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0.05 08:21




성균관 스캔들은 사랑보다도 그들이 추구하는 이상과 신념이 빛나는 드라마에요. 남장여자 대물 김윤식(윤희)에게도 꿈꾸는 조선의 모습이 있고, 사대부들의 촉망받는 기대주 이선준에게도 이상국가관이 있습니다. 냉소적인 인물 걸오 문재신은 형에 대한 상처로 아버지로 대변되는 기성세대의 비겁함에 증오하고 정치에 염증을 느끼지만, 중이방에서 선준과 윤희를 만나, 염세적인 세상관을 바꿔가고 있는 중이지요. 매력적인 예쁜 남자 여림 구용하는 적당히 편하게 살자는 안빈낙도의 가치관으로 자신을 화려한 의상속에 감추고 있지만, 그 화려한 의상속에는 진짜 구용하가 추구하는 이상향이 숨어 있습니다.
잘금 4인방으로 인기몰이를 하는 4사람의 4인4색 가치관은 당색과 성별의 차이는 있지만, 젊은이들의 심장을 뛰게 만드는 슬로건이 있습니다. 세상을 바꾸자는 것이겠지요. 세상을 바꾼다는 말처럼 젊은이들의 심장을 뜨겁게 하는 말이 또 있을까 싶습니다.
성균관 스캔들을 보고 있으면, 젊음 하나로, 이상 하나로 거리로 달려 나갔던 시절이 떠오릅니다. 그때의 슬로건은 민주주의였어요. '민주주의 세상'이라는 이념 하나로 거리로 미친듯이 뛰쳐 나갔었어요. 하루아침에 둑이 무너지듯 모든 것을 바꾸지는 못했지만, 진보하는 역사의 과정에 주체가 되어 서있다는 것만으로도, 명분을 얻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성균관 스캔들, 잘금 4인방에게 놓여있는 조선의 모습이 그러합니다. 유토피아 세상이 오지 않은 한 조선의 잘금 4인방들은 계속해서 나오겠지요. 과거를 통해 오늘을 돌아보게 하는 성균관 스캔들의 뼈있는 교훈은 현재와 맞닿아 있기에, 이 드라마는 조선시대라는 옷만 다르게 입었을 뿐 오늘 젊은이들의 고민이며, 자화상입니다. 

부와 권력을 지탱하려는 기득권에 대한 저항은 쉽지 않습니다. 아버지가 타도의 대상이 되어야 하고, 권력과 싸워야 하며, 디디고 서있는 언덕을 버려야 하기도 합니다. 가진 자, 힘있는 자가 지배하는 세상, 헐벗고 굶주린 백성을 도둑으로 만들어 가는 세상,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부모 혹은 자식의 병구완을 위해, 돌아가신 부모의 장례를 치르기 위해 도둑이 되어야 하는 가난한 조선 백성의 현실 앞에, 어떤 세상을 만들어 가야하는지, 본격적으로 잘금 4인방의 고민이 시작됩니다. 가슴 설레는 사랑과 함께 말이지요.
이번 11강은 그들이 꿈꾸는 세상을 향해 첫발을 내딛는 중요한 이야기들이 펼쳐졌지요. 물론 윤희와 이선준, 문재신의 가슴 설레이는 3각관계도 시작되었고요. 짖궂은 구용하의 장난으로 이선준과 대물이 뱃놀이 데이트를 나가 밤섬에 고립되어 하룻밤을 함께 지내는 일까지도 생기게 되나 봅니다. 물론 아무 일은 없겠지요. 아무 일이 있었으면, 이선준이 윤희때문에 자신의 성정체성을 고민하지는 않을텐데, 좀 더 고민하게 내버려 두자고요. 그나저나 구용하는 뭘 먹고 바르기에 그렇게도 고운지, 볼 때마다 감탄한다지요. 다행인 점은 여림 구용하가 윤희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이네요. 구용하까지 대물에게 가슴 두근거리고 있다면, 질투감 폭발해서 윤희가 미워질 것 같아요.ㅎㅎ
수장고에서 훔쳐온 장부가 노론의 영수 아버지를 향하고 있음을 알면서도, 도둑의 진범이라며 내놓는 이선준, 윤희가 자신보다 더 너를 믿는다고 했던 말때문만은 아니었어요. 윤희가 성균관에서 출제되는 것을 막기 위함만도 아니었지요. 이선준이 꿈꾸는 세상을 향한 첫발이었기 때문이었어요. 옳다고 믿는 것을 행하는 것이 그의 가치관이었고, 이선준이 학문 속에서 구하고자 했던 '참'이었지요. '대의, 옳은 길'말이지요.
