며, 잠시 앗, 저렇게 칼을 맞으면 누워있는 신을 찍기가 곤란할텐데, 사극 최초로 체신머리없이 궁궐여인이 엎드려서 촬영을 하려고 하나? 이랬다지요. 역시나 꼴사납게 업드려서 찍을 수는 없는 일, 부상부위를 재빠르게 바꿨더군요.ㅎ 며칠되지도 않았는데, 금세 일어나 돌아다니는 것을 보니, 신체회복력도 빠른 동이입니다. 당시에는 몸에 바늘을 대는 일도 금기였을텐데, 살이 붙으려면 한참 시간이 걸리는데, 그렇게 움직이다 상처 덧나면 큰일이라서 말이지요.
썩어도 준치라고 당당하게 제발로 추국장으로 향하는 장희빈, 머리 산발되어 형틀에 앉아있는 어머니와 오라비를 보니, 피가 거꾸로 솟는 장희빈입니다. 자신때문에 어머니와 오라비를 그렇게 되었으니, 장희빈의 가슴이 갈기갈기 찢어지지요. 장희빈이 알고나 있을지 모르겠더군요. 장희빈의 어머니와 오라비가 장희빈때문에 죄인의 몸으로 형틀에 묶여 장희빈 가슴을 찢어지게 만들었듯이, 자신 역시도 똑같은 죄를 자식에게 지었다는 것을 말입니다. 
모든 것이 세자를 위해, 세자를 보위에 올리기 위해 한 일이었음을 세자에게 강조했던 장희빈이었으니 말입니다. 자신때문에 어머니가 죽게 되었다고 두고두고 가슴에 죄인처럼 낙인을 찍고 살아갈 것인데, 세자 가슴에 두번 세번 못을 박는 장희빈입니다. 장희빈의 애끓는 모성애를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앞으로 세자 가슴에 박힌 못을 누가 빼줄까 걱정이 되네요.
모든 것을 장희빈 자신이 사주한 일이라며, 어머니와 오라비를 풀어달라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장희빈, 이 말을 들어버린 숙종은 그저 믿고 싶지 않을 뿐입니다. 설마 아니기를 바랬던 숙종, 절망감에 비틀거리며 추국장을 나오고 말지요.

장희빈이 추국장에 압송되었다는 소문은 삽시간에 궁궐에 전해지고, 세자는 어머니를 보기 위해 추국장을 향하지요. 모든 것이 자신때문이라며 "소자를 용서하지 마세요"라는 세자, 어찌 세자의 죄겠어요. 야욕을 내려놓지 못해, 누구도 믿지 못했던 권력이라는 속성이 장희빈을 그렇게 몰고 갔던 것이었겠지요. 죽음과도 맞바꾸고 싶어했던 세자의 왕위자리, 장희빈은 세자에게 당부하고 또 당부하는 것을 잊지 않습니다. 반드시 보위에 올라 이 나라의 왕이 되어, 자신의 한을 풀어달라는 장희빈입니다. 왕위에 올랐으니 한은 풀었을 듯 싶습니다. 더구나 중전의 자리에 까지 올랐던 장희빈이었으니, 그녀보다 짧고 굵게 살다 간 인물이 또 있을까 싶어요. 

빛과 그림자, 운명따위는 없었다
추국장에 장희빈이 압송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동이가 발끈해서 장희빈을 찾아가지요. 상처때문에 나다니지 말라고 봉상궁 걱정이 태산인데, 꼭 물어봐야 겠다네요. 장희빈이 왜 자기와 연잉군을 죽이려고 했는지 말이지요. 마지막 가는 길 잘가라는 인사를 하러 가는 것으로 알았는데, 다 아는 사실을 새삼 물으려 부상투혼을 보이는 동이입니다. 일곱살 어린애도 다 알만한 사실을 궁중 피바람을 겪어 온 동이가 물으러 간다는 것이 너무 순진한 것 아닌가 싶어요. 아니나 다를까, 장희빈이 호락호락 잘못했다고 말할 위인은 아니지요. 
솔직히 저는 그런 생각을 했네요. 장희빈과 동이의 마지막 독대를 보면서, 장희빈에게 동이가 크게 한방 먹었다는 생각을 했어요. 정치공부도 했고 말이지요. 동이가 나간 후 대오각성한 듯한 장희빈의 표정이 잠깐, 저지른 과오를 깨달았나 싶었지만, 장희빈이 깨달았던 것은 후에 숙종을 만나 독대한 이야기를 통해 전달되었지요.
동이가 물었지요. 세자를 위해하는 일은 없을 거라 했는데 왜 죽이려 했는지 말이지요. 장희빈의 대답이 저는 마음에 들더군요. 정치와 궐의 속성을 누구보다 잘 알았던 장희빈입니다. "세자를 위해하는 일을 없을 것이며, 형제로 잘 지내게 하는 것이 진심이라는 말따위는 중요하지 않아. 결국 권력을 얻으려는 자들은 연잉군을 앞세워 세자를 해치려 할 걸세. 결국 자네도 그리하게 될 게고...". 장희빈의 말이 오히려 솔직하고 당당하더군요. 동이가 아무리 순수한 마음으로 세자와 연잉군을 지키려했다고 하더라도, 세자와 연잉군을 흔드는 세력들 속에서 동이가 초심을 잃지않을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저 역시 의문이거든요.
마지막까지 장희빈은 동이를 믿지 못했고, 그것이 권력의 속성이라는 것도 알 것 같은 동이입니다. 동이가 장희빈에 운명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요. "세상에 운명따위는 없습니다. 모두 마마의 선택이었을 뿐입니다. 그러니 정치도 궐도 운명도 그 어떤 것도 탓하지 마십시오. 마마가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이리되지 않을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고보니 장희빈을 오늘에 이르게 한 것은 어쩌면 드라마 초반, 장희빈에게 말해 주었던 도사의 운명론이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장희빈은 스스로가 빛을 뛰어넘을 수 없는 그림자임을 알아버렸기에, 결국 그 징크스의 벽을 넘지 못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더 아둥바둥 운명을 거역해 보려고 했고, 빼앗으려 했고, 지키려고 했던 것이지요. 아이러니하게도 그것이 장희빈을 파멸로 이끌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왜 그런 거 있잖아요. 운명이라는 말에 자꾸 얽매이는 것 말이지요. 그래서 이런 천기누설은 해서도 안되고, 들어서도 안되는게 상책이에요.

