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0.10 11:22




반전을 주제로 한 무한도전 6월 달력 1등은 정준하에게로 돌아갔습니다. 전쟁의 참담함을 눈물과 함께 잘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는데요, 멤버들이 작업했던 사진과 장면들을 편집해서 완성도 높은 전쟁 다큐멘터리 작품 한 편이 완성되기도 했지요. 영화 예고편을 보는 듯하기도 했고, 뮤직비디오로 로 사용해도 손색이 없을 멋진 작품으로 탄생된 영상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번 주도 달력특집이 이어졌는데요, 특이하게 멤버들이 연극도전에 나섰지요. 셰익스피어의 5대 희극 중 하나인 <한 여름밤의 꿈>을 각색해서 연극에 도전하는 프로젝트는 물론 달력까지,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아이디어 결합체였습니다. 무도의 연극도전은 다음에 정식으로 프로젝트로 기획해서 도전해도 좋을 것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한여름 밤의 꿈은 사랑의 변덕스러움과 진실한 사랑의 승리에 대한 이야기로, 멘델스존이 이 작품을 읽고 <한여름 밤의 꿈>을 극음악으로 작곡했을 정도로 시적인 작품이지요. 지금도 연극무대에 자주 올려지는 작품이고요.
줄거리를 간략하게 정리하자면, 허미아(정준하)라는 처녀는 아버지의 뜻에 따라 디미트리어스(정형돈)와 결혼을 해야 하지만, 그녀에게는 이미 사랑하는 남자가 따로 있었지요. 라이샌더(유재석)였지요. 허미아와 라이샌더가 아테네 근교 숲으로 도망을 치자, 허미아의 정혼자 디미트리어스가 허미아를 쫓게 됩니다. 그리고 디미트리어스를 사랑하는 허미아의 친구 헬레나(장윤주)는 디미트리어스를 뒤따라 가게 되지요.
네 사람이 들어 간 숲은 요정의 왕 오베론(노홍철)과 요정들이 살고 있는 곳입니다. 이 숲에는 사랑의 묘약이라고 불리는 꽃이 있는데, 이 꽃즙을 눈에 바르면 처음 눈에 띈 것을 사랑하게 하는 마법을 가졌지요. 오베론은 퍽(하하)에게 인도 소년에게 빠져있는 요정 여왕 티타니아(박명수)의 눈썹에 바를 것을 명하지만, 퍽은 실수로 라이샌더에게 발라 버렸지요.
그런데 잠들어있던 라이샌더를 깨운 사람은 헬레나였고, 라이샌더는 헬레나에게 반해 열렬히 사랑고백을 하지요. 라이샌더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허미아를 버리고 말이지요. 한편 오베론은 디미트리어스에게도 꽃즙을 바르는데, 디미트리어스는 그를 깨운 헬레나를 사랑하게 돼 버리지요. 디미트리어스는 허미아의 정혼자인데 말이지요. 두 남자가 헬레나를 사이에 두고 대립하게 되는 상황으로 바껴 버린 것이지요. 오베론은 상황이 잘못된 것을 알게되고 퍽을 시켜 라이샌더에게 원상태로 돌아오게 하는 다른 꽃즙을 발라 네 사람이 각자의 짝을 찾는다는 내용입니다. 

장윤주의 미친 발연기, 대박웃음 주다
이 이야기를 무도멤버들이 재미있게 각색해서 큰 줄기에서 비껴가지 않는 선에서 재미있는 연극으로 무대에 올렸습니다. 특히 연극에서 큰 재미를 주었던 장윤주가 헬레나 역으로 열연을 했는데요, 장윤주의 무표정 무억양 미친 발연기, 정말 대박이었어요. 사실 그렇게까지 연기를 못한 것은 아니었지만 자막때문에 더 터졌네요. 각자 맡은 역할을 하고 연극은 짧게 끝났지만, 아쉬움도 많았습니다. 달력심사평 시간을 줄이고 연극분량을 더 많이 보여주었으면 했거든요. 그만큼 무도의 새로운 도전이 신선했고, 재미 또한 컸습니다.
무도의 한여름밤의 꿈 가장 큰 재미는 멤버들이 뽑은 배역과 분장이었어요. 하나같이 배역에 맞는 이미지와 의상, 그리고 화장으로 변신을 했는데, 박명수와 정준하는 여자역으로 각각의 캐릭터의 재미를 살려 주었지요. 연극이 끝나고 달력 사진 작업에 들어간 멤버들, 정말 눈빛 하나하나가 달라지더군요. 좋은 작품을 찍고 싶은 욕심도 있었지만, 멤버들을 가장 긴장하게 했던 것은 달력모델 탈락의 불명예와 함께 누드벌칙의 공포때문입니다. 결과는 꼴찌뱃지 두 개를 받은 길이 누드를 찍었다고 하네요. 현장에서의 감이나 사진 포즈등과는 별개로 사진작품으로 나왔을 때는 전혀 다른 이미지를 주는 사진이라는 매력, 정말 사진예술의 진수를 느끼게 하더군요.
7월 달력특집 사진의 결과는 예상을 깨고 정형돈이 1위, 그리고 유재석이 2위를 차지했는데요, 1위부터 꼴찌 길까지 그 순위와 연극을 연결해서 보니, 제 개인적으로는 달력특집에 연극에 도전한 의미와 풍자도 보이더군요. 물론 김태호 피디의 기획의도와는 별개로 저 혼자 생각해 본 것이지만 말이지만 그냥 가볍게 읽어주시면 좋겠어요. 

