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1.10 09:17




드라마를 감상하는 포인트는 여러가지입니다. 우선 시나리오와 연출이 훌륭해서 보는 경우가 있지요. 가장 이상적인 작품선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올해 최고의 대박드라마가 된 추노의 경우가 이에 해당되겠지요. 여기에 대길이, 송태하, 황철웅, 천지호 등의 개성있는 캐릭터를 온몸을 던져 빛을 낸 배우들의 연기가 더해졌으니, 최고의 명품 길거리사극으로 사극드라마의 큰 획을 긋게 되었고요. 선덕여왕도 시나리오와 연출의 훌륭함을 칭찬하지 않을 수 없는 작품입니다. 미실과 비담이라는 인물에 대한 호기심을 넘어, 고현정과 김남길의 카리스마는 미실의 죽음을 전후로, 각각 미실편과 비담편이라고 타이틀을 걸어도 될 정도로, 캐릭터가 스토리를 이끌어 가버리는 기이한 현상이 발생하기도 했지요.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한 제빵왕 김탁구의 경우는 시나리오나 연출, 연기자들 모두 특이할 만한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한마디로 이무기가 용이 된 케이스였습니다. 빵이라는 소재를 막장코드와 권선징악의 코드를 적절히 믹스해서 결국 빵과 사람, 그리고 드라마의 주제를 모두 살렸던 작품이 되었지요.
개연성없는 스토리 라인, 연출의 허술함에 연기자만 힘들다
서두가 길었습니다. 2회밖에 되지 않은 <매리는 외박중> 드라마를 보다보니, 이 드라마가 초반에 수정되지 않으면, 시청자의 외면을 받을 드라마가 돼버릴 것 같아, 걱정하는 마음으로 주절주절 쓰게 되었네요.
매리는 외박중은 원작을 보지 않아서 전체 스토리를 알지는 못하고, 다만 원수연 원작의 만화에서 모티브를 가져왔다는 정도만 알고 있을 뿐입니다. 드라마에 대한 관심은 문근영, 장근석, 김재욱이라는 배우들의 호기심에서 출발했어요. 문근영의 연기야 길게 말하면 잔소리가 될 것이고, 장근석도 작품을 해석하고 캐릭터를 창조하는데 진정 그가 연기자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배우라, 이 드라마는 성공을 예약했다고 생각되었을 정도였으니까요.
그런데 1회를 보고 나서는 고개가 갸우뚱해졌고, 2회를 보니 먹구름이 몰려오는 느낌을 감출 수가 없네요. 지난 글에 <문근영의 지나친 귀여움, 어린신부된다>는 글에 우려되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는데, 2회 들어서도 시나리오와 연출이 정말 안습수준입니다. 개연성 떨어지는 설정들은 심히 억지스러워 유치원생들도 고개를 갸우뚱하게 할 것 같더군요. 2회에서도 억지설정에다 유치함의 향연은 그치지 않았습니다. 
예를 들면 이런 경우지요. 매리가 아버지가 정해 사람과 결혼하라는 말에 가출을 하는 장면이 있었지요. 조선시대도 아니고, 공양미 삼백석에 신부로 팔려가야 한다는 설정입니다. 현실에서도 억지 정략결혼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위매리와 정인(김재욱)의 결혼은 정인의 아버지 정석(박준규)의 끝나지 않은 사랑때문이었더군요. 매리의 엄마를 사랑했던 정석, 지금까지도 매리엄마의 사진을 간직하고 추억하는 모습까지는, 한남자가 첫사랑을 잊지못하는 순애보라고 봐줄 수는 있겠지만, 자신이 갖지 못했던 여인의 딸을 며느리로 맞아들여, 그 여자와 닮은 딸을 며느리로 들여 곁에 두겠다는 발상은, 드라마가 아니라, 드라마 할애비라도 끔찍한 집착병입니다.
스토리도 억지가 가득하지만, 연출도 만만치 않게 개연성이 부족하고, 시청자를 멍해 버리게 하는 발연출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첫회 매리가 강무결을 차로 치는 장면에서부터 공연장을 찾아가 시끄럽다고 귀를 막아가며, "이봐요 괜찮아요?"라고 소리지르는 무개념녀 어린아이로 만들어 가는 연출과 스토리는 한숨나오게 했었지요. 2회에서도 유치찬란한 연출은 드라마 스토리라인을 붕괴시켜 버릴 정도로 무개념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강무결의 기타케이스를 돌려주러 홍대근처에 간 매리, 강무결의 밴드멤버들끼리 주먹질을 하는 속에 매리의 친구들이 엮여서 소란을 피우는 장면입니다. 게다가 제 3자로 계단에 앉아 폼생폼사로 구경하고 있던 강무열이, 경찰차가 오자 매리의 손을 잡고 도망가는 것은 불필요하기 짝이 없는 연출입니다. 개인적으로 신데렐라 언니에서도 느꼈지만, 문근영은 뛰는 장면이 어색한 배우라는 것을 다시 느꼈네요.