"진범은 이 장부 안에 있습니다. 힘없고 가난한 백성이 난전을 열어 살고자 하나, 이는 곧 금난전권, 국법을 어기는 죄인이 되는 길입니다. 가진자의 편을 드는 금난전권의 법, 백성이 아닌 돈을 섬기는 관원, 그리고 그들의 뒷배인 더 큰 정치인들이 바로 이 도난사건의 진범입니다". 우째 이리도 똑똑하고 반듯한 말만 하는지, 요즘 이런 젊은이있으면 당장 국회로 보내고 싶어요.
말이 안된다며 혼자 아는 궤변을 늘어놓으며, 군왕의 권위를 바로 세우라고 열변토하는 하인수, 간이 배밖으로 나왔나 봐요. 치외법권 지역 성균관이라서 그런가? 하인수의 말이 끝나자 마자, 배신하지 않으리라 믿고는 있었지만, 복수가 증인으로 자진출두를 했지요. 형의 모습을 따라가는 동생을 생각하라는 걸오의 말을 새겨들었을 거라는 믿었는데, 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한다고 복수가 인생의 첫발을 잘 내린 것 같습니다. 성균관 서리로 취직도 하고, 임금의 눈으로 이들이 제대로 가는지 감사하라는 책무까지 받았지요. 정조의 하명, 드라마지만 정말 멋진 하명이더군요. 백성에게 임금의 권위를 실어주는 것이었으니, '권력은 백성에게서 나온다'라는 말을 실천하는 군주처럼 보였고 말이지요.
그 배후에 아버지가 있을 것임을 알면서도 장부를 임금에게 내준 이선준이 궁디 톡톡 두드려 주고 싶을 만큼 기특한 윤희지요. "장하다 이선준, 잘했어" 성균관에서 함께 했던 고민, 느꼈던 두려움, 기뻤던 순간들, 그리고 중이방 친구들과의 시간을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다고 하지요. 성균관에서 나가서 다시는 보지 못하고 살게 되더라도 말이지요.
다시는 보지 못한다는 말이 신경쓰이는 이선준, "싫다, 언제나 이렇게 내곁에 있어라. 두 눈 똑바로 뜨고 지켜봐, 내가 잘 가고 있는지. 그러니까 김윤식 너, 계속 이렇게 내 옆에 있는 거다". 이 알쏭달쏭한 프로포즈를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할 지, 기분 묘해지는 윤희, 선준의 동공이 풀리게 하는 마법의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어 '대략난감 하오이다'를 연출하지요. 울렁증 시작된 이선준이 도망치듯 자리를 피하는가 싶더니, 바람같이 돌아와서 윤희에게 부탁을 하지요. "다른 건 다 참아도... 다시는 여인네 옷은 입지 마라. 부탁이다". 남자옷을 입고 있는데도 이렇게 가슴이 울렁거리는데, 여인네 옷을 입으면 내가 어떤 미친 짓을 할지도 모른다고!!!!
이선준 요즘 주문외우는 중입니다. 글공부하는 것보다 이 주문외우는 시간이 많다지요. "김윤식은 동방생이다", "김윤식은 남자다".
선준의 마음을 아는 구용하, 어디 한번 재미있는 놀이를 즐겨볼까? 짖궂기는 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꽃미남이에요. 그런데 우짜지요? 여림 친구 걸오도 윤희를 보면 귓볼까지 빨개지고, 보호해야 할 남장여자가 아니라, 마음주고 싶은 여자로 보이고 있는데 말이지요. 여림 잘못 다리 놨다가 걸오한테 쥐어 터질텐데 말이지요. 윤희를 향한 사랑의 딸꾹질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듯한데, 윤희는 여인으로서의 눈길은 이선준에게만 향하고 있으니, 속앓이만 계속하고 있는 걸오에요.

처음에는 여자라는 것을 알고 감춰주고 싶었고, 윤희가 형과 함께 금등지사를 운반하다 죽은 김승헌의 여식이라는 것을 알고는 필사적으로 지켜줘야 할 아이가 되었는데, 이제는 마음이 가고 눈길이 가고 있으니 큰일입니다. 이선준이 윤희가 여자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 그 자식이 불기라도 한다면 윤희는 끝장입니다. 재수없는 노론의 자식이어도 의리와 생각은 바른 것 같아서 조금은 친해질 수 도 있을 것 같지만, 그래도 대물 녀석의 정체만은 꼭 지켜주고 싶은 걸오지요.