우리의 눈이 마법에 씌워져 있지는 않은가?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은 필독서로 꼽히는 고전이지요. 사실 셰익스피어의 수려한 문장 속에는 잔인할 정도로 사회풍자적이고 인간의 나약함과 이기적인 모습을 비꼬는 작품들도 많지요. 한여름 밤의 꿈은 사랑의 변덕스러움과 진실한 사랑의 승리를 그린 대표적인 희극으로, 제가 이 작품을 읽으면서 가장 기억에 남은 대사는, "사랑은 눈으로 보는 게 아니라 마음으로 본다, - Love looks not with the eyes, but with the mind."입니다. 아마 이 작품의 주제가 되겠지요.
요정의 퍽 실수로 사랑의 묘약 꽃즙이 라이샌더의 눈에 발라지자, 자신이 사랑한 허미아도 알아보지 못하고 헬레나에게 사랑에 빠져 버린 것처럼, 우리도 눈에 보이는 것만 의존해 진실을 보지 못하거나, 외면할 수도 있음을 경계합니다. 요즘 벌어지고 있는 연예계 핫이슈 타블로의 문제도 그렇고, 사회적 정치적으로 보이지 않은 진실에 눈을 돌려 버리는 일들은 예사로 보아 넘기기는 어렵습니다. 눈앞에 보여지는 것에 현혹되지 말고 진실을 보는 마음의 눈이 절실하게 요구되는 시기이니 말입니다. 눈에 무엇이 띄워지지는 않았나 분별력있게 봐야한다는 겁니다.

정형돈이 일등한 이유와 순위별 의미있는 심사평

저는 이번 달력특집 심사결과가 참 마음에 와닿았고, 무한도전이 연극도전을 통해 날림 연기와 연기자들에 대해 풍자했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상위권을 차지한 멤버들의 심사평을 보면, 그 숨은 의미를 쉽게 찾을 수 있을 겁니다. 1위를 차지한 정형돈의 한여름밤의 꿈에서 디미트리어스 역할에 진지한 모습을 보여 주었지요. 심사평에서 정형돈을 1위로 뽑은 이유에 대해 "캐릭터를 잘 표현했다, 그리고 신체의 단점(정형돈의 신체비율상 짧고 통통한 몸매, 소위 몸짱은 아니죠)을 장점으로 잘 표현했다"는 것이 그 이유였지요.
요즘 드라마를 보면 식스팩이니, 초콜렛 복근 등으로 주연 남자들이 몸짱을 만들어야 하는 것은 필수가 돼버렸어요. 탄탄한 근육에도 불구하고 연기력이 딸리는 배우들도 사실 많아요. 아닌 경우도 많지만요. 정형돈은 몸짱에 빨래판 근육, 눈이 즐거운 우월한 기럭지의 간지남은 아니었지만, 연극에서 디미트리어스라는 캐릭터를 훌룽하게 표현했고, 진지한 연기를 보여 주었지요. 긴 칼에 찔리는 굴욕(?)을 보여주며 재미를 선사하기도 했고요. 정형돈의 진지한 눈빛과 무대에서의 연기는 충분히 1등감이었어요.