여하튼 싸움 근처에도 가지 않았던 강무결과 매리는 경찰차를 피해 도망을 쳤고, 길거리에서 다른 시비가 붙어 경찰서로 잡혀갔지요. 돈을 받아내기 위해 코피 터진 놈이 합의를 원하지만, 강무결은 합의하지 못하겠다고 버티고, 매리가 기지를(?) 발휘합니다. 강무결 손으로 코피를 터지게 해서 쌍방폭행이었다는 합의를 보게 한 것이었지요. 조금전까지 멀쩡하던 얼굴이, 잠시 나갔다 오더니 코피를 줄줄 흘리고 있다? 경찰과 시비붙은 녀석들을 설득하는 방법이 참으로 이해가겠습니다? 다만 장근석과 문근영의 연기만이 빛났던 허접한 연출이었다고 밖에 할 수 없을 듯하네요.
얼굴도 모르는 남자랑 결혼해야 한다는 말에 가출한 매리, 친구들과 강무결의 밴드친구들 도움으로 결혼사진을 찍어 아버지 위대한에게 전송했지요. 그러나 아버지 위대한과 정석(박준규)은 매리의 사진결혼식에 대해 혼인신고라는 초강수를 두게 됩니다. 가출한 딸의 신분증을 훔쳐 혼인신고를 했다지만, 이중결혼이라는 과정이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되었을 뻔도 했는데, 개그 한 편을 보는 듯 합니다.
여기까지는 매리가 외박중인 상황을 만들기 위한 억지춘향식의 유치한 설정이었다고 넘어가야 할 듯 합니다. 본격적인 스토리는 지금부터 100일간의 매리의 외박에 있을테니까요. 이중 가상결혼 100일간의 가상결혼이 끝나면, 매리는 누군가 한사람을 택해 진짜 결혼을 할 것이고, 외박에 종지부를 찍게 되겠지요. 물론 매리의 말대로 두 사람 중 누구도 선택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말이지요. 이 드라마를 끝까지 봐야 하는 이유가 매리가 누구를 선택할까를 지켜보는 재미가 되겠지요.
시트콤 막아준 김재욱 김효진의 강렬한 등장 
아버지가 조건으로 낸 100일간의 이중결혼생활은 재미있는 발상입니다. 물론 현실적으로 위대한 같은 아버지도, 대책없이 아버지 말을 따르는 위매리 같은 딸도 없겠지만, 5시를 전후로 반나절은 정인(김재욱)과 결혼생활을, 저녁 10시까지는 강무결(장근석)과 결혼생활을 한다는 것은 재미있습니다. 아버지와 각서에 지장을 찍는 매리, 그렇게 해서 매리의 기가 막힌 외박 생활이 시작됩니다.
매리가 외박중인게 맞네요. 일단 결혼식도 올렸고 혼인신고도 했으니, 매리는 유부녀이고 남편도 있습니다. 일이 꼬여서 두 사람이 돼버렸지만 말이지요. 10시 이후에는 매리 혼자 집에서 자야하니, 정인의 입장에서도 호적상 부인 매리는 외박중이고, 강무결의 입장에서도 결혼식을 올린 신부가 외박중입니다. 드라마 제목이 이제 이해가 되었네요. 그나저나 매리는 외박중인 생활을 끝낼 수는 있을지 모르겠어요. 지금으로서는 강무결과 정인 두 사람 다 마음이 끌리고 있으니 말입니다(아, 이것은 저의 마음이랍니다. 저는 두 남자가 다 끌리네요).
뻔뻔한 빈대남, 그러나 실제 행동은 국물까지 떠먹여 주는 자상남 강무결, 이 녀석은 폼생폼사 갖은 똥폼은 다 잡는 것 같은데, 마음은 보기와 달리 여린 사람입니다. 번개처럼 전기가 찌르르 왔던 적이 있었지만, 대한민국 최고의 둔녀 위매리는 아직 눈치채지 못하고 있지요.
매리가 한류스타 이안(김선호)의 매니저에게 당하고 있을 때, 매너있게 다가와서 사과하고 200만원이라는 거금을 세탁비로 주고 간 정중한 싸가지, 외모도 인품도 준수하고, 지갑까지 빵빵해 보이는데, 어딘가 모를 불편함이 있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이 사람이 혼인신고된 남편이라니 매리에게 너무 가혹한 시련이 아닌가요? 뻔뻔한 자상남과 정중한 싸가지 사이에서 한 사람을 추려내야 한다니 말입니다.

