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0.09 10:16




호랑이가 굴을 비운 사이 세자를 이용해 권력을 장악하려던 장무열의 계책은 실패로 돌아가고, 세자를 위해하려 했다는 죄와 연잉군과 동이에 대한 무고죄, 병권을 장악해 군사를 사사로이 동원한 죄까지 물어 장무열이 목숨을 보존하기는 어려울 듯합니다. 사필귀정입니다. 인원왕후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던 것 처럼 보였던 장무열이 뒷통수를 맞은 이유, 즉 인원왕후가 장무열을 믿지 못한 결정적인 이유가 무엇이었을까요? 물론 동이의 진심이 통했던 것도 한 이유가 되겠지만, 그 이유는 좀 뜬구름 잡기 같아 보여요. 동이의 진심만을 내세우기는 설득력이 부족해 보여서 말이지요.
인원왕후가 궁에 들어온 이후 가장 견제를 했고, 의구심을 품었던 인물이 동이였고, 두 사람이 다정하게 '왕실의 안녕을 위해 함십해서 화목하게 지내보세'의 분위기를 연출한 적도 없어서, 인원왕후가 순식간에 동이에게 마음을 열었다는 것만은 뭔가 부족해 보입니다.

숙종의 뒤숭숭한 나들이
세자를 위해하려한 사특한 무리들을 잡아 들이겠다며, 중전의 내지표신을 요구한 장무열에게 인원왕후는 '그리하마' 하고 내보내고, 장무열을 잡아버리는 반전을 보였는데요, 동이와는 사전에 약속이 된 듯 하더군요. 인원왕후가 동이를 믿게 된 과정이나 결정적인 이유는 사실 나오지 않았지요. 앙칼진 눈으로 동이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있다며, 오히려 동이와 대립각을 세우는 모습으로 비춰지게 했지요. "세자와 연잉군 모두를 지키고 싶었던 제 욕심때문이었습니다" 라는 말로, 인원왕후가 "정말 장하신 어머니십니다" 라며, 순순히 믿어줄 리는 만무하고, 그보다는 인원왕후가 동이를 믿게 된 결정적 이유가 필요해 보입니다. 
숙종은 다음 보위를 이을 후계는 오직 세자뿐이라며 후계자를 명확히 하고, 동이를 이현궁으로 출궁시키겠다고 공표했지요. 숙종이 편전에서 나와 들른 곳은 동이의 처소 보경당이 아닌 중궁전이었지요.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는 나오지 않았지만, 안봐도 비디오지요. 세자를 지키고 싶은 숙빈의 진심을 믿어야 한다고 했겠지요. 그리고 숙종이 궁을 비운 후 일어날 수도 있을 경우의 수에 대한 대책을 말해 주었을 수도 있겠지요. 동이와 연잉군을 위해하려는 움직임이 있을 수도 있으니, 신중하게 사태를 살펴보고 판단을 내리라는 당부 또한 잊지 않았을 겁니다. 숙종이 소론과 장무열에게 '어디 한 번 마음대로 속내를 드러내고 놀아 보시게'라며, 일부러 궁을 비워 준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으니 말입니다.
일종의 덫을 친 것이지만 의도적으로 궁을 비운 것이라면, 숙종의 행보는 박수감은 아니지요. 병권을 장악한 장무열이 새 왕조를 열 야심이라도 가졌다면, 쿠데타라도 감행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요. 세자도 연잉군도 동이도 중전까지도 다 죽여버리고, 이판사판 '장씨왕조를 열어 보세나' 하자고 할 수도 있었을 거고요. 물론 비약적 가정이지만요. 또한 장무열과 같은 세력 소론이 연잉군을 반대하는 이유가 천인의 피가 흐른다는 명분이었으니, 조선 사대부들이 마음만 먹으면 왕쯤이야 갈아치우는 것은 예사일도 아니었을 겁니다. 따지자면 세자를 미는 이유가 혈통때문만도 아니었고, 그들이 권력을 유지할 든든한 줄이었기에 밀었던 것이지요. 왕과 신하의 관계가 충의만이 다는 아니지요. 서로의 이해관계 또한 부정할 수 없는 암묵적인 관계니 말입니다. 이 이해관계를 영리하게 조종한 이가 숙종이었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숙종은 중전과 독대를 한 이후 그 속내를 궁금하게 하고는 행궁계획을 세우지요. 야밤에 이현궁 데이트를 하며 동이를  다독이고 안심을 시켜주기는 했지만, 숙종은 선위라는 말로 동이를 충격에 빠뜨립니다. 예전에 동이와 도망가고 싶었다는 마음이 지금도 변함이 없다며, 선위한 후에는 이현궁에서 동이와 같이 살겠다고 까지 했지요. 동이에 대한 무한애정을 높이 살 만했지만, 임금으로서는 자격미달이더군요. 선위를 하고 이현궁에서 동이와 함께 살겠다는 숙종, 저는 군왕의 자질은 없는 인물같아서 마음에 들지는 않았어요. 물론 숙종이 역사에도 없는 가공의 인물이고, 이 드라마가 판타지 사극드라마라면, 한 여인을 향한 순애보가 감동이었겠지만 말입니다. 숙종을 사랑타령만 하는 생각없는 왕으로 만들고, 욕되게 하는 설정같아 불편하더군요.