식상하다는 불명예를 씻은 유재석의 놀라운 변신

2위를 차지한 유재석은 사실 심사위원들도 우열을 가리기 어려워했지만, 1위 못지 않은 포스와 캐릭터의 변신을 보여 주었지요. 결단력 있고 용기있는 라이샌더의 캐릭터를 진지하게 잘 표현했고, 썰렁한 애드리브를 날리기도 하며 재미를 주었지요. 깜짝 심사위원으로 등장한 조민기의 표현에 의하면, "유재석에게서 볼 수 없었던 놀라운 변신을 볼 수 있었다" 라는 평가를 했습니다. 유재석에게는 아마 최고의 평가로 들렸을 겁니다. 예전 가족 사진 달력특집에서, 이승연으로부터 "식상하다, 변화가 없다, 같은 이미지다" 라는 평가를 받고, 언론에 유재석이 식상하다는 류의 기사로 도배가 되었던 것을 생각해 보면 말이지요.
무한도전 멤버들 중에 굳이 주연이 누구냐고 물어본다면, 1인자 유재석이 원톱 주인공일 겁니다. 드라마도 마찬가지지만, 같은 이미지로 나오는 배우들에게는 스토리가 흥미로워도, 연기의 변신이나 캐릭터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면, 연기력은 물론이거니와 그 작품에 대한 흥미도 반감되지요. 
이번 연극특집사진에서 유재석은 기존에 유재석하면 떠오르는 착한 이미지, 선량한 이미지, 소심한 이미지 등에서 대범하고 적극적인 라이샌더의 이미지는 물론, 서늘한 내면의 슬픔이 있는 햄릿의 모습까지 보여 주었지요. 의심스러울 정도의 놀라는 변신이라는 평가를 받았으니, 지난 가족달력에서의 식상하다는 불명예를 씻었다고도 보여집니다. 1인자 유재석의 변신에 대해서는 연기자들도 귀담아 들었으면 싶더군요. 요즘 드라마에서 같은 이미지가 반복되는 연기자들이나 변신에 실패하고 있는 연기자들이 한 둘이 아니라서요.

사진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각각 3, 4위를 차지한 정준하와 박명수에게도 의미심장한 평가를 했습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여장을 했는데요, 공교롭게도 하수커플이었네요. 정준하의 경우 거구 정준하의 몸과 코맹맹이 목소리, 예쁜 척하려는 등으로 허미아라는 캐릭터를 자기화해서 표현했다고 평가했지요. 허미아라는 캐릭터와는 맞지 않은 잠실운동장만한(웃자고 한 표현ㅎ) 얼굴, 집채만한 덩치에도 정준하는 아줌마스럽기는 했지만, 나름 예쁜 아가씨의 역할을 재미있게 표현했지요. 물론 멤버들이 정준하를 밟고 지나가는 몸굴욕도 끊임없이 당했지만 말입니다. 그런 변신을 통해 정준하는 샤방한 허미아로 때로는, 하마 허미아로 웃음을 주었지요.
반면 상위권과 하위권의 중간순위를 받은 박명수의 경우는 본인의 노력은 별로 보이지 않은데, 운이 좋은 케이스라는 정곡을 찌르는 평가를 받습니다. 주연급 조연들을 보면 얼굴은 되는데 연기력이 안되거나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덤 캐릭터들이 있지요. 딱히 밉지는 않은데 뭔가 얄미운 캐릭터 말입니다. 그러나 두터운 팬층을 확보한 스타라 무시하기도 힘들고, 운좋게 주연급 중요한 역할을 받기도 하는 케이스말이지요.

하위권으로 밀려난 노홍철이나 하하, 그리고 꼴찌를 차지한 길의 경우는 인기를 얻지 못하는 배우들의 전형적인 모습입니다. 비쥬얼이나 스타기질은 있는데, 노홍철이 내면연기가 부족하다는 평을 받은 것처럼 연기력은 모자라는 배우들 말입니다. 하하나 길은 캐릭터를 소화하는 능력, 표정연기, 감정연기, 작품을 이해하는 노력 등등을, '노력해 주세요' 한마디로 표현할 수 있는 연기자들에 대한 포괄적인 평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연극에 함께 참여해 재미를 준 장윤주의 발연기와 톡톡 터진 무도의 자막도 의미심장한 대목입니다. 무억양에 무표정, 대사씹기 등 발연기로 혹평받는 종합세트였으니 말입니다. 장윤주의 연기는 혹평을 하기에는 너무나 예능적이라, 오히려 저는 호평을 하고 싶더군요. 사실 이런 연기자들 가끔 보게 되죠. 조연도 아닌 주연급 연기자도 이런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말이지요.

작품성 뛰어난 사진과 멋진 연극으로 달력특집과 연극도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무한도전, 이번 연극도전은 종합예술 장르인 연극을 사진과 접목시켜, 새로운 예술로 승화시켰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는 방송이었어요. 예능에서의 문화컨텐츠를 또다시 확인시켜 준 무한도전이었습니다. 장르를 가리지 않고 덤비는(?ㅎㅎ) 무도멤버들의 도전이 어디까지 그 영역을 확대해 갈 지, 샘솟는 아이디어에 놀라울 따름이에요. 깨방정 명수옹은 아이디어 유출에 각별히 유의해 주시고요! 자나깨나 입조심, 아이디어 단속! 
다음 편은 이심전심 텔레파시 특집이라고 하는데 정말 기대되네요. 6년을 함께 한 그들, 과연 서로의 마음을 얼마나 잘 읽을 수 있을까요? 제가 기억하고 있는 <한여름 밤의 꿈 명대사> "사랑은 눈으로 보는 게 아니라 마음으로 본다" 처럼, 무도멤버들 간의 사랑도 이참에 확인해 보고 싶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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