드라마의 주제 '사랑'으로 본격적인 스토리를 전개하기 시작한 매리는 외박중은 이제부터가 중요합니다.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드라마가 되어가느냐, 외면받는 드라마가 되느냐의 갈림길이 다음 3,4회가 될 것이기 때문이에요. 애기같은 사고구조와 행동, 눈 비스듬히 치켜뜨고 소리만 꽥꽥 질러대는 문근영, 귀여움으로 무장한 매리는 대한민국 두터운 팬층의 사랑을 철옹성처럼 두르고 있다고 할지라도, 지금의 캐릭터로 길게 가서는 안된다는 게 제 생각이고, 문근영을 아끼는 진심입니다.  
연기 못하는 배우들이 주인공이었으면 진즉에 모니터를 끄고 싶었는데, 문근영이었기에 인내심을 발휘해 참고 봤네요. 다행히 제 인내심에 보람을 느끼게 해 준 인물이 정인(김재욱)과 서준(김효진)의 강렬한 등장이었어요. 문근영이 홍대 뒷골목과 호텔로비에서 한류스타 이안(김선호)에게 사인을 받고, 이안의 매니저로부터 수모를 당하는 등, 낯선 별에서 온 듯한 촌뜨기 고등학생으로 심하게 망가져 가고 있을 때, 말쑥하게 등장해서 드라마의 분위기를 급전환시킨 구세주같았습니다.  정중한 싸가지 정인과 강무결의 전 여자친구인 듯한 서준, 그나마 매리는 외박중이 시트콤이 돼가고 있는 상황을 막아 준 캐릭터였습니다.
김재욱은 차가운 도시의 남자, 차도남같은 이미지가 멋있었고, 서준 역할을 맡은 김효진은 배우라는 직업과 어울려 보이는 패셔너블한 스타일과 도도한 말투로, 만만치 않은 인물들이라는 것을 알게 해주더군요. 어린 매리에 비하면, 그 나이에 어울리는 모습에 반가웠습니다. 4각구도의 전개가 필연적으로 보이는데, 시트콤화될 우려가 있었던 <매리는 외박중>에 제동을 걸어줄 인물들이 김재욱과 김효진이 맡은 캐릭터같아서 말이지요.
지나치게 친절한 매리의 감정묘사, '문근영은 독백중'?
저는 작가나 감독이 문근영을 별에서 온 듯한 중얼이 소녀로 만들어 가는 것이 영 불만입니다. 매리는 외박중 1,2회를 본 소감은, 한마디로 스토리는 엉성하고, 연출의 개연성과 스토리의 설득력은 안드로메다에 일찌감치 보낸 드라마입니다. 게다가 과한 귀여움과 나이에 맞지 않아 보이는 별소녀 매리는, 문근영의 연기력으로도 그 매력이 곧 바닥날 캐릭터에요.
특히 문근영의 진가가 발휘되는 것을 막고 있는 것이, '문근영은 독백중'이라는 부제를 걸만큼 문근영의 대사가 지나치게 많다는 점이에요. 심지어는 표정으로 이미 전달받은 감정을 친절하게 중얼중얼 대사로 까지 반복해서 전달하고 있다는 겁니다. 감정선을 표현하는 탁월한 끼가 있는 배우를 데려다 놓고, 그 감정선을 유치빵빵한 대사로 전달하게 하고 있으니, 매리는 점점 더 애처럼 되고, 드라마는 코믹멜로를 이탈해서 시트콤으로 막 건너가려는 위험선에 놓여있습니다. 김재욱과 김효진의 등장으로 균형을 잡아준 것이 다행이었습니다.
시청률을 떠나 완성도있는 작품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개연성있는 연출과 탄탄한 대본이 가장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선 마치 얼차례를 받고 있는 듯한 매리의 독백과 과한 귀여움을 줄여 주었으면 싶네요. 본격적으로 4각라인을 전개되려는 중요한 시기, 작가는 문근영에게 그렇게 배려하고 친절할 필요까지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문근영은 타고난 배우라는 칭찬이 아깝지 않은 좋은 '끼'가 넘치는 배우에요. 지문만으로도 감정과 상황을 어련히 알아서 보여줄까, 마치 매시간 술에 취해 있는 듯 주절주절 많은 독백으로 매리를 중얼녀로 만든다면, <매리는 독백중>이라는 부제를 붙여도 될 만큼, 문근영 모노드라마 원맨쇼가 될 우려가 큽니다. 배우들의 연기력만으로 드라마를 이끌어 갔던 예가 있었지요. 신데렐라 언니와 나쁜남자가 그 좋은 예일 겁니다.
집을 지을 때도 각방의 위치와 크기를 조화롭게 배치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기초공사가 부실하고 뼈대가 튼튼하지 못한다면, 좋은 건축물이 나올 수가 없겠지요. 장근석, 김재욱, 김효진 등 4각라인도 연기력 탄탄한 좋은 캐스팅입니다. 그런데 좋은 연장들 가져다 두고 막상 설계도를 보니, 기초도 엉망이고 작은 강아지집을 지으려 한다면, 연장들이 아깝다는 말을 듣게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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