 
연잉군이 세자자리를 노린다는 궁에 퍼진 흉흉한 소식과 궁에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는 중차대한 시기에 궁을 비우는 숙종은 지도자의 자질이 한참이나 의심스러운 왕입니다. 두 여인에게 화해의 한마당을 마련해 주고자 한 작가의 심정은 이해하겠지만, 이 과정에서 선위하겠다는 가당치 않은 수까지 나오니, 아이디어가 어지간히 떨어진 모양으로 보입니다.
의도적으로 시청자들에게 혼돈을 주다가 마지막에 속았지? 라며 반전을 이끌어내기는 했지만, 이 때문에 연기자들의 연기가 자연스럽지 못하고 의뭉스러워 보이기 까지 했어요. 연기자들의 입장에서는 이런 시청자 속이는 기법은 바람직하지 않아 보여요. 아주 뛰어난 연기력을 가진 배우들이 이중적인 마음까지 복선으로 보여 준다면, '아 그래서 인원왕후가 그런 표정을 지었구나', '동이가 그래서 고심했구나' 라며 감탄했겠지만, 한효주나 오연서에게는 그런 깊이있는 표정연기까지는 아직 무리라서 말이지요. 아이디어 고갈된 제작진이 선위를 하겠다고 하지를 않나, 이현당에 나가 살겠다고 하지를 않나 노망난 듯한 숙종으로 만들며,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보이는데, 앞으로 동이가 2회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어요.
제작진의 잔인한 숙종, 동이의 이기심도 만만치 않다
저는 숙종이 세자와 연잉군, 그리고 동이를 지키는 일이 선위밖에 없다는 표현에 몸서리쳐 지게 숙종이 싫어지더군요. 한마디로 나라와 왕실이 어떻게 되든 세자를 왕위에 세우고, 연잉군은 왕세제로 앉혀 일단 그럴 듯한 감투만 씌워주고, 본인은 일선에서 물러나 세자가 잘하나 조금 도와주겠다, 그리고 동이와 이현궁에서 필부처럼 살고 싶다? 15살 세자와 16살 새 중전, 그리고 8살 연잉군을 궁에 남겨두고 말이지요. 더구나 지금 궁은 피바람이 일기 일보직전인데 말이지요.
나이 어린 세자가 보위에 오르면 왕권이 약화될 것은 뻔한 일이고, 조정의 댕쟁에 휘둘려 이리 흔들 저리 흔들 갈대가 될텐데 말입니다. 게다가 소론이 연잉군을 못잡아 먹어서 안달인데, 여우들이 득실거리는 호랑이굴에 어린 새끼들만 남겨두고 나와서, 동이랑 돼지껍데기나 사먹으러 다니면서 어화동동 내사랑 동이타령만 하겠다? 종묘와 사직을 생각하는 왕이라면 이런 한심한 생각을 한다는 게 가당키나 하겠느냐는 말이에요. 숙종과 동이의 낭만적인 사랑에 치우치다보니 임금이라는 자리의 막중함까지 잊어버리는 작가, 음;;;; 웬만하면 앞으로 사극, 특히 궁중사극은 집필하지 않았으면 하는생각까지 듭니다. 
나름대로는 깨방정 숙종으로 훈남으로 그려왔던 숙종을 제작진은 막판에 가서 아주 몹쓸 남자로 만들어 버렸어요. 오로지 동이에게만 좋은 남자일 뿐입니다. 물론 드라마 주인공이 동이이니 제일 행복해야 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그 과정에서 숙종도 동이도 얼마나 잔인한 인물들로 만들었는지, 청상과부로 만들어 버린 인원왕후를 보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숙종이 동이와 이현궁에서 나와 살겠다고 하니 동이는 그저 감개무량 감읍한 표정이었는데, 그렇게 착한 동이가 어찌 새중전에 대한 배려는 눈꼽만큼도 안하는지요. 숙종은 뭣하려 16살 꽃다운 처자를 데려다가, 중궁전에서 모셔두고 늙어가게 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네요.
시집오자 마자 모든 재산은 전처와 후궁 소생인 큰 아들과 작은 아들한테 물려줄테니, '소생을 낳더라도 국물도 없을 것이오' 라고 못을 박는 숙종, 잔인한 남자 아닌가요? 혹이라도 중전에게 세자의 병에 대해 말해주고, 세자가 후사를 잇지 못할 몸이기에, 연잉군이 세자의 뒤를 이어 다음 보위에 앉아야 한다고 말했을 수도 있습니다. 아마 그랬을 가능성이 크지요. 허나 이 말도 인원왕후에게는 대못을 박는 말입니다. 제작진이 동이 한 사람 행복하게 해주겠다고 인원왕후의 인생은 전혀 생각하지 않으니 괘씸한 생각까지 들더군요.