걸오는 이선준이 아리까리한 눈으로 윤희를 보고 있다는 것을 상상하지도 못하고 있지만, 이선준도 윤희의 정체를 알게 되면 중이방의 분위기가 어떻게 변할 지 아주 궁금한 대목이기도 해요. 아마 걸오랑 이선준이 서로 시치미떼면서 윤희를 지켜주려는 해프닝이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말이지요. 가장 재미있어 할 친구는 당근 여림일테고 말이지요. 그러고보니 여림이 읽던 19금 빨간색 음란서적이 원칙주의자 샌님 이선준 손에 들려있던데, 이선준 도대체 뭘 알고 싶은 게야?
한 번 호기심이 일면 앞뒤를 재지않는 구용하, 윤희에게 목욕하라고 은밀한 곳을 가르쳐 준 것보다 더 위험한 장난인데, 어찌 수습이 될지, 아무튼 덜컥 사고를 치고 말았지요. 효은낭자에게 4:4 미팅을 제안하고, 약속시간을 거짓으로 말해서 선준과 윤희 둘만을 밤섬으로 보내 버린 거예요. 돌아오는 배는 당연히 없고, 비상배를 띄울 수도 없는 날씨를 택해서 말이지요. 물론 이런 작전은 효은낭자가 짰지만, 죽쒀서 개준다고 선준도령 윤희에게 준 꼴이 되고 말았네요. 진실은 한참 후에 밝혀지겠지만 말이지요. 
선준이를 지켜보고 있는 재미에 쏙 빠진 구용하, 장난이 심한 것 아니세요? 걸오 속타서 죽는 꼴 보고 싶은 건지, 아무튼 친구 속인 벌 톡톡히 치루게 하는 용하입니다. 물론 이선준을 놀려먹는 재미도 음란서적보다 짜릿하고 말이지요. 혹시 남자 취향? 이라는 질문까지 던져가며, 그렇지 않아도 윤희의 입술을 볼 때마다 동공이 풀리고 울렁증이 생겨서, 상투를 잘라 버리고 싶을 만큼 고민 중인 이선준이니 말이죠. 정직한 이선준, 표정까지 감추지 못하니 구용하가 그렇게 놀려 먹고 있는 게지요. 그 반듯한 모범생이 책까지 거꾸로 들고 정신줄을 놓고 있으니, 혼자보기 아까운 구용하입니다.  
성정체성으로 고민하는 선준, 용하가 제의한 미팅에 나가기로 결심하지요. 용하의 계획대로 일은 착착 진행되고, 효은이와 걸오가 다른 마음으로 발을 돌동 굴러봐도 배는 이미 떠나 버렸지요. 걸오사형 분기탱천해서 고운 여림의 얼굴에 주먹질, 같은 시간 윤희는 여자들 만나러 왔다는 선준에게 배신감 느껴서 주먹질입니다. 선준의 데이트 제의에 거울보고 김칫국은 다 마시고 왔는데, 남장한 자신의 모습이 배로 서러운 윤희지요. 윤희도 내마음 나도 몰라입니다. 선준 앞에만 서면 자꾸 여자가 되어 버리는 것을 어쩐다지요? 왕서방만 보면 가슴이 콩당거리니 이런 마음 처음이에요. 성균관에서 들키지 않고 버텨야 하는데, 윤희의 깜빡증이 자주 오고 있으니, 꼬리가 밟힐 날도 머지 않아 보여 걱정입니다.
걸오사형이 죽어라고 방패가 되어 지킴이를 자처하고 있는데, 윤희는 아는지 모르는지 이선준만 보면 입이 헤 벌어지고 마니, 성균관에 머지않아 망측한 소문이 날까 그게 가장 걱정입니다. 그런데 예고편에 보인 달달한 장면은 설마 얼레리 꼴레리 키스 시도? 눈 번쩍 뜬 윤희에 의해 분위기는 깨질 듯하고, 이선준은 자기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접시물에 코박고 죽고 싶기도 할텐데, 윤희와 함께 있는 성균관이 천국이자 지옥이 따로 없을 듯합니다.
윤희가 사공을 부르며 떠나는 배를 잡아보려 하지만 모든 드라마에서 떠나는 배의 공통점, '사공의 귀는 들리지 않는다 - 배는 후진을 하지 않는다 - 유턴도 없다'지요. 밤섬에 단 둘이 남게 된 윤희와 선준에게 무슨 일이? 답은 '그리고 그들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가 되겠지요. 남자에게 끌리는 선준, 남장여자임이 밝혀져서는 안되는 윤희, 두 사람에게 사랑은 아직은 비밀로 간직해야 할 고통스런 짝사랑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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