장희빈이 사약을 청한 이유
동이가 돌아가고 나서 장희빈이 뭔가 크게 깨달은 듯한 표정을 지었는데, 아마 운명과 선택이라는 단어였던 것 같습니다. 숙종의 마지막 독대에서 장희빈이 말했지요. "아무 것도 후회하지 않습니다. 시간을 되돌린다해도 분명 같은 선택을 했을테니까요. 하지만 단 한가지, 가슴이 저리도록 후회가 되는 것은 전하를 진심으로 연모했다는 것입니다.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그러지 않았다면 그토록 모든 것을 갖고 싶지도, 그렇게 숙빈을 원망하지도 않았을 테니까요. 그러니 신첩의 단 한가지 잘못, 전하를 연모한 그 댓가를 사약으로 치루게 해주십시오".
자진하라는 숙종에게 가장 잔인하게 복수를 하는 장희빈입니다. 제작진이 장희빈의 최후를 어떻게 그릴지 가장 궁금한 부분이었는데, 거부하는 장희빈이 아니라, 사약을 청하는 장희빈으로 차별화를 시켰네요. 역대 장희빈들의 최후에서 사약신만큼 강렬한 장면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약사발을 발로 차서 숙종의 이마를 때려버린 장희빈도 있었고, 약사발을 엎어버려서 숟가락으로 억지로 입을 벌리고 먹인 경우도 있었고, 아무튼 장희빈의 사약신은 늘 흥미로운 부분이지요.
그에 비해 동이에서의 장희빈의 죽음은 고상하게 치뤄 줄 생각인가 봅니다. 장희빈의 죄목을 그토록 왜곡하고 더 이상 패악이 없을 지경의 살인귀로 만들었으니, 마지막 모습만은 고이 받아들이는 모습으로 진행할 모양입니다. 최소한 마지막 모습만은 지켜주고 싶은 제작진의 배려라고 생각되는군요.
장희빈의 파멸, 그 이유는 많았지만 결국은 끝까지 놓지 못했던 숙종에 대한 사랑 때문이었습니다. 그녀의 전부를 걸게 했던 사랑을 빼앗겼기에, 동이에 대한 미움과 숙종에 대한 원망이 결국은 그녀를 돌이킬 수 없는 파멸의 길로 이끌어 버렸습니다. 장희빈이 자진하라는 숙종의 호의를 거절하고 사약을 자청했는데요, 장희빈이 사약을 자청한 이유를 저는 숙종에 대한 끊어내지 못한 애증이라고 생각했어요. 숙종의 사랑으로 꽃을 피웠고 빛났던 장희빈이라는 빛은 사랑과 함께 불타올랐고, 멀어져 버린 사랑과 함께 제 빛을 소멸해 갔지요.
사약을 청하는 장희빈을 보며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드라마 속 장희빈이 가장 증오하고 원망하고 미워했던 사람은 숙종의 사랑을 받은 동이가 아니라, 배신한 숙종이었다고요. 장희빈의 마지막 가는 길, 장희빈이 사약을 청한 이유는 실연의 복수를 가장 잔인한 방법으로 하고 가려는 거예요. 평생 숙종에게 세자의 모후를 죽였다는 굴레,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한때는 미친듯이 사랑했던 한 여인을 버리고, 죽였다는 죄책감의 굴레를 씌우고 죽겠다는 거지요. 살아있는 동안 숙종에게 이처럼 잔인하고 고통스러운 것은 없을 테니까 말이지요. 정말 무서운 장희빈이죠?
드라마에서 어떤 식으로 재탄생하든 장희빈이라는 인물은 무섭고 악독한 여자로 각인되는데요, 동이에서의 장희빈은 사랑의 화신, 권력의 화신, 질투의 화신을 거쳐 최종적으로는 복수의 화신으로 기억될 듯도 싶네요. 그리고 사랑때문에 파멸해 간 잔인하고, 불쌍한 여인이었습니다.
장희빈역의 이소연의 연기를 볼 회수도 얼마남지 않았는데, 동이가 배출한 신데렐라는, 이지적인 장옥정, 표독스런 장희빈, 질투의 장희빈, 그리고 눈물의 장희빈까지 다양한 장희빈을 보여 준 이소연이 아닌가 싶습니다. 다음주 장희빈의 최후, 약사발드는 이소연이 어떤 모습으로 죽으며 역대 장희빈의 반열에 그 이름을 올릴지 기대가 됩니다. 부디 잊혀지지 않을 강한 모습으로 죽어 주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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