실제 숙종이라는 인물을 만나보지 못했고 기록에서도 찾을 수 없지만, 인원왕후에게 왜 소생이 없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드라마 동이대로라면 인원왕후에게 소생이 없었던 것이 아주 당연한 일일 듯 싶더군요. 소박을 제대로 당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드라마를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여자들 등살에 치인 숙종이 더는 후사를 낳고 싶지 않았다는 생각을 했을 수도 있었겠다고요.
장희빈을 무고의 옥으로 죽음에 이르게 한 숙빈최씨, 장희빈을 사사하고 숙빈최씨도 사가로 내쳐 버린 숙종은 새중전 인원왕후를 들였지만, 여자들의 권력욕이라면 치를 떨었을 겁니다. 그런데 새중전이 왕자라도 생산한다면, 보위자리를 두고 3파전이 벌어지게 되리라는 것은 뻔한 일, 판이 더 커지는 것이라도 막아보고 싶었겠지요. 그런 심산이라면 의도적으로  인원왕후에게서 후사가 나오지 못하도록 조절을 했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네요. 이는 합방 날짜만 잘 조절해도 가능한 일이었기 때문이죠. 인원왕후의 가임기간에 합방을 하지않는 방법으로 말이지요. 

인원왕후가 장무열을 버리게 된 장무열의 결정적 실수
이렇게 동이와 숙종의 마지막 이미지는 제작진의 과한 사랑에 오히려 미워지고 있는데, 그건 그렇고 인원왕후가 장무열을 믿지 않게 된 결정적인 이유를 찾아봐야 겠네요. 장무열은 마지막에 결정적으로 실수를 하나 했습니다. 인원왕후는 장무열이 동이와 연잉군측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고, 인원왕후로 하여금 동이를 의심하게 하지만, 인원왕후는 이상합니다. 숙종도 동이도 세자와 연잉군을 다 살리겠다고 하는데도, 장무열은 흑막이 있을 거라고 동이를 모함하고 있으니 말이지요. 더구나 세자는 궁에서 오직 믿고 의지하는 분이 숙빈이라며, 출궁을 막아달라는 부탁까지 하지요.  
인원왕후는 결정적으로 동이와의 마지막 독대를 통해 동이의 손을 들어주게 됩니다. 마지막 독대에서 숙종의 선위 결심까지 말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인원왕후가 동이를 통해 궁에서 돌아가는 정황은 대충 들었겠지요. 하지만 인원왕후가 동이를 믿은 이유는 장무열의 실수때문이었어요.
장무은 동이의 출궁을 서둘러야 한다며, 내일 꼭 출궁시켜야 한다고 시간을 정했지요. 그런데 출궁하명을 들은 동이는 몇일만이라도 늦춰달라는 부탁을 하러 중궁전에 찾아 왔지요. 중궁전을 나서는 동이는 가타부타 말없이 출궁하겠다며, 출궁을 결심하는 모습이었고 말이지요. 여기서 시청자들은 인원왕후와 동이가 화해하지 않았다고 오해했지만, 이미 처소에서 두 사람은 합의점을 찾았다고 보여지더군요.
꼭 내일이어야 한다는 장무열, 이현궁이 완성되기까지 몇일 말미를 달라고 했던 동이, 그리고 장무열이 출궁시켜야 한다는 날 세자의 가마가 공격을 받게 된 일이 발생합니다. 세자가 지나는 길은 동이의 사가 이현궁과 같은 길이었고 말이지요. 어렵잖게 장무열이 더 의심스럽다는 것을 예측할 수 있지요. 세자가 공격당했다며, 내지표신을 내어달라는 장무열, 인원왕후는 장무열이 스스로 파고 만 실수를 간파합니다.
만약 장무열의 말대로 동이가 세자를 치려했다면, 굳이 날짜를 미뤄달라는 부탁을 하지도 않았을 것이고, 혹이라도 출궁길을 이용해서 세자를 치려했다 하더라도 모든 의혹은 동이에게 쏠릴 일인데, 동이가 바보 아닌 다음에야 의심을 자처하는 무리수를 두지는 않았을 거라는 거죠. 결국 9단계까지는 장무열의 계획은 완벽했지만, 마지막 10단계에서 최대의 실수를 저지르고 만 것이지요. 세자가 궁을 나가야 하는 시간에 맞춰 숙빈을 출궁시켜야 한다고 했던 이는 장무열이지요. 왜 하필 오늘이었을까?를 조금만 생각해 보면 장무열의 거짓말을 알 수 있는 일이지요. 결국 동이의 출궁날짜를 앞당겨 달라고 했던 것이 장무열의 최대 실수였던 것이지요. 영악한 장무열이 이렇게 빈틈이 많은 인물이라는 것은 허탈하지만, 인원왕후를 우습게 안 장무열이 큰 코 다친 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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